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국은 그 크기와 오랜 역사, 또한 방대한 인구를 자랑하고 있다.천년 동안 H국 사람들이 지켜온 건 바로 중용의 길이었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명문 가문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정말로 H국에는 그 몇 안 되는 대가문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H국엔 많은 가문과 세력이 존재하며 이들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항상 겸손하게 행동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그들과 접촉하지 못할 것이다. 이 중에서도 기씨 가문과 모씨 가문이 대표적이다.맹유훈은 몇몇 가문을 알고 있었는 바, 특히 기씨 가문이 모씨 가문보다 더욱 극단적이었다. 이들은 사실상 폐쇄 정책을 시행하며, 가문 구성원들은 외부에 자신들의 가문 일을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알지만, 그들이 같은 가문 출신임을 모른다. 이런 가문들은 생사의 위기가 아니면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씨 가문과 모씨 가문은 그들의 규모와 역사적 전승으로 모든 명문 가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맹유훈이 이진기의 지휘실에 기씨 가문과 모씨 가문이 모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맹유훈은 자신이 오늘 내린 결정이 얼마나 옳았는지 깨달았다.이것은 이진기가 이미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기씨 가문과 모씨 가문 같은 명문 가문들까지도 이진기를 H국 차세대 최고 권력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위세를 가진 이진기가 만약 이번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가 이진기를 막을 수 있을까? 앞으로 대의명분은 이진기에게 있으며, 이진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한, 죽음은 어려울 것이다. “기씨 가문과 모씨 가문도 왔다고요?”맹유훈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들을 알아요?” 이진기가 놀라워하며 말했다.맹유훈이 웃으며 말했다. “저의 아버지가 가끔 국내 가문 세력들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많이 알진 못하지만, 이 시점에 그들이 이진기 씨를 찾아온 건 그들 가문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맹유훈은 입을 삐죽이며 계속해서 말했다. “처음에 허웅이 이진기 씨를 곤란하게 만들고, 심지어 월가까지 동원해 이진기 씨를 곤란에 빠뜨린 건 제 아이디어였어요.”“짐작했어요.”이진기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아마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사람만 알고 있겠지만, 한세븐 펀드가 탄생한 것, 지금 한세븐 펀드가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월가 자본과 정면 대결하는 것, 이 모든 시작의 핵심 인물이 바로 맹유훈 씨입니다. 맹유훈 씨가 없었다면 이런 일들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맹유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제 자신이 꽤 자랑스럽네요.”“자랑스러울지 어떨지, 이미 다 지나간 일이예요.”이진기가 맹유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진희 그룹은 성장기입니다. 제 사업도 잘 되고 있죠. 그래서 말인데 저와 함께 일할 생각 없어요? 다른 건 약속 못해도, 잘 먹고 잘 사는 데 문제없게 해드리죠.”그러자 맹유훈이 더 밝게 웃으며 말했다.“전 아직 그런 정도로 몰락하지 않았어요. 이 모든 걸 다 필요로 하지 않아도, 우리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만으로 충분히 풍족하게 살 수 있습니다.”“그래서 맹유훈 씨는 맹산열 씨가 일평생 벌어 온 돈을 쓰겠다는 건가요?”이진기가 맹유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그게 맹유훈 씨가 원하는 거라면, 저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이름처럼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면 되죠.”맹유훈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럼 제가 그런 생활에 만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진기 씨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면요?”“그럼 전 허웅 씨를 처리할 때 맹유훈 씨도 함께 처리할 겁니다.”이진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당신들과 이런 저런 이유로 싸우고 죽이는 일에 질렸어요. 한 방에 완전히 해결해 다른 일을 도모하고 싶네요. 이번 일만 잘 넘기면 진희 그룹의 시선은 반드시 글로벌 시장과 글로벌 경쟁에 맞춰질 겁니다. 국내의 일은 더 이상 진희 그룹과 저의 노력이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그
곽안우가 불쾌한 표정으로 맹유훈을 쏘아보며 이진기에게 말했다. “이진기, 넌 미쳤어? 이놈 때문에 몇 번이나 죽을 뻔했잖아.”이진기는 곽안우의 어깨를 눌러 다시 자리에 앉게 하며 말했다.“원래 서로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에 이익이 충돌했던 거야. 각자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이제는 입장이 같아지고 같은 이익을 공유하게 되었으니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곽안우는 이진기를 한 번 더 보고는 못마땅하게 말했다.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저 녀석을 좋게 대할 생각은 없어.”“저도 필요 없네요.”맹유훈이 평온하게 대답했다.“저기요!?”곽안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지금 한 번 해보자는 거예요?”하지만 맹유훈은 곽안우를 무시하고 모윤석에게 말했다. “모윤석 씨, 오랜만입니다.”모윤석이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서 맹유훈 씨를 만날 줄은 몰랐네요.”맹유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일단 왔으니 같이 주식시장 개장을 기다립시다.”모윤석이 말했다.맹유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요.”곧이어, 맹유훈의 소식을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던 주세원도 위로 올라왔다.지휘센터의 큰 문을 밀고 들어설 때, 주세원은 방 안 가득한 재벌들의 시선을 받으며,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벽에 바짝 붙어서, 맹유훈 뒤에 조용히 섰다.“유훈 사장님.”주세원은 거의 울 것 같았다.“왜 여기에 온 거예요?”지금까지도 주세원은 맹유훈이 진해 거래센터에서 이 세기의 대결을 같이 지켜보자고 한 말이 농담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나 이제 진희 회사의 최고 운영 책임자야.”맹유훈이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넌 내 비서고.”주세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맹유훈과 이진기를 번갈아 보더니 마침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좋네요.”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밖의 폭우는 조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밤이 깊어지며, 세상은 어둠 속에 잠겨갔다. 길가의 가로등 아래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조명을 밝히
그때 이진기는 볼펜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진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맹유훈은 이진기와 오랫동안 싸우면서, 이진기가 생각에 잠긴 모습을 가까이에서 처음 봤다. 맹유훈은 지금 이진기가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알고 싶었다.하지만 어떤 기분이든,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했다.개장 전 10분을 앞두고 진 잭이 지휘실에 들어섰다. 진 잭의 등장으로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고, 동시에 긴장감이 고조되었다.모두가 알듯이, 진 잭은 전체 팀의 준비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왔고, 이 단계는 전투 시작 전 마지막 준비였다. 모든 점검을 마친 후에는 모두가 최종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진기 대표님, 투자자 여러분.”진 잭이 재벌들 중간에 서서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들 중 아무나 골라도 대기업의 후계자로, 상상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쉽게 한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진 잭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계속해서 말했다. “팀의 모든 준비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동결된 한세븐 펀드의 총 자금량은 892억 달러이며, 예비 자금 총액은 H국 화폐로 198조 H국 화폐로, 이는 1460억 달러에 해당합니다. 분석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개장 후 30분, 즉 금지령이 효력을 발생하기 전에 이미 동결된 거래 주문이 즉시 성사될 것이며, 이 거래 주문은 우리에게 15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가져올 것입니다.”진 잭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바꾸고 말했다.“다시 말해,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150억 달러를 손실하게 될 것이며, 총 자산 규모는 2442억 달러에서 2292억 달러로 줄어들 것입니다.”이 말은 지휘실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150억 달러의 손실을 보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그러나 모두가 이것이 불가피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금지령이 시행되면, 전체 한세븐 펀드의 보유량이 퀀텀펀드에 의해 대량으로 매도될 것이고, 일부 거래
“정말 대단하네요.”반종현이 입맛을 다시며 저도 모르게 말했다.“우리가 월가 자본과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을 때, M국 의회가 월가 자본의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네요. 내부 분쟁이라도 있는 건가요?”이진기는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일부 이익을 대가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어느 정도 얻은 것 뿐이에요. 사업에서 이익을 위해 타협할 수 있다면,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렇다고 M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비현실적인 생각이에요. 또한 이런 상황을 H국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어렵겠죠. 우리 나라의 상황이 워낙 특별하니까요. 하지만 M국에서는 이게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대변인들이 말하듯이, M국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나라잖아요?”이진기의 여유로운 말투에 지휘실은 환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 소식은 바다 건너편, 결전을 준비 중인 퀀텀펀드를 분노로 들끓게 했다.소로스가 컴퓨터를 내리치며 말했다.“미친 정치인들, 마지노선이라는 게 없는 거야? 이 두 법령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통과시킨 거야? 이제 이진기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마음대로 날뛰겠네. M국 정부의 위협 수준이 최저로 떨어졌으니까! 저런 X발 미친 놈들!”소로스의 욕설이 거래 센터를 가득 채웠다. 한편 로저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어쩐지 조금의 통쾌함을 느꼈다. 몇 달 전, 로저스 역시 이진기 때문에 분노로 치를 떨었다. 그때 소로스는 어떻게 반응했었나? 이제 로저스는 소로스가 같은 고통을 경험했으면 했다.“됐어, 소로스.”로저스는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대처 방안이지 여기서 무력하게 분노하는 게 아니야. 네가 아무리 화를 내봐도, 이미 결정을 내린 DC시 의원들이 널 신경이나 쓰겠어? 아니면 지금 네가 한 말, 그들 앞에서 할 수 있어?”소로스는 이 말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다.“로저스, 너 그게 무슨 뜻이야?”로저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로스를 바라보
이경한도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진기는 정치를 하는 편이 더 어울리죠. 이런 사람이 사업을 한다니, 정말 아깝다고 생각해요.”“하하.”반종현 도련님은 말했다. “이진기가 정치를 하면, 우리가 재미를 덜 볼 텐데요?”“그건 그렇죠.” 이경한이 즐겁게 말했다.한편 이진기가 말을 마치고, 지휘실로 돌아갔다.그리고 이진기의 뒤로 환호성도 바로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긴장을 곤두세우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이미 열린 각종 소프트웨어 화면만을 바라보며 마지막 몇 분을 기다렸다.이진기가 지휘실 문을 열었을 때, 전자 화면의 타이머가 0이 되었다.“시작이다.”누군가가 흥분과 감동을 억누르며 말했다.이것은 마치 신호탄과도 같았다. 모든 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전자 스크린을 빤히 바라보았다. 전자 스크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버벅거림을 멈추고, 바로 M국의 주식 시장 거래 화면을 보여주었다.마치 정지된 화면에 재생 버튼이 눌린 것처럼, 대량의 데이터가 새롭게 갱신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재산을 상징하는 숫자들이 화면 위에서 뛰고 깜박였다. 그리고 그 숫자가 위로 또는 아래로 뛸 때마다, 엄청난 자금이 계산을 통해 거래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개장 1분, 금지령이 효력을 발생하기 전에 이미 진행 중이었던 모든 주문을 거래 완료했습니다. 손실은 150억 달러입니다.”진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했다. 물론 예방 주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화폐로 환산하면 10조가 넘는 재산이 증발했다는 말에 모두들 눈살을 찌푸렸다.한편 이런 광경을 처음 경험하는 기석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돈을 돈으로 안 보네요, 10조가 그냥 사라지네요.”기석현은 말했다. “일반 사람은 정말로 감당하기 어렵겠어요.”“퀀텀펀드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우리의 포지션을 정밀하게 노리고 지속적으로 폭발시키고 있어.”진 잭의 다소 조급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하지만 이진기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이진기는
“시장 개장한지 1분, 한세븐 펀드의 자금 풀은 거래 정지 명령이 발동되면서 일시적으로 모든 거래가 중지되었습니다. 물론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모든 주문들을 일시에 성공적으로 거래를 완료하였지만1분 만에 150억 달러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개장 5분 후, 퀀텀펀드는 한세븐 펀드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초당 높여가는 바람에, 한세븐 펀드는 치열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많은 포지션을 포기했으며 손실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우리는 한세븐 펀드가 시간을 벌기 위해 포지션을 포기한 것이라 추측했었습니다. 한세븐 펀드가 방어에 유리한 가격대에서 퀀텀펀드와의 줄다리기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요. 하지만 한세븐 펀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GJ시, Y은행의 임원진 회의실에서는 침묵이 흘렀다.Y은행 관련 부서의 수뇌부와 연구원들이 실시간 거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Y은행의 수석 금융 연구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현재 한세븐 펀드의 자금 풀은 이미 220억 달러를 초과하는 손실을 기록했습니다.”수석 전문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추세로 손실이 계속될 경우, 시장은 한세븐 펀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을 것입니다. 또한 손실이 눈사태처럼 커지면, 퀀텀펀드는 반나절 만에 한세븐 펀드의 모든 자금을 탕진할 수 있습니다.”DV은행의 유우성도 회의실에 있었지만, 유우성의 위치는 문에 가장 가까운 끝자리였다. 그러나 유우성은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방금 전에 한세븐 펀드가 일부 포지션을 자발적으로 포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자금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금의 행방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수석 전문가는 흐뭇한 표정으로 유우성을 바라보았다. 유우성이 매우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놓치기 쉬운 정보를 포착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 자금은 저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총 500억 달러인데,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세븐 펀드의 내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금이 다시 사용되기 전까지는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M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한세븐 펀드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퀀텀펀드였다.“이상해!” 로저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며, 전략을 논의하고 있던 소로스를 놀라게 했다.“젠장, 로저스, 나 고혈압에 심장병 있는 거 알잖아. 날 죽이려고 그렇게 소리 치는 거야?” 전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소로스는 기분이 좋았기에, 로저스의 외침에 깜짝 놀란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격앙된 반응은 없었다.로저스는 소로스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가 컴퓨터를 통해 무언가를 조작하고는 말했다. “이것 좀 봐! 한세븐 펀드에서 자금을 철수하기 시작 했어. 게다가 해외 자금 제한이 풀리면서 X시에서 큰 자금이 서브프라임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어.”말하는 동안, 로저스는 서브프라임 신용대출 시장 화면을 열었다. 이윽고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시장 추세를 가리키며 로저스가 말했다. “이진기가 왜 이 시점에 자금을 빼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제 이해 가네!”소로스는 눈을 크게 뜨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차가움을 느꼈다.“저, 저 미친놈이 M국의 서브프라임 시장을 전부 매도하려고 해!”로저스의 말에 소로스가 드디어 상황을 이해했다. 이윽고 로저스가 화를 꾹 참으며 말했다.“그래, 이진기는 처음부터 우리와 증권 시장에서 결전을 벌이려는 게 아니야. 이진기는 우리가 증권 시장에서 자금을 소진 시키는 것을 방치하고, 모든 자원을 서브프라임 시장에 집중하도록 종용한 거야.”로저스는 목소리를 낮추고, 두려움과 차가움이 뒤섞인 푸른 눈으로 소로스를 응시하며 말했다. “M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출로 고통받고 있는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이 시장이 붕괴되면 우리 뿐만 아니라, 월가도 함께 무너질 거야.”이 말을 들은 소로스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공포에 휩싸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가슴을 움켜쥔 채, 소로스는 컴퓨터 테이블에 손을 짚고, 눈을 감았다가 로저스의 급박한 목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소로스, 괜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