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수는 안색이 변했고 잠시 후 냉소하며 말했다. “기왕 최가 넷째 영감님이 오신다고 하니 그럼 우리는 잠시 풍택재단과 손을 잡고 하 세자와 천일그룹을 무너뜨리자. 그 다음 직접 내 손으로 하현을 죽이겠어!”“하 세자라는 빽이 없어지면 하현 그 폐물이 어떻게 날뛸 수 있겠어!”정옥수의 말에 한 무리의 깡패들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여러 해 동안 도련님은 해야 할 일을 여태껏 못한 적이 없었다. 보잘것없는 하현 데릴사위, 죽기를 기다려라!……미국 텍사스 주, 로키산맥. 일찍이 미국의 학자들이 연구한 바로 이 산맥은 상고 시대의 특별한 책 에서 신비감으로 가득 찬 중동산의 한 줄기 산맥이라고 하였다. 로키산맥의 한 계곡에 고풍스러워 보이는 절이 있었다. 불상을 모시지 않은 이 절에는 오직 풀로 엮어 만든 부들 방석이 있었고, 누군가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흔적이 있었다. 이맘때면 평소 미국 최가의 하인이 와서 청소를 했다. 미국 텍사스 주의 주지사는 감히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미국 최가의 가장 신비로운 어르신, 최가 넷째 영감이 수양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최가 넷째 영감은 비록 대하 사람이었지만 젊었을 때 미국 코브라 부대에서 종군했었다. 게다가 대하 사람이었던 그는 강자들이 많은 코브라 부대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냈고, 미국 펜타곤에서 유일한 대하 장군이 되었다. 하지만 이 대하 장군은 십여 년 전 전성기 때 갑자기 은퇴하였다. 은퇴 후 그는 로키산맥의 절에서 잠수한 채 더 이상 세상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오늘, 미국 최씨 집안의 후계자가 왔다. 미국 최가 세자 후보 중의 한 명인 최재천은 절 앞에서 깍듯이 향 세 다발을 바치고 절을 한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넷째 영감님, 우리 미국 최가의 나라 대하로 가는 길이 막혔습니다.”“이번에 대하로 간 사람들이 전부 전멸했습니다.”“셋째 영감님은 돌아오는 길에 살해당했습니다!”“지금 남원 최
임해는 비록 미국 최가 사람은 아니었지만 많은 상황에서 최가 넷째 영감의 대변인 노릇을 했다. 최재천은 이때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임해는 담담하게 말했다. “재천 도련님, 일단 돌아가세요. 우리 양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이번 일은 아버지가 관리하겠다고 하셨어요!”“셋째 영감을 건드린 사람은 반드시 죽을 겁니다!”“네! 감사합니다. 넷째 영감님!”최재천은 감격하는 얼굴이었다!최가 넷째 영감이 속세로 나오신다니!?최가 넷째 영감이 손을 쓰기만 하면 천일그룹은 멸망할 운명이었다!하 세자는 죽을 운명이다!왜냐하면 넷째 영감은 전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권세 또한 매우 컸기 때문에 그가 원하기만 하면 못할 일이 없었다. 곧 넷째 영감이 세상으로 나온다고 한 일이 미국 텍사스 전역에 퍼졌고 곧이어 특수한 경로를 통해 남원으로 전해졌다.전설 속의 인물인 최가 넷째 영감이 속세로 나와 남원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외부에서 온 모든 가문들과 세력들은 급변하는 정세를 느꼈다. 남원, 보아하니 하늘이 바뀔 것 같다!많은 가문들과 세력들은 한 바탕 해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이어, 넷째 영감이 속세로 내려올 정식적인 시간도 정해졌다.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남원 투자 유치회에 정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의미심장한 말이라 자세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미국 최가의 이번 소행은 복수를 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남원을 압도하려는 것 같다! ……다음날. 남원 국제 공항. 공항 전체가 완전히 비어져 있었다. 금정 김가, 대구 정가, 연경 이가 등 10대 탑 가문들이 남원의 대변인으로 왔다. 풍택재단 등 해외 세력의 대변인들도 전부 한 자리에 모였다. 평소 발을 구르며 남원을 떨게 했던 거물들도 지금 남원 국제 공항에 모여 전설의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거대한 비행기 한 대가 공항에 도착했고,
듣자 하니 이 4대 병왕들은 모두 최가 넷째 영감이 직접 데리고 온 사람들로, 그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몇 년 동안 수련을 했더니 솜씨가 이전보다 더 무서워졌다고 한다. 이전에 그 소위 텍사스 주의 챔피언이라고 불리던 두 사람은 이 코브라 부대의 병사들 앞에서는 약한 닭 수준이었다. 이 네 분이 손을 쓰면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도 천인의 훌륭한 부대를 죽일 수도 있었다. 퇴역하지 않았다면 병부의 전신이 될 자질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너무 무섭다!미국 최가의 내막을 대충 아는 사람들은 지금 떨고 있었다. “넷째 영감님, 환영합니다!”최가 넷째 영감이 나오는 것을 보자 마자 현장에 있던 대 가문들과 세력들은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대하 10대 가문의 대표들이라고 해도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 대표들은 10대 가문들의 핵심 인물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넷째 영감 앞에 설 자격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이 넷째 영감에게 뺨을 맞아 죽었다고 해도 넷째 영감의 체면을 봐서 대하 10대 가문 사람들은 흐지부지하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최가 넷째 영감의 힘이었다! 한 사람이 거의 한 가문을 압도할 수 있었다. 재산이 많아 부로 따지면 한 나라와도 견줄 만했고, 둘도 없는 권세를 가지고 있었다. 넷째 영감의 강세 앞에서는 모두들 닭과 개일 뿐이었다. 이때 남원 최가 사람들은 최재천의 지시에 따라 최가 할머니를 필두로 동시에 따라 나와 최가 넷째 영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가 할머니가 제일 먼저 비통해하며 말했다. “넷째 영감님, 반드시 이 늙은이를 대신해 주인이 되어 주세요!”“늙은이가 무능해 미국 최가의 체면을 구겼습니다!”분명 최가 할머니는 진작에 자존심을 버렸다. 노예로 들어서면서부터 그들의 등뼈는 부러졌다. 현장에 있던 남원 최가의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는 얼굴을 땅에 대고 감히 최가 넷째 영감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최가 넷째 영감은 뒷짐을
임해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버지, 안심하세요. 제가 이미 강남의 소위 뒷사람들에게 조사하라고 했으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가지고 올 거예요.”넷째 영감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제대로 조사를 하기 전에는 함부로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장군이었던 그가 어떻게 보통 사람처럼 충동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넷째 영감의 태도를 보고 이 자리에 있던 대표들은 하나 둘씩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천일그룹을 제압하는 것에 있어서 그들은 조금 두려웠고, 과장하지 않고 매일 간담이 서늘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넷째 영감이 손을 쓴다면 천일그룹은 분명 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남원의 큰 케이크를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음 투자 유치회에서 좋은 것만 챙기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남원을 위해 기여하라고?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이 사람들이 남원에 모인 것은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일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적은 오직 돈이었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 다는 말은 단순한 말뿐이 아니다. ……공항을 떠난 후 정옥수는 남원 호텔 로얄 스위트룸으로 왔다 .이때 그는 더없이 흥분해 있었다. “재미있네. 넷째 영감만 온 게 아니라 그의 수양 아들과 4대 병왕들을 모두 데리고 왔어!”“남원에서 한바탕 크게 벌일 작정인가!”“우리는 반드시 빨리 제호그룹을 손에 넣어야 해!”대구 정가의 입장에서는 남원의 충분한 자원을 통합하고 이를 발판으로 남원은 물론 강남 시장까지 전면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그리고 제호그룹은 대구 정가가 고르고 골라 뽑힌 바둑돌이었다. 어쨌든 어느 도시가 발전하기 시작할 때는 부동산이 맨 먼저 움직이게 된다. 제호그룹이 남원 부동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 대
에디의 말을 듣고 정옥수는 망설이더니 잠시 후 말했다. “자, 기왕 에디 선생님이 이렇게 입을 여셨으니 그럼 저도 대구 정가를 대표해서 동의 하겠습니다!”“하지만, 기왕 앞으로 제호그룹의 통제권을 잡으려면 이번에 제호그룹에 손을 대야 할 텐데, 귀 재단이 먼저 손을 손을 써야 하지 않겠어요?”에디는 웃으며 말했다. “정옥수 선생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우리는 진작에 다 준비를 해 놨습니다. 당신들 대하 사람들의 심리를 제가 제일 잘 압니다.”“저를 믿으세요. 제 안배에 따라 제호그룹은 곧 혼란에 빠질 겁니다!”말을 마친 뒤 에디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정옥수는 냉소를 지었다. 그의 비서는 한쪽에서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도련님, 이 풍택재단의 외국인들도 너무 경우가 없네요. 제호그룹의 통제권을 가지려고 하다니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가 그들을 대신해서 일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정옥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조급해할 것 없어.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지금 제호그룹은 천일그룹 하 세자에게 기대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게 큰 빽이 있으니 보통 사람들은 건드릴 수 없어!”“이런 상황에서 외국에서 온 바보들이 먼저 가서 어떻게 되는지 시험해 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우리는 지켜보기만 하면 돼. 그리고 나서 맨 마지막에……”여기까지 말하고 정옥수는 목을 자르는 손짓을 했다. 이런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오직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다. 풍택재단이 결국 할 수 있으면 그만이고, 만약 할 수 없다면 대구 정가가 손을 써도 개의치 않을 거야.정옥수의 말을 듣고 그의 비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 도련님이 많이 컸다. 정옥수는 와인 잔을 들고 창가로 가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제호그룹 빌딩을 보며 잠시 후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설은아, 걱정 마.”“결국 제호그룹은 내 것이 될 테니까!”“너도 내
주창현이 이번에 제호그룹의 공사장에 온 것은 설은아를 겨냥하기 위해서였다.이곳에 오기 전 그는 풍택재단의 에디를 만났다. 그 분의 뜻에 따라 그는 방법을 써서 설은아를 반드시 연회에 참석시키도록 해야 했다. 그 연회에서 풍택재단은 설은아에게 제호그룹을 내놓으라고 협박할 것이다. 전에 주창현은 설은아가 강인한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주창현은 이 기회를 틈타 요괴급 미인을 차지하고 싶어졌다. 이때 주창현은 설은아를 보며 말했다. “저 분은?”그와 다투던 감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분은 우리 제호그룹의 설은아 회장님입니다. 이곳은 다 회장님의 것입니다. 오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오실 수 있습니다!”주창현이 말했다. “이 분이 회장님이셨군요. 빨리 건너오시라고 하세요!”“이 일은 당신이 책임질 수 없으니 회장님과 얘기하겠습니다!”말을 하는 동안 주창현은 설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매우 옹졸한 사람이라 평소 권력을 이용해 여자를 위협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지금 그는 자신이 일평생 잠을 잤던 여자들을 빠짐없이 회상해 보았는데 이렇게 예쁜 여자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여자의 공사장이 마침 자기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녀를 살리기를 원하면 살릴 수 있고, 그녀를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었다!이 생각에 미치자 주창현은 설은아가 자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때 주창현은 다른 사람의 소개도 없이 머리를 손질한 뒤 설은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팀을 이끌고 공사 현장을 점검하러 온 남원 신도시 주택 시스템 2인자 주창현이라고 합니다.” 주창현은 이때 반드시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표정이었다. 동시에 그가 손을 내민 것도 설은아의 마지노선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주창현씨요?”설은아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도 부동산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찻잎 상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창현은 이 물건들을 가리키며 냉소하며 말했다. “설 회장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나 주창현은 항상 청렴결백하고, 정직하고 올곧아서 밖에서 동전 하나 가져오는 법이 없습니다!”“이런 걸로 나를 모욕하다니요!”“당신들 이 공사 당장 중지하세요. 합법적인 공사 허가를 받은 후에야 계속 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당신들 오늘 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상사에게 사실대로 보고할 겁니다. 제호그룹에서 이런 일을 하다니, 파산할 날만 기다리고 있으세요!”말이 떨어지자 마자 주창현은 기세등등하게 발길을 돌려 떠났다. 설은아는 멍해졌다. 그녀는 주창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주창현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의 스타일은 알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돌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설은아도 비즈니스 계에서 풋내기가 아니었다. 이때 그녀는 급히 따라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주 책임자님, 오해하셨어요. 그건 부하들이 물건을 잘못 가지고 온 거예요……”“이건 저희 잘못입니다. 저희가 반드시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 이 공사 허가 건은 이전에 관청과 협의한 대로 공사를 하면서 처리할게요. 목적은 여러 건물 개조 진행을 보장하면서 이주한 사람들이 가능한 빨리 새집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이건 특수한 상황이라 특수한 방법으로 처리한 거예요. 그러니 이해 좀 해주세요!”주창현은 냉소하며 말했다. “특수한 상황이라 특수한 방법으로 처리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법에 의거해서 처리하겠습니다. 당신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과는 책임져야 할 겁니다!”이때 방금 그 감독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 회장님, 절대 전기를 끊거나 공사를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우리는 최소한 몇 십억의 손해를 보게 돼요. 게다가 나중에 계속 이어서 공사를 하게 되더라도 품질과 진도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이때 설은아는 빠른 걸음으로 주창현의 뒤를 좇아가며 입을 열었다. “주 책임자님, 괜찮으시다면 오늘 밤 제가 연회를 마련해 초대하겠습니다.”“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일러 주세요!”주창현의 얼굴에는 승자의 미소가 번졌고, 역시 설은아는 낚였다. 주창현은 이때 설은아를 위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나는 당신들을 책임 있게 감시 관리하는 사람이라 당신들에게 초대를 받았다가 만약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번거롭게 될 겁니다!”“오늘 밤 마침 대형 연회가 있는데 우리 남원 주택 시스템의 리더들과 건설 업계의 새로운 신참들이 참석할 겁니다!”“설 회장님이 괜찮으시다면 같이 연회에 참석하시죠.”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왕 부동산업계의 연회인 만큼 제호그룹에게는 참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 책임자님, 잘 봐주셔서 감사 드려요. 오늘 밤 제 시간에 꼭 도착하겠습니다!”“그래요.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하면서 주창현은 주소와 번호를 남기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자기 차 앞에 도착하자 주창현은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를 사이에 두고도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에디 선생님, 분부하신 대로 했습니다!”“그 여자는 오늘 밤 연회장에 갈 겁니다!”“좋아, 잘 했어.” 전화 맞은 편에서 풍택재단의 에디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약속대로 남은 1억은 당신 계좌로 보낼게.”“오늘 밤, 너는 나한테 협조를 잘 해줘야 해. 나는 이 여자가 기꺼이 제호그룹을 나한테 넘겨줬으면 좋겠어.”주창현은 크게 아첨을 떨었다. “에디 선생님이 손을 대시면 분명 아무 것도 문제될 게 없을 겁니다.”“또 한 가지, 무리한 부탁이 한 가지 있는데요. 에디 선생님께서 들어 주실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말해봐!”에디가 차갑게 말했다. 주창현은 부끄러운 얼굴로 말했다. “에디 선생님, 이 여자는 너무 예쁘더라고요. 오늘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