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그룹 밖. 정옥수는 퉁퉁 부은 얼굴을 감싸며 냉혹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이때 그는 살의 띤 얼굴로 차갑게 비서를 쳐다 보았다.“너 방금 왜 나를 막은 거야!”비서는 침착하게 말했다. “도련님, 우리가 남원에 오기 전에 어르신께서 분부하신 적이 있어요. 이런 일은 도련님이 직접 손을 댈 수 없을 뿐 아니라 도련님 앞에서 손을 댈 수도 없다고요.”“남원은 어쨌든 대구가 아니고, 우리 대구 정가는 여기서 우두머리가 아니에요.”“게다가 다른 10대 정상 가문 사람들도 남원에 왔잖아요. 근데 구태여 남들이 도련님을 해칠 기회를 주셔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하현 그 놈은 제가 조사해 봤어요! 그는 하 세자와 범상치 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우리가 섣불리 손을 썼다가는 낭패를 볼지도 몰라요.”“그 놈은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도련님께 손을 댈 수 있었겠어요?”비서의 말을 듣고 정옥수는 냉정을 되찾고 냉담하게 말했다. “일리가 있네. 그 놈이 감히 이 어르신을 때리다니. 바보가 아니라면 분명 뭔가 준비한 게 있을 거야. 우리가 만에 하나라도 함정에 빠지면 곤란하지.”“그와 하 세자의 관계는 한 여인을 두고 잠자리를 하는 형제들일 뿐이야! 그런데 그가 뭘 한다고 무서워해?”비서는 진지하게 말했다. “도련님, 제발 하 세자를 우습게 여기지 마세요. 제가 들은 바로는 하씨 가문의 이일해 할머니가 그 사람 때문에 항성으로 쫓겨났대요. 하민석은 지금 빅토리아 항에서 감히 나가지도 못하고 있어요.” “하 세자를 얕잡아 보면 우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그리고 또 한가지. 전설의 대장이 남원에 정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일처리를 조심해서 해야 해요!”“작은 인물, 작은 기업들은 빼앗으려면 빼앗을 수 있어요. 이제 기왕 하현이 알게 됐으니 일단 잠시 놔주는 게 좋겠어요!” 정옥수는 차갑게 말했다. “그럼 네 말은, 우
정옥수는 안색이 변했고 잠시 후 냉소하며 말했다. “기왕 최가 넷째 영감님이 오신다고 하니 그럼 우리는 잠시 풍택재단과 손을 잡고 하 세자와 천일그룹을 무너뜨리자. 그 다음 직접 내 손으로 하현을 죽이겠어!”“하 세자라는 빽이 없어지면 하현 그 폐물이 어떻게 날뛸 수 있겠어!”정옥수의 말에 한 무리의 깡패들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여러 해 동안 도련님은 해야 할 일을 여태껏 못한 적이 없었다. 보잘것없는 하현 데릴사위, 죽기를 기다려라!……미국 텍사스 주, 로키산맥. 일찍이 미국의 학자들이 연구한 바로 이 산맥은 상고 시대의 특별한 책 에서 신비감으로 가득 찬 중동산의 한 줄기 산맥이라고 하였다. 로키산맥의 한 계곡에 고풍스러워 보이는 절이 있었다. 불상을 모시지 않은 이 절에는 오직 풀로 엮어 만든 부들 방석이 있었고, 누군가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흔적이 있었다. 이맘때면 평소 미국 최가의 하인이 와서 청소를 했다. 미국 텍사스 주의 주지사는 감히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미국 최가의 가장 신비로운 어르신, 최가 넷째 영감이 수양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최가 넷째 영감은 비록 대하 사람이었지만 젊었을 때 미국 코브라 부대에서 종군했었다. 게다가 대하 사람이었던 그는 강자들이 많은 코브라 부대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냈고, 미국 펜타곤에서 유일한 대하 장군이 되었다. 하지만 이 대하 장군은 십여 년 전 전성기 때 갑자기 은퇴하였다. 은퇴 후 그는 로키산맥의 절에서 잠수한 채 더 이상 세상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오늘, 미국 최씨 집안의 후계자가 왔다. 미국 최가 세자 후보 중의 한 명인 최재천은 절 앞에서 깍듯이 향 세 다발을 바치고 절을 한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넷째 영감님, 우리 미국 최가의 나라 대하로 가는 길이 막혔습니다.”“이번에 대하로 간 사람들이 전부 전멸했습니다.”“셋째 영감님은 돌아오는 길에 살해당했습니다!”“지금 남원 최
임해는 비록 미국 최가 사람은 아니었지만 많은 상황에서 최가 넷째 영감의 대변인 노릇을 했다. 최재천은 이때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임해는 담담하게 말했다. “재천 도련님, 일단 돌아가세요. 우리 양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이번 일은 아버지가 관리하겠다고 하셨어요!”“셋째 영감을 건드린 사람은 반드시 죽을 겁니다!”“네! 감사합니다. 넷째 영감님!”최재천은 감격하는 얼굴이었다!최가 넷째 영감이 속세로 나오신다니!?최가 넷째 영감이 손을 쓰기만 하면 천일그룹은 멸망할 운명이었다!하 세자는 죽을 운명이다!왜냐하면 넷째 영감은 전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권세 또한 매우 컸기 때문에 그가 원하기만 하면 못할 일이 없었다. 곧 넷째 영감이 세상으로 나온다고 한 일이 미국 텍사스 전역에 퍼졌고 곧이어 특수한 경로를 통해 남원으로 전해졌다.전설 속의 인물인 최가 넷째 영감이 속세로 나와 남원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외부에서 온 모든 가문들과 세력들은 급변하는 정세를 느꼈다. 남원, 보아하니 하늘이 바뀔 것 같다!많은 가문들과 세력들은 한 바탕 해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이어, 넷째 영감이 속세로 내려올 정식적인 시간도 정해졌다.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남원 투자 유치회에 정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의미심장한 말이라 자세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미국 최가의 이번 소행은 복수를 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남원을 압도하려는 것 같다! ……다음날. 남원 국제 공항. 공항 전체가 완전히 비어져 있었다. 금정 김가, 대구 정가, 연경 이가 등 10대 탑 가문들이 남원의 대변인으로 왔다. 풍택재단 등 해외 세력의 대변인들도 전부 한 자리에 모였다. 평소 발을 구르며 남원을 떨게 했던 거물들도 지금 남원 국제 공항에 모여 전설의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거대한 비행기 한 대가 공항에 도착했고,
듣자 하니 이 4대 병왕들은 모두 최가 넷째 영감이 직접 데리고 온 사람들로, 그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몇 년 동안 수련을 했더니 솜씨가 이전보다 더 무서워졌다고 한다. 이전에 그 소위 텍사스 주의 챔피언이라고 불리던 두 사람은 이 코브라 부대의 병사들 앞에서는 약한 닭 수준이었다. 이 네 분이 손을 쓰면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도 천인의 훌륭한 부대를 죽일 수도 있었다. 퇴역하지 않았다면 병부의 전신이 될 자질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너무 무섭다!미국 최가의 내막을 대충 아는 사람들은 지금 떨고 있었다. “넷째 영감님, 환영합니다!”최가 넷째 영감이 나오는 것을 보자 마자 현장에 있던 대 가문들과 세력들은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대하 10대 가문의 대표들이라고 해도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 대표들은 10대 가문들의 핵심 인물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넷째 영감 앞에 설 자격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이 넷째 영감에게 뺨을 맞아 죽었다고 해도 넷째 영감의 체면을 봐서 대하 10대 가문 사람들은 흐지부지하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최가 넷째 영감의 힘이었다! 한 사람이 거의 한 가문을 압도할 수 있었다. 재산이 많아 부로 따지면 한 나라와도 견줄 만했고, 둘도 없는 권세를 가지고 있었다. 넷째 영감의 강세 앞에서는 모두들 닭과 개일 뿐이었다. 이때 남원 최가 사람들은 최재천의 지시에 따라 최가 할머니를 필두로 동시에 따라 나와 최가 넷째 영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가 할머니가 제일 먼저 비통해하며 말했다. “넷째 영감님, 반드시 이 늙은이를 대신해 주인이 되어 주세요!”“늙은이가 무능해 미국 최가의 체면을 구겼습니다!”분명 최가 할머니는 진작에 자존심을 버렸다. 노예로 들어서면서부터 그들의 등뼈는 부러졌다. 현장에 있던 남원 최가의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는 얼굴을 땅에 대고 감히 최가 넷째 영감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최가 넷째 영감은 뒷짐을
임해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버지, 안심하세요. 제가 이미 강남의 소위 뒷사람들에게 조사하라고 했으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가지고 올 거예요.”넷째 영감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제대로 조사를 하기 전에는 함부로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장군이었던 그가 어떻게 보통 사람처럼 충동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넷째 영감의 태도를 보고 이 자리에 있던 대표들은 하나 둘씩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천일그룹을 제압하는 것에 있어서 그들은 조금 두려웠고, 과장하지 않고 매일 간담이 서늘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넷째 영감이 손을 쓴다면 천일그룹은 분명 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남원의 큰 케이크를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음 투자 유치회에서 좋은 것만 챙기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남원을 위해 기여하라고?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이 사람들이 남원에 모인 것은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일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적은 오직 돈이었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 다는 말은 단순한 말뿐이 아니다. ……공항을 떠난 후 정옥수는 남원 호텔 로얄 스위트룸으로 왔다 .이때 그는 더없이 흥분해 있었다. “재미있네. 넷째 영감만 온 게 아니라 그의 수양 아들과 4대 병왕들을 모두 데리고 왔어!”“남원에서 한바탕 크게 벌일 작정인가!”“우리는 반드시 빨리 제호그룹을 손에 넣어야 해!”대구 정가의 입장에서는 남원의 충분한 자원을 통합하고 이를 발판으로 남원은 물론 강남 시장까지 전면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그리고 제호그룹은 대구 정가가 고르고 골라 뽑힌 바둑돌이었다. 어쨌든 어느 도시가 발전하기 시작할 때는 부동산이 맨 먼저 움직이게 된다. 제호그룹이 남원 부동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 대
에디의 말을 듣고 정옥수는 망설이더니 잠시 후 말했다. “자, 기왕 에디 선생님이 이렇게 입을 여셨으니 그럼 저도 대구 정가를 대표해서 동의 하겠습니다!”“하지만, 기왕 앞으로 제호그룹의 통제권을 잡으려면 이번에 제호그룹에 손을 대야 할 텐데, 귀 재단이 먼저 손을 손을 써야 하지 않겠어요?”에디는 웃으며 말했다. “정옥수 선생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우리는 진작에 다 준비를 해 놨습니다. 당신들 대하 사람들의 심리를 제가 제일 잘 압니다.”“저를 믿으세요. 제 안배에 따라 제호그룹은 곧 혼란에 빠질 겁니다!”말을 마친 뒤 에디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정옥수는 냉소를 지었다. 그의 비서는 한쪽에서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도련님, 이 풍택재단의 외국인들도 너무 경우가 없네요. 제호그룹의 통제권을 가지려고 하다니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가 그들을 대신해서 일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정옥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조급해할 것 없어.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지금 제호그룹은 천일그룹 하 세자에게 기대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게 큰 빽이 있으니 보통 사람들은 건드릴 수 없어!”“이런 상황에서 외국에서 온 바보들이 먼저 가서 어떻게 되는지 시험해 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우리는 지켜보기만 하면 돼. 그리고 나서 맨 마지막에……”여기까지 말하고 정옥수는 목을 자르는 손짓을 했다. 이런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오직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다. 풍택재단이 결국 할 수 있으면 그만이고, 만약 할 수 없다면 대구 정가가 손을 써도 개의치 않을 거야.정옥수의 말을 듣고 그의 비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 도련님이 많이 컸다. 정옥수는 와인 잔을 들고 창가로 가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제호그룹 빌딩을 보며 잠시 후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설은아, 걱정 마.”“결국 제호그룹은 내 것이 될 테니까!”“너도 내
주창현이 이번에 제호그룹의 공사장에 온 것은 설은아를 겨냥하기 위해서였다.이곳에 오기 전 그는 풍택재단의 에디를 만났다. 그 분의 뜻에 따라 그는 방법을 써서 설은아를 반드시 연회에 참석시키도록 해야 했다. 그 연회에서 풍택재단은 설은아에게 제호그룹을 내놓으라고 협박할 것이다. 전에 주창현은 설은아가 강인한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주창현은 이 기회를 틈타 요괴급 미인을 차지하고 싶어졌다. 이때 주창현은 설은아를 보며 말했다. “저 분은?”그와 다투던 감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분은 우리 제호그룹의 설은아 회장님입니다. 이곳은 다 회장님의 것입니다. 오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오실 수 있습니다!”주창현이 말했다. “이 분이 회장님이셨군요. 빨리 건너오시라고 하세요!”“이 일은 당신이 책임질 수 없으니 회장님과 얘기하겠습니다!”말을 하는 동안 주창현은 설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매우 옹졸한 사람이라 평소 권력을 이용해 여자를 위협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지금 그는 자신이 일평생 잠을 잤던 여자들을 빠짐없이 회상해 보았는데 이렇게 예쁜 여자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여자의 공사장이 마침 자기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녀를 살리기를 원하면 살릴 수 있고, 그녀를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었다!이 생각에 미치자 주창현은 설은아가 자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때 주창현은 다른 사람의 소개도 없이 머리를 손질한 뒤 설은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팀을 이끌고 공사 현장을 점검하러 온 남원 신도시 주택 시스템 2인자 주창현이라고 합니다.” 주창현은 이때 반드시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표정이었다. 동시에 그가 손을 내민 것도 설은아의 마지노선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주창현씨요?”설은아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도 부동산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찻잎 상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창현은 이 물건들을 가리키며 냉소하며 말했다. “설 회장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나 주창현은 항상 청렴결백하고, 정직하고 올곧아서 밖에서 동전 하나 가져오는 법이 없습니다!”“이런 걸로 나를 모욕하다니요!”“당신들 이 공사 당장 중지하세요. 합법적인 공사 허가를 받은 후에야 계속 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당신들 오늘 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상사에게 사실대로 보고할 겁니다. 제호그룹에서 이런 일을 하다니, 파산할 날만 기다리고 있으세요!”말이 떨어지자 마자 주창현은 기세등등하게 발길을 돌려 떠났다. 설은아는 멍해졌다. 그녀는 주창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주창현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의 스타일은 알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돌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설은아도 비즈니스 계에서 풋내기가 아니었다. 이때 그녀는 급히 따라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주 책임자님, 오해하셨어요. 그건 부하들이 물건을 잘못 가지고 온 거예요……”“이건 저희 잘못입니다. 저희가 반드시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 이 공사 허가 건은 이전에 관청과 협의한 대로 공사를 하면서 처리할게요. 목적은 여러 건물 개조 진행을 보장하면서 이주한 사람들이 가능한 빨리 새집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이건 특수한 상황이라 특수한 방법으로 처리한 거예요. 그러니 이해 좀 해주세요!”주창현은 냉소하며 말했다. “특수한 상황이라 특수한 방법으로 처리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법에 의거해서 처리하겠습니다. 당신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과는 책임져야 할 겁니다!”이때 방금 그 감독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 회장님, 절대 전기를 끊거나 공사를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우리는 최소한 몇 십억의 손해를 보게 돼요. 게다가 나중에 계속 이어서 공사를 하게 되더라도 품질과 진도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노부인의 말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빛으로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양 씨 가문 어른들도 냉랭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들은 노부인의 위세 아래 양유훤과 찌질한 남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만약 양유훤과 하현이 아무 성과 없이 이대로 끝난다면 양유훤은 순순히 여수혁에게 시집가게 될 테니 그들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납품권을 해결하든지, 아니면 시집을 가든지 하라구요?”하현의 얼굴에 빈정거림이 더해졌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양 씨 가문 사람들에게 떨어졌다.잠시 후 하현은 드디어 양 씨 가문 사람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오늘 아침에 양호남이 와서 양유훤을 난처하게 한 것은 스스로가 결정한 일이 아니라 노부인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저에게 3일간의 시간을 주세요. 그동안 제가 방법을 찾아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쨌든 그녀는 이대로 여수혁에게 시집을 갈 수는 없었다.“3일의 시간을 달라고?”양호남은 양유훤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우리 집안이 당면한 일이 매우 촉박하다는 건 알고 있지?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사흘 후면 무슨 사단이 나도 날 거야. 대응하기 늦어!”“당신이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치하고 말이야.”“할머니, 양유훤이 그렇게 능력이 있다면 지금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아니면 지금 깨끗하게 시집가는 걸로 결론지으면 되구요. 늦으면 일만 더 커져요!”이쯤 되자 양호남은 매서운 눈빛으로 양유훤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양호남!”양유훤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항성과 도성에서 자신에게 감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벌써 상어 밥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여기는 양 씨 가문이었다.“음, 그래. 호남이 말이 맞아. 우리가 구매한 상품들은 애초에 원가를 절약하기 위해 미리 구
”규율이요?”“양 씨 가문의 규율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설마 왕법 위에 군림할 수 있겠습니까?”하현은 노부인 앞에서 전혀 체면을 봐주는 것 없이 사실을 까발렸다.“더 이상 쓸데없는 말 다 필요없고 제가 말씀드릴 것은 이것뿐입니다.”“제가 여수혁의 얼굴을 때렸고 여수혁의 손도 부러뜨렸습니다.”“그러니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양호남은 이것을 빌미삼아 양유훤을 협박해 여수혁에게 시집보내려는 수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유훤을 집안에서 내쫓은 다음 양 씨 가문을 차지하고 싶은 그의 욕망 때문이죠!”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양호남을 흘겨보며 말했다.“양호남, 당신이 오늘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으로 할퀴려고 한 게 이런 목적 아니었어?”“무, 무슨 목적? 목적은 무슨!”“우리 할머니가 당신 같은 얼뜨기가 한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해?”“난 오로지 우리 집안의 이익을 위해 일했을 뿐이야!”양호남은 정의로 똘똘 뭉친 남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칫 까발려진 자신의 욕망을 숨기려 애썼다.“이 모든 게 다 우리 집안을 위해서라고! 어떤 이기적인 욕심도 없었어!”“내가 조금이라도 그런 이기적인 욕심을 품었다면 천벌을 받을 거야!”그러나 이 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에 앞장서서 양유훤을 옥죈 것은 바로 두 가지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는 항성과 도성에서 돌아온 양유훤이 그에게 엄청난 위협감을 준 나머지 부상에서 회복된 양제명이 양유훤을 강하게 지지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두 번째 양유훤을 여수혁에게 시집보내는 데 성공하면 페낭 무맹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분과 이치에 어긋나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큰집의 자산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이렇게 되면 양 씨 가문은 훗날 양호남의 손에 넘어갈 것임이 분명하다!그는 페낭을 넘어 남양에서 가장 유력한 거물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양호남의 말 한마디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이번 일이 우리 가문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와 오빠는 초조함을 금할 수 없었어요.”“그래서 아침 일찍 양유훤을 찾아가 페낭 무맹에 얼른 사과나 해명이라도 하라고 했어요...”“우리 사업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행동이 있을 수밖에 없었구요. 하지만 우린 양유훤에게 따끔하게 교훈을 주고 싶었어요!”“정말 우리는 진심으로 우리 가문을 위해서 한 일이에요!”“그 결과 지금 어떻게 되었죠? 양유훤은 남자를 앞세우고 힘으로 밀어붙여 우릴 때렸어요!”“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문 어른들도 함부로 때렸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완전히 우리 가문 체면을 무시한 거죠!”이에 콧등과 얼굴이 푸르덩덩하게 부은 나이 지긋한 두 남자가 얼른 나와 고개를 끄덕이며 하현이 함부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일러바쳤다.양유훤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할머니, 그게 아니에요...”“망측한 것!”노부인은 양유훤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양유훤의 허벅지를 세게 후려쳤다.“양유훤, 지난 세월 동안 넌 가족과 가문의 이익을 위해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예전에는 황실에 시집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집을 뛰쳐나가 우리 가문에 막대한 해를 끼치더니!”“이제는 얼뜨기 외지인 남자를 감싸려고 페낭 무맹한테 미움을 사?”“심지어 저 남자한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을 때리라고 했어?”“양유훤, 아주 간이 부었구나!”자신의 할머니가 내려치는 것이라 양유훤은 감히 피하지도 못하고 오롯이 지팡이를 맞으며 몸을 비틀거렸다.하현은 이를 보고 싸늘해진 눈빛으로 양유훤을 붙잡았고 노부인의 지팡이를 잡고 뿌리쳤다.“노부인, 어떻게 한쪽 말만 믿고 이러십니까?”“제가 양호남을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들이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양유훤을 끌고 가 여수혁과 억지로 결혼을 시키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돼지우리에 가두려고 했어요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