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박동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 고문님, 사실 우리 이 도련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세요.”“하지만 도련님은 친구를 사귀고 싶으신 거예요. 친구를 넘기기만 하면 이택성을 죽인 일은 없던 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남원에 있는 상성재벌과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예요!” “우리 상성재벌이 일류가문을 만들려고 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박동희가 말을 하는 동안 소위 천왕 세 명과 몇 명의 여 비서들은 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 같은 사람은 신분이 조금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데릴남편이 된 이상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 이택수 도련님이 제시한 조건이 이렇게 좋으니 똑똑한 사람이라면 분명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것이다. 그냥 경비원 한 명일 뿐 아닌가?경비원의 목숨으로 이번 일을 해결한다면 무수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이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은 절을 하고 주공이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택수의 회유 수법에 이 사람들도 이견이 없었다. 어쨌든 이택수는 사생아이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그의 성격과 신분에 부합했다. “우리 이 도련님이 지난 일들을 따지지 않으신다니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겠어?”하현이 인기척이 없자 3대 천왕 중 한 사람이 이때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심지어 하현을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지난 일을 따지지 않는 다고?”하현이 웃었다. “너희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나는 아직 이 일에 대해 너희들과 정확히 계산을 하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이 무슨 지난 날들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는 거야?”“너무 웃기네.”“계산을 한다고?”3대 천왕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얼굴로 하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도련님이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니 놓치지 마.”“사람을 내주고, 무릎을 꿇어!”“이렇게 하면
분명 말 속뜻을 들여다보면 이택수가 하현을 잡아 먹은 것이었다. 그의 예쁜 여 비서들은 하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는데 곧 자기 집안 이 도련님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남자를 어디다 써먹겠는가? 이택수의 압박에 하현은 흥분하며 말했다. “너는 내가 네가 베푸는 소위 기회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혹시 너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네가 나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이택수는 미소를 지었다. “하 고문, 나는 너를 건드릴 생각이 없어. 하지만 어떤 사람들, 어떤 세력들은 너 같이 보잘것없는 고문이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 “가장 좋은 건 건드리지 않는 거야. 이게 너를 위해 좋을 거야.”이택수는 자신의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택성을 죽인 하현 이 놈을 이용해 이대성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하현을 때려 눕혔을 것이다. “두 가지야……”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첫째, 나 하현이 말하는 데 이택성은 죽어 마땅하므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거야.” “둘째, 기왕 네가 왔으니 날이 밝기 전에 대하에 있는 미국 최가의 자산을 모두 내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상성재벌을 밟아 자산을 가지고 올 거야.”이택수의 얼굴에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으며 말했다. “상성재벌을 짓밟겠다고?”“하늘이 너에게 배짱을 줬구나?”이 말을 듣고 그 몇 명의 아름다운 여 비서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이택수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는데 세자가 무슨 이런 일을 만난 적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상성재벌을 대할 때 깍듯이 대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공손했다. 얼마나 순진하고, 얼마나 무지하고, 얼마나 오만한 사람이어야 상성재벌을 밟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현이 웃었다. “보아하니, 내가 직접 나서야겠네.”“이 도련님, 이 놈은 너무 뻐기네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직접 손을 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지금 너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게. 10분 안에 그 경비원을 넘겨 주고 스스로 손발 하나씩 자르면 내가 목숨만은 살려줄게!”“10분이 지나도 여전히 독선적으로 굴면서 내가 매정하다고 탓하지 마!”말을 마치고 이택수는 소파에 혼자 앉아 다리를 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예쁜 여 비서가 이택수를 바라볼 때 눈에 붉은 별이 떠 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전설의 거물, 전설의 포악한 회장이다! 이것을 보고 전술 전력을 세운다고 하는 것이다. 오직 나만이 왕이다!대조적으로 하현은 가난하고 촌스러운 폐물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보니까 너는 네 죽은 동생보다 조금 똑똑한 거 같네. 적어도 너는 나를 상대할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지를 아는 거 보니……” 이택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가 아니야. 너는 한 사람이고, 우리 쪽은 이백 명이야. 네가 천명을 불러도 우리 쪽은 여전히 이백 명이 있을 거야.”“그렇구나. 그럼 네 뜻대로 해줄게.”하현은 웃었다.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천명의 형제들을 들여 보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이게 상대방이 요구하는 거야.”하현이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 몇몇 아름다운 여 비서들은 연신 냉소를 터뜨렸다. 잘난 척 하기는! 계속 잘난 척이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여태 허세를 부리다니, 죽는 게 두렵지 않나? 3대 천왕이 동시에 앞으로 달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무릎 꿇지 않고 뭐해!” 이백 몇 명의 태권도 검은 띠 고수들은 사납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타타타______”바로 이때 금지산장 밖에서 빽빽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들은 더할 나위 없이 가지런했고 밤이라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대문을 걷어찼다. “뭐야!?”이택수 등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쳐다보았다. 보자 마자 그들은 온
이택수는 대하에서 오랫동안 그럭저럭 지내왔었다. 무슨 연경의 네 도련님, 대구의 여섯 세자도 다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현이 이렇게 대단하다면 분명 명성이 자자해야 할 텐데 자료를 조사했을 때는 자료가 적었다. 새까맣게 모인 사람들 틈에서 그는 한 줄기 그림자를 보았다. 변백범!?강남 길바닥의 새로운 왕, 변백범!?비록 상성재벌은 이전에 강남 쪽과 접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강남에 진출하기 전 상성재벌 쪽에서는 강남 거물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봤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그들은 새로운 왕 변백범을 가장 중시했었다. 상성재벌의 계획대로라면 이 분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관계를 맺어야 했다. 강남 길바닥의 지원만 있으면 상성재벌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분 전설의 길바닥 새로운 왕 변백범은 천명을 데리고 하현을 도우러 왔고 깍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택수는 하현을 다시 주시해서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하에는 15억 명이 있고 인재가 넘쳐나는 데 어찌 너희 중국 땅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겠니……”“방금 나한테 기회를 준 것을 봐서 나도 지금 너희들에게 기회를 줄게.”“무릎 꿇고, 절해. 그럼 죽지 않을 거야!”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변백범도 냉소하며 말했다. “못 들었어? 무릎 꿇고 절하라고. 그럼 죽지는 않는다고!”이때 천 명의 사람들은 이백 명을 에워쌌고 하나같이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백 명의 태권도 고수들이 상대가 될 수 있을까? 무릎을 꿇으라고?절을 하라고?3대 천왕은 안색이 안 좋아졌다. 만약 평소 누군가 감히 이렇게 그들에게 말을 했다면 그들은 진작에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오히려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얼굴이 굳어있었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확실히 그들에게 무릎을 꿇게 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성재벌의 대하 천왕인데 어떻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무릎을 꿇으면
이택수는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고 이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______”“항복할게!”“우리를 죽이지 마!”이택수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중국 태권도 고수들은 이때 하나같이 ‘툭툭툭’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자신들은 악의가 전혀 없다는 듯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잘 훈련된 천 명의 건달들에게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살수 있다면 무릎 꿇고 항복하는 게 또 뭐 어떤가?하현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변백범은 순간 사람들을 데리고 우르르 달려들어 중국의 소위 고수들을 묶기 시작했다. 기세 등등한 상성재벌은 이때 이택수와 그의 몇몇 예쁜 여 비서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현!”“너 너무 사람을 업신여기지 마!”“나는 어쨌든 상성재벌의 이 대표 아들이고 상성재벌 전체에서 내로라하는 거물이야!”“나는 너 같은 사람에게 모욕을 받을 사람이 아니야!”이택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일종의 중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현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무릎 꿇고 말해.”“무릎을 꿇고 말하라고!?”이택수는 완전히 격노했고 이때 화가 치밀어 웃음이 나왔다.“하씨, 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보잘것없는 남원, 하찮은 강남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하 전체를 본다고 하더라도 누가 이택수를 무릎 꿇게 할 수 있겠어?”“없지!”“설령 있다 하더라도 우리 대 중국은 모욕을 당할 수 없어!”비록 하현 쪽에는 사람이 많고 세력이 컸지만 이택수는 절대적인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10여년 전 중국에서 군 복무를 할 때 일찍이 중국 태권도 1인자의 문하생으로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백 명의 적을 상대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스로 혈로를 돌파해 나가는 것도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그 동안 상성재벌에서 권력 다툼을 벌이며 얻은 자신감이었다. 원래 이택수는 자신을 폭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택수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얼굴이 빨갛게 부어 올랐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그는 중국에서 문무를 겸비한 유명한 천재! 거기다 중국 태권도 1인자의 마지막 제자! 상성재벌 대하 대표의 아들! 어느 신분으로 보나 그는 천지를 놀라게 할 큰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현 앞에서 그는 물에 빠진 개처럼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만약 하현이 어떤 전설적인 수단으로 그를 상대했다면 이택수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현은 지금 손바닥만 썼다는 것이다. 이택수의 솜씨가 얼마나 화려하든, 공세가 얼마나 무서웠든 하현은 뺨만 때렸을 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택수는 아무리 해봐야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퍽______”또 뺨을 때리니 이택수가 다시 날아갔다. “자, 대 중국에서 온 거물아, 나한테 말해 봐.”“뭐가 모욕을 받지 않는 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 이른바 모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우스갯소리와 같았다. 하현은 뺨을 때리고 또 때렸다. 이택수는 하늘 아래서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얼굴은 부어올라 사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특히 그 아름다운 여 비서들은 이택수가 남미에서 온 경호원의 머리를 발로 차서 터뜨린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것이 어떠한 전력인가?그런데 하현 앞에서 어떻게 죽은 개처럼 된 거지?“퍽______”마지막으로 뺨을 내리쳤을 때 이택수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번에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일어나지 못했고 계속 피를 토했을 뿐이었다. 하현은 냉담하게 그의 앞으로 가서 또 뺨을 때렸다. 이번에 이택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오만함, 무슨 자존심, 무슨 모욕을 받지 않는다고 했던 것은 이때 연기처럼 사라졌다. 한 세대의 큰 고수이자 태권도 1인자의 마지막 제자가 이때 ‘툭’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때, 때리지 마세요……”“제가 잘못했습니다…
스마트 밸리 아래층, 분홍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 옆에는 여위고 훤칠한 사람이 앞쪽에 기대어 있었고 오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목례를 했다. 많은 여자들이 그를 백마 탄 왕자로 꼽았다. 잠시 후 요괴급 미녀가 스마트 밸리에서 나왔다. 하현을 보자 은아는 약간 얼떨떨한 기색이었다. 이 사람이 자기의 그 데릴남편인가?하현은 은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즉시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두 사람이 차에 올라타자 롤스로이스는 시동을 걸었고 놀라 눈이 동그레졌다. 차 안에서 하현은 은아에게 증명서 몇 장을 건넸다. “자료는 여기에 다 있어.”은아는 의아한 얼굴로 증명서를 받아 몇 번 살펴보더니 특히 위에 자기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하며 말했다. “그 이택성이 정말 이렇게 말한 대로 해준 거야? 서류를 잘 처리했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택성은 철이 없지만 이택수라고 형이 하나 있거든. 그 놈은 철이 잘 들었어.”은아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오늘 밤 비즈니스 모임에 가서 계약 얘기를 할 건데 내 운전기사가 돼줘.”“좋아. 내가 모시고 갈게.”아내가 자기에게 운전기사가 되어달라고 하니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번화한 거리를 질주하던 롤스로이스는 잠시 후 강변의 술집 거리에 다다랐고 마침내 황실이라는 술집 입구에 멈춰 섰다. “너희들 이런 데서 사업 이야기를 하는 거야?”하현은 이곳을 보면서 조금 의아해했다. 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고객은 항성에서 온 큰 도련님이래. 듣기로 항성 네 도련님들 중 한 사람의 수하에 있는 사람이래.” “항성의 네 도련님?”하현은 처음 들어봤다.“항성의 네 도련님은 항성의 4대 최정상 가문의 후계자인데 말하자면 좀 재미있어. 항성 이씨 집안의 후계자, 하민석이라는 사
은아는 앞으로 나와 미녀들과 악수를 나눈 뒤 미소를 지으며 소개를 했다. “여기는 제 남편 하현이에요.”“여보, 내가 소개해 줄게.”“이 분은 항성 이씨 집안의 이보배 큰 아가씨야. 이 아가씨는 항성 이씨 집안의 방계이긴 하지만 능력이 아주 뛰어나 이번에 특별히 우리 남원에 와서 시장을 개척하시려고 하셔……”“이 분은 항성 곽씨 집안의 곽연지씨……”“이 분은……”설은아는 눈 앞에 있는 미녀들은 단숨에 소개했다. 하현은 이 여자들이 항성 4대 최정상 가문이거나, 아니면 항성 4대 최정상 가문과 얽히고 설켜있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현은 특별히 이보배를 몇 번 쳐다보고는 기본적으로 이 일은 하민석의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보배가 은아를 알게 된 것은 분명 우연일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은 예의를 갖추고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현이라고 합니다.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이보배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특히 하현의 옷차림을 보고 난 후 콧방귀를 뀌며 손을 뻗을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심지어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은아씨,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연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알게 된지는 얼마 안됐지만 다들 진심으로 은아씨에게 사업을 소개해주고 싶어해요.”“근데 이런 못난 데릴남편을 데리고 나오다니요?”“우리를 무시하는 거예요?”다른 여자들도 맞장구를 치며 작은 소리로 말하며 크게 웃었다. 하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는 이런 소위 아가씨들이 자신을 깔 보고 더욱이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는 것을 자연히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내가 여기에 있으니 하현은 무슨 말을 해도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은아는 하현을 향해 미안해하는 미소를 지은 후에야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께서 저에게 사업 소개를 해주실 것을 알고 특별히 성의의 표시로 남편을 데리고 온 거예요.”“부부가 왔으니 이보다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