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최가 식구들은 함께 출동했고 마침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겨우 확실히 알아냈다. “설은아가 백운회사의 공사를 서두르다가 무리하게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에요!”“지금 회사 장부에 돈이 한 푼도 없어요. 그 임원들은 이번 달에 월급을 받지 못하고 모두 사직했어요!”“시공 측에서 월급을 받지 못하니 자연히 작업도 중단된 거예요!”“그리고 지금 백운회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니 별장을 산 사람들도 모두 와서 강제로 집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한 거예요!”“베팅 계약은 정말 실제예요. 설은아가 회사 명의로 천일그룹과 맺은 계약이고, 듣기로는 이것이 회장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다고 해요.”“간단하게 말하면 이 모든 것이 다 설은아 때문이에요!”“이 천한 년, 이런 난장판 거리를 우리 최가에게 내던지다니!”“우리 최가가 싸게 주운 줄 알았는데!”이 일을 확실히 조사한 후에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발칵 뒤집혔다. 바로 이때 마이바흐 한 대가 최가의 저택을 찾았다. 양복 차림을 하고 있는 몇 명의 남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만 최가의 책임자 계십니까?”“전데요. 당신들은……”최가 할머니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계약서에 따르면 당신들은 오늘 10년의 임대료, 4백억을 우리 계좌에 입금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임대료를 받지 못했습니다!”“최가는 3일 안에 우리 계좌로 돈을 입금해 주세요.”“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강제로 장내를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또, 계약을 위반하면 10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것은 저희 변호사가 작성한 문서입니다. 먼저 한번 보시죠!”이 몇몇 사람들은 문서 한 뭉치를 남기고 떠났다. 최가 할머니는 부르르 떨며 그 서류들을 집어 들고 몇 번 살펴보더니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서류에 따르면 백운회사는 아직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았고 계약한대로 임대료를 기한 내에 지불하지 않으면 10배의
결국 최가 사람들이 입술이 닳도록 얘기를 해서 이 중소 주주들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며칠의 시간을 주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이 며칠간의 시간이 주어진 관계로 최가는 위약금을 더 지불해야 했다. 가격은 대략 백억이었다. 최가 쪽은 비록 머리가 마비되었지만 눈앞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두로 승낙을 했다. 이 중소 주주들이 떠난 후 최가는 적막해졌다. 모두들 식은땀을 흘렸고 얼굴빛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다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또 십여 대의 픽업 트럭이 멈춰 섰다.곧이어 거들먹거려 보이는 건달들이 들이닥쳤다.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은 모두 건축 자재상이었다. 평소 백운회사의 자재 비용은 매주 결제 되었고 현금으로 결제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기한이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결제가 안되자 이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빨리 돈 주세요!”“우리 자재 비용은 반드시 지금 정산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최가를 다 부숴버릴 겁니다!”이 자재상들은 하나같이 모두 키가 큰 노동자 십여 명을 거느리고 순간 최가 사람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방금 왔던 그 사람들이 점잖은 사람들이었다면 지금 온 사람들은 딱 봐도 사납고 거칠어 보였다. 최우빈은 두려움을 꾹 참으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여러분, 당신들이 빚진 사람은 설은아에요. 그 사람한테 가서 달라고 하세요. 우리랑은 전혀 상관없어요!”“허, 당신이 백운회사 새 회장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는 백운회사와 계약을 맺은 건데 다른 사람을 찾아가라니? 당신 우리가 바본 줄 알아?”“게다가 최가는 이미 설 아가씨와 이미 선을 그었는데 이게 그 사람과 무슨 상관이야?”“돈 빨리 확실하게 정산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우리는 최가를 때려 부술 거야!”이 자재상들은 하나같이 흉악했다. 이때 최우현이 앞으로 걸어나오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썩 꺼져! 다들 잘 알겠지만 나는 남원 경찰서 3인자야. 더 이상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계산을 해야지!”여민철은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최우현이 어디 그러고 싶겠는가?그는 남원 경찰서 3인자 인데, 그 자재상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건 정말 창피한 일이다!이때 최가 할머니가 나서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우현아,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치는 법이야. 가서 사과해!”“우빈아, 가서 우리 장부에 있는 돈 다 꺼내서 이 사장님들 계산해 드려!”최우현과 최우빈 두 사람은 둘 다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가 할머니의 표정이 음침하고 차가워 어쩔 수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우현은 이를 악물고 자재상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우빈은 은행에 가서 최가 통장에 있는 몇 십억을 모두 인출했고, 심지어 최가의 차 몇 대를 담보로 잡아 겨우 20억을 모아 자재비용을 갚았다. 이 자재상들은 최가 사람들 앞에서 돈을 세어 본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한 자재상이 돌아보며 말했다. “참, 말씀 드린다는 것을 깜빡 했네요. 계약서에 따라 다음 달 한 달 동안 계속해서 자재를 현장에 보낼 겁니다. 제때에 정산해 주세요!”이 말을 들은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앞이 캄캄해졌다. 최우빈은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 공사장이 다 멈췄는데 당신들 자재로 뭘 하라는 겁니까?”자재상들은 냉소하며 말했다.“당신들이 일 멈추고 안 하는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모든 것은 계약대로 해야지. 당신들이 계산하지 않으면 우리는 강남 관청 입구에 가서 현수막을 걸 거야!”“맞아! 어차피 우리는 맨발이라 신을 신는 건 두렵지 않아!”“당신들 집안 누군가 강남 3인자 아니야? 그때 가서 우리가 망신당할지 당신들이 망신 당할지 한번 보자고!”이 자재상들은 매서운 말들을 쏟아 놓고는 냉소하며 자리를 떠났다. 최가네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얼굴빛이 극도로 처참해졌다. 최가는 원래 벼슬아치 집안이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통장에 돈이 몇
“왜? 돈을 받고 좋을 때는 너희들 다 하나 같이 열성적이었잖아!”“지금 최가에 위기가 닥치니 전부 벙어리가 된 거야?”최가 할머니의 용머리 지팡이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화가 나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다들 이때 머리를 숙였고, 아무도 입을 열고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말해 봐! 이것들을 다 어떻게 할 거야? 이 난장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최가 할머니는 계속 노호했다. “할머니, 제 생각에 이 일은 우리가 설은아 그 계집애한테 당한 거 같아요!”“생각해 보세요. 처음에 우리는 얼떨결에 의견을 냈었잖아요. 하현이 살기를 원하면 모든 지분을 우리에게 줘야 한다고요!”“그런데 문제는 이 주식이 가치가 4천억이 넘는다는 거예요. 어떤 남자가 이런 가치가 있을 수 있겠어요?”“결국 설은아가 직접 이 주식들을 우리에게 넘긴 거예요!”“제 생각엔 은아가 고의로 그런 것 같아요. 그때 은아는 백운회사가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직접 승낙을 했던 거죠!”“게다가 나중에 떼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 계약할 때는 후련하게 한 거죠!”“그때는 우리가 문제를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상황이 잘못됐어요!”“은아는 너무 냉정해요!”“정상적인 사람이라면 4천억을 잃으면 가슴이 아파 죽지 않겠어요? 은아의 표정은 조금 밝았잖아요!”최가 사람들은 지금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러쿵저러쿵 의논을 하고 있었다. 최가 할머니는 어두운 얼굴로 찻잔을 움켜쥐고는 한참 뒤에야 음산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은아 이 계집애는 진작부터 회사를 통제할 수 없어서 계속 사람을 찾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우리 최가가 정면으로 부딪힌 거고!”“보기에는 마치 우리가 은아를 모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아네 가족이 우리 최가를 모해한 거네!”“우리가 그들 일가에게 손해를 입은 거야!” 최수빈은 차갑게 말했다. “할머니, 제가
최가 사람들이 은아를 어떻게 데리고 와서 난장판을 치우게 할 지 계산하고 있을 때였다. 설은아는 어떤 업종에서 시작해 새로운 회사를 차릴지 연구하고 있었다. 어쨌든 하현은 그녀에게 남원의 시장이 얼마나 크고 기회가 많은지 알려주려고 계속 격려하고 있었다. 설은아는 원래 고집이 세다. 그녀는 항상 어디서 넘어졌는지 그 넘어진 곳에서 일어서곤 했다. 하현의 지지를 얻고 그녀의 재창업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녀는 지금 스마트 밸리에서 엔젤투자자를 찾으려고 계획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때 최가 할머니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설은아, 너 이 망할 년아!”“우리 최가가 여태껏 너한테 잘못한 적 없었잖아!?”“네가 뜻밖에도 처음부터 우리 최가를 노리고 있었다니!”“빌어먹을!”“그때 희정이 그 망할 년이 너를 임신했을 때 내가 왜 너를 없애라고 밀어붙이지 않았는지 후회스럽다!”“그랬다면 우리 최가가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전화를 받자 마자 최가 할머니는 은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설은아는 이때 여전히 예의 바르게 말했다.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제가 최가에게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러세요?”은아의 말을 듣고 전화 맞은 편에서 최가 할머니는 화가 나서 혈압이 치솟았다. “우리한테 한 일이 없다고?”“너 백운회사의 임원과 직원들 다 사직하게 만들었잖아!”“자재상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정산하라고 하고!”“시공팀도 바로 그만두게 만들고!”“지금 천일그룹과 중소 주주들까지 투자를 취소하고 있잖아!”“네가 감히 이런 일을 하고도 너 이 망할 년과 관계가 없다고? 무슨 성인 행세를 하고 있어!”은아는 이 말을 듣고 멍해졌다. 그녀가 재직하고 있을 때 백운회사가 얼마나 잘 나가고 있었는가?그것은 남원 부동산 업계의 신예였다. 어떻게 자기가 떠난 지 며칠도 안 됐는데 백운회사가 난장판이 된 기분이지?“할머니, 설마 백운회사의 현금을 다 인출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최가네 할머니는 지금 늠름하게 말하고 있다. 신은 그녀고, 귀신도 그녀다! 분명히 그녀는 설은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은아는 마음이 약하고 가족애를 중시한다. 최가 사람들은 돈과 이익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설은아는 분명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줄곧 하현과 기꺼이 이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다. 만약 최수빈이었다면 이런 남편은 진작에 그녀에게 걷어 차였을 것이다.“은아야, 이건 외할머니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뭐든지 말해도 좋아!”“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네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네 엄마의 엄마잖아!”지금 최가 할머니는 방금 마치 딴 사람이 된 듯 다정한 말투였다. 이런 것을 보고 병 주고 약 준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바로 설은아의 마음을 약간 움직이게 했다. 사실 그녀는 지금 백운회사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가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그녀가 바라는 바였다. 그녀는 이미 희정이 한밤중에 몰래 우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계속 이런 억울함을 당하지 않기를 바랬다. 이때 설은아는 마음이 여려 승낙을 하려고 했다. “은아야, 만약 네가 괜찮다면 지금 최가로 와. 할머니는 네가 보고 싶어!”분명 최가 할머니는 이미 모든 것을 계산한 것이다. 은아의 마음이 약해지는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할머니, 저……”은아가 승낙을 하려는 찰나, 옆에 있던 하현이 다가와 은아의 핸드폰을 가져가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집은 보험 안 들어요. 감사합니다.”“하현아, 나야!”최가 할머니는 비록 조금 화가 났지만 지금 감히 화를 낼 수 없었다. “누구세요? 제가 당신을 아나요? 죄송하지만 아무 일 없이 전화해서 제 아내를 괴롭히지 말아 주시겠어요!”하현은 냉소하며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김에 차단을 해버렸다.
은아는 어금니를 가볍게 깨물고는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착하지만 또 미련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최가의 의도를 모를 수 있겠는가?다만 그녀는 자기 마음의 관문을 넘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하현에게 들켜서 그녀는 오히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여보, 고마워. 나는 그 사람들이 나를 단지 도구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걸 알아. 더 이상 그들 말을 듣지 않을 거야.”“최가는 그냥 그들이 살든 죽든 알아서 하게 놔두자.”이렇게 말하면서도 은아는 여린 마음이었다. 하지만 하현은 최가에게 기회를 줄 마음이 없었다. 그는 직접 유아를 시켜 대학을 살펴보라는 핑계로 희정과 재석을 데리고 남원을 떠나 대구와 연경을 잠시 둘러보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가 사람들은 재석과 희정 두 사람에게 연락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최가. 많은 사람의 전화가 폭발 직전까지 걸려왔지만, 여전히 은아네 가족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때 최우현이 허겁지겁 돌아왔다.“할머니, 제가 예전에 부탁해서 조사를 해봤어요.”“재석과 희정, 유아 세 사람이 한 시간 전에 비행기를 타고 남원을 떠났대요. 대학을 둘러 보러 갔대요. 아마 적어도 열흘 이나 반 개월 정도는 지나야 돌아 올 수 있을 거예요!”“하현과 은아 두 사람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스마트 밸리의 초인종이 고장 날 지경이 되어도 아무도 응답이 없어요!”이런 상황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그들은 원래 설은아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고, 은아가 돌아오기만 하면 이번엔 최가에게 아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왜 이렇게 된 거지?최가 할머니는 울먹이며 끊임없이 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 집안의 주인이 하현이라니! 생각지도 못했어! 원수구나!”“나는 정말 하현 이 놈을 너무 목 졸라 죽이고 싶어!”최가네 사람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또 몇 대의 차가 최가 입구에
경호원은 냉소하며 말했다. “벼슬아치 집안? 대단한 살기에 콧대까지 높네!”“당신들 집안에서 최준이 대장을 건드렸다가 지금 군 병원에 의식불명인 채로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들 아직도 사람이 있어? 최우현한테 기대고 있는 거야?”이 말을 들은 최우현은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이 사회 인사들은 이 남원 경찰서 3인자에게 조금의 예의도 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정상이다. 아침에 이 자재상들이 이미 일을 다 퍼트렸다. 다들 알다시피 최가는 지금 종이 호랑이라 돈을 받으려면 확실히 지금 해결을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이다.이때 최수빈은 못마땅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당신들 설마 며칠 후면 대장이 우리 최가에 온다는 걸 모르는 거야?”“당신들 지금 우리 최가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그때 가서 대장이 알면 당신들 죽을까 무섭지 않아?”부동산 투기단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잠시 후에야 어떤 사람이 냉소하며 말했다.“이 계집애, 너 우리를 놀래 키려고 그러는 거야!”“대장은 우리 대하의 수호신이야. 그런 분은 하는 일은 다 공정해!”“그가 꼭 오리란 법이 없진 않겠지!”“그가 온다고 해도 우리를 지지해 줄 거야! 못 믿겠으면 당신들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당신들……”이 말을 듣고 최가 사람들은 또 조급하고 화가 났다. 그들이 어디 대장의 전화 번호가 있겠는가?바로 이때 최가 할머니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생소한 예쁜 번호였다. 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당인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최가 할머니죠? 접니다. 당도대의 당인준!”이 말에 최가 할머니는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당도대 전신 당인준이요? 무슨 분부를 내리시려고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대장님께서 저에게 전하라고 하셔서요. 3일 후 찾아 뵙겠다고 하셨습니다.”당인준의 목소리는 냉담해 어떤 느낌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