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북삼성에 비해 항성은 봄처럼 따뜻했다. 빅토리아 항 주변의 오피스텔 꼭대기로 헬리콥터가 천천히 내려왔다. 아래쪽 휴게실에서 늘씬한 두 그림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활주로 가장자리까지 마음대로 걸어갔고, 발 밑은 고층 빌딩이었지만 이 두 사람은 마치 고층 빌딩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가장자리를 걸어갔다. 만약 경제 언론 기자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이 두 사람의 신분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앞서 간 사람은 이제 막 항성 네 도련님 중 한 사람이 된 항성 이씨 집안 대표 하민석. 또 다른 한 명은 항성 네 도련님 중 가장 날뛰며 설치는 항성 곽씨 집안 곽영민. 이때 곽영민은 가느다란 담배를 한 대 물고 있었다. 칼로 새긴 듯한 얼굴에는 묵직한 빛이 어려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었어?”하민석은 무미건조한 기색으로 멀리 있는 남아시아섬을 바라보았다. 곽영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큰 일은 아니야. 근데 우리가 강남 남원으로 내민 손이 방금 잘렸을 뿐이야.”“남원, 역시 좀 재미있네.”하민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진작에 말했었잖아. 남원에는 하 세자가 있어 철통 같은 곳이라고. 우리 네 사람이 들어가려고 해도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곽영민은 하민석을 보며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하민석, 나는 너랑 달라……”“너는 남원을 떠나는 날부터 이미 겁에 질려 있었어.”“하지만 나는 하 세자라고 불리는 남자를 어떻게 해치울지 고민하고 있었어.”“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면서 감히 우리 항성 네 도련님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를 저 세상으로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우리가 항성 네 도련님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미안하지!” 곽영민의 눈동자에 장난기가 떠올랐다. 만약 연경, 대구, 금정의 세자였다면 곽영민도 아마 조금 꺼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몇 년밖에 안 된 하 세자가 뭐가 무섭겠는가?하민석은 천천히 말했다. “하 세자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
곽영민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진동하면서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메시지를 확인한 곽영민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재미있는 소식이네.”“우리 하 세자가 중국 상성재벌에게 강남에 있는 모든 자산을 천일그룹 명의로 옮기라고 강요했대.”“지금 이 소식은 벌써 북삼성까지 전해졌어.”“상성재벌 대하 대표 이대성이 강한 세력으로 남원에 들어가 직접 하 세자를 죽일 거야.”“상성재벌……”하민석은 눈동자를 번뜩이더니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이 하 세자는 정말 죽고 사는 게 뭔지 정말 모르네. 우리 항성 네 도련님에게 미움을 사고, 이대성에게까지 미움을 샀으니 죽어야겠네!”분명 하민석과 이대성은 몇 차례 교제를 했을 것이다. 북삼성 비즈니스계를 군림하는 이대성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일단 누군가를 상대하려고 하면 반드시 전심전력을 다했다. “보아하니 우리가 손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네. 하 세자는 완전이 끝장 날 거야!”곽영민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대성은 북삼성 비즈니스계의 거물이라 그가 강한 세력으로 가면 상성재벌이 오랫동안 대하에서 축적한 힘으로 하 세자를 눌러 죽이기가 아주 수월할 거야.” “그것만으로는 부족해……”하민석은 입가에 웃음을 자아냈다. “사자가 토끼를 잡는다 해도 전심전력을 다하는데, 우리 항성 네 도련님의 체면이 크게 구겨졌으니 지금 우리도 수수방관할 수는 없어!”“우리는 하 세자를 더 처참하게 죽여야 해.”곽영민은 고개를 돌려 하민석에게 잠시 시선을 고정한 뒤에야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네가 직접 남원에 다녀오는 게 어때?”하민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내가 가면 뒤쪽이 불안할 거 같아. 어쨌든 항성 이씨 집안의 일부 세력은 내가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거든.”곽영민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무서우면 그냥 무섭다고 말해. 무슨 핑계가 그렇게 많아?”“나는 네가 무
중국, 어느 이름없는 산봉우리 위.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뒷짐을 지고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이때 그는 차분했고 범속을 초월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 노인은 마치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주위의 구름과 안개가 천천히 그의 곁을 감돌며 마치 그의 호흡과 함께 위로 용솟음치는 듯했다. 소위 도를 따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 장면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때 뒤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태권도 도복을 입은 남자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황송한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사고가 났습니다!”“선생님의 마지막 제자 이택성이 대하에서 살해를 당했습니다!”“어!?”노인이 손을 흔들자 주위에 있던 구름과 안개가 갑자기 터지더니 마치 보이지 않는 공기폭탄이 그의 뒤로 번지는 것 같았다. 주변에 있던 새들은 이때 모두 흔들려 땅에 떨어졌고 수많은 나뭇잎이 흩날렸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박영진 선생, 이미 초월적인 존재였다!“이대성 선생님이 선생님을 대하로 초대하고 싶다는 서신이 왔습니다!”“첫째, 우리 중국의 영토를 개척하기 위해!”“둘째, 이택성 선생을 대신해 복수하기 위해!”박영진 뒤에서 무릎을 꿇은 사람은 처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르르______”뒤로 무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 중턱에 전부 무릎을 꿇었다. “상성재벌이 대하의 난동을 제압하기 위해 박영진 선생님을 초청했습니다!”“선생님은 만인의 적이지만 대하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사방에서 소리가 파도처럼 물결을 일었다. 이 사람들은 전부 땅에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절을 했다. 박영진은 태권도 1인자일 뿐만 아니라 당시 중국 병부의 총교관이었다. 하지만 수년 전 유라시아 전장에서 전설의 그 분의 손에 패한 후 줄곧 속세를 떠나 수도를 했다. 이때 박영진은 눈을 번뜩이더니 한참 만에야 숨을 내쉬며 말했다. “원래 어르신은 세상을 등지고 살았어.”“하지만 내 나라 중국에 일이 생겼으니
박영진이 산에서 나와 대하로 가겠다는 소식은 상성재벌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었다. 이것은 상성재벌이 그렇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박영진 자신이 요청했기 때문이다. 대하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는 유라시아 전투에 참전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다!그 사람들에게 대하는 전설의 그 사람이 있는 한 모든 군사는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다. 누가 감히 침범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설령 박영진이 중국에서 수십 년간 총교관으로 일했다고 해도 그 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어쨌든 그 당시 그는 상대방의 수를 열 수조차 넘지 못했다! 그는 말할 것도 없고 5대 강대국의 연합군은 모두 그 한 사람의 힘에 의해 무너졌다. 그래서 박영진은 자신이 대하로 들어간다는 말을 입에 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만에 하나 이 일이 대장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 일이 커질 것이다. 무사히 대하에 들어가자 조마조마했던 박영진은 마침내 한숨을 내쉬었다. 입국하는 순간 그가 붙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가 다음으로 갈 곳은 강남 남원이지, 연경, 대구, 금정 등의 요지가 아니었다. 대장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박영진의 얼굴에는 고수의 쓸쓸한 표정이 역력했다. ……북삼성 하시 국제공항. 이대성의 주선으로 이 공항은 절반 가까이 봉쇄되었다. 공항 안은 온통 불빛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수천 명의 중국인들이 태권도 도복을 입은 채 속수무책으로 서 있었다. 공항 밖은 롤스로이스가 줄지어 있었는데, 이 장면은 얼마나 그럴싸했는지 모른다. 박영진은 귀빈 통로를 지나며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날뛴다! 너무 떠벌리고 있다!자기는 주목 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이대성은 자신을 불구덩이에 놓고 구우려고 하는 구나!“대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 중국 사람들은 박영진이 이때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모른 채
“오, 이 세 가지 물건을 모두 보내와. 특히 그 병서는 어르신이 반드시 얻어야겠어.”박영진은 흥에 겨운 표정이었다. “이 일이 끝나면 내가 이대성의 빽이니 대하에서 만난 모든 문제와 장애물들은 이 어르신이 직접 해결해줄게.” “알겠습니다! 선생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 일은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이대성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 바로 이 말이었다. 박영진이 있으니 이대성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자기 아들의 원한을 갚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남원, 곽씨 경매회……”이대성은 입가에 냉담한 빛이 떠올랐다. 그 같은 인물은 함부로 북삼성을 떠나 남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와 관련된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각 방면의 관심을 끌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박영진이 오면서 그의 조력자를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그는 수제자인 안재석이었다. 이대성은 곧바로 안재석을 상성재벌 대하 부대표의 자리에 앉혔다. ……남원. 안기천은 깍듯하게 하현 앞에 섰는데 안색이 조금 무거웠다. “하 회장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하현은 궁금해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곽씨 골동품 일 기억하시죠? 회장님 일로 곽씨 골동품은 지금 남원 골동품계에서 평판이 나빠져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좋은 일 아니야?”하현이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곽씨 골동품은 뒤에서 항성 곽씨 곽도련님이 이대로 남원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달갑지 않은지 내일 밤 경매를 준비했습니다.”“이 경매에는 원래 아무도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곽 도련님이 항성 곽씨 집안 전설의 세 가지 희대의 진귀한 보물을 내 놓았습니다.”“할아버지가 도감을 보신 후 이 일은 반드시 보고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왜냐하면 이번에 곽씨 골동품 경매에 해외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텐데 이 물건들이 해외 인사들에게 넘어가면 국보가 유실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항
“여기서 큰 국제 경매가 열린다고 오늘 누가 나한테 초대장을 줬어. 너 여기서 물건 살래?”은아는 하현이 감정을 좀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매우 궁금해했다. “구경하러만 와도 눈이 트이는 셈이지.” 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말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만약 곽씨 골동품 전설의 곽 도련님이 이 국보를 해외에 팔 뜻이 있다면, 하현은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경매장 안. 곽옥은 지금 핸드폰을 들고 깍듯하게 서 있었다. 전화 맞은편에서 싸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젯밤, 상성재벌의 이대성 대표가 직접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작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대.” “첫 대면 선물로 내가 세 물건을 상성재벌에게 보내려고 하니 네가 주선해.”곽옥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곽 도련님, 안심하세요. 이런 사소한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제가 엄선해서 뽑아놨어요. 이 세 물건을 살 만한 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를 드려놨어요!”“상성재벌이 돈만 충분하다면 그 세 가지 희대의 진귀한 물건들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이번 곽씨 골동품 경매의 목적은 곽씨 골동품의 명성을 다시 한번 알리고, 이전에 하현이 야기시킨 영향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곽씨 골동품 수중에 진귀한 물건이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상성재벌에 호의를 베푸는 것도 곽영민에게는 일석이조의 일이었다. 무슨 국보든 아니든 곽영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떠한 것보다 체면이 가장 중요했다. 누군가 남원에서 그의 체면을 구겼으니 그는 반드시 직접 되찾을 것이다. ……같은 시각, 하현과 은아는 이미 무사히 경매장에 들어왔다. 이번 경매장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고 해외 인사의 수도 적지 않았다. 하현과 은아는 상대적으로 초대장의 자리가 뒤쪽으로 물러나
이때 곽옥이 일어나 사방을 향해 손으로 진정시키며 말했다. “여러분, 조용하세요.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오늘 밤 우리 곽씨 골동품이 개최한 이 경매는 진귀한 물품 세 가지가 전부 입니다. 당인의 진적, 청화자와 병서 한 부 입니다!”“곽 도련님의 의견으로는 이 세 가지 물건이 우리 곽씨 골동품의 보물이니 따라 갈라 놓으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그래서 오늘 밤 이 세 가지 물건을 한 세트로 경매에 내 놓을까 합니다. 어떠세요!?”곽옥은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옳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안재석이 순조롭게 이 세 가지 진귀한 물건들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곽옥이 안배해 놓은 대로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일어섰다. “곽씨 골동품이 주선하는 거니 당연히 곽씨 집안의 말대로 해야죠!”“이 세 가지 희대의 진귀한 물건들은 듣기로 곽씨 골동품의 대표 보물이라고 들었는데 이 세 가지 물건이 갈라지면 너무 안타까울 거 같아요!”“세 가지 물건이 같이 있어야 소장 가치가 있지요!”“돈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물건을 사도록 합시다!”여러 사람이 맞장구 치는 말을 들으며 안재석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상성재벌 대하 부대표인데 어디 이 작은 인물들과 경매를 하며 놀 시간이 있겠는가? 한번에 물건을 손에 넣어야 시원스럽지 않겠는가? “좋은 생각이에요!”하현은 이때 두 손을 들고 찬성했다. 그는 여러 번 경매하는 것이 귀찮았다. 지금 전부 한 세트로 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될 것이다. 하현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눈치 못 챘어?”“오늘 이 경매는 이미 진작에 구매자를 골라 놓은 거야. 우리는 다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끌려온 거고.” “곽씨 골동품은 다른 사람에게 팔 생각이 없어. 이것들을 살 수 있는 집안은 오직 상성재벌뿐이야!”
상성재벌과 맞서다니?이건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다. 이 경매 가격이 거의 다 불려지자 안재석은 피켓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중국 상성재벌은 2100억!”이 말을 듣자 순간 모두가 살짝 떫은 표정을 지었다. 전에 상성재벌은 비록 강남에서 패배했지만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남원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상성재벌의 강세 때문에 아무도 크게 떠벌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일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지금 강력한 세력의 상성재벌이 직접 경매에 나서자 장내에는 아무도 경쟁자가 없었다. 그리고 손을 들었던 사람들도 목적을 달성하고는 전부 깔끔하게 퇴장했다!현장에 있는 각 대표들은 안재석을 쳐다보며 하나같이 탄식하는 표정이었다. “알았다. 이 사람은 상성재벌 대하 지부 이제 막 부대표의 자리에 오른 안재석이야!”“듣기로 그는 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의 수제자라던데!”“중국에 있는 안씨 집안이면 대 가문이잖아!”누군가 안재석의 신분을 알아보자 지금 더욱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상성재벌 대하 지부 부대표! 이 신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컸다.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보고 안재석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곧 곽옥이 미소를 지으며 전장을 휙 둘러보았다. “2100억 하나!”“둘!”셋을 외치려는 순간 냉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900억!”이 순간 곽옥은 멍해졌다. 안재석도 멍해졌다. 모두가 멍해졌다. 이런 자리에서 누가 감히 안재석과 상성재벌의 적수가 될 수 있단 말인가?순식간에 경매장 맨 뒤 자리로 시선이 쏠렸다. 은아도 지금 멍해졌다. 값을 부른 사람은 바로 하현이었기 때문이다!“뭐? 너야!”곽옥은 한눈에 하현을 알아보았다. 이 자리에서 또 하현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이 순간 곽옥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현이 그에게 준 트라우마가 너무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