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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 화

Author: 유나
나는 위층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쓰러졌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식탁에서 일어난 일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권사현은 차은별이 나를 모함하는 데도 가만히 있었다. 내가 개미 한 마리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말이다. 내가 미쳤다고 사람을 해치겠는가?

내가 차은별을 좋아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를 해치는 건 내 선택지에 없었다. 그녀가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음식을 통해 해를 끼치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지금쯤 그녀는 이간질에 성공했다며 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화롭게 저녁조차 먹을 수 없었다. 그녀의 존재는 늘 우리의 결혼 생활을 방해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쓰러졌다. 어떻게 해야 차은별을 우리의 삶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졸음이 몰려오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하러 욕실로 갔다. 샤워를 마친 뒤,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나는 목이 마르고 입안이 텁텁해 깨어났다. 나는 슬리퍼를 신은 후 물을 마시러 아래층 주방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주방으로 연결되는 복도를 지나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다가가자 권사현과 차은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계를 확인했다. 밤 11시였다. 권사현은 대체 왜 이 시간에 차은별과 함께 있단 말인가? 그는 응당 나와 함께 침대에 있어야 했다.

그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하고 주방으로 향하려던 찰나, 차은별의 목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목소리 때문이 아닌 그녀가 한 말 때문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말을 들었다.

“넌 왜 연서 씨 같은 까다로운 여자랑 결혼했어? 연서 씨는 냉정하고 공감도 못해. 이 시간에 나를 쫓아내려고 하는 거 봤어? 이게 전부가 아니야. 연서 씨는 이기적이고 무례해. 아까 보니 너한테도 전혀 배려심이 없어.”

“연서가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한 일이야. 내 아내니까. 그러니 말조심해.”

권사현이 말했다.

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이번엔 나를 변호해 주기는 했다.

“너 변했어. 내가 알던 권사현이 아니야. 그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차은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만해. 과거 얘기는 꺼내지 마. 과거는 과거로 남겨둬. 그리고 실패한 결혼 생활을 겪은 네가 내 결혼에 간섭할 권리는 없어.”

권사현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난 너 때문에 이혼한 거잖아.”

차은별이 말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아니야! 네 이혼에 날 끌어들이지 마!”

권사현이 단호하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내 가슴에 쌓인 무거운 감정을 덜어주진 못했다.

이때 차은별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늘 하던 대로 감정적인 협박을 시작했다. 나는 권사현이 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기도했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이미 권사현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는 권사현을 꽉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그리고 권사현은 그녀를 감싸안으며 위로했다.

나는 분노와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목마름도 잊은 채 위층으로 허둥지둥 올라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더 이상 두 사람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참을 수 없었다.

짐을 다 챙기고 나서 외출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나는 가방을 들고 나섰다. 계단 입구에 가자 가만히 서 있는 차은별이 보였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악의로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함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와의 충돌은 피하고 싶었다. 내가 신경 쓰는 건 떠나는 것뿐이었다.

계단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차은별이 내 길을 가로막았다.

“귀찮게 굴지 말고 비켜요.”

“싫은데요? 나를 죽이려고 하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았어요?”

차은별이 처음 보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현 씨도 없는데 연기는 그만해요. 음식에 우유가 없다는 건 우리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사현 씨 관심을 끌려고 헛구역질한 거 제가 모를 것 같아요? 비켜요. 차은별 씨 드라마에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까.”

“현실 부정도 정도껏 해야지. 아무튼... 가고 싶으면 가요.”

차은별은 비웃으며 길을 비켰다. 나는 그녀를 무시하며 지나쳤다.

“근데... 우리 둘 다 위험에 처하면, 사현이는 누구부터 구해줄 것 같아요?”

차은별이 갑자기 물었다.

“뭐라고요?”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말을 곱씹을 틈도 없이, 나는 강한 힘을 느끼고 휘청거렸다. 몸은 중심을 잃고 계단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내 입에서 절박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권사현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 순간 차은별이 내 곁으로 달려와서 털썩 누웠다. 마치 나와 함께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정말 비열했다. 나는 진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 심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기!’

공포가 몰려오며 나는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차은별은 권사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권사현이 달려왔다. 그의 시선이 나와 차은별 사이를 오갔다. 혼란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말할 수 없었지만 눈빛으로 간절히 그에게 말했다.

‘제발, 나를 도와줘. 우리 아기를 도와줘.’

어느 순간 권사현은 나에게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결국 멈춰 서서 차은별에게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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