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고 김현서는 즉시 정성껏 치장하기 시작했다.김현서의 목표는 계속하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설강민은 지금까지 그녀가 만났던 남자 중 가장 훌륭한 조건을 가진 남자이니 김현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강민을 꽉 붙잡아두어야 했다.다행히 설강민은 다른 남자들과 달리 유독 그녀의 말을 잘 듣는 편이고 대학교 시절, 캠핑하러 다녀오며 김현서가 의외로 설강민의 생명의 은인이 된 덕분에 설강민은 더더욱 그녀에게 단념하게 되었다.물론 목표를 바꿔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먼저 설강민과 만나고 기회를 틈타 설기웅과 만나며 그와 결혼을 하는 것이다.그러나 설강민이 먼저 여러 번 약속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설기웅은 결국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그렇게 김현서는 시선을 설우현에게 돌렸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뜻밖에도 설우현은 상당히 눈이 높고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날 밤 가까스로 상대방이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낸 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한껏 멋을 부리고 달려갔지만 돌아온 건 많은 사람 앞에서의 설우현의 질타와 욕지거리였다.절세의 미인은 아니지만 김현서 역시 꽤 예쁜 편이었다. 하여 김현서는 많은 사람 앞에서 욕을 먹고도 설우현이 진심으로 그녀를 밀어낸 것이 아니리라 믿었다. 술주정이겠지, 맨정신이 아닐 거라고 여기며 계속하여 들이댔지만 설우현은 그녀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김현서를 밀어내며 계속하여 욕지거리를 내뱉었다.몇 번이고 남자를 꼬시는 데 실패하고 김현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설강민도 잡지 못할까 봐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그러나 사실 김현서의 마음속 깊은 곳은 여전히 설우현을 원하고 있었다.바람둥이로 유명한 설우현은 워낙 여자에게 대범하여 인기가 많았다. 입이 조금 독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거의 단점을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설씨 가문의 큰 지분을 손에 쥐고 있으니 차갑고 지루한 설기웅보다는 설우현이 훨씬 나았다.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러나 설우현은 더 이상 설연주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장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았다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괴물이 되는 걸 자처하겠어요? 오랫동안 지하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제가 만나본 사람은 도련님보다 훨씬 많을 거예요.”순간 설우현은 말문을 잃고 말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훤칠한 손가락은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칩을 쥐고 있었다.같은 시각, 설연주는 남자에게 안겨 그들이 앉아있는 탁자 앞으로 다가왔다.그녀 역시 맞은편에 앉아있는 설우현을 발견했지만 모르는 사람인 것마냥 오직 재벌 2세 남자 옆에만 얌전하게 서 있었다.마스코트도 아니고...기분이 나빠진 설우현이 입술을 짓이겼다. 도중 설우현은 이미 적지 않은 판에서 승리를 따냈고 정신 차려 보니 남자의 손은 이미 설연주의 옷 속을 파고들고 있었다.그러나 설연주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하여 남자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고 있었다.묵묵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판돈을 바꿨다.이번 판엔 남자가 이기게 되었고 남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설연주의 얼굴에 뽀뽀하고는 그녀에게 칩 세 개를 쥐여주었다.이윽고 설연주가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주위로부터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볼륨감이 넘치는 몸매와 청순한 외모, 그리고 화끈한 옷차림까지 더해져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보고만 있어도 절로 긴장될 지경이다.하지만 설우현은 보아냈다. 설연주의 기술은 확실히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그 남자가 이긴 몇 판도 모두 설연주의 안내에 따라 이긴 것이다.몇 번 반복되고 설우현도 점점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 더 이긴 후, 설우현과 설연주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게다가 설연주를 끌어안고 있는 남자도 설우현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우리 제니, 설 도련님 알아?”그러나 설연주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 보였다.“아니요.”제니?설우현이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대체 가명이 몇 개
방금 도착했다는 설우현의 말에 긴장이 풀린 것인지 설연주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이제 가시는 건가요? 저 오빠 차 타고 가도 돼요?”설우현은 묵묵히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담배를 옆 휴지통에 버릴 뿐 설연주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러자 설연주는 넉살 좋게 따라오며 설우현의 뒤에 서서 고개를 내밀었다.“오빠, 설마 나더러 택시를 타고 돌아가라는 건 아니겠죠? 카지노 여기 택시 잡기 어려워요.”설우현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다. 과거는 의심일 뿐이었다면 현재 설연주에 대한 설우현의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번져갔다.설연주는 단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신분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뿐이고 설씨 가문은 아주 좋은 이용수단이었을 뿐이다.왜 두 번의 친자확인에서 모두 통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보아하니 진연주는 진짜 설연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자신의 자동차 옆으로 다가간 설우현은 가엾게 밖에 서 있는 설연주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화가 나 버럭 언성을 높였다.“제니?”순간 움찔한 설연주는 이내 머쓱한 듯 코끝을 긁적였다.“그건 그냥 아르바이트하기 위한 가명일 뿐이에요. 게다가 오빠도 밖에서는 날 여동생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잖아요. 모르는 척하는 게 오빠한테도 좋을 거예요.”그 말에 설우현은 피식 냉소를 터뜨리며 말없이 차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설연주도 얼른 뻔뻔하게 설우현을 따라 조수석에 앉았다.“뒷좌석으로 꺼져. 조수석은 내 여자친구 자리야.”그러나 설연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맸다.“오빠는 여자친구도 많잖아요. 그럼 이 자리에 앉아본 사람도 적지 않을 텐데 뭐하러 굳이 그런 걸 신경 써요. 그래도 불편하다면 그냥 저를 여자친구라고 생각하세요.”그 순간, 핸들을 잡은 설우현의 손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어떻게 이토록 뻔뻔한 여자가 존재할 수가 있는 거지?더 이상 말을 하기도 귀찮았던 설우현은 바로 액셀을 밟고 출발했다.잠시 후, 차 안의 고요함이 불편해진 설우현이 음악을 틀었다.뜻밖에도 설연주는
남자는 이미 잠들었는지 예리한 눈빛을 숨긴 채 눈을 감고 있었다.성혜인은 무기력한 자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긴 생머리는 마침 예쁜 허리선을 보일 듯말듯 가렸다. 그녀가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우려고 했을 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얼마면 돼?”그의 말투에는 감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젯밤 술에 의한 열정은 이미 싸늘하게식어버렸다.성혜인이 약간 멈칫하다가 다시 옷을 주워 들었다.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이라니, 퍽 우습기는 했다.3년 전, 성혜인은 BH그룹 회장인 반태승을 구하는 일이 있었다. 때는 마침 그녀 집안의 SY그룹에 자금난이 닥쳤을 때인데,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반태승은 자신의 손자 반승제와 성혜인을 결혼시키고 SY 그룹에 600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당사자인 반승제는 단 한 번도 코빼기를 비춘 적 없었고 두 사람이 법적으로 부부가 된 후에야 성혜인은 자신의 남편이 외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3년 동안 허울뿐인 BH그룹 며느리는 많은 사람의 우스갯거리가 되었다.그런 두 사람이 첫 만남을 침대 위에서 가지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돈은 필요 없어요.”성혜인은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숙취 때문인지 머리는 터질 것처럼 아팠다.“돈이 필요 없다면 이번 일을 핑계로 들러붙을 작정인가?”반승제는 피식 웃었고, 그 깊은 두 눈으로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뽀얗고 작은 얼굴에 적당히 좋은 몸매, 맑고 커다란 눈빛 덕에 얼굴도 예쁘장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꼼수를 부리는 여자는 많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은 여자는 또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반승제는 시선을 거뒀다.“네 몫의 돈은 섭섭지 않게 줄게. 하지만 네 몫이 아닌 것은 탐내지 마.”반승제는 어젯밤 확실히 술에 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그는 여자의 몸에 이성을 잃을 위인이 아니었다. 문제는 분명 여자가 건넨 술에 있었다.옷을 다 입고 난 성혜인은 자세를 바로 했다.어젯밤, 반씨 저택에서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업계의
심인우는 방금 목격한 장면을 생각하고 있다가 번뜩 정신 차리고 대답했다.“바로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반승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성혜인이 저급한 밀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조사한다면 그녀의 덫에 걸리는 것일지도 몰랐다.“됐어요.”‘어차피 알아서 다시 나타날 사람인데 조사는 무슨...’성혜인은 후다닥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구석구석 몇 번이나 씻은 다음에야 침대에 누웠다.눈을 감으면 아직도 어젯밤의 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생소한 느낌과 심장이 터질 것만같은 느낌은 아직도 생생했다.솔직히 첫 경험 상대가 반승제라는 것은 그다지 나쁜 일도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단미, 윤단미...’어쩌면 이게 바로 반승제가 이혼하려는 이유일 지도 몰랐다.정신이 극도로 피곤한 와중에도 신체적인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다.성혜인은 몸을 돌렸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그래서 아예 몸을 일으켜 서랍 속의 혼인증명서를 꺼냈다.두 사람이 결혼할 때 반승제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지만 반태승의 힘으로 성혜인 혼자서도 혼인증명서를 받아올 수 있었다.성혜인은 처음으로 혼인증명서 속에 함께 적혀 있는 자신과 반승제를 이름을 찬찬히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다시 서랍을 닫고 성혜원을 만나러 병원으로 출발했다.성혜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 시간이었고 병실을 지키고 있던 간병인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혼자서 조용히 쉬고 있던 성혜원은 성혜인을 발견하자마자 기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언니가 어떻게 왔어?”성혜원의 안색은 약간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아주 똘망똘망했다.“아빠가 또 헛걱정하고 있지? 내가 괜찮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믿지 않는다니까.”성혜인은 침대 옆에 앉아 따듯한 물을 건네며 말했다.“그게 어떻게 헛걱정이야.”성혜원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자주 입원했었다. 그래서 성휘도 그녀를 유난히 아꼈다.“그래도 난 병원에 있기 싫어. 엄마가 감시하고 있지, 끼니도 죽으로 밖에 못 때
정장을 차려입은 성한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그가 불편했던 성혜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성혜원의 약을 건넸다.“저는 이미 혜원을 만나고 왔어요. 이 약은 저 대신 이모한테 전해줘요.”성한은 눈썹을 찡긋하며 말했다.“같이 가자. 우리도 오래간만에 만났잖아.”“아니에요. 저는 아직 할 일이 있어서...”성혜인은 약만 건네주고 바로 병원에서 나왔다.성한은 제자리에 멈춰선 채 성혜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저도 모르게 성혜인이 들고 있던 약을 코에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예쁘게 생긴 젊은 여자가 연고를 들고 산부인과에서 나왔다라... 이 장면을 보고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성한은 입꼬리를 쓱 올렸다. 그는 차가운 인상의 성혜인이 이토록 문란한 사생활을 즐길줄은 몰랐다. 남편이 3년 동안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독수공방에 지친 그녀가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급할 것 없어. 혜인이 집으로 돌아온 순간 나에게도 기회가 생길 테니까.’성혜인은 차에 올라타고 나서고 기분이 약간 언짢았다.소윤이 자식 둘을 데리고 성씨 저택에 와서부터는 매일 성한과 마주쳐야 했는데 성혜인은 그가 상당히 불편했다.성휘는 성한을 내보내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의 난감한 표정에 도무지 그렇게 하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소윤과 성혜원에게 미안했던 성휘는 성한에게도 아주 잘해줬고, 그 속에 껴서 불편하게 지내기 싫었던 성혜인은 단호히 집을 나왔다.이제 와서 보니 그녀야말로 성씨 집안의 제삼자 같았다.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성혜인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 온 사람의이름을 확인하고 나자 안 그래도 언짢았던 기분이 더 나빠졌다.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성혜인은 한숨을 쉬며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어머니.”전화를 건 사람은 반승제의 어머니인 백연서였다.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부터 재벌 집 출신인 ‘시어머니’는 성혜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성혜인도 반태승 앞에서만 손자며느리 역할을
드디어 문이 열리고 반승제가 아닌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반승제의 비서인 심인우였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건 사모님께 전해달라고 하신 선물입니다.”백연서는 반승제에게 돌아와서 저녁밥이나 먹으라고 했지 성혜인이 있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그의 성격으로 원래 오려고 했던 것도 안 올수 있기 때문이다.그녀는 심인우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아들며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그래, 승제가 바쁜 건 나도 알고 있으니... 대신 몸조리 잘하라고 전해주렴.”심인우는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집 안으로 들어온 백연서는 성혜인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손을 휘적였다.“너도 이만 돌아가. 승제가 시간 있을 때 다시 부를 테니까.”“네.”성혜인은 애초부터 남아서 밥 먹을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심인우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흐릿한 뒷모습 만으로도 반승제가 아님을 알아차렸다.게다가 오늘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혼 서류가 준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다시 차에 올라타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성혜인은 빨간불을 기다리며 회사 단톡방을열어 봤다.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톡방은 아주 시끄러웠다.‘반승제가 이번에 결혼하러 돌아왔다면서요? 네이처 빌리지에 비싼 값을 주고 펜션을 샀다고 하던데 곧 인테리어도 하겠죠?’‘사장님이 반승제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혹시 실내 디자인 일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을까요?”“만약 가능하다면 저희가 엄청 덕을 보겠는데요? 반승제 정도의 재벌이라면 일은 둘째 치고 말이라도 섞어보고 싶어요...”반승제가 결혼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는 뉴스에도 전혀 나온 적이 없는 일이었다.이 화제에 관심 없었던 성혜인은 휴대전화를 끄려고 했는데 마침 사장 양한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지금 잠깐 문라이트로 올 수 있어? 네가 디자인했던 펜션에 관심 있는 고객이 있는데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
반승제 근처의 아우라는 마치 여름이란 겪어본 적 없는 것처럼 차가웠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가지.”성혜인은 반승제를 따라 문라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은 저마다 단정한 태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다.그렇게 조용히 걷고 있던 반제승가 갑자기 멈춰서서 몸을 돌렸다. 성혜인도 따라 멈춰서서는 덤덤하게 자본주의 미소를 지었다.“너 임경헌한테서 얼마나 받았어?”성혜인은 임경헌과 반승제가 어떤 사이인지 몰랐다. 반씨 일가의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니 이것도 당연하였다.반승제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으로서 그녀는 그냥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다.“사장님 말로는 2억 정도 한다고 했어요.”“이 짓거리를 하는데 사장도 있어?”반승제는 진심으로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문라이트에서 비밀스러운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을 임경헌에게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신이 당사자가 될 줄은 또 몰랐다.어찌 됐든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와서 고민하기에는 늦었다.반승제는 다시 몸을 돌려 룸으로 걸어갔고 성혜인도 묵묵히 따라갔다.“임경헌 말로 너희가 부르는 값은 높지만, 서비스는 확실하다고 했지?”성혜인은 그동안 많은 고객을 만나왔다. 대부분 사람이 다 부자라서 가격만큼은 충분하게 줬지만 물론 아닌 사람도 있었다.성혜인은 반승제의 말을 듣자마자 기계처럼 대답했다.“반승제 씨, 가격에 관해서는 충분히 서비스와 정비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서비스와 정비례 한다라...’반승제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 만약 내가 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다면?”어색한 반응에 가만히 있을 줄밖에 모르던 성혜인에게는 서비스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반승제는 그녀의 얼굴과 몸매가 수억 원을 주고 살 정도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돈 벌기 참 쉬운 직종이군.’성혜인은 ‘고객이 왕이다’라는 생각 하나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럼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제가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