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천한 년, 이건 우리 최가의 체면을 구기는 거야!”“우리 당당한 일류 가문에 어떻게 저런 여자가 나올 수가!”“어쩐지 저 여자가 감히 우리 최가에 맞서더라니, 설마 돈 많은 내연남를 구했다고 일이 다 잘 풀릴 거라고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최가 사람들은 모두 노기가 등등했다. 최가는 일류 가문이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최준의 지위로 버티고 있었다. 최가는 사실 집안 기반이 매우 얕아서 심지어 일부 평범한 2류 가문보다 못했다. 이번에 최가는 백운회사에 대해 반드시 얻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기회를 빌어 벼락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결국 지금 은아는 말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돈을 마구 쓰고 있었는데, 이것은 최가의 많은 식구들이 보기에 반역이었다. 특히 최가 할머니는 일심으로 백운회사를 삼킨 후 최가를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더욱 화가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우리 최가 체면이 말이 아니네! 우리 최가는 어쨌든 이런 천한 년은 받아들일 수 없어! 준아! 너 다시 방법을 생각해 봐. 나는 이 천한 년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지금 최가 할머니는 곧장 걸어가 은아의 뺨을 한바탕 갈기고 싶었다. “할머니, 일단 흥분하지 마세요. 은아가 이렇게 나오는 이상,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걱정 마세요. 제가 강남과 남원에서 차지하는 지위로 전화 한 통이면 은아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어요. 제가 은아를 곤경에 빠지게 할 수 있어요!”최가 가족이 떠난 후 은아 쪽에서는 계속해서 일사불란하게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최가에게 자신의 회사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이것은 자신이 힘들게 쌓은 업적인데 어찌 쉽게 남에게 양보할 수 있겠는가? 은아는 최가를 거절한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최가는 어찌되었든 그녀의 외할머니 댁이니 너무 매정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듣고 그 점원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아마 실망하실 거 같은데요. 우리 가게 식당은 오늘 청소를 하고 있어요.”“이쪽에서 왼쪽으로 가면 벤츠 4S 매장이 나와요. 그쪽으로 가시는 게 나을 거 같네요!”오토타운 쪽에는 차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점심시간이 되면 보통 4S 매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이 암묵적인 규칙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식사시간에 차를 보러 와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했다. 4S 매장에서도 정말 차를 사고 싶은 고객에게는 기꺼이 응대를 했다. 하지만 이 점원들이 보기에 하현은 아무리 봐도 차를 살 능력이 없어 보였다. 주머니에 돈도 없으면서 4S 매장에 와서 시치미를 떼고 차를 구경하다 결국 밥만 축내는 손님들에게 질려 핑계 댈 구실을 찾아 내쫓은 것이다.그들이 보기에 하현은 분명 차를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럴 거면 일찍 쫓아내는 게 낫다. 하현은 어이 없는 얼굴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밥을 얻어먹으러 온 게 아니에요. 저는 밥에는 관심이 없어요.”말을 마치고 하현은 4S 매장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방금 입을 열었던 점원이 여전히 가로막으며 말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예약제로 차를 판매하고 있어요. 사전 예약 없이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이 말을 듣고 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허름한 4S 매장이 마치 스스로 대단한 것처럼 도도하게 굴었다. 하현이 떠나려고 할 때 그의 뒤에서 고급 양복을 입은 몇 명의 남자들이 걸어왔다. 어떤 점원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선생님들, 안으로 들어오세요!”“저희가 귀한 손님들을 위해 무료로 점심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식사 후에 차를 보셔도 됩니다!”곧 하현 앞에서 점원들은 깍듯이 이 손님들을 안으로 맞아 들였다. 하현은 원래 떠날 준비를 했고 벤츠 쪽으로 가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때 점원 위홍이 시큰둥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봤어요? 정말 차
하현은 장세미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보고 난 후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장세미는 몇 년 전 하씨 가문의 하녀였는데 접시를 나르고 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맡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당시 하현은 조용했지만 가끔 백운별원을 드나들었었다. 이 여자는 비록 하현의 신분은 모르지만 그가 하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매번 하현을 볼 때마다 거의 무릎을 꿇어야 했다.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녀가 뜻밖에도 밖에서 BMW 4S 매장의 매니저가 됐을 줄이야?잘 지낸다고 밖에는 별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응, 장씨구나. 오랜만이야.”하현이 웃었다. “근데 기왕 매니저가 됐으니 아랫사람들 관리를 잘 해야지. 나는 손님으로 차를 사러 왔는데 못 들어가게 하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장세미는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 저는 이 사람들이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해요!”“제가 뉴스도 안 보는 줄 알아요?”“당신들 하씨 집안은 얼마 전에 이미 파산해서 천일그룹에 흡수됐잖아요.”“하씨 가문의 큰 도련님, 예전에는 전부 명품을 입고 계시더니, 지금은 다 해봐야 2만원도 넘지 않을 거 같네요.” “그러니 차 살 돈도 없는데 우리가 왜 당신을 대접해줘야 하죠? 우리는 1분마다 몇 만원씩 하는 사람들이니 시간이 귀해요!”하현은 멍해졌다. 상대방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원래 오랜 친분을 생각해서 하현은 따질 생각도 없었다. 이때 그가 차갑게 말했다.“누가 내가 차 살 돈이 없다고 말했어?”“만약 내가 원하면 네 4S 매장을 살 수도 있어.”“풉______”장세미는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요. 하 도련님, 제 앞에서 허풍 떨지 마세요!”“당신들 하씨 집안이 어떤 상황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요?”“그리고 당신, 듣기로 지금 남의 집 데릴사위라던데, 마누라한테 기대서 밥 먹고 지낸다면서요? 좋게 말하면 가정 주부고, 나쁘게 말하면 기둥서방이고!
결국 하현은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벤틀리 4S 매장으로 들어갔다. BMW 4S 매장 직원들은 이 모습을 보고 하하 크게 웃으며 말했다.“매니저님, 우리 같이 건너가서 웃음거리 좀 보실래요?”장세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빈털터리일 뿐이야. 그 사람이 뭘 살 수 있겠어?”“비야디도 못 살 텐데 벤틀리를 사겠다고?”“그 사람은 들어가지도 못할 걸!”말을 마치고 장세미는 냉소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벤틀리 4S 매장에 오자 입구에 있던 점원들은 하현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선생님, 이쪽에 있는 차가 마음에 드세요? 아니면 제가 간단하게 안내를 해드릴까요?”키다리 점원 양연정이 웃음을 머금고 다가왔는데 하현의 옷차림이 누추하다고 해서 사람을 깔볼 생각이 없는 거 같았다. 하현은 양연정을 관심 있게 보며 말했다. “여기서 BMW 4S 매장은 가까운 거리라 방금 저쪽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분명히 알 거 같은데요.”“그런데도 이렇게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다니 내가 밥만 축낼까 봐 무섭지 않아요?”양연정은 웃었다.“선생님, 만약 식사가 필요하시면 저희 쪽에도 있습니다.”“차를 사는 문제에 대해서 저는 우리 4S 매장이 장사를 하려고 문을 열어 놓은 이상 오시는 분은 다 손님이라고 생각합니다.”“손님이 결국 저희 제품을 구매하시든 안 하시든 저는 점원으로서 손님께 제품을 소개할 의무가 있지요.”“게다가, 혹시 지금 저희 차를 구매하실 여유가 없으시더라도 1년 뒤에는 사실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때가 되면 저희 제품을 먼저 생각해 주실 수도 있고요.” 양연정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고 전혀 하현을 깔보는 기색이 없이 오히려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현은 웃으며 홀 중앙에 있는 전시 차 한대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차 주세요.”양연정은 어리둥절해하며 약간 주춤하며 말했다. “선생님 이 차는 저희 가게에서 제일 비싼 벤틀리 뮬산입니다. 가격이 9억이 넘습니다. 정말 원하세요
BMW 4S 매장. 사장은 맞은편에서 떠들썩한 모습을 보고 격양된 얼굴로 말했다. “벤틀리 4S 매장에 또 갑부가 왔네. 게다가 그 한정판 전시 차를 직접 타다니 대단하다!” “우리 가게는 언제 이런 큰 손을 만나 7시리즈를 팔 수 있을지 모르겠네.”마한수는 탄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BMW 4S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 몇 천 만원 대 정도인 BMW 1시리즈였다.거의 2억에 가까운 7시리즈는 오랫동안 비치되어 있어도 팔리지 않았다. 더 이상 팔리지 않으면 차가 녹 슬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벤틀리 쪽의 성대한 분위기에 비해 마한수는 자신의 매장이 일종의 바오준 4S 매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맞아! 장세미한테 건너 오라고 해. 같이 가서 그 큰 손에게 선물을 보내자. 우리 BMW 4S 매장에서 그 사람에게 좋은 차를 사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하면, 아마 그 큰 손이 우리 쪽으로 물건을 보러 올 지도 모르잖아!”이 BMW 4S 매장의 사장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장세미는 흥분한 얼굴로 손에 꽃다발을 들고 걸어왔다. 벤틀리 4S 매장에서 차를 산 큰 손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꿈에서도 웃으며 깰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때 하현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진작에 잊어 버린 지 오래였다. 누가 아직도 이 구차한 일을 기억하고 있겠는가?……이때 벤틀리 4S 매장에서 하현은 이미 VIP룸에 초대되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중을 들게 하는 대신 양연정에게 바둑 한 벌을 구해오라고 했고, 둘은 흥미진진하게 두고 있었다. 이때 장세미와 위홍 두 사람은 사장 마한수를 따라 함께 벤틀리 매장으로 들어갔다. 장세미가 들어간 후 사방을 둘러보더니 문득 하현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그 가난뱅이가 어디로 갔지? 왜 안 보이지?”위홍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듣기로 벤틀리 쪽에서는 손님 접대를 많이 한다고
하현의 냉담한 표정을 보고 마한수는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존경하는 선생님, 저희는 다른 뜻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축하 드리러 온 것뿐이에요.”“만약 비위를 거슬렸다면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마한수는 이때 급히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그는 어떤 거물들은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초청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자기가 설마 이런 괴팍한 성격의 거물을 만난 건 아니겠지?“어서! 같이 와서 이분께 사과 드려!”이때 장세미와 위홍 두 사람은 급이 앞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른바 큰 손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을 때 장세미와 위홍 두 사람은 모두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바로 기절할 뻔했다. 하현!?이 벤틀리 한정판을 산 갑부! 방금 그들에게 가난뱅이 취급을 받았던 하현이 뜻밖에도?그는 정말 차를 사러 왔던 거구나!게다가 관건은 그는 10억이 넘는 차를 별 생각 없이 몇 분만에 큰 돈을 주고 샀다는 것이다. 장세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신의 사장은 이런 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기가 방금 이 분을 가게 앞에서 쫓아냈던 것이다……장세미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만약 사장 마한수가 방금 일어난 일을 알게 되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때 마한수는 이미 몇 가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하현의 눈빛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그는 BMW 4S 매장 사람들을 마치 바닥에 있는 빈대인 것 마냥 쳐다봤다. 생각해 보면 자기 쪽에서는 축하를 하러 온 것인데 이 사람이 이런 태도를 보일 리가 없다! 이를 의식한 그는 그의 부하에게 시선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이 부하는 이때 이미 하현을 알아보았고, 그는 창백한 얼굴로 마한수의 귀에 대고 방금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뭐!?”방금 일어났던 일을 듣고 마한수는 하마터면 노혈을 한 모금 토해낼 뻔 했다. 이 큰 손이 BMW 4S 매장에 왔을 뿐만
결국 장세미는 이빨이 다 부러졌다. 마한수는 더욱 그녀의 무릎을 걷어찼고 그녀를 하현 앞에 무릎 꿇게 했다. “선생님, 이 무식한 년은 제가 이미 벌을 주었으니 용서해주세요!”지금 마한수는 자신이 무릎을 꿇을 지경이었다. 그는 이런 큰 거물이 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장세미 같은 눈먼 바보 때문에 결국 자신이 파산하게 된다면 차라리 여기서 바로 머리를 박고 죽는 것이 나았다. 이때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사과를 받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내 길을 막지 말아 주세요. 저 바쁩니다.”“쾅!”청천벽력 같은 순간이다. 사장 마한수는 놀라 오줌을 쌀 지경이었다. 곧이어 그는 재빨리 말했다. “하 선생님, 즉시 장세미와 몇 놈을 해고하겠습니다. 거기다 우리 업계의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을 약속합니다!”“우리 BMW 뿐 아니라 남원의 모든 자동차 업계에서 절대 그들을 채용하지 않을 겁니다!”마한수의 말을 듣고 장세미와 몇 사람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한대 맞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니다. 따귀를 몇 대 크게 맞아도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해고가 되고 거기다 업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그들은 끝장이었다!월급이 높은 일자리가 이렇게 없어지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지?그들은 평소 1년에 최소 몇 천 만원의 수입을 올렸고 게다가 하나같이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어떡하지?이게 가장 큰 벌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벤틀리 4S 매장 사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업계는 솔직히 물건을 팔아 장사를 하는 건데, 장사하는 데 제일 중요한 원칙은 고객이 우선이 되야 한다는 거예요.“이런 기준도 지키지 못하면서 잘난 척 하는 사람은 우리 업계에서 지낼 자격이 없어요!”“쥐 똥 하나에 국 한 솥이 다 망쳐지니까요!”“그래서 저는 찬성합니다!”“우리 포르쉐도 찬성합니다!”“우리 벤츠도 찬성합니다!”곧 구경 나
“감사해요. 저는 택시타면 돼요.”은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아가씨, 저를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내가 방금 아가씨가 백운 빌딩에서 내려오는 거 봤는데 맞죠? 저는 옆 건물 제호빌딩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호그룹의 프로젝트 부서 부국장, 방원준이라고 합니다. 아마 우리가 같이 일할 때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말을 하면서 방원준은 차에서 내렸다. 그가 키가 크고 잘 생겼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그는 점잖아 보였고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나는 명함 한 장을 꺼내 은아에게 건넸다. 분명, 그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 정오에 그는 은아를 우연히 만나고는 깜짝 놀랐다. 오늘 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이런 기회가 생겨 말을 걸었던 것이다. 방금 차에서 내렸을 때 그는 몇 명의 불량배들에게 은아가 길가에 서 있는 사진을 찍어 보내며 오늘 밤 반드시 이 미녀를 잡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은아는 예의상 명함을 건네 받은 뒤 또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어쨌든 다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 이것은 기본적인 예의였다. 명함에 적힌 은아의 이름을 보자 방원준은 눈이 번쩍 뜨였다. “백운회사의 설은아 회장님이시군요!”“저희 제호그룹도 건설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교류할 일이 많을 것 같네요!”“참, 제가 며칠 전에 BMW 7 시리즈를 뽑았는데요. 거의 2억에 가까워요.”“가장 중요한 건 제 조수석에 아직 아무도 타지 않았다는 거예요!”“제 생각에 설 아가씨가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아요!”“괜찮아요.”설은아는 사양하는 얼굴이었다.“이따가 택시를 잡으면 돼요.”“아이고, 아가씨, 뭐가 무서워서 그래요? 제가 설마 아가씨를 잡아 먹기라도 하겠어요?”“제가 좋은 마음으로 호의를 베푸는 건데, 이렇게 거절을 하시는 건 제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거 아닌가요!”방원준은 화난 척을 했다. “이렇게 해요. 아가씨가 제 차에 타시기만 하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