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는 단정하게 앉아 있는 하현을 보며 눈에서 불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기사로서 신분이 얼마나 대단한가?그런데 이 대하의 원숭이 놈이 감히 자기를 무시하다니?특히 설은아와 김연정 두 사람이 왼쪽 오른쪽에서 하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이때 에디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왜냐하면 이 두 여인은 그의 곁에 있는 임소리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진정한 양가집 규수이고 외모만 훌륭할 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때묻지 않고 아주 깨끗했다. 하지만 임소리는 예쁜 건 예쁜데 몸에서 풍겨나는 냄새가 너무 고약했다. 따로 혼자 떨어뜨려 놓고 보면 눈과 마음이 즐겁지만 설은아, 김연정과 비교해서 보면 정말로 차이가 많이 났다.에디의 눈빛을 보고 이때 다들 오늘 밤 일은 틀림없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주창현은 차가운 기색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이 데릴사위는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 같았다. 설마 그는 자기가 여기서 가장 신분이 없고 가장 지위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이렇게 감히 에디를 도발하다니?이것이 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면 뭐겠는가? 에디 곁에서 세속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 임소리가 이때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코웃음을 쳤다. “자기야, 이 사람 너무 날뛰네. 이 사람이 뜻밖에도 당신을, 아니 풍택재단을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에디는 빙긋 웃었다. 그는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어느 나라에서건 누구든 감히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데릴사위가 감히 그의 체면을 구긴단 말인가? 곧 이어 에디가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 군중 속에 숨어 있던 십여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튀어나왔고 살기가 가득 찬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듣기로 에디 선생님의 경호원들은 모두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성전 기사단에서 퇴역한 기사들이라고 하던데요!”“이 사람들의 전투력은 상당히 무서워요. 한 사람 한 사람 모
설은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계약서에 시선이 쏠리자 인상을 찡그렸다. 이미 최근 두 번이나 누군가가 제호그룹을 빼앗으려고 했었다. 이전의 대구 정가는 이미 그녀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지금의 풍택재단은 압박감이 더 컸다. “3분동안 생각할 시간을 줄게. 서명을 하든 말든 당신 마음대로 해!”“하지만 만약 사인을 하지 않으면 우리 풍택재단을 모욕한 일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추궁할 거야!”에디는 냉소했다. 그의 말에 동조라도 하는 듯 그 경호원들은 하나 둘씩 싸늘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이 사람들의 살기는 상당했고, 단순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현장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때 장내는 고요함이 극치에 달해 모두들 숨을 죽였고 감히 제대로 숨을 쉬지도 못했다. 풍택재단에 미움을 사서는 결코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모두가 지금 창백한 얼굴의 설은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직 김연정의 아름다운 눈동자만 하현에게로 향했고, 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의 여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설은아가 테이블 위에 있는 그 계약서를 집어 들려고 할 때였다. 하현이 갑자기 일어나 닥치는 대로 그 계약서를 찢어버렸다. “찍찍______”정교한 계약서는 하현에 의해 닥치는 대로 갈기갈기 찢긴 뒤 쓰레기처럼 바닥에 내던져졌다. 그리고는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제호그룹을 팔 생각이 없어.”“좋아! 아주 좋아!”이 광경을 지켜본 에디는 목소리가 얼음장같이 극도로 차가워졌다. 그의 눈에 하현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설의 하 세자라도 그들 풍택재단의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풍택재단의 얼굴을 짓밟는 격이기 때문이었다. 풍택재단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까지 됐으니 모든 것은 반드시 끝까지 싸워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지금 네가 무릎을 꿇는
하현은 이때 다른 사람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자신의 옷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이 옷은 내 아내가 나한테 선물해 준 거라 내가 좋아하는 건데.”“지금 너무 화가 나네. 그러니 내가 기회를 줄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보고 와서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보고 와서 사과를 시키라고!?”무슨 말을 해야 좋을 지 떠오르지도 않는다!하현이 이 말을 내뱉자 장내는 온통 멍해졌다. 멍하니 있다가 무려 십여 초나 지나서야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하현, 너 미쳤어? 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보고 너한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고 하다니? 네가 감히 사과를 받아 주려고?”“너 이 말이 돌면 바로 외교 분쟁이 된다는 거 몰라!”“미쳤네! 완전히 미쳤어!”“데릴사위야,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 네 뒤에 있는 하 세자라고 해도 그럴 자격이 없어!”주창현 등 사람들은 너무 놀라 곧 미칠 지경이 되었다. 특별히 주창현은 이때 후회가 되어 곧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는 2억을 위해 이런 안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만하면 됐다. 일이 일단 커지면 그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아버지라도 그의 머리 위에 감투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설은아는 어찌해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하현이 조금 신분이 있다는 것은 알았고, 하 세자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에게 무릎 꿇고 사과 하라고 하다니? 미쳤지?이때 설은아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에디는 하현이 뜻밖에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라는 말을 듣고 이때 곧 부아통이 터질 것 같았다.“대하 원숭이가 건방지게!”“너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가 어떤 사람인지
하현은 또 발을 걷어차 에디의 무릎을 바로 부러뜨렸다. 에디는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하현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퍽______”하현은 또 임소리를 앞으로 끌어당겨 뺨을 때리고는 땅바닥에 엎어뜨렸다. 뺨 한대에 임소리의 예쁜 얼굴이 일그러졌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방금 까지 위세를 떨쳤던 두 사람은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현! 너 네가 뭘 한 건지 알아?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사람들을 때리다니! 너 죽고 싶어서 그래!”“하현, 너 미쳤구나!”주창현과 정우진 두 사람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앞으로 나아가 막으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현은 담담하게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테이블 위의 양주 병을 집어 들었다. “쿵______”큰 소리와 함께 양주 병이 터졌다. 에디는 머리가 깨져 피가 흘러 내렸고 온 몸이 휘청거렸다. “누구든 한 마디만 더 하면 내가 이번에는 그 사람을 불구로 만들어 주겠어. 너희들이 말이 많을지 아니면 그의 운이 좋을지 한번 두고 보자.” 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고 가볍고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모두가 멈춰 서서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은아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전에 서울에 있을 때도 하현은 이렇게 이런 부류들과 설민혁 등 사람들을 때렸었다. 지금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재단의 사람을 만나서도 그가 가차없이 손을 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은아는 머리가 무거워 다음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순간, 하현은 오른손을 내밀어 에디의 오른쪽 뺨을 치며 말했다. “너희들 그 대사보고 빨리 와서 사과하라고 해.”에디는 허겁지겁 핸드폰을 꺼내더니 지금 전화를 걸었다. “대사님, 저예요, 에디요!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체면이 구겨졌습니다. 어떤 사람이 대사님께 와서 규정대로 사과하라고 하네요.”상대방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하현은 핸드폰을 받아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하현이 웃었다. “우리가 왜 도망가?”“나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가사 와서 사과하기를 기다릴 거야!”“……”설은아는 할 말을 잃었다. 10분도 채 안돼 임페리얼 호텔 입구에 외교 번호판을 단 고급 차 한대가 나타났다. 곧 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3층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바깥의 가지런한 구두 소리가 들리자 에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창현, 정우진 등 사람들까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곧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키가 큰 서양인들이 들이닥쳤다. 이 사람들은 안쪽에 여러 벌, 겉옷 여러 벌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 흰색 가발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두머리는 중년의 서양 남자로 딱 봐도 전쟁터에 출전한 적이 있어 보였고, 강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 로버트 자작이었다. 이 외에도 그에게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당시 유라시아 전투에 나갔을 때 동방에서 온 강대한 남자에게 겁을 먹었었다. 그래서 다시는 무기를 들 수 없었고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귀족 계층에서 그는 전설급 인물이었다. 어쨌든 그 살아있는 전설에 맞서 죽지 않은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곧 로버트를 비롯한 서양인 무리가 빠른 걸음으로 룸 안으로 뛰어 들었다. 로버트와 사람들을 본 에디는 순간 땅에서 구슬프게 부르짖었다. “존경하는 로버트 자작 각하, 제가 이렇게 두들겨 맞았으니 제발 저를 위해 정의를 세워주세요!”임소리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이 분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자작이며 진정한 귀족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자작의 부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랬다. 물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때린 이 남자를 발바닥으로 밟는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임소리의 일그러진 얼굴에 한기가 가득했다. 가까워졌다!로버트의 발걸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 곳에
무릎을 꿇고 한참이 지나서야 로버트는 숨을 돌렸다. 그는 벌벌 떨며 고개를 들고 하현을 한 번 쳐다보았다. 하현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는 또 무서워 고개를 떨궜다. “선생님……괜찮으세요?”그의 수행원들은 하현을 올려다 볼 용기조차 없어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었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별일 없는데 너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너무 날뛰네!”“감히 내 아내에게 그룹을 팔라고 강요하다니.”“또 감히 내가 좋아하는 옷을 더럽혔어.”“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나를 도발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 거지?”“아니, 아니, 아니요! 존경하는 각하, 절대 그런 뜻은 없습니다! 절대 아니에요!”로버트는 놀라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이 일은 절대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뜻일 수가 없습니다. 틀림없이 제국의 반역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제가 반드시 해명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로버트는 반쯤 무릎을 꿇고 돌아서서 풍택재단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누구야! 누가 감히 귀하신 부인에게 그룹을 팔라고 강요한 거야? 각하의 옷까지 더럽히다니!”무릎을 꿇은 수행원들도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누구야!” 이 장면은 마치 이 일을 한 사람이 대역무도한 죄를 저지른 것 같아 보였다. 모두들 거의 무의식적으로 에디에게로 시선이 갔다. 로버트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의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때 그는 힘겹게 일어나 에디의 목을 조르며 뺨을 한 대 후려쳤다. “내가 너희 풍택재단에게 몇 번이나 말했지. 대하에 와서 사업을 할 때는 대하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너희들이 감히 제국의 그런 방법을 가지고 나오다니!”“너희들 죽고 싶어도 나를 끌어 들어지는 마!”“쿵!”“퍽!”곧 로버트는 그대로 가차 없이 마구 때렸다. 결국 에디가 숨만 헐떡일 수 있을 정도가 되고 나서야 그는 식식거리며 손을 멈추었다. 땅에 주저앉은 에디는 뼈가 몇 개나 부러졌는지 모른다.
하현은 대체 정체가 뭐지!?풍택재단의 이사장이 이 정도로 그를 두려워하다니?맙소사!상상을 초월하는군!다들 하현의 신분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때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가족들은 건드리지 마. 당사자가 해명하면 그만이야. 다른 사람들은 필요 없어.”“네! 네! 제가 반드시 해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찰스는 일어나 바닥에 있는 에디를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에디, 내가 너에게 풍택재단의 대표를 맡긴 건 재단의 이익을 챙기라는 거지, 말썽을 피우라는 게 아니었어!”“너 네가 오늘 한 행동이 우리 풍택재단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히고, 심지어 우리 풍택재단을 파산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아?”에디는 땅바닥에서 부르르 떨며 말했다. “저는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무슨 근거로 저를 이렇게 압박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인정을 못하겠다고!?”찰스는 냉소하며 곧 이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분의 신분은 네가 알 자격이 없어!”이 말을 내뱉고 그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칵’ 소리와 함께 에디의 목을 짓밟았다. 에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목을 갸우뚱하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이 장면은 온 장내를 경악하게 했다. 사람이 죽었다!찰스는 하현에게 해명을 하기 위해 뜻밖에도 사람을 죽였다!아직 끝나지 않았다!이 일을 끝낸 후 찰스는 빠른 걸음으로 하현에게 다가가 다시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말했다. “존경하는 각하,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성의 표시로 풍택재단은 지금부터 정식적으로 대하 시장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각하께서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대하에 반 걸음도 들여 놓지 않겠습니다!”로버트도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각하, 저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모든 재단과 기업을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원에 와서 정당하게 사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감히
곧 찰스와 로버트는 쏜살같이 떠났다. 룸 안은 조용해졌다. 모두가 긴장했고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은 공포로 가득했다. 다들 바보가 아니었다. 하현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면 아마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말 한 마디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현은 웃으며 주창현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 “듣기로 주 책임자가 오늘 내 아내 공사장에 와서 문제를 일으켰다던데?”“그건 양정국이 특별히 승인한 개조 공사인데 배짱 좋게도 감히 멈추라고 한 거야?”주창현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분이 신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심지어 무릎을 꿇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관청 사람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그가 절대 할 수 없고 자신을 물어 죽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더 보기 흉측하게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창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선생님!”“제가 비록 당신의 정체는 모르겠지만!”“우리 관청 사람들은 우리들의 규칙이 있고, 법과 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만약 당신들의 말만을 근거로 제가 당신들의 공사를 허락해 줬다가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결과는 제가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물론 선생님께서도 감당할 수 없을 거고요!”하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감히 날 협박해?”“그럴 리가요! 저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주창현은 하현을 보고 직접 손을 대지 않았고 이때 조금 냉정해졌다. 하현이 웃었다. “기왕 네가 규칙을 지키겠다고 하니 그럼 나도 규칙을 지켜야겠네.”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양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씨, 주택 시스템의 1인자를 불러서 전에 네가 특별히 승인한 개조 공사가 규칙에 맞게 했는지 물어봐!” 하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전화 맞은 편에서 양정국은 식은땀을 흘렸다.
노부인의 말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빛으로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양 씨 가문 어른들도 냉랭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들은 노부인의 위세 아래 양유훤과 찌질한 남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만약 양유훤과 하현이 아무 성과 없이 이대로 끝난다면 양유훤은 순순히 여수혁에게 시집가게 될 테니 그들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납품권을 해결하든지, 아니면 시집을 가든지 하라구요?”하현의 얼굴에 빈정거림이 더해졌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양 씨 가문 사람들에게 떨어졌다.잠시 후 하현은 드디어 양 씨 가문 사람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오늘 아침에 양호남이 와서 양유훤을 난처하게 한 것은 스스로가 결정한 일이 아니라 노부인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저에게 3일간의 시간을 주세요. 그동안 제가 방법을 찾아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쨌든 그녀는 이대로 여수혁에게 시집을 갈 수는 없었다.“3일의 시간을 달라고?”양호남은 양유훤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우리 집안이 당면한 일이 매우 촉박하다는 건 알고 있지?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사흘 후면 무슨 사단이 나도 날 거야. 대응하기 늦어!”“당신이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치하고 말이야.”“할머니, 양유훤이 그렇게 능력이 있다면 지금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아니면 지금 깨끗하게 시집가는 걸로 결론지으면 되구요. 늦으면 일만 더 커져요!”이쯤 되자 양호남은 매서운 눈빛으로 양유훤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양호남!”양유훤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항성과 도성에서 자신에게 감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벌써 상어 밥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여기는 양 씨 가문이었다.“음, 그래. 호남이 말이 맞아. 우리가 구매한 상품들은 애초에 원가를 절약하기 위해 미리 구
”규율이요?”“양 씨 가문의 규율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설마 왕법 위에 군림할 수 있겠습니까?”하현은 노부인 앞에서 전혀 체면을 봐주는 것 없이 사실을 까발렸다.“더 이상 쓸데없는 말 다 필요없고 제가 말씀드릴 것은 이것뿐입니다.”“제가 여수혁의 얼굴을 때렸고 여수혁의 손도 부러뜨렸습니다.”“그러니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양호남은 이것을 빌미삼아 양유훤을 협박해 여수혁에게 시집보내려는 수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유훤을 집안에서 내쫓은 다음 양 씨 가문을 차지하고 싶은 그의 욕망 때문이죠!”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양호남을 흘겨보며 말했다.“양호남, 당신이 오늘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으로 할퀴려고 한 게 이런 목적 아니었어?”“무, 무슨 목적? 목적은 무슨!”“우리 할머니가 당신 같은 얼뜨기가 한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해?”“난 오로지 우리 집안의 이익을 위해 일했을 뿐이야!”양호남은 정의로 똘똘 뭉친 남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칫 까발려진 자신의 욕망을 숨기려 애썼다.“이 모든 게 다 우리 집안을 위해서라고! 어떤 이기적인 욕심도 없었어!”“내가 조금이라도 그런 이기적인 욕심을 품었다면 천벌을 받을 거야!”그러나 이 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에 앞장서서 양유훤을 옥죈 것은 바로 두 가지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는 항성과 도성에서 돌아온 양유훤이 그에게 엄청난 위협감을 준 나머지 부상에서 회복된 양제명이 양유훤을 강하게 지지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두 번째 양유훤을 여수혁에게 시집보내는 데 성공하면 페낭 무맹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분과 이치에 어긋나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큰집의 자산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이렇게 되면 양 씨 가문은 훗날 양호남의 손에 넘어갈 것임이 분명하다!그는 페낭을 넘어 남양에서 가장 유력한 거물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양호남의 말 한마디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이번 일이 우리 가문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와 오빠는 초조함을 금할 수 없었어요.”“그래서 아침 일찍 양유훤을 찾아가 페낭 무맹에 얼른 사과나 해명이라도 하라고 했어요...”“우리 사업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행동이 있을 수밖에 없었구요. 하지만 우린 양유훤에게 따끔하게 교훈을 주고 싶었어요!”“정말 우리는 진심으로 우리 가문을 위해서 한 일이에요!”“그 결과 지금 어떻게 되었죠? 양유훤은 남자를 앞세우고 힘으로 밀어붙여 우릴 때렸어요!”“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문 어른들도 함부로 때렸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완전히 우리 가문 체면을 무시한 거죠!”이에 콧등과 얼굴이 푸르덩덩하게 부은 나이 지긋한 두 남자가 얼른 나와 고개를 끄덕이며 하현이 함부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일러바쳤다.양유훤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할머니, 그게 아니에요...”“망측한 것!”노부인은 양유훤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양유훤의 허벅지를 세게 후려쳤다.“양유훤, 지난 세월 동안 넌 가족과 가문의 이익을 위해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예전에는 황실에 시집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집을 뛰쳐나가 우리 가문에 막대한 해를 끼치더니!”“이제는 얼뜨기 외지인 남자를 감싸려고 페낭 무맹한테 미움을 사?”“심지어 저 남자한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을 때리라고 했어?”“양유훤, 아주 간이 부었구나!”자신의 할머니가 내려치는 것이라 양유훤은 감히 피하지도 못하고 오롯이 지팡이를 맞으며 몸을 비틀거렸다.하현은 이를 보고 싸늘해진 눈빛으로 양유훤을 붙잡았고 노부인의 지팡이를 잡고 뿌리쳤다.“노부인, 어떻게 한쪽 말만 믿고 이러십니까?”“제가 양호남을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들이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양유훤을 끌고 가 여수혁과 억지로 결혼을 시키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돼지우리에 가두려고 했어요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