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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하현이 다가오자, 슬기는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침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됐습니다."

하현은 의심 가득한 얼굴로 슬기를 몇 번 훑어보았는데, 왜 그는 오늘 슬기가 자신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하현이 어젯밤에 아주 푹 자는 동안, 슬기가 밤새도록 이리저리 뒤척이며, 만약 대표님이 와서 문을 두드린다면 문을 열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나.

그러나 하현은 목각인형과 같아 전혀 그런 뜻이 없어서, 슬기는 몹시 화가 나 하늘로 승천할 것만 같았다.

아침을 다 먹고 두 사람은 슬기의 집에 더 머물지 않았고, 슬기는 벤틀리를 몰고 하현을 하엔 그룹까지 태워다 줬다.

이때 이미 아침 9시를 넘어섰는데, 이 상권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편, 하엔 그룹 앞에는 웬일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꽃집 직원들이 그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엔 그룹의 정문을 결혼식 현장과 똑같이 꾸몄다.

원래 화가 나 있던 슬기는 차를 세우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경비원은요? 이게 무슨 난장판인가요, 우리 회사 이미지에 먹칠이나 하고. 얼른 치워요!"

이 시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위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하현도 슬기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벤틀리 뒷좌석에서 내렸지만, 지금 모두의 시선이 회사 입구에 고정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이 비서님, 아침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그 집 도련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청혼을 할 거라고 이곳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일이니 우리가 체면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저희 쪽에서도 딱히 막기가 쉽지 않은데…" 석진이 눈앞의 슬기를 바라보며 몸을 구부리고 말했다.

비록 석진이 지금은 억울하게 경비원이 되었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그는 지금 슬기를 보면서 남몰래 침을 삼켰다. 이 아름다운 여자는 권세가 대단했는데, 겨울보다 외모가 더 출중했을 뿐만 아니라, 겨울보다 더 큰 힘을 쥐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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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비서님, 당신이었군요.” 이때, 흰 수트를 입은 남자가 회사 안에서 걸어 나왔다. 아까 안에 있었는지,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달려 나왔다.슬기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이 남자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어젯밤 겨울에게 프러포즈를 실패한 민혁이었다. 슬기는 민혁이 지금 무엇을 하려는 건지 대충 눈치채 무심하게 말했다. “설민혁 씨였군요. 하지만 여기는 일 하러 오는 곳이지, 낭만을 즐기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설민혁 씨께서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만 가주세요.”“급할 필요 없어요…” 민혁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가가 떨렸다.제기랄, 하현 저 머저리는 왜 온 거지? 어딜 가든 다 있잖아! 역겨운 놈!“하현 당신 무슨 병 있어? 나 미행하는 거 아니야! 이 변태 자식!” 민혁은 하현에게 입을 열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고, 삿대질하며 그를 꾸짖었다.소리 지름과 동시에, 민혁은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다. 어젯밤 자신의 좋은 계획을 하현이 망쳤는데, 만약 이 자식이 또 와서 망친다면 끝장날 것이다.하현도 원래 민혁을 못 봤는데, 그를 본 순간 하현은 참지 못하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이 자식은 정말 짜증 나게 왜 또 하엔 그룹에 온 거지?“설민혁 씨, 여기는 하엔 그룹입니다, 당신네 SL 그룹이 아니라. 오만하고 건방지게 굴고 싶은 거면 장소를 잘못 찾으신 것 같은데요?” 민혁이 하현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슬기는 하현에게 아직 약간 화가 나 있었지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와!”슬기의 말을 듣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녀와 하현에게 꽂혔다. 이 아름다운 여자와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사이인가? 이 미녀가 남자를 두둔하고 있지 않나!민혁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났다. 슬기는 자기가 눈여겨보는 여자인데, 지금 어떤가? 하엔 그룹에서 청소나 하고 있는 하현이 슬기가 자신을 두둔하게 만들어?“설민혁 씨, 왜 또 오셨나요? 제가 분명 말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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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말을 하니, 하현은 민혁을 신경 쓰기 싫어 곧장 뒤돌아서 하엔 그룹 회사 안으로 걸어갔다.“민혁 씨가 저 사람이 자기 집안 데릴사위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그냥 회사 정문으로 들어간 거지? 게다가 바로 회사 출입증을 찍었잖아?”“설마 이 자식이 무슨 높은 신분이라도 되는 건가?”적지 않은 구경꾼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하현의 신분에 호기심을 가졌다.이 말을 듣자, 민혁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분은 무슨? 우리 집안 데릴사위는 하엔 그룹에서 청소부 일을 하고 있어요!”“청소부였구나!” 많은 사람이 깨달았다. 이 거지가 어떻게 안으로 들어갔는지 얘기하더니,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민혁이 말을 끝마치자 실실 웃으며 슬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슬기 씨, 저 머저리는 신경 쓰지 말고 기분 나빠하지 말아요. 저 자식이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망쳤으니, 오늘 밤에 다시 장소를 정해서 제대로 된 얘기를 해보는 게 어때요?”이 시각, 슬기는 어제 겨울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됐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설민혁 씨, 첫 번째로 저는 당신한테 관심이 없습니다. 두 번째, 저희는 친하지 않아요. 세 번째, 저희 회사 규정에 따르면 이런 물건들을 다 치워야 합니다. 자, 경비를 불러서 당신을 데려가게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요. 모두의 체면을 떨어뜨릴 거예요.”민혁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비서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지금 서울 전체가 다 알아요. 어젯밤에 우리 설씨 집안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신이 나 때문에 많이 질투했잖아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우리 둘은 지금 모두가 인정하는 귀여운 한 쌍이에요. 쑥스러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당신…” 슬기는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 후, 그녀는 민혁에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오히려 석진에게 달려가며 말했다. “이 물건들을 치우세요. 그리고 만약 이 사람이 안 간다면, 사람을 불러서 쫓아내세요. 한 번 쫓아낸 적 있으니 두 번도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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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오전인데, 서울 전체에 이미 소식이 퍼졌다. 설민혁 이 멍청이는 슬기한테 가서 고백을 했는데 결국 하엔 그룹에서 쫓겨났고, 하엔 그룹과 SL 그룹의 협업은 민혁 때문에 수포가 되었다.......SL 빌라.설 씨 집안 사람 모두 빌라 홀에 모여 난장판이 되었다. 설 씨 어르신은 상석에 앉아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한편, 민혁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얼굴에 띠고 두 팔을 늘어뜨려 홀 가운데에 서 있었다.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일그러진 얼굴로 민혁을 둘러싸 그를 비난하기 바빴다.“설민혁, 넌 정말 바보야!”“슬기 씨가 너한테 반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 결과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역시 넌 믿을 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오늘 밤 어떻게든 우리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해. 너는 우리 SL 그룹의 사업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 SL 그룹의 사업 평판도 망가뜨렸어!”사람들은 말할수록 화가 났다. 이 순간, 모두 눈에 불을 켜고 민혁을 잡아먹을 듯했다.“모두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 일은 분명 해결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냥 연인 사이에 일어난 말다툼일 수도 있죠. 다들 민혁이를 믿으세요!” 옆에서 동수는 불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지금 불안해하지 않을 수가 있나? 어젯밤에 민혁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겨우 오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일이 이 모양이 됐다. 자칫하면 설씨 집안이 민혁 때문에 파산할지도 모른다.그러나, 동수가 평소에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해도 지금 사람들 본인들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으니, 누가 저 부자에게 친절히 대하겠나?이 시각, 상석에 있던 설 씨 어르신은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민혁아, 나는 네가 우리 설씨 집안의 아직 숨겨져 있는 영웅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 결과는? 너는 날 아주 실망하게 했어. 말해 봐봐,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건데?”민혁은 울상을 지었다. “할아버지, 이 여자가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도 태도를 빠르게 바꿀지는 생각도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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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 뭘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이번에는 누구한테 프러포즈할 건데? 남의 대표님? 문제는 남의 대표님은 남자잖아!”사람들 중에서 누군가 이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이런 말이 나오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민혁을 비난했다. 본래 은아가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적은 금액일지라도 모두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녀석이 뛰쳐나와서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다들 궁지에 빠졌고 언제든지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만약 어르신이 자리에 없었다면 민혁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맞아! 은아가 따낸 계약만도 못하잖아!”“자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나불거리더니, 결국은? 쓰레기 자식!”“설민혁! 너 설마 다른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에 보낸 스파이는 아닐 거 아니야!”민혁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전에는 저한테 이렇게 말하지 않고 모두 저를 지지했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 사건의 피해자예요… 다들 안심하세요. 제가 있는 한, 이 일을 반드시 해결할 거예요!”“무슨 재주로 해결할 건데?”“이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만 믿고 나선다고?!”사람들은 민혁의 체면 따위 신경 안 쓰고 오히려 말을 할수록 흥분해 손찌검할 뻔했다.이때, 황급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어르신, 큰일 났어요. 우씨 집안의 우만식 어르신께서 오셨어요. 게다가 저희랑 협업 중인 다른 고객들도 전부 왔어요!”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세가 드높은, 딱 봐도 비즈니스계의 거물인 사람 몇 명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우씨 집안의 어르신 우만식이었다.“설 회장, 우리 두 집안이 어젯밤에 결정한 협업은 아무래도 취소해야겠어요!” 만식은 앞으로 걸어 나와 당연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는 친절하게 굴 생각이 없었다.안색이 살짝 어두워진 설 씨 어르신이 말했다. “우 회장, 이 협업은 어젯밤 당신이 나한테 부탁한 거예요. 어찌 그리 갑자기 취소해요?”이 순간, 백씨 집안의 백영길 어르신도 걸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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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씨 어르신, 이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격이죠!”“맞아요! 그렇게 사업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어젯밤에는 어르신들께서 초대도 없이 오시더니 이것저것 선물하시고는 본인이 직접 협업을 제안하셨잖아요. 근데 지금 하루 만에 마음 바꾸시다니! 정말 옹졸하시네요!”설 씨들의 질책을 받자, 만식과 다른 사람들은 약한 모습 보이지 않고 그에 맞섰다.설 씨 어르신은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화가 나 테이블을 한번 세게 내리치더니 소리쳤다. “됐어요, 그만 싸워요!”양쪽 사람들 모두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그는 만식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 회장, 백 회장, 이런 말까지 나왔으니 더는 뭐라 말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오랜 세월의 우정이 있으니 내 체면 살려주는 셈 치고 사흘의 시간을 주세요. 사흘 내로 내가 하엔 그룹과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협업을 취소하는 걸로 하죠, 어때요?”만식 무리는 서로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오랜 친구이니 당신들에게 사흘의 시간을 드릴게요. 그렇지만 사흘 후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땅을 주세요!”“당신들…” 설 씨 어르신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분노를 느꼈다. 이 인간들은 그 땅만 바라보고 있다.설 씨 어르신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민혁이 이런 큰일을 저질렀으니 사흘 내로 하엔 그룹의 투자를 받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그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설씨 집안은 사흘의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사람들이 웃으며 속속히 떠나는 모습을 보니, 설 씨 어르신의 눈에 이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아 보였다!이때, 구석에서 두 손을 늘어뜨리고 서 있던 민혁은 갑자기 뭔가 문득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들어 망설이더니 말했다. “할아버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누구?” 설 씨 어르신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민혁은 음흉한 눈빛으로 사

  • 재벌 사위면 될까?   126장

    설 씨 어르신의 눈이 반짝이더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할아버지는 네가 삐졌다는 걸 알아. 할아버지가 전에 너를 충분히 믿지 못했으니 여기서 너한테 사과할게. 그리고 동수랑 민혁이, 너희 둘도 얼른 은아한테 사과해!”동수와 민혁이는 서로를 힐끗 쳐다보며 어색한 기색을 띠었다. 그들은 평소에 우위에 있는 것에 익숙했으니, 은아같이 겉도는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달리할 방법이 없었다. 민혁은 깊은 한숨을 들이쉬더니 천천히 은아가 있는 방향으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은아 누나, 이번에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줘요.”고개를 숙인 순간, 민혁의 얼굴은 음흉한 기색을 띠었는데 찰나였을 뿐이라 아주 잘 감췄다.반면, 동수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은아야, 민혁이가 너에게 사과했으니, 큰 아빠도 이 자리를 빌려서 너에게 사과할게.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 큰 아빠 체면을 살려서 하엔 그룹에 한번 가볼 수 있을까?“그 놈의 체면! 당신 부자한테 무슨 체면이 있다고? 툭 하면 은아를 찾고, 툭 하면 우리 집 은아를 걷어차고, 당신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람들 속에 있던 희정이 갑자기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희정은 본래 우위에 있었기에, 이번에 은아의 투자가 빼앗겨서 그녀 역시 화를 낼 엄두만 없었을 뿐이지, 분노가 잔뜩 차올라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회를 손에 넣었으니 자연스럽게 희정은 폭발했다.“제수씨, 이러실 필요가 있을까요? 어찌 됐든 다 설씨 집안에 관한 일인데, 설마 이 작은 일 하나 때문에 설씨 집안이 파산했다고 제수씨가 잘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수가 음침하게 입을 열었다.파산 두 글자를 듣자, 희정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아왔는데, 거지가 될 바에 그녀는 차라리 죽기를 원했다.그러자, 희정도 태도를 바꾸고 머뭇거리면서 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아야, 아니면 억지로라도 제안을 받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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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 사모님께서 또 하엔 그룹 투자 안건에 관해 얘기하러 오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은 지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민혁이 왔다면 가라고 소리쳤을 텐데 은아의 신분은 특별하다 보니 막 대할 수가 없었다.“어? 또 은아가 왔다고?” 하현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설 씨 어르신은 늙은 여우 한 마리라 분명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만약 하엔 그룹과 협력할 수 없다면 설씨 집안은 망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하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은아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약해져 말했다. “이번만큼은 500억을 투자해주자…”“네?” 겨울은 깜짝 놀랐다.“계약서는 저번이랑 똑같이 해요. 설씨 집안 쪽에서 막 나간다면 우리는 바로 이 자산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 하현은 한마디 보탰다.겨울은 확신에 찬 얼굴을 보였다. 역시 대표님은 대단하시다.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설씨 집안 사람들을 갖고 놀지를 않나.“대표님, 그럼 저는 계약을 하러 가볼까요?” 겨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가르쳐줘야 해? 일단 거절하고 튕기다가 마지막 날에 마지못해 계약서에 서명하는 걸로 해…”“네, 알겠습니다.” 겨울은 허리를 굽혀 인사한 다음 재빨리 물러났다. 그녀는 은아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엄두가 없었다.“설은아 씨였군요, 이번에는 어쩐 일로 오셨을까요?” 응접실에 들어가자, 겨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아는 이렇게나 빨리 겨울을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냉큼 일어서며 말했다. “김 부장님, 이번에도 투자에 관한 일이에요. 저번에 저희 SL 그룹 쇼핑몰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제 생각에는…”겨울은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설은아 씨,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당신네 설씨 집안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실 텐데… 그쪽 설씨 집안 도련님이 저희 프런트 여직원을 희롱했습니다. 저를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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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사무실.하현은 뒷짐을 진 채 눈앞의 화면을 하나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겨울이가 일 처리를 꽤 잘하네. 때가 되면 본부장 후보에 올리겠어.”하현 뒤에 서 있던 슬기는 오늘도 머리를 흩날리고 있었는데, 이 얘기를 듣자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넘기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럼 제가 겨울 씨를 대신해서 먼저 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하겠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겨울이한테 전해줘요.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자세도 똑바로 갖춰야 한다고. 은아가 내 아내라고 과도하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이 부부관계도 얼마나 오래 갈지 몰라요…”이 말을 하며, 하현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은아에게 진심이었지만…하현 뒤에서 슬기는 앞부분의 말을 들었는지도 모른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대표님, 이… 이혼하시려고요?!”“내가 이혼한다는 게 그렇게 이상해요?” 하현은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인정할게요, 나는 지난 3년 동안 은아에게 진심이었어요. 하지만…”여기까지 말하자 하현은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 그는 원래 은아가 자신에게 호감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현은 지금 은아가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사랑은 아니고 단순한 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아지 한 마리처럼, 오래 키울수록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하지만 하현은 이 말을 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면, 자신이 반드시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현이 외로운 모습으로 작게 탄식하는 걸 보니, 슬기는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녀는 이 순간 뭐라 말할 엄두가 없었고 생각만 하다가 말했다. “대표님, 사람을 불러서 침실에 가구를 다 배치해 놨습니다. 그런데 욕실은 그렇게 빠르지 않고 인테리어 공사하는 데 며칠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오늘 밤도 잠시 저의 집에서 머무르시겠어요?”“그래요.”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힐끗 쳐다보았다. 지금 그에게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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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쉽게 정신을 잃다니! 쯧!”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발밑에 깔린 사람을 보았다.옷차림을 보아하니 모두 해골파에서는 거물급인 듯했다!그런데 결과는?그냥 슬쩍 밟았을 뿐인데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이게 정말 엄도훈이 그토록 열변을 토하며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말한 해골파인가?설마 엄도훈이 일부러 자신한테 겁을 주려고 한 건 아니겠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주위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비분강개하며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들개처럼 달려들었다.그들은 손에 총, 칼, 활, 쇠방망이 등을 쥐고 있었고 사슴을 앞에 둔 하이에나처럼 으르렁거렸다.그들의 노기가 하늘을 찌를 태세였다.이때 간민효는 차량 뒤에서 뛰쳐나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말을 하면서 동시에 그녀는 검은 사내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나 총알은 나가지 않았고 ‘차칵’하는 소리만 황망하게 들렸다.“부두목!”그리고 이때 정신을 잃었던 부두목을 본 검은 옷의 사내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포효했다!“이 개자식! 감히 우리 부두목을 저렇게 만들다니!”“죽여 버리겠어!”얼굴에 해골을 새긴 한 남자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형제들아! 이 개자식을 죽이지 않고 부두목의 복수를 되갚아 주지 않는다면 두목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어서 죽여!”사내들은 모두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고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다고 느낀 것이다.순간 그는 발밑에 힘을 꽉 주었고 발밑의 자갈들이 회오리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촤촤촤촥!”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의 몸 위로 자갈이 날아들었고 그들은 순식간에 모두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러 비명을 지르며 땅에 주저앉았다.활과 쇠방망이들은 갈 곳을 잃고 여기저기 내동댕이쳐졌다.곧이어 하현이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 앞에 다가와 손바닥을 휘갈겼다.해골파들은 안색이 급변하며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의 손놀림이 너무나 빨랐

  • 재벌 사위면 될까?   4227장

    ”풉!”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처참하기 짝이 없이 땅에 내리꽂혔고 여기저기 피가 뿜어져 나와 만신창이가 되었다.주위에는 먼지가 뿌옇게 일었고 도요타 엘파에서 나온 남자들은 하나같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었다.땅에 쓰러진 남자는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그는 하현을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그는 해골파의 수장이었다.강호에서 잔뼈가 굵은 사내였다.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가 병왕이라는 것이었다.어디든 거칠 것 없이 행동했던 그가 오늘 대열을 이끌고 임무를 수행하러 왔는데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것이다.그는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일어설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하현은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난 이렇고 싶지 않았어!겁도 없이 뛰쳐나오는데 난들 어떻게 해?당신들이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하현은 중년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고마워. 늙은이.”“뭐? 늙은이...”하현의 말을 들은 해골파 부두목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하현은 신경 쓰기도 귀찮은 듯 힐끔 사내들을 쳐다본 뒤 또 한 발을 내디뎌 땅에 착지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현장 곳곳이 아수라장이 되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주변엔 격전이 벌어진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음이 틀림없었다.습격을 당한 차량들은 네댓 대였는데 앞뒤 차량 안은 모두 핏빛이 되었고 차체는 총탄 자국으로 가득했다.가운데 도요타 차량의 보닛에는 회색 옷을 입은 한 노인이 반쯤 무릎을 꿇은 채 부러진 칼자루를 들고 있었다.그는 아직 온몸에 팽팽한 긴장이 가득했지만 이미 기력을 많이 상실할 듯 보였고 언제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그의 곁에는 회색 옷을 입은 노인 몇 명이 누워 있었는데 하나같이 숨을 헐떡거리며 곧 숨을 거둘 것 같았다.도요타의 엘파 차량 뒤편에서 차체에 기대

  • 재벌 사위면 될까?   4226장

    계속해서 하현은 몇 대의 차량을 막아섰다.하지만 자금산으로 가자는 말에 택시들은 하나같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치듯 달렸다.하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는 공유 스쿠터라도 타 볼까 해서 살펴보았다.“하현,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이때 BMW 한 대가 멈춰 섰고 차창이 스르륵 내렸다.뜻밖에도 나박하가 웃은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는 우연히 그 길을 지나가던 중이었다.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바로 조수석에 올라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금산, 빨리!”자금산이라는 세 글자에 나박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분명 두려움에 사로잡힌 눈빛이었다.하지만 그는 곧 이를 악물고 말했다.“벨트 단단히 매세요.”말을 마치자마자 나박하는 액셀을 세게 밟았다.분명 이 지역 쓰레기 분리업자 나박하도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사람임에 틀림없었다.그가 고성양에게 뺨을 맞던 날 하현이 대신 나서 준 것에 줄곧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자금산은 많은 금정인들에게는 금기시되는 곳이었지만 지금 나박하는 아무 상관하지 않았다.차는 줄곧 나는 듯이 달려서 여러 개의 빨간 신호를 빠르게 무시하며 불과 10분 만에 자금산 산기슭에 도착했다.하현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다가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옛길을 가리켰다.그쪽에서 총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곧 차는 깎아지른 절벽 끝에 이르렀다.더 이상 길이 없어 나아갈 수도 없었다.하지만 하현은 얼른 차 문을 열고 벼랑 끝으로 돌진했다.벼랑 끝에 엎드려 내려다보니 아래에서 총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고 공기 중에 총탄 냄새도 났다.그곳에서 간민효 일행이 습격당한 것이 틀림없었다.다만 그곳은 그들이 있는 곳에서 약 20미터는 아래에 있었고 게다가 지금은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하현, 무슨 일이에요?”나박하가 다가왔다.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밑으로 가는 길이 없을까요?

  • 재벌 사위면 될까?   4225장

    이 말을 들은 하현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감히 내가 어떻게 간 씨 가문 아가씨를 보고 싶어 할 수 있겠어? 당신 추종자들이 들으면 날 죽이려고 들 거야!”하현의 말을 들은 간민효는 살짝 질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듣자 하니 형나운 같은 여자애들 따라다니느라 바쁘다던데. 바로 다음 날 그녀의 문제를 해결해 줬다는 둥 뭐라는 둥...”원망 섞인 말투에 하현은 뒷골이 당겨와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지금 어디 있어?”“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나한테?”“나 마침 자금산을 지나가고 있어.”간민효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구시가지에 다녀왔는데 풍수관을 열기 괜찮은 곳을 발견했어. 어깨가 딱 벌어진 늠름한 곳이야.”“운이 아주 좋았어. 내가 적당한 곳을 찾았으니 우리 내일 같이 가 보자.”“당신만 괜찮다면 이쪽으로 정했으면 해.”“인테리어는 따로 할 필요없어. 형나운한테 가서 골동품 몇 개 받아서 갖다 놓으면 이제 하 대사가 데뷔하는 거지!”여기까지 말하고 난 뒤 간민효는 기분 좋게 웃었다.일이 아주 잘 풀려서 흡족한 것 같았다.간민효의 종잡을 수 없는 모습에 하현은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자, 당분간 그런 헛소리는 하지 마.”“방금 들은 바에 의하면 해골파 사람들이 당신을 상대하러 왔대. 그들 뒤에는 아마도 우리가 상대할 그 조직이 있는 게 틀림없어.”“그래서 당신은 각별히 조심해야 해.”“나의 첫 전우가 이대로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아.”간민효가 약간 의아해하며 말했다.“해골파가 나를?”“그들은 당신과 고명원을 찾아 헤매지 않았어?”“게다가 해골파가 어떻게 그 조직과 연을 맺었지?”“그건 모르겠지만 당신이 전에 비행기에서 공격받았던 적도 있고 하니까 이번에는 특별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조심해서 한 번에 몰아붙여야지.”“도둑이 두렵지는 않지만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돼.”하현이 한마디 당부했다.비행기 사건을 다시 떠올린 간민효는

  • 재벌 사위면 될까?   4224장

    ”그리고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해골파는 분명 형님이 마동수 일행을 처리한 것을 모를 겁니다.”“그러니 해골파의 일은 형님과 무관합니다.”“그들은 기껏해야 고명원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겠죠.”엄도훈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고명원은 지난번 사고 이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다닌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들 모두는 단정한 양복 차림에 강인한 사람들이어서 공격하기 어려울 거예요.”하현은 고명원의 얘기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해골파 사람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어?”엄도훈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경악하며 말했다.“형님, 그들을 죽일 작정이세요?”하현은 침착한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해골파 사람들이 간민효를 상대하려는 이유가 아마 장생전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다소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려는 것이다.만약 이 일이 장생전과 관련이 있다면 그는 해골파 모두를 전멸시킬 생각이다.한 번 고생으로 영원히 편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갈 것이다.“형님, 해골파가 이렇게 오랜 세월 여기저기 소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무맹이 약했던 것도 있지만 그들의 실력이 월등히 우월했기 때문이에요.”“특히 그들의 두목인 사람은 전신에 가까운 실력을 자랑합니다. 아주 끔찍스러울 정도라고 해요!”엄도훈은 하현에게 재빨리 충고의 말을 늘어놓았다.“게다가 그 두목은 원래 강호의 규칙 따위 안중에도 두지 않습니다!”“이기기 위해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고요.”“형님이 먼저 그들을 괴롭힌다면 아마 죽일 듯이 덤빌 겁니다! 절대 그들을 일망타진하기 어려워요!”“제가 형님의 능력을 못 믿는 게 아닙니다!”“도자기 같은 우리가 왜 항아리같이 거친 사람들에 맞서야 합니까?”“편하게 앉아서 저들이 하는 짓거리나 구경하면 됩니다.”“해골파가 간민효를 상대하려는 것은 죽음을 택

  • 재벌 사위면 될까?   4223장

    설은아는 회사 대출 문제가 해결된 뒤 화사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바빠서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설유아는 또 다른 연극을 제안받고 신이 나서 대구로 달려가 촬영했다.이영산 부부조차 연거푸 뺨을 얻어맞는 바람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북적거렸던 설 씨 집안은 순식간에 썰렁해졌다.하현은 서둘러 가게를 찾지 않고 며칠 쉬었다가 다시 재개할 생각이었다.당장 급한 일이 있기도 했다.특히 그가 풍수지리사로 이름을 알리게 된 이유는 장생전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그래서 그는 간민효 쪽에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면 그때 잘 이야기해 볼 계획이었다.다만 간민효가 요 며칠 동안 적극적으로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서 하현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하현이 이틀을 푹 쉰 다음 날 오후, 엄도훈이 공손한 태도로 전화를 걸어왔다.“형님, 잘 쉬고 계십니까?”“잠깐 얘기 나눌 시간 있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할 말 있으면 쓸데없는 말 집어치우고 어서 말해 봐.”엄도훈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형님, 저도 서남 천문채에 반쯤은 발을 걸치고 있다는 거 아시죠.”“그래서 형님이 마동수 일행을 고명원에게 넘긴 후 제가 사람들을 보내서 좀 알아봤습니다.”“어쨌든 마동수 일행은 고성양 모자를 포함해 이제부터는 형님한테 폐를 끼치진 않을 겁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엄도훈은 하현의 대답을 듣고 계속 말을 이었다.“또한 마동수 일행이 떠나기 전에 모진 고문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들어보니 그들이 이번에 금정에 와서 형님과 고명원에 맞선 건 더 큰 거물을 겨냥한 전초전이었던 거예요.”“그들이 정말로 상대하려는 사람은 간민효입니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왜?”“간민효는 금정 간 씨 가문 딸이고 오래된 문벌 사람이야. 그들이 그녀를 귀찮게 하면 보복이 만만찮을 텐데 무섭지도 않은가 보지?”“누가 알겠어요?!”

  • 재벌 사위면 될까?   4222장

    ”아직도 사람들을 괴롭히는 못된 버릇 못 고쳤나 봐요, 네?”하현은 또 그의 뺨을 때렸다.얼굴이 벌게진 고명원은 손사래를 치며 싹싹 빌었다.“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하현,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퍽!”하현은 다시 손바닥을 휘둘렀다.“다음에 당신이 또 이런 짓을 하는 게 내 눈에 띈다면 그땐 정말 목숨 부지하기 어려울 겁니다!”고명원은 순간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싶었는지 한숨을 내쉬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하현은 그제야 오른손을 거둬들여 물티슈로 손가락을 닦으며 냉담하게 말했다.“똑똑히 기억하세요. 다음엔 절대 봐주지 않을 겁니다.”이시운은 눈앞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넋이 나간 듯 얼어붙었다.우민은과 이국흥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눈앞에서 싹싹 빌고 있는 사람은 장청 캐피털 사장 고명원이었다!그런데 어떻게 하현 앞에서 저렇게 나약하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 수가 있는가?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알겠습니다.”“꼭 기억하겠습니다!”고명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자신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가 겨우 걷히는 것 같았다.“나머지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하현은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돌아서서 설은아를 포르쉐 차량에 태웠다.“개자식! 자기가 뭔데 하라 마라야!”떠나는 하현의 당당한 뒷모습에 이국흥은 지팡이를 짚고 원망과 독기가 가득 서린 눈빛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포르쉐를 쳐다보았다.“믿을 수가 없어! 내가 금정에서 산 세월이 얼마인데 저따위 데릴사위 한 놈 처리하지 못한 거지?!”“두고 봐!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내 이 다리가 다 나으면 바로 육 씨 가문에 찾아가서 뛰어난 고수들을 빌려서라도 저놈을 죽여 버릴 거야!”“무학의 성지에서 날뛰는 사람이 있다니! 흥!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지!”“그리고 저

  • 재벌 사위면 될까?   4221장

    ”고 사장님?”하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는 사람들 뒤에서 걸어 나오는 중년 남자를 실눈으로 차갑게 쳐다보았다.“고명원 사장님! 어서 이놈을 죽여 버려요!”하현의 말에 이국흥과 우민은은 동시에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냉소를 흘렸다.이 쓰레기 같은 놈은 정말로 두려움도 없는 무지렁이인가?!설마 고명원 같은 거물이 아무렇게나 나서는 사람이 아니란 걸 모르는 건가?고명원이 하현을 죽이고 싶지 않았더라도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이지 죽으려고 덤비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군중 뒤편에서 손에 염주 팔찌를 차고 무도복을 입은 고명원은 당당한 기품을 드러내다 이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나머지 오줌을 지릴 뻔했다.하현의 목소리를 그가 알아듣지 못할 리가 있는가?이때 그는 허둥거리며 달려왔다.그리고 하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순간 고명원은 자신의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고 사장님, 바로 이 개자식입니다! 꼭 좀 죽여 주십시오!”이국흥은 이 상황을 보고 뛸 듯이 기뻐했다.“고 사장님, 저놈을 죽여 버려요!”순간 우민은도 맞장구를 쳤다.“저놈을 죽여만 죽다면 내 한 몸 사장님한테 바치겠어요!”고명원은 이 말을 듣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그는 덜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일그러진 고명원의 표정을 보고 이국흥은 그가 화가 난 나머지 흥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고 하현이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만을 고대하고 있었다.“퍽퍽퍽퍽!”고명원은 곧장 이국흥에게 다가와 두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손바닥을 휘둘렀다.고명원의 갑작스러운 따귀세례에 두 사람은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지금 날 놀리는 거야?!”“날 죽이려는 셈이냐고?!”고명원은 두 사람의 얼굴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그리고 나서 온몸을 덜덜 떨면서 하현의 앞으로 걸어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하현,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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