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말한 게 다 맞다고 쳐도 뭐 어쩔 건데?”진주희는 뒷짐을 진 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듯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너랑 쓸데없는 말 하지 않을 거야. 무릎 꿇고, 스스로 두 손을 잘라. 우리 사부님 무덤 앞에서 7일 밤낮으로 무릎 꿇고 있어!”“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자업자득이 될 거야!”이때 진주희는 기세가 대단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 이 여자는 적어도 전장에서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어 실력을 다소 갖추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 옆에 있는 동료들도 하현을 쳐다보며 기세가 등등했고 얼마든지 하현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너희들 조사를 똑바로 못했나 보구나?”“조사!? 사실이 다 드러났는데 무슨 조사가 필요해!?”진주희는 냉소하며 말했다. “조사를 하지 않은 거나 다름이 없지. 나보고 스스로 두 손을 자르라고 하다니. 내가 조중천 곁을 지키기를 바라는 거야? 너희들이 그럴 자격이 있어?”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진주희의 예쁜 얼굴은 차가워졌다. 이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더니 살의를 발했다. “하씨, 나는 네가 알아서 잘 행동하기를 바라. 나 화나게 만들지 마!”“나는 지금 이미 자제하고 있는 중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스스로 두 손을 자르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너의 개 대가리에서 흐르는 피를 가지고 가서 우리 사부님께 바칠 거야!”“용문 문주님께 전화할 생각 하지마!”“나는 네가 용문 문주님과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고, 그 전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겠어!”“우리는 벌써 예전에 용문에서 물러났어!”“지금 용문 문주님은 우리를 직접 관할할 권한이 없어. 알아듣겠어?”진주희가 보기에 하현은 무슨 빽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떤 이유로 용문 문주님에게 빌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호가호위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정한 능력으로만 따지면 하현 같은 사람
진주희는 양정국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남원 관청 1인자 양정국 맞지?”“내 앞에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강남 관청 1인자도 내 앞에서는 별 거 아니야!”“내가 말하는 데 오늘 누구도 하현을 지켜줄 수 없어. 하현, 너 오늘 죽었어!”말을 하는 동안 진주희는 붉은 면허증을 던지며 양정국의 얼굴을 내리쳤다. 양정국은 그것을 들여다 보더니 안색이 돌변했다. “살인 면허증!?”“알면 됐어. 난 비록 용문에서는 물러났지만 이 면허증은 아직도 남아 있어. 먼저 실행에 옮긴 다음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선참후계야.”“너 양정국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해도 내가 죽이면 죽는 거야. 누가 감히 너 대신 나서줄 수 있겠어!?”진주희는 양정국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그녀는 살인 면허증이 가장 큰 빽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방금 하현에게 스스로 두 손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하현이 안타깝게도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하현을 불구로 만들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진주희, 너 건방지다!”양정국은 이때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분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는 남원이지 대구가 아니야. 네가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양정국이 싸늘한 목소리를 입을 열었다. “이준태와 원경천은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너 양정국은 그럴 자격이 없어!”“퍽______”진주희는 손등으로 양정국의 뺨을 때렸다. “지금 꺼져. 감히 내 앞을 가로 막았다간 너까지 죽여 버릴 거야!” 양정국이 발끈하자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양공, 상대방은 나를 겨냥해서 왔으니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게.”말을 마치고 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진주희는 경멸하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양정국이 너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알고 네가 나서서 용서를 빌려고 하는 거야?”“내가 말하는데 너무 늦었어!”“내가 살인
멍해졌다! 온 장내가 멍해졌다! 진주희는 누구나 다 아는 천부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방금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문제는 하현의 손바닥 앞에서는 한 없이 강한 천자의 교만이 한 방도 견딜 수 없는 쓸모 없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풉______”진주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부딪힌 벽에서 일어섰고, 온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는 외쳤다. “하현, 너 뻔뻔하다! 기습을 하다니!”그녀의 사제들은 모두 약간 어리둥절했다. 잠시 후 모두 격분해서는 하현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뻔뻔하네! 기습을 하다니!”“그래?”“그럼 다시 한 번.”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뻗어 진주희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발이다!이것은 진주희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것이다. 진주희는 안색이 바뀌었다. 곧이어 그녀가 손을 흔들자 뒤에 있던 검은 칼집이 살짝 흔들리더니 긴 칼이 날아와 그녀의 손에 떨어졌다. “음혈검! 진 사제가 음혈검을 휘두른다!”“음혈검이 나오면 유골도 없어!” “진 사제가 검을 꺼냈으니 세상엔 적이 없다!”“하씨는 끝장났네. 사제가 검을 꺼냈으니 그럼 시체도 남기지 못할 거야!”용문 대구 지회에서 온 제자들은 하나같이 감격에 겨워했다. 남자들의 얼굴은 마치 우상을 쳐다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여자들은 비아냥거리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는데 그녀들의 눈에 하현은 마치 이미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진주희의 장검이 몸 앞에 가로 놓여 있었다. 오른쪽 뺨의 손자국만 가리면 확실히 고수다웠다. 이때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하씨, 방금은 내가 방심했어. 오늘 내가 너에게 용문 대구의 케이오가 뭔지 알려 주지!”“음혈검을 받아라!”“챙______”진주희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그녀는 검을 번뜩이며 땅바닥에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퍽______”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걸음을 내디뎠고 순식간에 진주희 앞에 서서 또 뺨을 후려치며 내동댕이쳤다. “퍽___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현은 연달아 뺨을 때렸는데, 동정심도 없었고 자비를 베풀 마음도 없었다. 진주희라는 절세의 미녀는 곧 그에게 맞아 코가 멍들고 얼굴이 부어 올랐다. 그녀의 사제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한쪽의 양정국과 위원용마저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들은 하현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줄은 몰랐다. 더 없이 강한, 살인 면허증을 가진 진주희도 그의 앞에서는 종잇장 같네!?“퍽!”맨 마지막으로 뺨을 후려치자 진주희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져 잠시 몸부림을 친 뒤에야 피를 한 모금 토해내며 애써 버티며 일어섰다. “안돼!”이 순간 진주희는 두피에서 땀이 나고 온몸이 떨렸다. 피하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다. “퍽______”하현은 그녀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찼고 다음 순간 진주희는 불구가 되었다. 날아다니던 진주희의 얼굴엔 절망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떨어지는 순간 진주희는 발버둥을 치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뭐라고!?”그녀의 사제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주희가 뜻밖에도 이렇게 불구가 되다니?하현은 뺨을 때렸을 뿐인데 진주희가 막지 못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결국 불구가 된 것인가?그들은 또 놀라움과 분노로 하현을 쳐다보면서 평생의 가장 불가사의한 장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존재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공포스러운 것인가?이 순간 그들은 깨달았다. 용문의 문주가 조중천을 압박하지 않았어도 조중천은 하현의 상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용문 대구 지회가 이정도 솜씨인 거야?”“선참후계와 군주의 특권이라고 하더니?”“한 방도 막지를 못하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진주희에게 다가갔다. 진주희는 온 몸을 떨었고 이미 자신과 하현의 격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습게도 그녀는 방금까지 하현을
대머리 청년이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우리는 용문의 제자인데, 우리가……”“퍽______”하현은 상대방이 날아오르도록 뺨을 한 대 날렸다. “용문의 제자가 대단해?”“내가 때린 사람이 바로 용문 제자들인데!”“용인서도 내 앞에서는 깍듯하게 대해야 해!”“너는 아무것도 아니야!”“어서 해!”“너한테 기회를 안 준 건 아니야!”하현의 눈동자는 차디찼고, 기색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이 순간, 그의 눈빛 하나 만으로 이 용문 대구 지회 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위씨, 그들이 손을 대기 싫어하면 네가 도와줘.”“진주희는……”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진주희를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보내. 내가 죽이지 않겠다고 했으니 건드리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자 마자 하현은 그 대머리를 걷어차고는 훌쩍 가버렸다. 30분 뒤 용문 대구 지회 제자들은 전부 두 팔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나왔다. 올 때는 거들먹거리며 왔지만 갈 때는 비싼 대리운전 기사들을 찾아야 했다. 그들의 손이 다 부러져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을 떠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양정국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회장님께서 살인 면허증을 찢은 일이 어떻게 밖으로 새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이것을 빌미로 누군가가 회장님께 손을 대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나한테 손을 댄다고?”하현이 웃었다. “상대방이 내 신분을 알고 있어?”“분명 하 세자라는 신분만 알고 있을 겁니다.”양정국이 말했다.“내력은?”“당분간은 모르겠지만 이런 풍파 속에서 감히 회장님께 손을 대려고 하다니 분명 저력이 대단할 겁니다……”“조심하는 게 상책입니다.”하현은 전화를 끊고 원경천과 당인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관청의 힘으로 자신을 압박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설은아와 사람들에게 손을 대는 것이었
“용옥?”하현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대하에는 특별한 기관들이 있다. 용위주는 대하의 모든 중요한 인물들을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용문주는 대하의 지하 세계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용옥주는 일반 경찰서와는 달리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심지어 심각한 사건의 일부를 담당한다. 간단히 말해 일반 경찰서에서 감히 조사할 수 없는 사건을 그들이 조사하는 것이다! 일반 경찰서에서는 못 잡는 사람은 그들이 잡는다! 일반 경찰서에서 죽일 수 없는 사람은 그들이 죽인다! 선참후계, 군주의 권력, 용옥은 용문 그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때 백모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의 표정을 보니 용옥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는 것 같네요.”“당신은 용문 대구 지회장 조중천을 기습해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사태가 너무 심각하고 사건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지금 당신을 연경으로 보내 심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심사가 끝난 뒤 범죄 사실이 있을 경우 형부로 이송해 처벌하도록 하겠습니다.”“하 도령, 순순히 잡혀 가시겠어요? 아니면 내가 손을 댈까요?”백모용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는데, 웃을 듯 말 듯해 하는 것 같았다. 백진수는 하현에게 큰 피해를 입었지만 백모용은 그의 친 동생을 대신해 복수할 마음이 없었다. 이번에 그가 손을 댄 것은 곽영민이 불렀기 때문이었다. 2조 계약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백모용은 하수진이 잊지 않고 계속 생각하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무슨 특별한 점이 있는 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평온한 표정으로 백모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용옥 사령관? 위풍당당하고 살기가 대단하네. 나를 잡아가려면 체포 영장은?”백모용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용옥은 그런 거 없어. 필요도 없고.”하현이 웃었다. “이렇게 말하면 너는 규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건데, 권세를 믿고 함부로 굴겠다는 거야?”“아니, 이건 군주의 특권이
다른 천일그룹 임원들은 막 무슨 행동을 취하려고 했지만 사방의 그 용옥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냉담한 표정으로 화기를 꺼내 여러 사람의 이마에 들이댔다. 하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서희진과 사람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하나같이 조롱과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 하현은 확실히 대단하긴 하지만 여기까지다. 백모용의 절대적인 의지에 그는 반항할 여지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가 실력이 뛰어나고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지금 감히 반항할 수 있겠는가? 백모용의 말 한 마디로 그의 곁에 있던 이 사람들은 전부 죽을 수 있을 것이다. “하 도령, 혼자 갈래? 아니면 내가 손을 댈까?”백모용은 하현에게 시선을 떨어뜨리며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말을 하는 동안 네 명의 용옥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화기를 하현의 이마에 갖다 댔다. 거기다 몇 사람은 멀찍이서 하현에게 언제든지 손을 쓸 태세였다. 백모용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솜씨가 좋으면 무슨 소용인가?실력이 대단해 봐야 또 무슨 소용인가? 절대적인 권세 앞에서 이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슬기는 안색이 계속 변했고 여러 번 손을 쓰고 싶었지만 하현의 눈빛에 제지를 당했다. 지금은 백모용이 통제를 하고 있기에 함부로 나섰다가는 천일그룹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수 있었다. “나는 줄곧 용옥이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해 왔어.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을 텐데.”하현은 이마에 겨누어져 있는 총구는 무시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지금 보니 내 생각엔 절대 권력이 썩은 거 같네.” “용문이든 용옥이든 설립 초기의 초심은 다 좋았어.”“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미 누군가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는 곳이 되어버렸네.”“보아하니 내가 용옥을 한번 위아래로 씻어줘야 할 필요가 있겠네!”“용옥을 씻겠다고?”옆에서 서희진이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하씨, 너 너무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대성은 뒷짐을 진 채 시가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고 나서야 싸늘하게 말했다. “백 도령, 너희들 이게 무슨 짓이야?”그는 이때 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장면을 보았기에 그도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 그는 원래 천일그룹을 압박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서희진은 이대성을 알아보았고 이때 그녀는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가며 매혹적인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이 대표님, 하씨가 곽 도련님께 미움을 사서 백 도련님이 데리고 가서 조사를 하려고 하는 중이었어요.” 백모용은 이 말을 듣고 살짝 안색이 변했다. 서희진이 고의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인가?특히 이대성은 외빈인데다 늙은 여우일 뿐인데 그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때 백모용은 말을 아끼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현은 용문 대구 지회장 조중천을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돌아가서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말을 마치고 백모용은 이대성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이 대표님, 저희 용옥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는 중인데 나서시는 건 적절치 않으니 비켜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이대성은 순간 깨달았다. 상성재벌을 거듭 못살게 굴던 하 세자가 이번에는 큰 사고를 쳤구나! 항성 곽 도련님은 그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한다. 그리고 백모용은 소항 백가 큰 도련님, 용옥 사령관으로 자비를 베풀 생각이 전혀 없다. 이때 이대성은 미소를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온 건 하현이 우리 상설재벌에 해명하는 걸 듣기 위해서야.”“얼마 전 우리 상성재벌 대하 지부 부대표 안재석이 남원에서 죽었거든.”“우리는 하현이 손을 댔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어.”“오늘 용옥이 그에게 손을 댄다고 하니 그럼 상성재벌의 이름으로 조중천과 안재석 사건을 함께 조사해 처리해 주는 게 어때?”이대성은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갑자기 뛰어들었다.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