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사장님, 여러 기관의 집단 탈출이 주식 시장의 공황 상태를 불러왔습니다. 아직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주식 시장에서의 자금 순유출양이 상당히 커져 평소 거래일의 3분의 1에 이르고 있어요. 정식으로 시장이 열리면 이 숫자는 순식간에 치솟을 텐데, 이건 방어 계획에 결코 좋지 않습니다.”위현은 창백한 얼굴로 이진기에게 말했다.그러나 이진기는 이에 놀라지 않았다.“부부조차 큰 위기가 닥치면 각자 도망치는데, 금융 시장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죠. 이 기관들은 각자만의 이해 관계가 있어요. 자기들의 경로로 소식을 미리 알고 미리 도망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당신이 사람들을 억지로 끌어안고 죽기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사실 이렇게 된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적어도 일부 생명력은 보존된 셈이니까요.”위현은 무력하게 말했다.“그들이 이런 중대한 순간에 대의를 생각하지 않고 도망친다면, 남아 있어 봤자 뭘 기대할 수 있겠어요? 사람이 아무리 사리 사욕에 눈이 어두워 의리도 저버리고, 위험이 닥치면 도망가고, 이익이 생기면 나서려 한다 하지만 너무 역겹잖아요.”그러자 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위현 씨, 본인의 가치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마세요. 각자의 입장과 태도가 다를 뿐이죠. 우리와 같은 위치에 있으면 도망칠 수도, 도망쳐서는 안 되잖아요. 우리가 받은 게 많으니까 감당해야 할 것도 많은 거죠. 우리가 도망쳐도, 일단 큰 일이 터지면, 결국 죽는 건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이 기관들은 달라요. 기관의 주식 구성은 복잡해서, 각 주주는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있어요. 그니까 지금 그들을 도망가게 둬요. 어차피 나중에 그들에게 조금의 이익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다가올 테니까요.”이진기는 곧 시작될 주식 시장 개장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큰손이 사람을 쓰는 방식과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조종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해요. 우리가 지금 주식 시세를 지키려고 한다면, 이 큰 판에서 우리가 큰손인 셈이예요. 기관들은 유동 자금이고요. 그리고
위현이 이진기의 판단에 놀랐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진기가 금융 경제 분야에서 내린 판단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진기와 함께 하며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리고 한 번뿐인 기적을 여러 번 이루는 걸 직접 목격한 위현은 더욱 그러했다.“그러면 진기 사장님, GJ시 쪽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이진기는 손을 흔들며 속내를 알 수 없는 하문혁에 대해 생각했다. DV 은행 산하에 소속되어 있는 근위군, 즉 정예군의 책임자조차 이런 능력이 있다면, GJ시의 지혜로운 이들을 말할 것도 없다.“필요 없어요. 우리가 본 것보다 그들은 더 빨리, 더 깊게 보고 있을 겁니다. 일단 상황을 지켜봅시다. 이것도 국내 주식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통일 수도 있어요.”CT증권은 국내에서 일찍 자리잡은 민간 증권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창립자인 김현해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외 선진 금융 규칙과 네트워크에 접촉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국내 증권 시장이 발전하기 시작하자마자 김현해는 고국으로 돌아와 CT증권을 설립했다. 타인보다 한 발 앞서 경험과 축적으로 김현해는 일찍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지역에서의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가업을 아들 김수찬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오늘날 영성에서 김씨 가문은 진정한 재벌 가문이다.그러나 오늘, 김씨 부자는 회사 이사회실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고, 사무실 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그들 옆에는 담배꽁초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아버지, 이제 어떻게 하죠? 우리 쪽 손실이 너무 큽니다.”김수찬이 말하면서 입술이 떨렸고, 눈빛은 두려움에 차 있었다. 증권 회사로서 그들은 자사 계좌를 개설한 사용자의 거래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그들의 자금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김수찬은 고객 자금을 회사 투자와 주식 매매에 사용하는 것에 익숙했다. 김현해의 안정적인 투자 스타일 하에 그들은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했지만, 대체로 이익이 손실보다 많았기에 김씨 가문의 삶
“다름이 아니라 제 명의로 세 개의 상장 회사가 있는데, 요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혹시 시장이나 정책 외에 뜻밖의 일이 발생한 겁니까?”맹산열의 질문에 이진기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미 이러한 상황을 문의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는 처음이 아니었다.맹산열 외에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모두가 이진기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을 해 왔고, 심지어 한 증권회사의 사장은 이진기 회사의 부사장을 설득해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이진기가 도울 수 있을까? 물론 아니었다. 도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도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곧 발생할 주식 시장의 붕괴로 국내 수많은 기업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한두 명만 도울 수는 없었다. 이진기는 신이 아니었으며, 돈을 마법처럼 만들어낼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이진기는 모든 이들을 구제할 수 없었다.그러나 도울 수 없다고 해서 냉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도움을 청하는 사장은 입 밖으로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준 부사장은 어느 정도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진기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또한 H국은 인정이 많은 사회이기에, 이런 때일수록 그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사실입니다, 월가 자본이 1300억 달러를 들고 국내 주식 시장을 공격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저 시작일 뿐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고통받는 상장 기업은 점점 늘어나 결국은 국가의 사회와 경제 운영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이진기의 말에 맹산열은 잠시 침묵했다.“M국인들의 보복 때문인가요?”이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알겠습니다.”맹산열은 이진기에게 특별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이진기는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사실, 맹유훈은 이제 이진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기에, 상황을 봐서 한 번쯤은 규칙을 규칙을 깨고 싶었다.[만약 진희 자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는 거래 정지 신청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시간도 최대한 늘려 드리고, 금액이 너무 크지 않다면
이진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위현의 판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위현조차 그 사실을 못 알아차린다면 정말 그동안 곁에서 배운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오늘 시장이 2653점에서 시작한 후, 기관 자금의 이탈과 월가 자본의 공격을 받아 잠시 2400점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통신과 에너지 섹터의 부상으로 지수가 2410점 부근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죠. 2400점 지지선을 두고 공매도와 매수세의 싸움이 매우 치열해 보이네요.”위현이 이렇게 말하며 대형 화면을 주시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저는 이 모든 게 폭풍 전의 고요함 같습니다. 월가 자본이 충분히 2400점 지지선을 돌파할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어요.”“그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진기가 말을 꺼냈다.이 말에 위현은 크게 놀랐다. 그러나 이진기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시장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2410점에서 흔들리던 지수가 갑자기 급락하여 2400점 지지선을 한 번에 뚫고, 심지어는 30점이 더 떨어져 2370점 부근에서 멈춰 섰다.“에너지 섹터에 문제가 생겼어요!” 위현이 크게 외쳤다. 화면에는 에너지 섹터의 거래 상황이 즉시 표시되었다.H국 석유와 H국 석화가 상장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호재로 작용했고, 많은 위험 회피 자금이 시장을 부추겨 에너지 섹터가 시장에서 소수의 상승 섹터 중 하나가 되었다.그러나 바로 그때, 에너지 섹터의 몇몇 리더 주식이 갑자기 중대한 악재를 발표했다. 회장 사임, 고위 경영진의 집단 사임, 큰 손실을 입은 사업 등의 소식이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발표되었다. 각각의 공고 뒤에는 곧 거래 정지를 신청할 것이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주가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급변하는 모습을 보며 위현은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이 회사들, 도대체 뭐 하는 거죠?”“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네요.”이진기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
로저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H국의 주식 시장에는 10%의 하한가 제한이 있어서 여기까지 밖에 못 해. 하지만 내가 담당하는 이곳은 다르지. 이곳에선 H국의 어떤 산업이든 하루 만에 무너뜨릴 수 있어.”로저스 앞에 놓인 화면에는 놀랍게도 실시간 선물 거래가 표시되고 있었다. 주식 시장이 예고 없이 폭락해 첫 번째 주식 대참사가 온 것처럼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했다면, 선물 시장의 갑작스런 붕괴는 대다수가 외국 세력이 H국 경제 체제를 고의로 노린다는 징후를 느끼게 했다. 전자는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법칙이라, 충분히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국가나 사회도 유사한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없으며 H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후자는 명백한 금융 전쟁이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종류다.과거 냉전 시대, 세계를 양분했던 붉은 제국이 하룻밤 사이에 붕괴한 이유는 무엇일까? M국은 단 한 발의 총알도 쓰지 않고 동방의 거대한 붉은 제국을 분열시켰다. 이는 바로 금융 전쟁의 결과였다.이번에 월가 자본은 주식 시장 조작보다 훨씬 무서운 수단을 사용했다. 바로 국내 선물 시장을 직접 조작한 것이다. 국내 선물 시장 거래 품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동, 알루미늄, 석유, 밀, 목화, 설탕, 콩 등이 있다. 이들은 건설에 필요한 기본 광물 자재나 기본 식량으로, 국가나 사회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한 번 붕괴되면 초래할 사회적 혼란은 상상도 할 수 없다....대학을 갓 졸업한 양도현은 국내 선물 시장에서 평범한 트레이더였다. 대학 시절부터 선물 거래를 접한 양도현은 이 분야에서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됐다.처음엔 생활비를 벌기 시작해, 나중에는 등록금을 벌고, 이제는 대학 동기들이 아직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양도현은 이미 1억8천만 원이 넘는 저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1억8천만 원은 일반 가정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부였다. 원래 양도현의 예상대로라면, 오늘 목화
선물 시장의 붕괴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 시장의 붕괴보다 십 배나 더 크고 빠르다고 할 수 있다.이번에 목화 시세가 30% 폭락하면서 올해 목화 산업 전체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목화 산업의 붕괴는 방직, 의류 제조 등 하류 산업을 연쇄적으로 휘말려 산업 체인 전체에 파괴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다.이 시점에서, 오전 거래가 마무리되고 점심 휴장 시간이 되었다.이진기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이진기는 M국에서의 주요 거래 과정과 월가 자본이 오늘 국내 시장에서 벌인 일련의 행동을 다시 검토했다. 이윽고 검토를 마친 이진기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서 전화를 들어 유우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전화는 오랫동안 울린 끝에야 연결되었다.“우성 비서님, 오늘 오전에 월가 자본이 벌인 일련의 움직임을 확인했어요. 앞서 우리가 예측했던 것들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월가 자본의 힘을 과소평가했고, 그들이 타국 경제를 저격하는 숙련도를 간과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물 시장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복기를 통해, 저는 한 가지 우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M국에서 제가 했던 행동과 그들이 우리 국내에서 한 행동들을 비교하면 우리는 경제력이나 기술 운영, 경제 상황 예측에서 모두 열세입니다.”전화 저편에서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잠시 후, 유우성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힘을 모아 방어를 해야 합니다. 이 힘을 중심으로 월가 자본과 정면으로 맞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습니다.”이진기가 말했다.[그런데 지금 문제는 리더가 부족하다는 거야.]유우성이 곤란해하며 말했다.[우리도 경제 금융 분야의 인재들을 많이 키웠지만, 그들이 말로서는 괜찮지만, 그들에게는 국제 대형 자본과의 대규모 대결에 관한 경험이 부족해. 이런 때 잘못된 리더를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정부 내 고위층인 유우성이 돌이킬 수
이진기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순간적으로 떠들썩하던 두 사람을 잠재웠다.반종현은 눈을 크게 뜨고 이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세븐 펀드가 국내로 돌아온다고요? M국은 어떻게 하려고요?”이진기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한세븐 펀드는 한세븐 펀드고, 저는 접니다. 한세븐 펀드는 여전히 M국 금융계에서 충분한 혼란을 일으킬 거예요. 하지만 저는 국내의 기반을 돌볼 여유가 있죠.”이경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목숨을 잃고 싶은 건가요?”이경한의 걱정은 유우성과 다르지 않았다.“M국은 밤에 거래가 시작되죠. M국이 장마감을 하면 이곳은 날이 밝아옵니다. 그리고 국내 주식시장은 낮에 시작되는데, 진짜 본인이 철인이라고 생각하나요?”이경한의 말에 이진기는 쓴웃음을 지었다.‘어떻게 하나 같이 생각이 깊지 못한지.’이미 친숙한 두 사람에게 이진기는 유우성처럼 예의 바르게 굴지 않았다.이진기는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두 분에게 맡기려고 합니다.”이 말에 반종현과 이경한은 깜짝 놀라며 거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안 돼 안 돼요, 우린 안 돼요.”다른 일이라면 다른 누구도 자신들보다 잘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반종현과 이경한이었지만, 이렇게 큰 일에 자만심을 부릴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실패하면 그저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가 아니다.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이경한과 반종현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자인했고, 월가 그 노련한 여우들에게 맞설 자신도 없다고 말했다. 막 말한 두 사람이 이진기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보자, 자신들이 농에 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다.“보세요, 여러분조차 이 일을 할 엄두도 못 내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겠어요?”이경한과 반종현이 말하기도 전에 이진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문제는 감당할 수 있겠어요? 두 가지를 모두 신경 쓰다가 결국 둘 다 제대로 못 챙기면 손해 보는 거예요.” 이경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자 이진기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제 생각은 이미 GJ시 측에
반종현과 이경한은 이진기의 말에 입가에 작은 경련이 일어났다.작은 사업가들은 이민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자산을 모두 팔거나 아예 버리고, 가지고 갈 수 있는 현금과 가족을 데리고 해외로 가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그러나 이종현이나 반종현 같이 큰 가문은 큰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문들이다. 스님은 절을 떠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이 어디로 이민 갈 수 있겠는가. H국의 명문 가문으로서 자리를 잡은 그들이, 어떻게 해외에서 낮은 지위로 견딜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그들의 사업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이기에 절대 버릴 수 없다.이진기의 말은 그들에게 명확한 교훈을 전달했다.“이 사태를 넘길 수 있다면 모두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넘기지 못하면, 모두 함께 망하는 거고요. 그리고 일단 이 일에 뛰어들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이진기의 말은 이경한과 반종현에게 강렬한 피 냄새를 느끼게 했다. 이윽고 그들은 이진기를 올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이진기 씨, 이걸 누가 원하겠어요?”“아무도 쉽게 번 돈이 아닙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것은 좋지만, 언제든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니, 너무 무섭네요.”이진기사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각오도 없다면 왜 여기에 참여하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긴다면, 우리도 싸울 자본이 필요해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겁니다. 만약 지면, 말할 것도 없이 우리도 끝장이예요. 즉, 저항하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지만, 저항하지 않으면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뜻이예요. 어제 거래일에 목화 선물과 주식 시장 상황을 봤잖아요. 저는 두분에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어요. H국 경제의 기반과 배경은 M국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M국에서 제가 벌이는 소란을 봐도, M국의 근육과 뼈를 진정으로 다치게 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오늘이 첫날인데 M국 사람들은 이미 우리 나라 경제에 심각한 통증을 줬어요.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