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헌도 잠시 멍해졌다.이게 끝인가? SW 엔터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게 무슨 우스운 말인가?이 다음은 슬기가 명함을 직접 받고나서, 어디 가서 술 한 잔 하자고 자기를 기쁘게 초대한 후, 나머지 일들은 알아서 잘 풀리는 게 맞지 않던가?성인의 세계에서 교환은 이렇게나 간단하고 직설적인 것이다.근데 이 아름다운 여자는 무슨 뜻인가? 자신을 깔보는 걸까? 아니면 옆에 있는 궁상맞은 남자 때문일까?이때 대헌의 시선이 마침내 진지하게 하현에 이르자, 그는 씩 웃었다. “아가씨, 혹시 당신 옆에 이 분이 계셔서 제 초대에 응하지 못하는 건가요? 잘 생각해봐요, 이건 당신의 장래이니. 한평생 이렇게 좋은 기회는 딱 한 번 뿐일 수도 있어요. 기회를 놓치면 후회로 가득 찰 거예요.”슬기는 하현한테 핸드폰 기능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대헌이 또 재잘재잘 입을 열자, 그녀는 정말 짜증나 참다못해 고개를 들어 대헌을 한 번 째려보고는 말했다. "당신 정말 파리처럼 성가시게 굴지 않을 수 없을까요? SW 엔터 대표라고 마음대로 들이댈 수 있는 줄 알아요? 지금 당신에게 똑똑히 말할게요. 저는 무슨 SW 엔터나, 무슨 스타가 되는 것에 관심 없으니까 더 이상 우리를 귀찮게 하지 말아주세요.”"와, 이 예쁜 여자 성질이 아주 불 같네!"장대헌이 여자한테 거절당하는 건 처음 봐. 쯧쯧쯧...""해가 서쪽에서도 뜨네!”핸드폰 매장에는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것은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대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대우를 받은 건 정말 처음이었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냉랭하게 말했다. "아가씨, 당신 옆에 있는 이 궁상맞은 남자가 정말 당신에게 핸드폰을 사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건 56만 원이 아니라, 5600만 원이에요. 내가 선심 써서 핸드폰을 선물하겠다는데, 좋고 나쁨을 모르면 안 되죠.""당신..." 슬기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사람은 너무 귀찮게 굴었다."됐어요, 우리 핸드폰 사야
"헐, 그럼 이 사람은 검소한 재벌 2세인가?""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카드를 긁네, 대단하다!""혹시 집세 받으면서 사나?"하현이 이렇게 시원시원한 것을 보고, 둘러서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오히려 모두 어리둥절해졌다."블랙 카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많은 식견을 가진 사람은 바로 대헌이다. 하현이 이 카드를 꺼냈을 때, 대헌은 찬바람을 한 숨 들이켰다.이 말이 흘러나오자, 핸드폰 매장 전체가 금세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모두 블랙 카드를 모르는데, 그렇다고 블랙 카드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들은 바로는 블랙 카드 안에 있는 예금은 적어도 수백억 원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자산이 아니라 현금이었다! 대헌 같은 사람도 당장 손에 쥔 현금이 몇 억 원도 채 되지 않을 텐데, 수백억 원의 현금은 무슨 개념인가?이런 카드는 서울 전체에서 절대 5장을 넘기지 않았다!그 점원조차도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었다. 설마 오늘 돈 많은 주인을 만나서 출세하는 건가?"이거… 인터넷에서 구매한 스티커 카드는 아니겠지?" 어떤 사람이 난데없이 이런 말을 했다.이 말을 하니,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틀림없이 스티커 카드일 것이다. 이 블랙 카드라는 물건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볼 수 있었겠나? 장난하나? 이런 꼴사나운 놈이 어떻게 블랙 카드를 갖고 있겠나?"당신 정말 역겹네요!" 대헌은 비아냥거렸다. "가난하다고 문제 될 건 없죠. 하지만 굳이 부자 행세를 한다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아요.”하현은 웃기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카드 안의 돈을 꺼낸다면, 대헌을 눌러버리는 것은 아주 쉬웠다."카드 긁으세요." 하현은 태평한 얼굴로 무심하게 입을 열었는데, 마치 몇 백 원을 긁는 것처럼 보였다."미쳤어,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이 순간, 대헌은 표정이 약간 굳은 채, 하현의 블랙 카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무슨 허점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했다.그 점원도 좀 긴장해서 재빨리 뒤
"아름다운 아가씨, 이 핸드폰에 푹 빠진 것 같은데 내가 사줄까요?" 대헌은 이 기세를 몰아 슬기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 결제해주세요!""이런 가난뱅이, 실버 카드란 게 뭔지 알아요? 나중에 잘난 척을 할 거면 좀 제대로 해봐요. 실버 카드만 있어도 당신을 믿는 사람이 있는데, 블랙 카드까지? 쳇!" 대헌은 자신만만하게 하현을 내려다보았다."와! 이거 실버 카드잖아. 예금이 1억 원을 넘어야 한다고 하더라!""그래도 역시 장 대표가 돈이 많네요!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하고!""남이랑 비교할수록 정말 비참해지기만 하네!"“......” 하현은 곧 기절할 것만 같았다. 자기 카드에 분명 수십 조 원이 있었는데, 결국 백만 원 밖에 없는 사람에게 무시당하니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문제는, 이 일을 어찌 해명할 방법이 없었다.옆에 있던 슬기는 대헌을 1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가방에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점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제 카드로 결제해주세요. 핸드폰 두 대 다 사겠습니다."점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슬기의 카드를 받아서 결제하더니, 영수증 한 장이 빠르게 인쇄되어 나왔다.이 장면은 오히려 대헌을 넋이 나가게 했다. 이 아리따운 여자가 이렇게 부유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주변의 구경꾼들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미녀야말로 돈 많은 주인 같았다. 수천만 원을 결제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이제 가도 되죠?" 슬기는 핸드폰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그… 그럼요…" 점원이 허리를 숙였다."흥!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놈!?"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퉤! 이 머저리!" 한 무리의 사람들은 더욱 더 하현을 경멸했다.슬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현을 이끌고 도망치듯 핸드폰 매장을 빠져나왔다.매장에서 대헌은 핸드폰을 꺼내 슬기의 옆면 사진 몇 장을 찍더니, 카톡으로 친구 한 명에게 사진을 보
“대표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페라리 안에서 슬기는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전화로 물어볼게요." 하현은 전화번호를 누르고 잠시 후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은행 측에서는 카드 한도가 한 달에 500만 원이라는데, 전에 현금 500만 원을 뽑아서 이미 한도를 다 썼어요. 한도를 올리려면 은행에 가서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하네요.""푸흡!"슬기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으며, 이런 일도 있을 줄은 몰랐다.하현도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기이한 일을 겪게 되다니, 정말 은행에 한 번 가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적인 소비를 하는 데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그럼 이 핸드폰은 제가 오빠한테 선물한 거예요." 슬기는 빙그레 웃었다. 요만한 돈은 그녀에게 사소한 일이었다."좋아요. 내가 나중에 다른 걸 선물할게요." 하현도 거절하지 않았다. “일단 나를 회사에 데려다줘요. 오늘 밤엔 회사에서 묵어야겠어요.""어?" 페라리에 시동을 건 슬기는 브레이크를 세게 밟고 의아해서 물었다. “오빠… 오늘 밤 집에 안 가요?”"못 돌아가는 거예요!" 하현이 어깨를 으쓱였다.슬기의 작은 얼굴이 약간 빨개졌으며,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에는 목욕할 곳이 없잖아요.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서 하룻밤 묵으세요. 내일 제가 회사에 모셔다 드릴게요."하현은 생각을 해봤는데, 목욕을 하지 않으면 정말 잠을 못 잘 것 같았다. 그래도 하현은 물었다. “그럼 실례해도 될까요?"“네, 네.” 슬기는 하현이 말을 바꿀까 봐 액셀을 세게 밟아,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페라리를 운전했다.슬기는 고급 주거 단지에 살았는데, 꼭대기 층의 펜트하우스였고, 인테리어 역시 하현이 좋아하는 심플한 스타일이었다.방 안이 아주 깨끗해서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았고 물건이 많지 않아서 여자 혼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하현이 들어와서 소파에 앉았는데, 오히려 감개무량했다.보아하니 요 몇 년 동
하현은 정말 꼼짝도 하지 못했다. 슬기는 인간관계에서 늘 우위를 점했지만, 문제는 하현이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이 아가씨는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자신이 지금 이러고 있는데, 잠시 후 그녀가 반응을 해서 칼을 들고 자신을 벤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쑥쓰러움에 가득 찬 슬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 대표님… 당신, 계속 안고 있을 거예요?""아!" 하현이 황급하게 손을 놓았는데, 그도 방금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슬기를 껴안고 있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하현은 민망한 얼굴로 손을 뗄 수밖에 없었고, 슬기는 빠르게 일어섰는데 그 후에도 여전히 부끄러워했다.이 장면이 너무 어색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슬기는 아까보다 더 수줍어하며 말했다. "사모님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다고 들었어요."하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입을 열었다. "됐어요, 이 얘기는 그만해요. 오늘 저녁 슬기 씨에게서 손님방을 빌려 쓰겠습니다. 내일 회사에서 침실을 꾸미는 데 좀 도와주세요. 샤워하고 잘 수만 있으면 돼요.""네, 그럼 제가 준비해 둘게요." 슬기는 부끄러워 죽겠으나, 그래도 하현을 위해 손님방을 치우러 갔다.바쁘게 움직여 작은 얼굴에 땀이 맺힌 슬기를 보며, 하현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인정할 수밖에 없이, 자신의 여비서는 정말 예쁘고 몸매도 유려해, 그녀의 긴 다리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이 젊은 아가씨는 이렇게나 경계심이 없다니. 하현이 그녀에게 딴 마음을 품고 있을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나?하현은 소리 없이 웃었고, 자신을 향한 슬기의 믿음이 아주 고마웠다.오늘 하루 종일 바빴고, 하현도 피곤했었기에, 슬기가 침대를 다 정리한 후에 그는 가서 대충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바로 잠에 들었다.......이튿날 아침 일찍, 하현은 향기롭고 달콤한 냄새를 맡고는 깨어나, 세수를 마치고 다이닝 룸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바로 이때, 슬기가 포니테일에 귀여운 토끼 잠옷 가운을 입고 아침밥을 짓고 있
하현이 다가오자, 슬기는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침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됐습니다."하현은 의심 가득한 얼굴로 슬기를 몇 번 훑어보았는데, 왜 그는 오늘 슬기가 자신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하현이 어젯밤에 아주 푹 자는 동안, 슬기가 밤새도록 이리저리 뒤척이며, 만약 대표님이 와서 문을 두드린다면 문을 열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나.그러나 하현은 목각인형과 같아 전혀 그런 뜻이 없어서, 슬기는 몹시 화가 나 하늘로 승천할 것만 같았다.아침을 다 먹고 두 사람은 슬기의 집에 더 머물지 않았고, 슬기는 벤틀리를 몰고 하현을 하엔 그룹까지 태워다 줬다.이때 이미 아침 9시를 넘어섰는데, 이 상권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한편, 하엔 그룹 앞에는 웬일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꽃집 직원들이 그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엔 그룹의 정문을 결혼식 현장과 똑같이 꾸몄다.원래 화가 나 있던 슬기는 차를 세우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경비원은요? 이게 무슨 난장판인가요, 우리 회사 이미지에 먹칠이나 하고. 얼른 치워요!"이 시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위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하현도 슬기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벤틀리 뒷좌석에서 내렸지만, 지금 모두의 시선이 회사 입구에 고정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이 비서님, 아침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그 집 도련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청혼을 할 거라고 이곳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일이니 우리가 체면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저희 쪽에서도 딱히 막기가 쉽지 않은데…" 석진이 눈앞의 슬기를 바라보며 몸을 구부리고 말했다.비록 석진이 지금은 억울하게 경비원이 되었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그는 지금 슬기를 보면서 남몰래 침을 삼켰다. 이 아름다운 여자는 권세가 대단했는데, 겨울보다 외모가 더 출중했을 뿐만 아니라, 겨울보다 더 큰 힘을 쥐고 있었는데,
“이 비서님, 당신이었군요.” 이때, 흰 수트를 입은 남자가 회사 안에서 걸어 나왔다. 아까 안에 있었는지,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달려 나왔다.슬기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이 남자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어젯밤 겨울에게 프러포즈를 실패한 민혁이었다. 슬기는 민혁이 지금 무엇을 하려는 건지 대충 눈치채 무심하게 말했다. “설민혁 씨였군요. 하지만 여기는 일 하러 오는 곳이지, 낭만을 즐기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설민혁 씨께서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만 가주세요.”“급할 필요 없어요…” 민혁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가가 떨렸다.제기랄, 하현 저 머저리는 왜 온 거지? 어딜 가든 다 있잖아! 역겨운 놈!“하현 당신 무슨 병 있어? 나 미행하는 거 아니야! 이 변태 자식!” 민혁은 하현에게 입을 열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고, 삿대질하며 그를 꾸짖었다.소리 지름과 동시에, 민혁은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다. 어젯밤 자신의 좋은 계획을 하현이 망쳤는데, 만약 이 자식이 또 와서 망친다면 끝장날 것이다.하현도 원래 민혁을 못 봤는데, 그를 본 순간 하현은 참지 못하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이 자식은 정말 짜증 나게 왜 또 하엔 그룹에 온 거지?“설민혁 씨, 여기는 하엔 그룹입니다, 당신네 SL 그룹이 아니라. 오만하고 건방지게 굴고 싶은 거면 장소를 잘못 찾으신 것 같은데요?” 민혁이 하현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슬기는 하현에게 아직 약간 화가 나 있었지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와!”슬기의 말을 듣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녀와 하현에게 꽂혔다. 이 아름다운 여자와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사이인가? 이 미녀가 남자를 두둔하고 있지 않나!민혁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났다. 슬기는 자기가 눈여겨보는 여자인데, 지금 어떤가? 하엔 그룹에서 청소나 하고 있는 하현이 슬기가 자신을 두둔하게 만들어?“설민혁 씨, 왜 또 오셨나요? 제가 분명 말하지 않았나
그런 말을 하니, 하현은 민혁을 신경 쓰기 싫어 곧장 뒤돌아서 하엔 그룹 회사 안으로 걸어갔다.“민혁 씨가 저 사람이 자기 집안 데릴사위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그냥 회사 정문으로 들어간 거지? 게다가 바로 회사 출입증을 찍었잖아?”“설마 이 자식이 무슨 높은 신분이라도 되는 건가?”적지 않은 구경꾼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하현의 신분에 호기심을 가졌다.이 말을 듣자, 민혁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분은 무슨? 우리 집안 데릴사위는 하엔 그룹에서 청소부 일을 하고 있어요!”“청소부였구나!” 많은 사람이 깨달았다. 이 거지가 어떻게 안으로 들어갔는지 얘기하더니,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민혁이 말을 끝마치자 실실 웃으며 슬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슬기 씨, 저 머저리는 신경 쓰지 말고 기분 나빠하지 말아요. 저 자식이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망쳤으니, 오늘 밤에 다시 장소를 정해서 제대로 된 얘기를 해보는 게 어때요?”이 시각, 슬기는 어제 겨울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됐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설민혁 씨, 첫 번째로 저는 당신한테 관심이 없습니다. 두 번째, 저희는 친하지 않아요. 세 번째, 저희 회사 규정에 따르면 이런 물건들을 다 치워야 합니다. 자, 경비를 불러서 당신을 데려가게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요. 모두의 체면을 떨어뜨릴 거예요.”민혁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비서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지금 서울 전체가 다 알아요. 어젯밤에 우리 설씨 집안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신이 나 때문에 많이 질투했잖아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우리 둘은 지금 모두가 인정하는 귀여운 한 쌍이에요. 쑥스러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당신…” 슬기는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 후, 그녀는 민혁에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오히려 석진에게 달려가며 말했다. “이 물건들을 치우세요. 그리고 만약 이 사람이 안 간다면, 사람을 불러서 쫓아내세요. 한 번 쫓아낸 적 있으니 두 번도 가능하죠!”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
”감히 페낭 무맹주를 입에 올라다니!”“똑똑히 들어! 우리 선배가 네놈의 말을 들었다면 당장 목을 꺾어 놓았을 거야!”“당신 같은 사람 수백 명을 모아 봐도 안 될 거야!”“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한 방에 여기서 저 태평양 바다로 당장 날려버릴 수도 있어!”“당신! 목숨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할 거야!”“내 선배가 온다면 네놈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을 거거든!”이신욱은 하현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건방지고 방자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놈은 본 적이 없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도 처음의 충격에서 회복되어 지금은 조롱과 멸시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어쨌든 황천화 같은 인물은 하현이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인물이었다.“하현, 정말로 내가 나설 필요없겠어?”하구봉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잠시 자료를 찾아본 뒤에 또 한 번 하현에게 상기시켜 주었다.“황천화는 최고의 병왕일 거야.”“제2의 남양 전신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어.”“원 씨 가문, 양 씨 가문, 이 씨 가문 모두가 그를 데릴사위로 앉히고 싶어 해!”“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그러니 조심해야 해.”“난 페낭 경찰서의 화 팀장과 잘 아는 사이야. 그가 오면 황천화라도 체면을 세워 줄 거야.”자료를 살펴보고 나자 하구봉은 더욱 하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하구천이나 하백진도 내 앞에서 함부로 하지 못했어. 그런데 뭐 황천화? 그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페낭 무맹주도 날 어쩌지 못하는 마당에 내가 황천화를 두려워할 리가 있겠어?!”하구봉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지만 더는 충고하지 않았다.“끼익!”10분도 채 되지 않아 롤스로이스 세 대가 달려와 기고만장하게 엔진 소리를 뿜으며 사람들 앞
이 멍청아!이 바보 같은 놈아!이리저리 펄쩍펄쩍 뛰는 이신욱을 바라보며 부문상은 울상이 되었다.그가 이신욱에게 가차 없이 뺨을 때린 것은 하현이 지독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이런 잔인한 사람을 대할 때는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기회를 잡을 수가 있다.그런데 이신욱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스스로 목숨을 걷어차 버리는 짓을 할 줄은 몰랐다.“너...”부문상은 이신욱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개자식! 난 널 위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이렇게 날뛰면 난 더 이상 널 도와줄 수 없어!”이신욱도 이를 갈며 항변했다.“형님은 이제 상관하지 마세요!”“형님이 뭔데 자꾸 그래요?”“형님이 하현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면 않는 거지 왜 나한테까지 강요하면서 내 뺨을 때리고 그래요? 무슨 이유로 날 뭐라고 하냐구요?”“자신이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잊었어요?”“잘 들으세요! 내가 하현을 싹 밀어버린 후에는 형님을 처리하러 올 겁니다!”“그때도 감히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시는지 두고 보죠!”“개 한 마리가 동네를 휘어잡더니 이젠 늑대가 된 줄로 착각하는군요!”“형님은 아무리 날뛰어 봤자 페낭 무맹의 개일 뿐이에요!”“하지만 내 스승님은 페낭 무맹 부맹주라구요!”“페낭 무맹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이죠!”페낭 무맹 부맹주라는 말을 내뱉고 나자 이신욱은 그제야 용기를 되찾은 듯했다.그는 방금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체면을 이제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당한 시선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똑똑히 들어. 이제 당신은 끝났어.”“난 결코 내 스승과 선배들을 이런 자리에 불러 세우고 싶지 않았지만 네놈을 혼내줘야 하니 할 수 없지!”“방금 난 이미 메시지를 보냈어. 그러니 아마 그들이 곧 도착할 거야.”“능력이 있으면 이따가 그들 앞에서도 어디 당당하게 굴어 봐!”“내 선배님이 누군지 모르지?”“바로 페낭 무맹 황천화야!”뭐?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신욱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듯 돼지처럼 부은 얼굴을 감싸고 불만을 터뜨렸다.“형님! 왜 절 때리세요?”“하 씨 저놈이 어떤 신분인데 이러시냐고요?”“그냥 외지 관광객이잖아요!”“대하에서 왔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을 한두 명 밟은 줄 아세요. 일 년에도 수천 명은 더 된다구요!”“그런데 어떻게 형님은 저놈 편을 들 수가 있어요?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이신욱은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자신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인 사촌 형님이 왜 이렇게 하현에게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현이 아무리 대하에서 출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페낭에 왔으면 페낭 토박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대하 사람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페낭에 와서도 날고 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신욱의 눈에는 부문상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하현이 별로 두려운 존재 같아 보이지 않았다.이신욱이 누구인가?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도련님 아닌가!상속권이 없다고는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그러니 어찌 그가 외지 관광객을 두려워하겠는가?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이신욱은 어떻게 페낭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겠는가?어떻게 남양에서 호기롭게 지낼 수가 있겠는가?하구봉은 연신 감탄에 마지않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이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하구봉은 이번에 먼 길을 왔으니 페낭에서 자신의 역량을 꼭 뽐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결국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하현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해 버렸다.이에 하구봉은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하구천은 하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구봉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를 하려면 하현 같은 사람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아직도 입을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적막감에 휩싸였다.그들은 온몸이 뻣뻣해졌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눈앞의 광경은 그들이 아무리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이신욱은 정신이 혼미해졌다.마치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신욱을 쳐다보았다.“이신욱, 당신 사촌 형님이 와도 당신을 도와줄 것 같지 않은데.”“당신 사촌 형님도 날 놀라게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어때?”“당신이 한 번 물어봐. 내가 함부로 굴지 말라고 했는데도 감히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이야!”이신욱 일행은 하현에게 도저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이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페낭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이신욱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 사이를 닦으며 희미한 시선으로 부문상을 쳐다보았다.“당신들 두 사람은 천상 형제군. 당신은 양유훤을 넘보더니 당신 사촌 동생은 원가령을 넘보니 말이야.”“말해 봐. 내가 이미 당신을 혼쭐내 줬는데 당신 동생마저도 내가 혼쭐내 줘야 해?누구?원가령?부문상은 눈꺼풀을 벌떡 세웠다.그도 원가령이 양유훤의 절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원가령을 건드려 볼까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실제로 건드리진 않았다!그런데 이 재수 없는 사촌 동생이 원가령을 넘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한테 걸려서 이 몹쓸 꼴을 당하다니?술병을 머리에 맞은 자신의 처참한 처지를 떠올렸고 하현에게 뺨을 맞고 온몸이 날아간 자신의 경호원들을 떠올렸다.부문상은 벌벌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신욱에게 소리쳤다.“야! 이신욱! 너 당장 꺼져! 당장 하현한테 사과하라고!”“당장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부문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