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도련님, 이 놈을 폐물로 만들어 주세요!”공지명 뒤에 서 있던 일행들은 하나같이 살기가 등등한 얼굴로 하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방금 하현이 뺨 두 대를 때린 것은 당지우의 얼굴을 때린 것일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얼굴을 때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것은 도발이었다. 당지우는 얼굴을 감싸며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공 도련님, 보셨죠? 이 녀석이 너무 날뛰어요!”“이 사람이 도련님 앞에서 제 뺨을 때렸어요!”“이건 공 도련님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거예요!”“너무 난폭한데다 치루 공씨 가문은 전혀 안중에도 없어요!”이때 당지우는 계속 부추겼고, 목적은 바로 공지명이 하현을 완전히 짓밟게 하는 것이었다. 공지명은 손을 흔들며 군중들을 자제시켰고 하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네. 배짱이 있어. 나는 광기를 부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어. 그런데 너처럼 이 정도로 날뛰는 사람을 본 적은 없어. 나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아직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거든!”“나도 군말하지 않을게!”“너 스스로 손 하나, 발 하나 자르고, 20억만 남겨두면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만약 네가 동의가 안되면 사람을 불러도 좋아. 만약 우리를 놀래 킬 수 있다면 내가 무릎 꿇고 절을 할게!”“우리를 놀래 키지 못하면 사지가 부러지게 될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공지명은 평온한 기색이었고 보기에 조금의 노여움도 없어 보였지만 그의 말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멸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남원 전체는 물론 심지어 강남 전역에까지 그에게 밟힐 것 같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했다! 하리와 사람들은 이렇게 된 것을 보고 기뻐했다. 그들의 눈에 하현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 손 한 발? 20억?”하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네가 뭔데?”공지명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뭐 좋은 물건은 아니지만 내가 화가 나면 네가 뒷감당을 하지
에드워드 병원 전체가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전화 맞은 편에서 공문수도 자연히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방금 웃음거리로 보았던 당지우와 사람들도 이때 식은땀을 흘리며 온몸이 멍해졌다. 그들은 때려 죽여도 하현이 이 정도까지 날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당지우와 하리 등 이 사람들은 그의 안중에 없었다. 임기석도 안중에 없었다. 사람들을 놀래 킬 공지명의 신분조차도 전혀 안중에 없었다. 하현의 전화를 듣고 이 사람들은 잠시 반응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은 하현이 공문수에게 직접 전화를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부잣집 도련님들은 하나같이 분노하며 온몸을 떨었다. 그들은 줄곧 사람들을 밟아왔으니 언제 밟힌 적이 있었겠는가? 이때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하현에게 난도질을 하려고 달려들었다. 하현 이 사람들은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담담하게 말했다. “공씨, 방금 뭐라고 그랬어? 잘 못 들었어!”전화 맞은 편에서 공문수는 다소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저희 집안에 공지명이라는 사람은 없어요. 하고 싶으신 대로 마음껏 하세요.”이 말을 마치고 공문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감히 전화를 끊지 못했다. 하현은 공지명 옆쪽에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공 도련님, 공씨가 너를 그의 조카로 인정을 하면 네 손발을 전부 다 잘라 버릴 거야. 만약 그가 너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내가 손발을 하나씩 자를게. 어때?”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 마치 대수롭지 않은 아주 사소한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때 그는 극도로 냉담한 아우라를 뿜어댔다. 공지명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그는 자연히 듣고는 알아차렸다. 전화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큰 아버지, 치루 공씨 가문의 강남 최강자, 강남 2인자 공문수였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공문수는 하현의 전화를 끊을 용기가 없었다……이 분, 도대체
다음 순간, 공지명은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하현을 바라보며 이 사이로 말을 내뱉었다.“죄송합니다. 제……제 잘못이에요……”잘못했다니!?이 말을 듣고 당지우와 사람들은 놀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다. 공지명은 어떤 사람인가?그와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은 남원에 와서 며칠 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밟아 죽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 눈 앞에 있는 하씨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고?설마, 이 하씨가 무슨 대단한 데가 있단 말인가?비할 데 없이 날뛰던 당지우는 이때 눈동자에 불안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잘못한 줄 알겠어?”이때 무릎을 꿇고 있는 공지명을 바라보며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네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겠어?”이 말을 듣고 공지명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우는 것 보다 더 보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들 보고 있듯이 지금 공지명은 자신의 이를 악물고 있었다. 방금 메시지에는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 하현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공문수가 직접 그를 때려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공지명은 하현의 정체를 짐작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큰 아버지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을 보니 눈 앞의 이 사람의 신분이 낮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주기에 충분했다. 이때 공지명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을게요. 빽 믿고 업신여기지도 않을게요!”“제 다리를 부러뜨리시는 건 좋습니다. 저는 입 다물고 있을 뿐 아니라 진심으로 따르겠습니다!”“만족스러우셨으면 좋겠습니다!”하현은 이평욱을 한번 쳐다 보았다. 이평욱은 앞으로 나와 바로 공지명의 왼손을 부러뜨렸다. 방금 한 손 한 발을 자르겠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어찌 봐줄 수 있겠는가?곧 하현과 이평욱은 부상당한 수사반장들을 데리고 병원 입구로 갔다. 이 과정에서 제멋대로 날뛰던 당지우도 감히 막을 수 없었다. 바깥에 종합병원 구급차 몇 대가 와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은 이대성이었다. 상성재벌 대하 전권 대표. 대하 경내에서 그는 상성재벌의 생살지권을 쥐고 있어 말 한 마디로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표정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죽었다고!?자기 아들이 죽었다고?비록 그렇게 아끼는 아들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친자식인데 남쪽에 시장을 개척하러 갔다가 하루 만에 죽다니?“폐물!”한참 뒤에야 이대성은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때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욕실 옆 문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이택성과 거의 비슷했지만 훨씬 더 의젓하고 기품이 있었다. 이때 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아버지, 조의를 표합니다.”“제멋대로 행동하다간 조만간 일이 생길 거 같다고 택성이한테 제가 진작에 말했었어요.”“그 날 일찍 온 것뿐이에요. 아버지께서도 생각이 있으시니 이미 예상하고 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컥______”갑자기 욕조에 있던 이대성이 갑자기 손을 뻗어 금테를 끼고 있는 녀석의 목을 조르며 감정이 없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택수, 넌 사생아일 뿐이야. 택성이가 죽었다고 해도 너는 상석에 앉을 수 없어!”“아버지, 저도 아버지 아들이에요.”이택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택성이가 이미 죽었다는 걸 알았으니 너는 만약 내가 죽으면 대가 끊어진다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해.”“퍽______”이대성은 옆에 있던 이택수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일 처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게. 택성이를 죽인 사람을 순장시켜.”“8대 천왕 세 사람을 데리고 가. 만약 이렇게 해도 해결하지 못하면 돌아올 필요 없어.”이택수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이때 그는 일어서며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이대성을 보며 말했다. “아버지, 만약 제가 상대를 해결할 수 있다면요?”“그럼 너는 그 때부터 부대표가 되는 거지.”이대성은 마치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는 듯 냉담한 표정이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기개가 꺾인 느낌이었다. 한때 제멋대로 날뛰던 박동희는 지금 하현 앞에서 반 마디도 제멋대로 내뱉을 용기가 없었다. 하현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상성재벌과 그는 개인적인 원한은 없었지만 상성재벌은 남원에 있는 미국 최가의 자산을 가져갔고 그는 이를 허락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자산들은 모두 남원 국민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그 자산들을 어떻게 돌려받을지 고민 중이었고, 지금 상성재벌의 새 책임자가 왔으니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 장소.”하현도 군소리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고문님께서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이 도련님은 여전히 금지산장에서 뵙고 싶어하십니다.” 박동희는 긴장한 듯 했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건너갈게. 기다려.”전화를 끊고 나서야 하현은 변백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범아, 30분 후에 금지산장에 갈 거니까 준비해.”“네!”전화 맞은편에서 변백범은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 집을 나서는데 은아가 궁금해하는 얼굴로 물었다. “여보, 이렇게 늦게 나가서 뭐 하려고?”하현이 웃었다. “롤스로이스 수속 절차를 다 마쳤거든. 내가 가서 증명서 받아 가지고 올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오늘 밤 우리 같이 드라이브 가자.”“응.”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30분 후, 하현은 금지산장 입구에 나타났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박동희는 깍듯이 금지산장으로 손님들을 모셨고, 갑자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팔방의 창문과 문이 차여서 부서졌다. 그리고 난 뒤 앞뒤로 태권도 도복을 입은 남자 이백 명이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전부 검은띠를 두르고 있었고 맨주먹이었지만 하나같이 살기가 등등해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안겨 주었다. 이 장면을 보자 하현은 웃었다. “이게 상성재벌이 손님을 대접하는 방법인가?”곁에 있던 박동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 고문님, 용서해주세요. 새로 온
그는 바로 이택수였다. 원래 이택수는 자신의 못된 동생을 밟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유능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의 하현은 비범한 기품이 있었지만, 너무 어려서 사실 특별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남원 관청 고문이라는 직책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택수와 같은 사람들의 눈에는 대하 관청의 고문이라고 해도, 아니면 강남 관청의 고문이라고 해도 눈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쓸모없는 동생은 정말 폐물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8대 천왕 중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이런 사람조차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 된다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이때 이택수는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이 도련님이 말씀하실 때 무릎 꿇고 대답해야 한다는 걸 몰라?”하현의 냉담한 표정을 보고 세 명의 중년 남자들 중 한 사람이 이때 앞으로 나서며 하현을 노려보고 꾸짖었다. 하현은 그를 외면한 채 이택수를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이택성의 아버지야? 아니면 형이야?”걸어 나온 중년 남성은 안색이 변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씨, 그런 말이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야? 죽고 싶어!”다른 중년의 두 남자도 위협적인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천왕으로 불리는 것은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데다 실력이 뛰어난 태권도 고수이기 때문이다. 이때 하현을 보자 그들은 모두 이 놈을 발로 차 말끔히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김 숙부, 충동적으로 굴지 마세요.”이택수는 손사래를 치고는 하현을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내 이름은 이택수야. 이택성의 큰형이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별로 안 닮았네. 그 사람 보다는 똑똑해 보이네.”이택수는 하현의 이 말에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다른 건 상관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택성의 큰 형이긴 하지만 그는 적자고 나는 사생아이기 때문에 그의 신분과는 비교가 안 돼.”“이것 때문
이때 박동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 고문님, 사실 우리 이 도련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세요.”“하지만 도련님은 친구를 사귀고 싶으신 거예요. 친구를 넘기기만 하면 이택성을 죽인 일은 없던 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남원에 있는 상성재벌과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예요!” “우리 상성재벌이 일류가문을 만들려고 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박동희가 말을 하는 동안 소위 천왕 세 명과 몇 명의 여 비서들은 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 같은 사람은 신분이 조금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데릴남편이 된 이상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 이택수 도련님이 제시한 조건이 이렇게 좋으니 똑똑한 사람이라면 분명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것이다. 그냥 경비원 한 명일 뿐 아닌가?경비원의 목숨으로 이번 일을 해결한다면 무수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이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은 절을 하고 주공이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택수의 회유 수법에 이 사람들도 이견이 없었다. 어쨌든 이택수는 사생아이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그의 성격과 신분에 부합했다. “우리 이 도련님이 지난 일들을 따지지 않으신다니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겠어?”하현이 인기척이 없자 3대 천왕 중 한 사람이 이때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심지어 하현을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지난 일을 따지지 않는 다고?”하현이 웃었다. “너희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나는 아직 이 일에 대해 너희들과 정확히 계산을 하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이 무슨 지난 날들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는 거야?”“너무 웃기네.”“계산을 한다고?”3대 천왕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얼굴로 하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도련님이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니 놓치지 마.”“사람을 내주고, 무릎을 꿇어!”“이렇게 하면
분명 말 속뜻을 들여다보면 이택수가 하현을 잡아 먹은 것이었다. 그의 예쁜 여 비서들은 하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는데 곧 자기 집안 이 도련님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남자를 어디다 써먹겠는가? 이택수의 압박에 하현은 흥분하며 말했다. “너는 내가 네가 베푸는 소위 기회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혹시 너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네가 나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이택수는 미소를 지었다. “하 고문, 나는 너를 건드릴 생각이 없어. 하지만 어떤 사람들, 어떤 세력들은 너 같이 보잘것없는 고문이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 “가장 좋은 건 건드리지 않는 거야. 이게 너를 위해 좋을 거야.”이택수는 자신의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택성을 죽인 하현 이 놈을 이용해 이대성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하현을 때려 눕혔을 것이다. “두 가지야……”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첫째, 나 하현이 말하는 데 이택성은 죽어 마땅하므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거야.” “둘째, 기왕 네가 왔으니 날이 밝기 전에 대하에 있는 미국 최가의 자산을 모두 내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상성재벌을 밟아 자산을 가지고 올 거야.”이택수의 얼굴에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으며 말했다. “상성재벌을 짓밟겠다고?”“하늘이 너에게 배짱을 줬구나?”이 말을 듣고 그 몇 명의 아름다운 여 비서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이택수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는데 세자가 무슨 이런 일을 만난 적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상성재벌을 대할 때 깍듯이 대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공손했다. 얼마나 순진하고, 얼마나 무지하고, 얼마나 오만한 사람이어야 상성재벌을 밟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현이 웃었다. “보아하니, 내가 직접 나서야겠네.”“이 도련님, 이 놈은 너무 뻐기네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직접 손을 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