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이 산에서 나와 대하로 가겠다는 소식은 상성재벌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었다. 이것은 상성재벌이 그렇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박영진 자신이 요청했기 때문이다. 대하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는 유라시아 전투에 참전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다!그 사람들에게 대하는 전설의 그 사람이 있는 한 모든 군사는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다. 누가 감히 침범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설령 박영진이 중국에서 수십 년간 총교관으로 일했다고 해도 그 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어쨌든 그 당시 그는 상대방의 수를 열 수조차 넘지 못했다! 그는 말할 것도 없고 5대 강대국의 연합군은 모두 그 한 사람의 힘에 의해 무너졌다. 그래서 박영진은 자신이 대하로 들어간다는 말을 입에 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만에 하나 이 일이 대장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 일이 커질 것이다. 무사히 대하에 들어가자 조마조마했던 박영진은 마침내 한숨을 내쉬었다. 입국하는 순간 그가 붙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가 다음으로 갈 곳은 강남 남원이지, 연경, 대구, 금정 등의 요지가 아니었다. 대장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박영진의 얼굴에는 고수의 쓸쓸한 표정이 역력했다. ……북삼성 하시 국제공항. 이대성의 주선으로 이 공항은 절반 가까이 봉쇄되었다. 공항 안은 온통 불빛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수천 명의 중국인들이 태권도 도복을 입은 채 속수무책으로 서 있었다. 공항 밖은 롤스로이스가 줄지어 있었는데, 이 장면은 얼마나 그럴싸했는지 모른다. 박영진은 귀빈 통로를 지나며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날뛴다! 너무 떠벌리고 있다!자기는 주목 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이대성은 자신을 불구덩이에 놓고 구우려고 하는 구나!“대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 중국 사람들은 박영진이 이때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모른 채
“오, 이 세 가지 물건을 모두 보내와. 특히 그 병서는 어르신이 반드시 얻어야겠어.”박영진은 흥에 겨운 표정이었다. “이 일이 끝나면 내가 이대성의 빽이니 대하에서 만난 모든 문제와 장애물들은 이 어르신이 직접 해결해줄게.” “알겠습니다! 선생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 일은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이대성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 바로 이 말이었다. 박영진이 있으니 이대성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자기 아들의 원한을 갚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남원, 곽씨 경매회……”이대성은 입가에 냉담한 빛이 떠올랐다. 그 같은 인물은 함부로 북삼성을 떠나 남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와 관련된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각 방면의 관심을 끌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박영진이 오면서 그의 조력자를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그는 수제자인 안재석이었다. 이대성은 곧바로 안재석을 상성재벌 대하 부대표의 자리에 앉혔다. ……남원. 안기천은 깍듯하게 하현 앞에 섰는데 안색이 조금 무거웠다. “하 회장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하현은 궁금해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곽씨 골동품 일 기억하시죠? 회장님 일로 곽씨 골동품은 지금 남원 골동품계에서 평판이 나빠져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좋은 일 아니야?”하현이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곽씨 골동품은 뒤에서 항성 곽씨 곽도련님이 이대로 남원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달갑지 않은지 내일 밤 경매를 준비했습니다.”“이 경매에는 원래 아무도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곽 도련님이 항성 곽씨 집안 전설의 세 가지 희대의 진귀한 보물을 내 놓았습니다.”“할아버지가 도감을 보신 후 이 일은 반드시 보고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왜냐하면 이번에 곽씨 골동품 경매에 해외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텐데 이 물건들이 해외 인사들에게 넘어가면 국보가 유실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항
“여기서 큰 국제 경매가 열린다고 오늘 누가 나한테 초대장을 줬어. 너 여기서 물건 살래?”은아는 하현이 감정을 좀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매우 궁금해했다. “구경하러만 와도 눈이 트이는 셈이지.” 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말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만약 곽씨 골동품 전설의 곽 도련님이 이 국보를 해외에 팔 뜻이 있다면, 하현은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경매장 안. 곽옥은 지금 핸드폰을 들고 깍듯하게 서 있었다. 전화 맞은편에서 싸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젯밤, 상성재벌의 이대성 대표가 직접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작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대.” “첫 대면 선물로 내가 세 물건을 상성재벌에게 보내려고 하니 네가 주선해.”곽옥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곽 도련님, 안심하세요. 이런 사소한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제가 엄선해서 뽑아놨어요. 이 세 물건을 살 만한 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를 드려놨어요!”“상성재벌이 돈만 충분하다면 그 세 가지 희대의 진귀한 물건들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이번 곽씨 골동품 경매의 목적은 곽씨 골동품의 명성을 다시 한번 알리고, 이전에 하현이 야기시킨 영향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곽씨 골동품 수중에 진귀한 물건이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상성재벌에 호의를 베푸는 것도 곽영민에게는 일석이조의 일이었다. 무슨 국보든 아니든 곽영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떠한 것보다 체면이 가장 중요했다. 누군가 남원에서 그의 체면을 구겼으니 그는 반드시 직접 되찾을 것이다. ……같은 시각, 하현과 은아는 이미 무사히 경매장에 들어왔다. 이번 경매장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고 해외 인사의 수도 적지 않았다. 하현과 은아는 상대적으로 초대장의 자리가 뒤쪽으로 물러나
이때 곽옥이 일어나 사방을 향해 손으로 진정시키며 말했다. “여러분, 조용하세요.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오늘 밤 우리 곽씨 골동품이 개최한 이 경매는 진귀한 물품 세 가지가 전부 입니다. 당인의 진적, 청화자와 병서 한 부 입니다!”“곽 도련님의 의견으로는 이 세 가지 물건이 우리 곽씨 골동품의 보물이니 따라 갈라 놓으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그래서 오늘 밤 이 세 가지 물건을 한 세트로 경매에 내 놓을까 합니다. 어떠세요!?”곽옥은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옳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안재석이 순조롭게 이 세 가지 진귀한 물건들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곽옥이 안배해 놓은 대로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일어섰다. “곽씨 골동품이 주선하는 거니 당연히 곽씨 집안의 말대로 해야죠!”“이 세 가지 희대의 진귀한 물건들은 듣기로 곽씨 골동품의 대표 보물이라고 들었는데 이 세 가지 물건이 갈라지면 너무 안타까울 거 같아요!”“세 가지 물건이 같이 있어야 소장 가치가 있지요!”“돈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물건을 사도록 합시다!”여러 사람이 맞장구 치는 말을 들으며 안재석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상성재벌 대하 부대표인데 어디 이 작은 인물들과 경매를 하며 놀 시간이 있겠는가? 한번에 물건을 손에 넣어야 시원스럽지 않겠는가? “좋은 생각이에요!”하현은 이때 두 손을 들고 찬성했다. 그는 여러 번 경매하는 것이 귀찮았다. 지금 전부 한 세트로 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될 것이다. 하현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눈치 못 챘어?”“오늘 이 경매는 이미 진작에 구매자를 골라 놓은 거야. 우리는 다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끌려온 거고.” “곽씨 골동품은 다른 사람에게 팔 생각이 없어. 이것들을 살 수 있는 집안은 오직 상성재벌뿐이야!”
상성재벌과 맞서다니?이건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다. 이 경매 가격이 거의 다 불려지자 안재석은 피켓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중국 상성재벌은 2100억!”이 말을 듣자 순간 모두가 살짝 떫은 표정을 지었다. 전에 상성재벌은 비록 강남에서 패배했지만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남원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상성재벌의 강세 때문에 아무도 크게 떠벌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일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지금 강력한 세력의 상성재벌이 직접 경매에 나서자 장내에는 아무도 경쟁자가 없었다. 그리고 손을 들었던 사람들도 목적을 달성하고는 전부 깔끔하게 퇴장했다!현장에 있는 각 대표들은 안재석을 쳐다보며 하나같이 탄식하는 표정이었다. “알았다. 이 사람은 상성재벌 대하 지부 이제 막 부대표의 자리에 오른 안재석이야!”“듣기로 그는 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의 수제자라던데!”“중국에 있는 안씨 집안이면 대 가문이잖아!”누군가 안재석의 신분을 알아보자 지금 더욱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상성재벌 대하 지부 부대표! 이 신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컸다.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보고 안재석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곧 곽옥이 미소를 지으며 전장을 휙 둘러보았다. “2100억 하나!”“둘!”셋을 외치려는 순간 냉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900억!”이 순간 곽옥은 멍해졌다. 안재석도 멍해졌다. 모두가 멍해졌다. 이런 자리에서 누가 감히 안재석과 상성재벌의 적수가 될 수 있단 말인가?순식간에 경매장 맨 뒤 자리로 시선이 쏠렸다. 은아도 지금 멍해졌다. 값을 부른 사람은 바로 하현이었기 때문이다!“뭐? 너야!”곽옥은 한눈에 하현을 알아보았다. 이 자리에서 또 하현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이 순간 곽옥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현이 그에게 준 트라우마가 너무
“헉!”장내는 모두 깜짝 놀라 숨을 헐떡였고, 다들 하현을 불가사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너무 미쳤다!이런 자리에서 감히 상성재벌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니?이것은 물건을 뺏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상성재벌과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이 사람 정말 미쳤네!오늘 그가 살아서 경매장을 나갈 수 있을까?“참나! 너 죽으려고 작정했어!”안재석은 화가 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중국에서 말 한마디 거역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인물이었고, 여태껏 감히 그의 뜻을 거역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그의 날뛰는 성격을 키우게 했다. 그런데 오늘 이 작은 경매장에서 누군가 자신을 겨냥하다니?지금 이 순간 안재석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게다가 원래 계획대로라면 2100억에 이 희대 진귀한 물건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녀석 때문에 거의 세 배에 가까운 가격을 내야 했다! 비록 안재석의 돈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이것이 그가 부대표가 된 후 첫 임무라는 점이었다. 첫 임무에서 세 배의 가격을 지불하면 그가 앞으로 상성재벌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어떻게 지내겠는가?“5100억!”이때 안재석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먼 곳에 있는 하현을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5900억!”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가격을 부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 중국사람들은 다 똑같네. 뻐기기는 좋아하면서 또 인색하네.”“이런 자리에서 고작 한번에 200억만 올리다니?”“한번에 1000억, 2000억은 못 올리나?”“풉______”중국인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안재석은 이때 하현의 말에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하지만 문제는 하현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현은 한 번에 800억씩 올리는 데 안재석은 한번에 200억씩만 올렸다. 확실히 너무 옹색했다. 게다가 만약 이때 그가 홧김에 6700억, 7700억을 불렀다가 이 놈
곽옥의 설명을 들으며 설은아는 얼굴이 ‘쓱’하고 창백해졌다. 그녀는 곽씨 골동품과 상성재별이 서로 결탁해 구매자를 내정했다는 것은 진작부터 눈치챘다. 그러나 하현이 도중에 끼어들고 난 후 곽씨 골동품이 이렇게 뻔뻔하게 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경매가 낙찰 되고 난 후에 단위가 달러라고 말 하다니?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오늘 밤 홈 그라운드는 항성 곽씨 집안이고 맞수는 상성재벌인데 어떻게 상대하기가 쉽겠는가? “단위가 달러라니, 누가 그래?”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그랬어. 곽씨 골동품은 내 거야. 그러니 결국 해석하는 권한도 당연히 내 손에 있지. 내가 무슨 단위로 값을 매기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야. 기분 나쁘다고 나를 물려고 그러는 거야?”이때 키가 크고 수척한 흰 양복을 입은 한 사람이 무대 뒤에서 나왔다.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하현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를 만났을 때 곽옥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빠른 걸음으로 건너가 말했다. “곽 도련님!”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 “곽 도련님? 항성 곽씨 집안, 곽영민?”곽영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 바로 나야. 이 분은 분명 우리 곽씨 골동품을 망하게 만든 하현 하 고문이겠지?”“하 고문, 너 오늘 밤 여기가 내 홈 그라운드인 걸 알면서도 감히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용기가 대단하구나!”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오는데 무슨 용기가 필요해?”“확실히 필요가 없었겠지. 근데 모든 건 경매 규정을 따라야 해. 지금 네가 물건을 샀으니 돈을 내 놔야겠지?”“만약 내놓지 못하면 우리는 네 다리를 부러뜨려 경매에 부칠 거야. 아무도 너를 대신해서 나서는 사람은 없을 거야.”곽영민은 겉으로는 유순하나 속은 검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현은 담담하게 웃었다. “역시 항성 도령의 수법은 교활하기 짝이 없네!”“아마 내가 값을 부르는 순간부터 곽 도령이 나를 위해 이 서프라이
은아가 화를 내기도 전에 하현은 벌써 한 발짝 앞서 나가며 차갑게 말했다. “꺼져!”곽영민은 눈을 치켜 뜨며 하현을 쳐다보고 말했다. “왜? 화 났어? 내가 너희들에게 한 가지 선택권을 준 것도 아니고 너희들 마음대로 먼저 선택하라고 했잖아.” 하현은 갑작스레 곽영민을 발로 차 땅에 엎어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나는 네 여동생을 선택할게!”곽영민의 잘 생긴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하현이 감히 이런 자리에서도 손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얼굴에는 흉악한 냉소가 떠올랐다. “하씨,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여자는 어르신이 가지고 놀기로 결정했어! 너는 지킬 수 없어!”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너 다시 한 번 말해봐!”곽영민은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이 여자는 내가 찜 했다고!”“퍽!”하현이 곽영민을 발로 걷어 차자 그는 그대로 날아갔다. 이번 움직임은 바깥 사람들을 불러들였고, 곽영민의 경호원들은 전부 뛰어 들어왔다. 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하현, 충동적으로 굴지 마.”은아는 놀랐다. 이번에는 와서 사고 치지 않기로 했는데 또 사고가 났다. 이때 곽영민의 경호원들 몇 명이 돌진해 들어왔는데 이 사람들은 하현의 손 아래 반 걸음도 건너오지 못했다. 잠시 후 곽영민은 하현에게 밟혔다. “하씨, 네가 날 때리다니 대단하네. 하지만 네가 감히 날 죽일 수 있겠어?”곽영민의 얼굴에는 광란의 미소가 가득했다. “넌 감히 할 수 없어!”“만약 내가 여기서 죽으면 네 가족, 네 친구, 네가 아는 모든 사람 전부가 나를 위해 순장 당할 거야!”“네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나는 반드시 널 죽일 거야!”“하현, 어떻게 할 거야!?”하현은 곽영민의 목을 조르더니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곽영민을 응시하다가 잠시 후 손을 뿌리치며 곽영민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오늘 밤 경매에 온 목적은 세 가지 국보와 특별한 병서를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