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준이 보기에 하현 같은 사람은 딱 봐도 궁한 사람인데 설은아 앞에 무슨 자격으로 서겠는가?설은아는 이명준의 표정을 주의 깊게 보지 못하고 살짝 궁금해 하며 말했다.“이 교수님, 지금 여기서 일하세요?”이 말을 듣고 이명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소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응, 나 최근에 여기 리조트 사장으로 발탁됐어. 이거 내 명함이야.”말을 마치고 이명준은 하현과 은아에게 각각 금박을 입힌 명함 한 장씩을 건넸다. 설은아는 명함을 받고 몇 번을 쳐다본 뒤 예의 바르게 말했다. “이 교수님, 지금 정말 잘 지내시네요. 당시 그 교수님들 중에 최고세요!”설은아의 칭찬에 들뜬 이명준은 순간 우쭐했지만 이때 겸손하게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은 최고 연봉자라고 하는데 연봉이 20억 밖에 안돼. 너희 대 가문과는 비교가 안 되지.”“아, 맞다. 미안해. 은아야.”“내가 깜빡 했다. 며칠 전 뉴스를 봤는데, 네 회사가 지금 최가에게 넘어갔다며. 거기다 최가가 너희 가족과는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던데!”“아이고! 은아야, 너 그때는 우리 학교에서 유명한 엄친딸이었잖아. 근데 여신급 인물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어!”“내가 보기에는 네가 이 찌질한 남편을 만나서 그런 거 같아!”“이 남자가 조금만 능력이 있었어도 이럴 때 너를 도와줬을 텐데!”이명준이 말을 마치자 은아와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하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젊은이, 남자로서 내가 충고 한 마디 할게.”“너 사내 대장부잖아! 사내 대장부가 여자한테 기대서 사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아?”“남자라면 자존심이 있어야 하는 거야!”“눈치가 있어야지. 은아와 이혼하고 더 이상 은아의 앞날을 방해하지 마!”이명준은 마치 하현이 은아를 떠나지 않은 것이 큰 실수인 냥 뼈아픈 표정을 지었다. 하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명준 교수님이라고 하셨죠?”“교수님이라 역시 가르치시는 걸 좋아하시네요.”“
이때 이명준의 눈에는 이미 하현이 없었고 설은아만 보였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은아야, 나랑 결혼하면 나는 내 집들을 네 명의로 옮길거야!”“나는 네가 사업하는 거 좋아한다는 거 알아. 결혼하면 내가 리조트 주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 너는 리조트 배후의 사장 중 한 명이 될 거야!”“대저택에 살면서 지분을 가지고 매일 즐기면서 살아야지. 이런 신분이야말로 너에게 어울리지 않겠어!”이명준은 지금 꼭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얼굴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어떤 여자도 이런 유혹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사 설은아 같이 훌륭한 여자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이명준은 최가에게까지 감사했다. 최가가 은아의 지분을 모두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도 은아를 차지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이명준의 눈에 이것은 운명이었다!운명적으로 나는 너에게 갈 수 있다! 이때 계속 무시를 당하던 하현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이 교수님, 당신 리조트가 그렇게 값어치가 있습니까?”“주주가 되는 게 대단한가요?”이명준은 냉소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동생, 우리 리조트의 배후에는 안씨 집안이 있어!”“지금 남원의 유일한 일류 가문이 안씨 집안이야!”“골동품을 만든다는 건 안씨 가문과 대등한 지위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신분이 높지 않을 수가 있겠어?”이명준은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안씨 집안이라는 말 만으로도 눈 앞에 있는 이 놈을 놀라 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씨 집안이 그렇게 대단한 가 보죠.”하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 대가님이세요? 저예요. 하현, 당신들 교외에 있는 이 리조트……”여기까지 말하고는 하현은 이명준을 쳐다보며 말했다.“당신네 리조트를 뭐라고 했었지?”이명준은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금상 리조트.” “응, 금상 리조트 괜찮은 거 같은데 선물해주세요.”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이명준과 설은
하현과 은아의 모습이 사라지자 이명준의 눈동자에는 이색이 번쩍였다. “빨리 가서 그들이 어느 방에 머무는지 알아보고 출입 카드를 가지고 와!”“이 사장님, 이건 규칙에 어긋나는 건데요?”종업원이 조용히 말했다.“퍽!”이명준은 뺨을 내리치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규칙? 무슨 규칙? 여기서는 이 어르신이 규칙이야!”그 종업원은 얼굴을 가리고 감히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곧 출입 카드를 가지고 왔다. 카드를 움켜쥔 이명준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빛이 떠올랐다. 그 당시 처음 설은아를 만났을 때부터 그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은아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산을 오르고, 동굴에 내려 가는 건 대장부가 해야 할 일이다!다만 그 당시 그는 다른 여학생을 찾아간 일로 고발을 당했을 뿐이다. 결국 많은 돈을 써서 일을 해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스스로 일을 그만두고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설은아 입장권을 사러 갔을 것이다. 지금 달콤한 만두 한 입이 자신 앞에 떨어지자, 이명준은 하늘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 여기며 어떤 일이 있어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흥, 은아야, 너의 공원엔, 오빠만이 들어가서 놀 수 있단다!”“그 데릴사위는 자격이 없어!”이명준은 자신이 지식인이라 생각했는데, 지식인은 자연에서 노닐 때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다른 한 편. 하현과 은아는 호수 뷰 룸에서 묵었다. 곧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하현이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계약서는 다 준비 된 겁니까? 그래요. 내일 보내주세요. 확인해 볼게요.”전화를 끊자 은아는 하현을 보며 간곡하게 말했다. “하현, 비록 네가 안흥섭 대가와 친하다는 건 알지만 이런 일은 우스갯소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은아는 하현이 또 큰 소리를 치는 줄 알았다. 사실 안흥섭은 하현의 전화를 받고 주식 증여 계약서를 준비했다. 이번에 하현이 안흥섭을 데리고 남원에서 돈방석에 앉혀줬으니 안흥
하현은 이 모습을 보며 표정이 냉담해졌다. 이 이명준은 분명 안심할 수 없다. 야채를 한 입 집어 삼키자 하현은 바로 알았다. 이 음식들 안에는 수면제가 들어있다. 그러나 시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타입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오히려 숙면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하현은 은아가 최근 잘 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드러내지 않고 평소처럼 식사를 했다. 이런 약들은 하현에게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쟁터에서 그가 무슨 독약을 보지 못했겠는가? 지금 그의 몸이 어떤 독으로도 해를 입지 않는 무적은 아니었지만, 거의 그런 수준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던 이명준은 흥분하며 온몸을 떨었다. 오늘 밤 은아네 작은 공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 수 있겠구나. 듣자 하니 이 데릴사위는 3년 동안 은아네 공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자기가 좋은 사람으로 좋은 일을 하니 그들이 도와줘야지! 하현과 은아는 식사 후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숫가를 거닐었다. 한 시간 정도 돌아다닌 후에야 은아는 피곤함을 느끼고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도착하자 은아는 씻고 난 후 휴식을 취했고 그녀가 편히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현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 스탠드를 끄고 어둠 속에서 침묵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이명준 이 놈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지 보려고 했다. 이때 이명준은 사무실에서 흥분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이미 발작을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갔다. 그는 비로소 살금살금 하현의 방으로 왔다. 하지만 그는 초인종을 몇 번 눌렀다가 반응이 없자 출입 카드를 꺼내 방문을 열었다. 불을 켠 뒤 침대에 누워 작은 얼굴만 드러내고 있는 은아를 보자 순간 피가 끓어 올랐다. 이 순간 이명준은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침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하현은 이때 그의 바로 뒤에 서 있
이명준은 몇 년 동안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남에게 말 못할 병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줄곧 이런 식으로 미녀들을 얻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미움을 받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가장 큰 비밀이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드러났다. 이 순간 이명준은 자신이 곧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누구야?!”“누가 날 때려서 기절시킨 거야!”“그리고 나를 여기에 걸어 두다니!”“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금상 리조트 사장이 될 정도니 이명준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정신을 차린 후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경비원을 불러 자신을 내려주고, 또 하체를 감쌀 수 있는 외투를 하나 달라고 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결국 식당 앞까지 달려왔을 때 옆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어, 이 교수님, 왜 경비원 옷으로 다리를 감싸셨어요? 이게 올해 유행인가요?”은아는 의아한 얼굴이었다. 이명준이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명준은 자기도 모르게 돌아보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현과 은아는 분명 아침을 먹으러 왔다. 그런데 이때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 교수님, 이 리조트 사장님이시잖아요. 근데 왜 이렇게 옷차림이 단정하지 않아요?”“혹시 한밤중에 나가서 무슨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죠?”“그리고, 왜 엉덩이를 까고 있어요? 아침 일찍 과일을 따러 가는 건 아니겠죠?”“이런 취미가 있으실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역시 사람들의 모범이 되시네요!”하현은 충격을 받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현의 모든 말 한마디가 지금 이명준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굴욕감이 들어 이명준은 그대로 땅에 머리를 쳐 박고 죽고 싶었다. 그는 살고 싶지 않았다!하현은 또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이 교수님, 여기에 뭘 숨기신 거예요?”이 말을 듣고 이명준은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곧이어 손이 풀리자 외투가 바닥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이명준은 이 영상들을 모두 삭제했다. 이 영상들이 계속 남아 있으면 이것은 그의 흑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모니터링 담당 직원들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웃으며 말했다. “이 사장님, 어젯밤 성공 하셨나 봐요? 또 영상을 지우러 오셨네요. 다음에 고기 드실 때 동생들 데리고 가서 국물이라도 먹여 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퍽!”이명준은 입을 연 종업원의 뺨을 때렸다. 이때 그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침의 그 장면만 생각하면 그는 온몸에 오한이 나서 바로 자살하고 싶었다. 곧 이명준은 심호흡을 하고 냉정을 되찾았다. 이 일은 이렇게 끝낼 수 없다. 그는 반드시 하현에게 복수할 것이다. 더구나 되도록 빨리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현이 체크아웃을 하고 떠나면 기회가 다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사 숙고한 끝에 이명준은 손을 흔들며 경비원 몇 명을 데리고 밖에 있는 식당으로 나왔다. “선생님,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저희와 함께 가시죠!”이명준은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은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 교수님? 제 남편이 뭘 했는데요? 왜 당신들과 같이 가요?”이명준은 차갑게 말했다. “어젯밤 어떤 여자 손님이 누군가가 그녀의 방 밖에서 훔쳐 본다고 해서 방금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그 훔쳐본 사람이 바로 당신 남편 하현이야!”이때 이명준은 하현에게 직접 죄명을 씌웠다. 진짜든 가짜든 상관 없다. 어쨌든 먼저 하현을 데리고 가서 해치우고 보자. 설은아는 어리둥절해 하며 일어서서 말했다. “이 교수님, 뭔가 잘못 아신 거 같은데요? 제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이명준은 차갑게 말했다. “비켜.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니, 네가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내 손에 증거가 있는데!”“은아야, 내가 경고하는데, 이 일은 네가 반드시 해명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네 남편을 경찰서로 보낼 수밖에 없어!”이명준은 눈알을
안흥제는 웃으며 말했다. “멀다고 하면 먼 곳에 있고, 가까운데 있다고 하면 바로 눈앞에 있다더니!”말을 하면서 그는 이미 하현 앞으로 와서 90도로 절을 하며 말했다. “하 선생님, 서울에서 헤어진 지 벌써 오래 되었네요!”“어젯밤에 가주께서 저에게 이 협의서는 반드시 직접 선생님께 전달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서명만 해주시면 이 리조트는 선생님 명의가 될 겁니다.”“두둥!!!”안흥제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넘겼지만 이명준의 귀에는 그 말이 하늘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이때 이명준은 온몸이 붕괴될 것 같았다. 그 사람이다! 정말 그 사람이다!정말로 그는 어젯밤에 안씨 집안에 이 리조트를 선물해 달라고 했다! 전화 한 통일 뿐이었는데! 안씨 집안에서 권위가 있는 안흥제가 오늘 아침 계약서를 가지고 서둘러 왔다. 이이이익!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니야?드라마도 이렇게는 안 찍지 않나?그는 그저 기둥서방 아닌가? 기둥서방이 이렇게 체면이 서다니?은아도 충격을 받을 얼굴이었다. 비록 그녀는 하현이 안흥섭과 아는 사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두 사람이 이런 관계일 줄이야!?하지만 문제는 설은아도 안씨 집안이 이렇게 하현의 체면을 세워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때 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충격으로 가득 찼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합의서는 이따가 제 아내가 서명 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녀의 명의로 넘기겠습니다.”“또, 지금 이 리조트는 내가 말하는 대로 해도 되는 거죠?” “네!”안흥제는 공손하게 말했다. “그럼 이 사람들도 다 내가 관할하는 거 맞죠?”하현은 그 경비원들을 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이 사람들의 월급도 선생님께서 지불하셔야 하고, 그들을 해고하는 것도 선생님 말씀 한 마디면 됩니다. 심지어 선생님이 말씀만 하시면 그들은 이 업계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겁니다.”안흥제는 비록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랐지만, 지
이명준이 왜 하현을 겨냥했는지, 안흥제도 순간 깨달았다. 이 순간 그는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설은아는 무사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씨 집안 전체는 이 일로 생매장 되었을 것이다. “툭!”이명준은 이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자신이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끊임없이 절을 하며 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하 선생님, 은아야, 제발 저를 봐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게요!”은아는 이때 이명준을 쓰레기 보듯 쳐다보았다. 이런 사람은 여자들의 눈에 그야말로 쓰레기였다. 하현도 냉담한 기색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일이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안흥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이 사람 사지를 부러뜨리고 경찰서로 데리고 가서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똑똑히 자수하라고 해!”곧 이명준은 경비원들에게 끌려갔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법의 제재였고 그는 아마 평생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일이 일단락되었다. 금상 리조트도 설은아 이름으로 바뀌었다. 은아는 거듭 거절했지만 안흥제는 낮은 자세로 하현과 은아가 안씨 기업의 골칫거리를 잡아 냈다고 다시 의사를 표시했다. 이 작은 성의는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은아도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자신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 금상 리조트에 와서 하룻밤 묵었을 뿐인데, 이 리조트는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 리조트의 시가 총액은 최소 몇 천억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설은아는 일 순간에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하현을 바라보는 은아의 눈빛은 궁금증으로 가득 찼다. 자기 남편이 도대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가?전화 한 통으로 안씨 집안이 이렇게 전심전력을 다하게 하다니? 정말 단지 감정을 하는 그의 능력 때문만일까?은아는 줄곧 자신이 하현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갈수록 남편을 모르겠다고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
”난 부모님의 친아들이 아니라 양아들에 불과해.”“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어. 우린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만족스럽게 해 드릴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는 걸.”“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며 전 재산을 다 부어서라도 기꺼이 웃게 만들어야 해!”“하지만 당신들은 친자식이라는 이유로 대충대충 해도 마음만 전하면 된다?”“그래? 결국 난 남이라는 거지?”“부모님께 아무리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당신들의 흙 묻은 무보다도 못하다는 거지?”이영산은 억울한 듯 눈썹을 일그러뜨렸다.이윽고 그는 어지러운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옆에서 장리나가 그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그러게 내가 당신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당신이 아무리 친자식처럼 효도한다고 해도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혈육의 정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영산을 바라보았다.“맞아. 요새 이영산처럼 저렇게 효도하는 아들도 드물어.”“최희정과 설재석이 늘그막에 이렇게 효도하는 양아들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야.”“무엇보다 이영산이 친딸보다 더 효도한다는 게 관건이야.”“오천만 원짜리 이 서화를 준비했다는 건 부모님을 위한 무한한 마음을 대변하는 거지.”“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하는데 출가도 안 한 딸이 양아들 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니!”“내가 보기엔 최 여사 부부가 이영산한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봐!”“저런 배은망덕한 것들한텐 절대 한 푼도 줘선 안 돼!”“당신들 정말...”사람들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설은아의 표정도 차갑게 식었다.이 손님들이 이미 이영산 부부에게 매수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이영산은 그녀의 미색을 탐낼 뿐만 아니라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의 발언권이 설재석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설은아, 설유아. 그렇게 화내지 마.”“이 흙 묻은 무는
”하하하, 선물 가져왔어요?”이영산은 씩 웃으며 하현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 시선을 던졌다.“설마 이거 말하는 건 아니겠지?”“금정에 와서 부모님을 만나 뵙고 재결합하려고 하는데 비닐봉지라니? 부끄럽지도 않아?”설은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영산은 이미 하현이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빼앗아 자기 마음대로 열어 보았다.싹이 난 무같이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무? 조금 전 어디 밭에서 뽑아 왔어?”“포장도 따로 없이 검은 비닐봉지에?!”“이거 천 원은 하나?”“어쩐지 부모님이 당신을 두고 쓸모없다, 쓸모없다 하시더라니!”“재결합 선물에 이런 걸 선물이라고?”“천 원도 안 되는 것을! 염치가 없어도 원!”“썩 꺼져!”“우리 설 씨 가문에서 당신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최희정과 설재석이 금정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영산의 말을 듣고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의 시선에는 혐오감과 경멸함이 가득 들어 있었고 하현의 존재가 그들의 모임의 격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느꼈다.하현은 이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저 그 사람들 중 아무도 이 백두산 산삼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아무런 동요도 없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데릴사위가 창피한 줄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렸다.“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이영산은 하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자, 자, 자. 이번에 부모님을 위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좀 보시죠. 이것은 명나라 당인의 서화입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화 한 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맹호하산도!”“당나라 말기 출세작이죠!”“이 물건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수집가들과 주먹다짐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결국 거금 오천만 원을 주고 손에 넣었죠!”“아마 진정한 가치는 그 열 배도 넘을 거예요!”이영산은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