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제호 사무실. 이 곳은 제호그룹의 소유로 오늘 밤 잠시 운영을 중단했다. 최우현은 일찍이 임천석이 바친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자리를 떠났다. 어쨌든 그들이 보기에 설은아 식구를 상대하는 거니 무력으로 위협하면 그만이었다. 어디 최우현이 정말 손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곧 하현이 왔다. “뭐? 그 데릴사위 혼자서 왔다고?”“그래도 좋지. 그의 사지를 다 부러뜨린 후에 내가 다시 그의 여자와 자러 가면 되니까!”임천석은 잔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몸에서부터 마음까지 사람을 괴롭게 할 수 있는지, 죽는 것만 못하게 살게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곧 하현이 들어왔고, 현장에는 수십 명의 제호그룹의 경비원들이 순식간에 하현을 에워쌌다. 어떤 사람이 재빨리 문과 창문들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하현이 떠나지 못하도록, 비명조차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하현은 오히려 냉담한 얼굴로 임천석 맞은편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따른 뒤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런 침착한 태도를 보고 임천석은 멍해졌다. 그는 이런 기품은 명문 집안 2세대에서나 본 적이 있었다. 언제 이 데릴사위가 이런 기품이 생겼지?“최가가 바로 당신 제호그룹의 빽이지?”하현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불쾌한 얼굴로 땅에 뱉어냈다. 질이 너무 나빠서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임천석의 얼굴은 갈수록 흉악해졌고, 이때 그는 차갑게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때서?”하현이 웃었다.“맞다면 내가 너한테 말 해줄 수는 있지. 네가 폐급을 빽으로 삼은 거라고. 네 스스로가 폐물이라고 증명하는 거 아니겠어?”“아니라면 더 궁금해지네. 눈먼 최가 말고 강남에서 감히 나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푸흡______”이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임천석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 본 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현은 임천석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의 머리를 대리석 탁자 위에 세게 내리쳤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대리석 테이블이 깨졌고 임천석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정신을 잃었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를 깨워서 무릎을 부수고 손발을 부러뜨려 평생 혼자서는 살 수 없도록 해.”“네!”변백범은 손을 드리우고 명령을 받았다. 곧이어 벌써 누군가가 엄청 뜨거운 찻주전자를 들고 와서 임천석의 얼굴에 직접 부었다.“아______”처절한 비명 속에 임천석은 정신을 차렸고 그 자리에서 뒹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손발은 묶인 뒤 부러졌다. 일이 끝나자 임천석은 이미 기절해 있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현은 불쾌한 얼굴로 양복으로 신발 밑창을 닦고는 돌아서서 떠났다. 물론 하현이 스마트 밸리로 돌아왔을 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설씨 가족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희정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하현, 너 못 간 거 아니지?”“갔어요. 게다가 벌써 문제도 다 해결했으니 안심하세요. 임천석은 다시는 우리를 찾아와서 귀찮게 굴지 않을 거예요.”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임천석이 이미 혼자서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는데 어디 찾아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는가?“정말? 너 어떻게 해결했어? 임 이사가 너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어?”은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감하게 하기는커녕 나한테 와인도 한 잔 사줬어. 우리는 들어 가서 사이 좋게 얘기를 나누다가 결국 문제가 잘 해결 됐어.”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하현이 무사한 것을 보고 그녀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같은 시각, 최가. 최준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은 어떻게 됐어? 임천석이 우리가 시킨 대로 하현은 없애 버린 거야?”“아버지, 제 생각엔 문제될 게 없어요. 임 이사 주변
옆에 있던 최우현은 침착한 편이었다. 이때 그가 말했다.“아버지, 임 이사님 주변에 경비원들이 대단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숫자가 많았는데 어떻게 하현 이 폐물이 이런 짓들을 할 수가 있죠? 그가 무슨 배경이나 빽이 있는 거 아닐까요?”최준이 냉소하며 말했다.“내가 진작에 알아봤는데 거물급 인물의 운전기사라던데?”“오늘 밤 누가 길바닥 사람들이 제호 사무실로 들어가는 걸 봤대!”“하현이 길바닥 사람들을 동원한 거 같아.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그가 임천석의 적수가 될 수 있었겠어?”“길바닥 사람들을 썼다고요? 그렇다면 좋은 일이네요!”최우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 최가는 길바닥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상대예요! 전에는 이 폐물을 어떤 죄명으로 감옥에 쳐 넣어야 할지 고민했는데 지금 그가 감히 길바닥 사람들에게 손을 대라고 지시하다니, 그는 죽었어요!”“아버지, 이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 제가 반드시 그가 오늘 한 일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예요!”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해. 손을 쓸때는 빠르고 모질게 단칼에 해결해야 돼. 우유부단하게 마음이 부드러워서는 안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최가의 체면이 서지 않을 거야.”곧 설은아와 집안 사람들도 임천석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들 놀라서 어리둥절했다!이게 바로 하현이 말한 우호 협상인가?그가 사람을 이렇게 때려놓고 우호적이라고? 무슨 웃기는 소리야!“너너너……”“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런 일을 사람을 때려서 해결해?”재석은 하현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붓긴 했지만 사실 그도 지금 하현이 조금 두렵긴 했다. 어쨌든 임천석이 이 녀석에게 맞아서 입원까지 한거 아닌가. 만에 하나라도 이 정신 병자가 자신을 때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은아는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하현, 너 왜 이렇게 충동적이야? 너 뒷감당은 생각해 본 적 있어? 만약 제호그룹이 너한테 책임을 물으면 어쩌려고 그래? 너 정말 감옥에 가고 싶어?”
“너희들 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위원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최준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강경하게 할 수는 없었다. 최우현이 깍듯이 경례를 하며 말했다. “총수사반장님, 어젯밤 어떤 미친 사람이 제호그룹에 가서 소란을 피워 임 이사님을 반신불수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때린 그 놈을 잡아와서 공정하게 처리를 하려고 합니다.”위원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정도 일은 몇 사람만 데리고 가도 되잖아. 다른 사람은 내가 쓸게.”최우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침착하게 말했다. “총수사반장님, 이건 저희 아버지께서 시키신 일입니다.위원용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최군, 내가 네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야!”“오늘 우리 남원에 큰 일이 있어!”“너 남원 병부 수비 교체하는 일은 알고 있지? 오늘 차기 병부 1인자가 공항에 도착해서 우리는 보안 업무를 위해 공항에 가야 해!” “아, 그 일이 있었군요! 그럼 사람들을 데리고 가셔야겠네요. 저에게는 몇 명만 남겨주시면 됩니다.”최우현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감히 말리지는 못했다. 위원용이 사람을 데리고 떠나자 그는 재빨리 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강남 병부 차기 1인자가 오늘 공항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우리가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최준은 전화 맞은편에서 조용하게 말했다. “나도 소식 들었어. 이남 병부 2인자였던 원경천이야!”“이 사람은 비록 어리진 하지만 당시 유라시아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야. 내가 직접 마중 나갈게!”“너는 다른 일을 빨리 처리해!”“이제 우리 최가는 교체하는 큰 일을 준비해야 돼. 작은 인물들과 치근거릴 시간이 없어!”“네. 아버지, 안심하세요. 제가 지금 제 곁에 두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심복들이에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요!”최우현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그는 진작에 하현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
원경천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위아래로 최준을 훑어본 뒤 어떤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최공이군요. 제가 비록 이남에서 종군을 하긴 했지만 당신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정말이요?”최준은 흥분한 얼굴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원경천도 하현이 데리고 나온 병사라는 것을 그가 어찌 알겠는가? 그는 단순히 설은아의 외삼촌이라는 것 때문에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최군은 자신의 명성이 자자하다고 여기고 이때 앞서 나가며 말했다. “원 총지휘관님 만약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으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간단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원경천은 웃으며 말했다.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아직 총지휘관이 아니고 정식적인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그래서 제가 지금 여러분들을 만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 이전 상관을 만나러 왔거든요. 죄송합니다!”이준태와 사람들은 이때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총지휘관님의 상관이라면 설마, 전설의 그분이십니까?”원경천은 숙연한 얼굴로 말했다. “당도대 대장님이에요. 그 어르신은 퇴역한 뒤에도 계속 강남에서 지내셨거든요.”“내가 이번에 강남 병부에 부임하게 된 것도 그 어르신이 추천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내가 강남에 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분을 찾아 뵙는 겁니다!”이 말을 꺼내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숨을 멈추었다. 당도대 대장이 남원에 계시다니!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이준태의 눈빛만이 반짝였다. 그는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심정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당도대 대장이 사령관의 마음 속에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추천 한 마디로 그는 일찍이 강남 병부 총지휘관, 1인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조정에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말 한 마디로 벼슬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이준태
차 안에서 최준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원 총지휘관님, 어디로 모셔다 드릴까요?”“스마트 밸리요.”원경천이 말했다. 최준은 이 말을 듣고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마트 밸리는 남원에서 가장 좋은 단지였다.당도대 대장이 어떤 인물인가? 은퇴 후 은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곳만이 그의 신분에 부합할 것이다. 원경천은 이 말을 마치고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강남에 부임하게 된 것은 확실히 하현이 추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병부의 대장로가 하현을 9대 병부 총지휘관으로 불렀지만 하현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하현은 원경천이 괜찮다는 말을 한 마디 건넸었다. 그래서 이번에 병무 직무 조정을 할 때 원경천이 단번에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원경천의 마음 속은 감격으로 가득 찼다. 대장은 전쟁터에 있을 때도 형제들을 돌봤을 뿐만 아니라 지금 병부를 떠나서도 여전히 형제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원경천은 한편으로 이번에 미리 와서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장이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길 바랐다. ……같은 시각. 스마트 밸리. 최우현은 십여 명의 수사반장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섰을 때 신분을 공개하자 구역 전문 경비원들은 감히 막지 못했다. 설은아는 방금 남원에 도착한 육해민과 스마트 밸리 정원을 거닐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최우현이 팀을 인솔하는 모습을 보고 설은아는 깜짝 놀랐다. 최우현의 신분을 알고 난 후 육해민은 필사적으로 그녀를 막아 섰다. “은아야, 너 절대 충동적으로 굴지 마. 이번에 온 사람들은 모두 경찰서 사람들이야. 아마 어젯밤 일 때문에 온 걸 거야!”“하현은 경찰서로 끌려갈 확률이 아주 높으니 너는 절대 연루되어서는 안 돼. 만약 너도 들어가면 누가 그를 구할 수 있겠어?”육해민이 하는 말을 듣고 설은아는 그제서야 냉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며 한
최우현이 직접 손을 쓸 준비를 하는 동안 최준의 차는 이미 원경천을 모시고 스마트 밸리에 도착했다. 원경천은 입구에서 내려 웃으며 말했다. “최공 감사합니다. 그런데 대장의 신분은 극비라 제가 초대하기는 어렵겠습니다.”“어차피 그때 취임식에서 대장님을 뵐 수 있을 겁니다!”최준은 아주 예의가 발라 감히 사람을 보내 위경천을 쫓아가게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안에 있는 두 사람은 병부의 우두머리니 최가는 미움을 살 수 없었다. 하지만 최준도 급히 자리를 뜨지는 않고 명령하며 말했다. “변두리를 지키고 있어. 잡다한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해. 이따가 총지휘관님이 나오시면 다시 그분을 배웅해드릴 거니까.”이때 하현의 집 입구. 최우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원래 너 같은 땅강아지는 내가 직접 손을 쓸 자격도 없어!”“근데 네 놈이 시비를 가릴 줄도 모르고 자꾸 우리 최가를 도발하다니!”“지금 우리가 친척 관계인걸로 봐서 네가 무릎 꿇고 절한 다음 은아와 이혼하면 내가 너를 봐줄 수도 있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최우현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더니 손바닥을 뒤로 젖히고는 뺨을 때렸다. “퍽!”이 뺨 때리는 소리는 크고 선명했다. 최우현은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고 맞아서 멍해졌다. 그의 뒤에 있는 수사반장들을 포함해 하나같이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최우현은 경찰 이종격투기 리그 우승자이고 실력이 뛰어나 평소에 10명을 상대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데릴사위의 손찌검을 피하지 못하다니? 그리고 최우현도 한참 만에야 반응을 보였다. 뜻밖에도 자기가 사람에게 맞다니!?그의 신분으로 말하자면 누가 감히 그에게 손을 댈 수 있겠는가?그런데 지금 뜻밖에도 그의 심복 부하들 앞에서 뺨을 맞다니?게다가 데릴사위한테 맞았다. “이놈아! 너 건방지다! 감히 우리 남원 경찰서 3인자를 때리다니!”“너 이건 경찰을 습격한 거야. 넌 죽
하현은 아주 의아하게 원경천을 쳐다보았다. 그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원경천은 당도대에 있었던 시간이 길지 않았고 그는 모략과 전술로는 유명했지만 실력으로는 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당도대 모든 사람들은 병왕이라 당도대 출신들은 평범한 물건들이 없었다. 최우현이 아무리 경찰 이종격투기 리그 우승자라고 해도 양측의 차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최우현은 운이 정말 좋았다. 만약 원경천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주먹을 막지 않았다면 지금 최우현은 아마 벌써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건방지게! 당신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니 분명 경찰서 사람들인 거 같은데?”“경찰서 사람들이 마음대로 일반인들에게 손을 쓰다니, 법을 알고도 어긴 건 죄가 가중돼!” 원경천은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그는 강남의 공무집행이 이렇게 무질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뜻밖에도 경찰서 사람들이 이렇게 일을 처리하다니. 최우현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또 어디서 튀어나와서 쓸데없이 참견을 하는 거야?”“네가 설령 고수라고 해도 너 우리 경찰서에서 사건 처리하고 있는 거 못 봤어?”“우리가 사건을 처리하는데 방해하면 어떻게 되는 지는 알고 있지?”최우현은 몸에 지니고 있던 화기를 꺼내 들고는 안전장치를 풀어 원경천의 이마에 들이댔다. 이 장면은 원경천을 화나게 했다. 이 수사반장들은 너무 건방지다. 화기라는 것이 아무렇게나 꺼낼 수 있는 것인가?그들 앞에 있는 사람이 유명한 당도대 대장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이라고 해도 이럴 수는 없다!“왜? 감히 쏘려고? 백주대낮에 법은 어디 있는 거야!”원경천의 안색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최우현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 어르신이 못할 거 같아? 어르신은 강남 경찰계의 귀공자 나으리야. 어르신이 곧 법이라고!”“나는 지금 네가 이 쓸모없는 놈과 한통속이라는 의심이 드네.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