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로 이택수였다. 원래 이택수는 자신의 못된 동생을 밟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유능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의 하현은 비범한 기품이 있었지만, 너무 어려서 사실 특별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남원 관청 고문이라는 직책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택수와 같은 사람들의 눈에는 대하 관청의 고문이라고 해도, 아니면 강남 관청의 고문이라고 해도 눈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쓸모없는 동생은 정말 폐물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8대 천왕 중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이런 사람조차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 된다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이때 이택수는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이 도련님이 말씀하실 때 무릎 꿇고 대답해야 한다는 걸 몰라?”하현의 냉담한 표정을 보고 세 명의 중년 남자들 중 한 사람이 이때 앞으로 나서며 하현을 노려보고 꾸짖었다. 하현은 그를 외면한 채 이택수를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이택성의 아버지야? 아니면 형이야?”걸어 나온 중년 남성은 안색이 변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씨, 그런 말이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야? 죽고 싶어!”다른 중년의 두 남자도 위협적인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천왕으로 불리는 것은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데다 실력이 뛰어난 태권도 고수이기 때문이다. 이때 하현을 보자 그들은 모두 이 놈을 발로 차 말끔히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김 숙부, 충동적으로 굴지 마세요.”이택수는 손사래를 치고는 하현을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내 이름은 이택수야. 이택성의 큰형이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별로 안 닮았네. 그 사람 보다는 똑똑해 보이네.”이택수는 하현의 이 말에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다른 건 상관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택성의 큰 형이긴 하지만 그는 적자고 나는 사생아이기 때문에 그의 신분과는 비교가 안 돼.”“이것 때문
이때 박동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 고문님, 사실 우리 이 도련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세요.”“하지만 도련님은 친구를 사귀고 싶으신 거예요. 친구를 넘기기만 하면 이택성을 죽인 일은 없던 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남원에 있는 상성재벌과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예요!” “우리 상성재벌이 일류가문을 만들려고 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박동희가 말을 하는 동안 소위 천왕 세 명과 몇 명의 여 비서들은 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 같은 사람은 신분이 조금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데릴남편이 된 이상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 이택수 도련님이 제시한 조건이 이렇게 좋으니 똑똑한 사람이라면 분명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것이다. 그냥 경비원 한 명일 뿐 아닌가?경비원의 목숨으로 이번 일을 해결한다면 무수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이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은 절을 하고 주공이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택수의 회유 수법에 이 사람들도 이견이 없었다. 어쨌든 이택수는 사생아이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그의 성격과 신분에 부합했다. “우리 이 도련님이 지난 일들을 따지지 않으신다니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겠어?”하현이 인기척이 없자 3대 천왕 중 한 사람이 이때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심지어 하현을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지난 일을 따지지 않는 다고?”하현이 웃었다. “너희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나는 아직 이 일에 대해 너희들과 정확히 계산을 하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이 무슨 지난 날들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는 거야?”“너무 웃기네.”“계산을 한다고?”3대 천왕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얼굴로 하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도련님이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니 놓치지 마.”“사람을 내주고, 무릎을 꿇어!”“이렇게 하면
분명 말 속뜻을 들여다보면 이택수가 하현을 잡아 먹은 것이었다. 그의 예쁜 여 비서들은 하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는데 곧 자기 집안 이 도련님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남자를 어디다 써먹겠는가? 이택수의 압박에 하현은 흥분하며 말했다. “너는 내가 네가 베푸는 소위 기회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혹시 너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네가 나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이택수는 미소를 지었다. “하 고문, 나는 너를 건드릴 생각이 없어. 하지만 어떤 사람들, 어떤 세력들은 너 같이 보잘것없는 고문이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 “가장 좋은 건 건드리지 않는 거야. 이게 너를 위해 좋을 거야.”이택수는 자신의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택성을 죽인 하현 이 놈을 이용해 이대성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하현을 때려 눕혔을 것이다. “두 가지야……”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첫째, 나 하현이 말하는 데 이택성은 죽어 마땅하므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거야.” “둘째, 기왕 네가 왔으니 날이 밝기 전에 대하에 있는 미국 최가의 자산을 모두 내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상성재벌을 밟아 자산을 가지고 올 거야.”이택수의 얼굴에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으며 말했다. “상성재벌을 짓밟겠다고?”“하늘이 너에게 배짱을 줬구나?”이 말을 듣고 그 몇 명의 아름다운 여 비서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이택수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는데 세자가 무슨 이런 일을 만난 적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상성재벌을 대할 때 깍듯이 대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공손했다. 얼마나 순진하고, 얼마나 무지하고, 얼마나 오만한 사람이어야 상성재벌을 밟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현이 웃었다. “보아하니, 내가 직접 나서야겠네.”“이 도련님, 이 놈은 너무 뻐기네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직접 손을 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지금 너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게. 10분 안에 그 경비원을 넘겨 주고 스스로 손발 하나씩 자르면 내가 목숨만은 살려줄게!”“10분이 지나도 여전히 독선적으로 굴면서 내가 매정하다고 탓하지 마!”말을 마치고 이택수는 소파에 혼자 앉아 다리를 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예쁜 여 비서가 이택수를 바라볼 때 눈에 붉은 별이 떠 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전설의 거물, 전설의 포악한 회장이다! 이것을 보고 전술 전력을 세운다고 하는 것이다. 오직 나만이 왕이다!대조적으로 하현은 가난하고 촌스러운 폐물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보니까 너는 네 죽은 동생보다 조금 똑똑한 거 같네. 적어도 너는 나를 상대할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지를 아는 거 보니……” 이택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가 아니야. 너는 한 사람이고, 우리 쪽은 이백 명이야. 네가 천명을 불러도 우리 쪽은 여전히 이백 명이 있을 거야.”“그렇구나. 그럼 네 뜻대로 해줄게.”하현은 웃었다.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천명의 형제들을 들여 보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이게 상대방이 요구하는 거야.”하현이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 몇몇 아름다운 여 비서들은 연신 냉소를 터뜨렸다. 잘난 척 하기는! 계속 잘난 척이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여태 허세를 부리다니, 죽는 게 두렵지 않나? 3대 천왕이 동시에 앞으로 달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무릎 꿇지 않고 뭐해!” 이백 몇 명의 태권도 검은 띠 고수들은 사납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타타타______”바로 이때 금지산장 밖에서 빽빽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들은 더할 나위 없이 가지런했고 밤이라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대문을 걷어찼다. “뭐야!?”이택수 등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쳐다보았다. 보자 마자 그들은 온
이택수는 대하에서 오랫동안 그럭저럭 지내왔었다. 무슨 연경의 네 도련님, 대구의 여섯 세자도 다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현이 이렇게 대단하다면 분명 명성이 자자해야 할 텐데 자료를 조사했을 때는 자료가 적었다. 새까맣게 모인 사람들 틈에서 그는 한 줄기 그림자를 보았다. 변백범!?강남 길바닥의 새로운 왕, 변백범!?비록 상성재벌은 이전에 강남 쪽과 접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강남에 진출하기 전 상성재벌 쪽에서는 강남 거물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봤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그들은 새로운 왕 변백범을 가장 중시했었다. 상성재벌의 계획대로라면 이 분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관계를 맺어야 했다. 강남 길바닥의 지원만 있으면 상성재벌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분 전설의 길바닥 새로운 왕 변백범은 천명을 데리고 하현을 도우러 왔고 깍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택수는 하현을 다시 주시해서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하에는 15억 명이 있고 인재가 넘쳐나는 데 어찌 너희 중국 땅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겠니……”“방금 나한테 기회를 준 것을 봐서 나도 지금 너희들에게 기회를 줄게.”“무릎 꿇고, 절해. 그럼 죽지 않을 거야!”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변백범도 냉소하며 말했다. “못 들었어? 무릎 꿇고 절하라고. 그럼 죽지는 않는다고!”이때 천 명의 사람들은 이백 명을 에워쌌고 하나같이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백 명의 태권도 고수들이 상대가 될 수 있을까? 무릎을 꿇으라고?절을 하라고?3대 천왕은 안색이 안 좋아졌다. 만약 평소 누군가 감히 이렇게 그들에게 말을 했다면 그들은 진작에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오히려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얼굴이 굳어있었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확실히 그들에게 무릎을 꿇게 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성재벌의 대하 천왕인데 어떻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무릎을 꿇으면
이택수는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고 이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______”“항복할게!”“우리를 죽이지 마!”이택수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중국 태권도 고수들은 이때 하나같이 ‘툭툭툭’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자신들은 악의가 전혀 없다는 듯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잘 훈련된 천 명의 건달들에게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살수 있다면 무릎 꿇고 항복하는 게 또 뭐 어떤가?하현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변백범은 순간 사람들을 데리고 우르르 달려들어 중국의 소위 고수들을 묶기 시작했다. 기세 등등한 상성재벌은 이때 이택수와 그의 몇몇 예쁜 여 비서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현!”“너 너무 사람을 업신여기지 마!”“나는 어쨌든 상성재벌의 이 대표 아들이고 상성재벌 전체에서 내로라하는 거물이야!”“나는 너 같은 사람에게 모욕을 받을 사람이 아니야!”이택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일종의 중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현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무릎 꿇고 말해.”“무릎을 꿇고 말하라고!?”이택수는 완전히 격노했고 이때 화가 치밀어 웃음이 나왔다.“하씨, 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보잘것없는 남원, 하찮은 강남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하 전체를 본다고 하더라도 누가 이택수를 무릎 꿇게 할 수 있겠어?”“없지!”“설령 있다 하더라도 우리 대 중국은 모욕을 당할 수 없어!”비록 하현 쪽에는 사람이 많고 세력이 컸지만 이택수는 절대적인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10여년 전 중국에서 군 복무를 할 때 일찍이 중국 태권도 1인자의 문하생으로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백 명의 적을 상대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스로 혈로를 돌파해 나가는 것도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그 동안 상성재벌에서 권력 다툼을 벌이며 얻은 자신감이었다. 원래 이택수는 자신을 폭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택수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얼굴이 빨갛게 부어 올랐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그는 중국에서 문무를 겸비한 유명한 천재! 거기다 중국 태권도 1인자의 마지막 제자! 상성재벌 대하 대표의 아들! 어느 신분으로 보나 그는 천지를 놀라게 할 큰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현 앞에서 그는 물에 빠진 개처럼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만약 하현이 어떤 전설적인 수단으로 그를 상대했다면 이택수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현은 지금 손바닥만 썼다는 것이다. 이택수의 솜씨가 얼마나 화려하든, 공세가 얼마나 무서웠든 하현은 뺨만 때렸을 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택수는 아무리 해봐야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퍽______”또 뺨을 때리니 이택수가 다시 날아갔다. “자, 대 중국에서 온 거물아, 나한테 말해 봐.”“뭐가 모욕을 받지 않는 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 이른바 모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우스갯소리와 같았다. 하현은 뺨을 때리고 또 때렸다. 이택수는 하늘 아래서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얼굴은 부어올라 사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특히 그 아름다운 여 비서들은 이택수가 남미에서 온 경호원의 머리를 발로 차서 터뜨린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것이 어떠한 전력인가?그런데 하현 앞에서 어떻게 죽은 개처럼 된 거지?“퍽______”마지막으로 뺨을 내리쳤을 때 이택수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번에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일어나지 못했고 계속 피를 토했을 뿐이었다. 하현은 냉담하게 그의 앞으로 가서 또 뺨을 때렸다. 이번에 이택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오만함, 무슨 자존심, 무슨 모욕을 받지 않는다고 했던 것은 이때 연기처럼 사라졌다. 한 세대의 큰 고수이자 태권도 1인자의 마지막 제자가 이때 ‘툭’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때, 때리지 마세요……”“제가 잘못했습니다…
스마트 밸리 아래층, 분홍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 옆에는 여위고 훤칠한 사람이 앞쪽에 기대어 있었고 오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목례를 했다. 많은 여자들이 그를 백마 탄 왕자로 꼽았다. 잠시 후 요괴급 미녀가 스마트 밸리에서 나왔다. 하현을 보자 은아는 약간 얼떨떨한 기색이었다. 이 사람이 자기의 그 데릴남편인가?하현은 은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즉시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두 사람이 차에 올라타자 롤스로이스는 시동을 걸었고 놀라 눈이 동그레졌다. 차 안에서 하현은 은아에게 증명서 몇 장을 건넸다. “자료는 여기에 다 있어.”은아는 의아한 얼굴로 증명서를 받아 몇 번 살펴보더니 특히 위에 자기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하며 말했다. “그 이택성이 정말 이렇게 말한 대로 해준 거야? 서류를 잘 처리했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택성은 철이 없지만 이택수라고 형이 하나 있거든. 그 놈은 철이 잘 들었어.”은아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오늘 밤 비즈니스 모임에 가서 계약 얘기를 할 건데 내 운전기사가 돼줘.”“좋아. 내가 모시고 갈게.”아내가 자기에게 운전기사가 되어달라고 하니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번화한 거리를 질주하던 롤스로이스는 잠시 후 강변의 술집 거리에 다다랐고 마침내 황실이라는 술집 입구에 멈춰 섰다. “너희들 이런 데서 사업 이야기를 하는 거야?”하현은 이곳을 보면서 조금 의아해했다. 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고객은 항성에서 온 큰 도련님이래. 듣기로 항성 네 도련님들 중 한 사람의 수하에 있는 사람이래.” “항성의 네 도련님?”하현은 처음 들어봤다.“항성의 네 도련님은 항성의 4대 최정상 가문의 후계자인데 말하자면 좀 재미있어. 항성 이씨 집안의 후계자, 하민석이라는 사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