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는 단정하게 앉아 있는 하현을 보며 눈에서 불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기사로서 신분이 얼마나 대단한가?그런데 이 대하의 원숭이 놈이 감히 자기를 무시하다니?특히 설은아와 김연정 두 사람이 왼쪽 오른쪽에서 하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이때 에디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왜냐하면 이 두 여인은 그의 곁에 있는 임소리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진정한 양가집 규수이고 외모만 훌륭할 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때묻지 않고 아주 깨끗했다. 하지만 임소리는 예쁜 건 예쁜데 몸에서 풍겨나는 냄새가 너무 고약했다. 따로 혼자 떨어뜨려 놓고 보면 눈과 마음이 즐겁지만 설은아, 김연정과 비교해서 보면 정말로 차이가 많이 났다.에디의 눈빛을 보고 이때 다들 오늘 밤 일은 틀림없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주창현은 차가운 기색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이 데릴사위는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 같았다. 설마 그는 자기가 여기서 가장 신분이 없고 가장 지위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이렇게 감히 에디를 도발하다니?이것이 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면 뭐겠는가? 에디 곁에서 세속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 임소리가 이때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코웃음을 쳤다. “자기야, 이 사람 너무 날뛰네. 이 사람이 뜻밖에도 당신을, 아니 풍택재단을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에디는 빙긋 웃었다. 그는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어느 나라에서건 누구든 감히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데릴사위가 감히 그의 체면을 구긴단 말인가? 곧 이어 에디가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 군중 속에 숨어 있던 십여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튀어나왔고 살기가 가득 찬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듣기로 에디 선생님의 경호원들은 모두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성전 기사단에서 퇴역한 기사들이라고 하던데요!”“이 사람들의 전투력은 상당히 무서워요. 한 사람 한 사람 모
설은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계약서에 시선이 쏠리자 인상을 찡그렸다. 이미 최근 두 번이나 누군가가 제호그룹을 빼앗으려고 했었다. 이전의 대구 정가는 이미 그녀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지금의 풍택재단은 압박감이 더 컸다. “3분동안 생각할 시간을 줄게. 서명을 하든 말든 당신 마음대로 해!”“하지만 만약 사인을 하지 않으면 우리 풍택재단을 모욕한 일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추궁할 거야!”에디는 냉소했다. 그의 말에 동조라도 하는 듯 그 경호원들은 하나 둘씩 싸늘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이 사람들의 살기는 상당했고, 단순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현장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때 장내는 고요함이 극치에 달해 모두들 숨을 죽였고 감히 제대로 숨을 쉬지도 못했다. 풍택재단에 미움을 사서는 결코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모두가 지금 창백한 얼굴의 설은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직 김연정의 아름다운 눈동자만 하현에게로 향했고, 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의 여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설은아가 테이블 위에 있는 그 계약서를 집어 들려고 할 때였다. 하현이 갑자기 일어나 닥치는 대로 그 계약서를 찢어버렸다. “찍찍______”정교한 계약서는 하현에 의해 닥치는 대로 갈기갈기 찢긴 뒤 쓰레기처럼 바닥에 내던져졌다. 그리고는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제호그룹을 팔 생각이 없어.”“좋아! 아주 좋아!”이 광경을 지켜본 에디는 목소리가 얼음장같이 극도로 차가워졌다. 그의 눈에 하현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설의 하 세자라도 그들 풍택재단의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풍택재단의 얼굴을 짓밟는 격이기 때문이었다. 풍택재단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까지 됐으니 모든 것은 반드시 끝까지 싸워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지금 네가 무릎을 꿇는
하현은 이때 다른 사람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자신의 옷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이 옷은 내 아내가 나한테 선물해 준 거라 내가 좋아하는 건데.”“지금 너무 화가 나네. 그러니 내가 기회를 줄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보고 와서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거야!”“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보고 와서 사과를 시키라고!?”무슨 말을 해야 좋을 지 떠오르지도 않는다!하현이 이 말을 내뱉자 장내는 온통 멍해졌다. 멍하니 있다가 무려 십여 초나 지나서야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하현, 너 미쳤어? 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보고 너한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고 하다니? 네가 감히 사과를 받아 주려고?”“너 이 말이 돌면 바로 외교 분쟁이 된다는 거 몰라!”“미쳤네! 완전히 미쳤어!”“데릴사위야,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 네 뒤에 있는 하 세자라고 해도 그럴 자격이 없어!”주창현 등 사람들은 너무 놀라 곧 미칠 지경이 되었다. 특별히 주창현은 이때 후회가 되어 곧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는 2억을 위해 이런 안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만하면 됐다. 일이 일단 커지면 그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아버지라도 그의 머리 위에 감투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설은아는 어찌해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하현이 조금 신분이 있다는 것은 알았고, 하 세자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에게 무릎 꿇고 사과 하라고 하다니? 미쳤지?이때 설은아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에디는 하현이 뜻밖에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라는 말을 듣고 이때 곧 부아통이 터질 것 같았다.“대하 원숭이가 건방지게!”“너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가 어떤 사람인지
하현은 또 발을 걷어차 에디의 무릎을 바로 부러뜨렸다. 에디는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하현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퍽______”하현은 또 임소리를 앞으로 끌어당겨 뺨을 때리고는 땅바닥에 엎어뜨렸다. 뺨 한대에 임소리의 예쁜 얼굴이 일그러졌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방금 까지 위세를 떨쳤던 두 사람은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현! 너 네가 뭘 한 건지 알아?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사람들을 때리다니! 너 죽고 싶어서 그래!”“하현, 너 미쳤구나!”주창현과 정우진 두 사람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앞으로 나아가 막으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현은 담담하게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테이블 위의 양주 병을 집어 들었다. “쿵______”큰 소리와 함께 양주 병이 터졌다. 에디는 머리가 깨져 피가 흘러 내렸고 온 몸이 휘청거렸다. “누구든 한 마디만 더 하면 내가 이번에는 그 사람을 불구로 만들어 주겠어. 너희들이 말이 많을지 아니면 그의 운이 좋을지 한번 두고 보자.” 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고 가볍고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모두가 멈춰 서서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은아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전에 서울에 있을 때도 하현은 이렇게 이런 부류들과 설민혁 등 사람들을 때렸었다. 지금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재단의 사람을 만나서도 그가 가차없이 손을 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은아는 머리가 무거워 다음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순간, 하현은 오른손을 내밀어 에디의 오른쪽 뺨을 치며 말했다. “너희들 그 대사보고 빨리 와서 사과하라고 해.”에디는 허겁지겁 핸드폰을 꺼내더니 지금 전화를 걸었다. “대사님, 저예요, 에디요!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체면이 구겨졌습니다. 어떤 사람이 대사님께 와서 규정대로 사과하라고 하네요.”상대방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하현은 핸드폰을 받아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하현이 웃었다. “우리가 왜 도망가?”“나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가사 와서 사과하기를 기다릴 거야!”“……”설은아는 할 말을 잃었다. 10분도 채 안돼 임페리얼 호텔 입구에 외교 번호판을 단 고급 차 한대가 나타났다. 곧 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3층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바깥의 가지런한 구두 소리가 들리자 에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창현, 정우진 등 사람들까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곧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키가 큰 서양인들이 들이닥쳤다. 이 사람들은 안쪽에 여러 벌, 겉옷 여러 벌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 흰색 가발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두머리는 중년의 서양 남자로 딱 봐도 전쟁터에 출전한 적이 있어 보였고, 강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대사, 로버트 자작이었다. 이 외에도 그에게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당시 유라시아 전투에 나갔을 때 동방에서 온 강대한 남자에게 겁을 먹었었다. 그래서 다시는 무기를 들 수 없었고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귀족 계층에서 그는 전설급 인물이었다. 어쨌든 그 살아있는 전설에 맞서 죽지 않은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곧 로버트를 비롯한 서양인 무리가 빠른 걸음으로 룸 안으로 뛰어 들었다. 로버트와 사람들을 본 에디는 순간 땅에서 구슬프게 부르짖었다. “존경하는 로버트 자작 각하, 제가 이렇게 두들겨 맞았으니 제발 저를 위해 정의를 세워주세요!”임소리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이 분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자작이며 진정한 귀족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자작의 부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랬다. 물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때린 이 남자를 발바닥으로 밟는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임소리의 일그러진 얼굴에 한기가 가득했다. 가까워졌다!로버트의 발걸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 곳에
무릎을 꿇고 한참이 지나서야 로버트는 숨을 돌렸다. 그는 벌벌 떨며 고개를 들고 하현을 한 번 쳐다보았다. 하현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는 또 무서워 고개를 떨궜다. “선생님……괜찮으세요?”그의 수행원들은 하현을 올려다 볼 용기조차 없어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었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별일 없는데 너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너무 날뛰네!”“감히 내 아내에게 그룹을 팔라고 강요하다니.”“또 감히 내가 좋아하는 옷을 더럽혔어.”“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나를 도발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 거지?”“아니, 아니, 아니요! 존경하는 각하, 절대 그런 뜻은 없습니다! 절대 아니에요!”로버트는 놀라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이 일은 절대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뜻일 수가 없습니다. 틀림없이 제국의 반역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제가 반드시 해명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로버트는 반쯤 무릎을 꿇고 돌아서서 풍택재단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누구야! 누가 감히 귀하신 부인에게 그룹을 팔라고 강요한 거야? 각하의 옷까지 더럽히다니!”무릎을 꿇은 수행원들도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누구야!” 이 장면은 마치 이 일을 한 사람이 대역무도한 죄를 저지른 것 같아 보였다. 모두들 거의 무의식적으로 에디에게로 시선이 갔다. 로버트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의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때 그는 힘겹게 일어나 에디의 목을 조르며 뺨을 한 대 후려쳤다. “내가 너희 풍택재단에게 몇 번이나 말했지. 대하에 와서 사업을 할 때는 대하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너희들이 감히 제국의 그런 방법을 가지고 나오다니!”“너희들 죽고 싶어도 나를 끌어 들어지는 마!”“쿵!”“퍽!”곧 로버트는 그대로 가차 없이 마구 때렸다. 결국 에디가 숨만 헐떡일 수 있을 정도가 되고 나서야 그는 식식거리며 손을 멈추었다. 땅에 주저앉은 에디는 뼈가 몇 개나 부러졌는지 모른다.
하현은 대체 정체가 뭐지!?풍택재단의 이사장이 이 정도로 그를 두려워하다니?맙소사!상상을 초월하는군!다들 하현의 신분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때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가족들은 건드리지 마. 당사자가 해명하면 그만이야. 다른 사람들은 필요 없어.”“네! 네! 제가 반드시 해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찰스는 일어나 바닥에 있는 에디를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에디, 내가 너에게 풍택재단의 대표를 맡긴 건 재단의 이익을 챙기라는 거지, 말썽을 피우라는 게 아니었어!”“너 네가 오늘 한 행동이 우리 풍택재단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히고, 심지어 우리 풍택재단을 파산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아?”에디는 땅바닥에서 부르르 떨며 말했다. “저는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무슨 근거로 저를 이렇게 압박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인정을 못하겠다고!?”찰스는 냉소하며 곧 이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분의 신분은 네가 알 자격이 없어!”이 말을 내뱉고 그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칵’ 소리와 함께 에디의 목을 짓밟았다. 에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목을 갸우뚱하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이 장면은 온 장내를 경악하게 했다. 사람이 죽었다!찰스는 하현에게 해명을 하기 위해 뜻밖에도 사람을 죽였다!아직 끝나지 않았다!이 일을 끝낸 후 찰스는 빠른 걸음으로 하현에게 다가가 다시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말했다. “존경하는 각하,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성의 표시로 풍택재단은 지금부터 정식적으로 대하 시장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각하께서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대하에 반 걸음도 들여 놓지 않겠습니다!”로버트도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각하, 저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모든 재단과 기업을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원에 와서 정당하게 사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감히
곧 찰스와 로버트는 쏜살같이 떠났다. 룸 안은 조용해졌다. 모두가 긴장했고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은 공포로 가득했다. 다들 바보가 아니었다. 하현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면 아마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말 한 마디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현은 웃으며 주창현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 “듣기로 주 책임자가 오늘 내 아내 공사장에 와서 문제를 일으켰다던데?”“그건 양정국이 특별히 승인한 개조 공사인데 배짱 좋게도 감히 멈추라고 한 거야?”주창현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분이 신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심지어 무릎을 꿇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관청 사람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그가 절대 할 수 없고 자신을 물어 죽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더 보기 흉측하게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창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선생님!”“제가 비록 당신의 정체는 모르겠지만!”“우리 관청 사람들은 우리들의 규칙이 있고, 법과 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만약 당신들의 말만을 근거로 제가 당신들의 공사를 허락해 줬다가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결과는 제가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물론 선생님께서도 감당할 수 없을 거고요!”하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감히 날 협박해?”“그럴 리가요! 저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주창현은 하현을 보고 직접 손을 대지 않았고 이때 조금 냉정해졌다. 하현이 웃었다. “기왕 네가 규칙을 지키겠다고 하니 그럼 나도 규칙을 지켜야겠네.”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양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씨, 주택 시스템의 1인자를 불러서 전에 네가 특별히 승인한 개조 공사가 규칙에 맞게 했는지 물어봐!” 하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전화 맞은 편에서 양정국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