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으로 나갔더니 잔디밭 의자에 앉아 있는 강민지가 눈에 띄었다. 아마 누군가의 메시지에 답장하는 듯했다.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가 머리를 쓰다듬었다.신예준의 발소리를 듣고 민지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어쩐지 자꾸 몸에서 향기가 나더라니. 병원에 온 거였구나! 전엔 바람난 거 아닌가 의심까지 했었는데.”강민지가 의자에서 일어나 예준의 손을 잡았다.“친구가 이번 주면 의사가 올 수 있대. 직접 수술 지도할 거고, 문제없을 거야.”“응.”“그럼 집에 갈까? 나 네가 해준 족발 먹고 싶어.”“민지야.”“왜?”족발 먹을 생각에 신나있던 강민지는 신예준이 문득 이름을 부르자 조금 불안해졌다. 진지한 이야기를 할 것만 같은 기분.“고마워.”고맙긴.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일인데.하지만 이번 일로 신예준을 조금 더 부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강민지는 기뻤다.강민지는 폴짝 뛰어올라 신예준의 등에 업혔다.“피곤해 죽을 것 같아. 오늘 하이힐 신었더니 걷기가 힘들어. 업어줄 거지?”“간호사가 이 근처에 공원이 있다던데 산책 좀 하다 가자!”신예준은 별말 없이 업어주었고 강민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예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이번에 의사를 요청하기 위해 그녀가 이용한 것은 강씨 가문의 세력이었다. 그는 아버지께 친구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강상원은 이런 청은 두말없이 들어주곤 해다.지난번 성혜인의 손 때문에 진세운이 필요했던 것처럼. 그때 역시 강상원이 도왔던 것이었다.의사는 빠르게 도착했고 신예준도 이 며칠간 더욱 바빠졌다. 물어보면 늘 병원에 희서를 돌봐주러 가야 한다고 했다.강민지는 의심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몰래 가서 돌봐줄까 생각까지 했다. 최근 신예준이 알바하랴 돌봐주랴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으니까.오후가 되자 강민지는 알바하러 가지 않고 집에서 죽을 만들고는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을 노크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조희서가 그녀를 보고는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또 그쪽이에요? 여긴 왜 또 왔어요!”
강민지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가 차가워진 안색으로 흐느끼는 조희서를 품에 안았다.“울지 마.”조희서는 원망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더 짜증 나는 건 자신은 병상에 누워만 있는데 그 여자는 매일 신예준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그 일 그만두면 안 돼? 정말 이제 견디지 못하겠어. 너무 혼란스럽고 나조차 자꾸 나를 의심하게 돼.”“알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조희서가 순간 울음을 그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내일 의사가 온대. 그때 건강 검진하려면 지금부터 몸조리 잘해야 해. 그래야 수술 성공률이 높아져.”“성공률이 얼마래?”“전에 70%라고 했어.”신예준의 대답에 희서는 순간 당황했다. 성공률이 이렇게까지 낮을 수가. 그녀는 정말이지 신예준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겁먹은 모습에 신예준이 고개를 숙이고 손을 맞잡았다.“아무 일 없을 거야.”이후 병원을 나선 그는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야?”이제 아파트로 돌아온 강민지는 이마의 아픔이 가시지 않아 거울에 비춰보았다. 이마에 빨갛고 크게 혹이 나 있었다.조희서가 신예준의 사촌 동생만 아니었으면 화를 내고도 남았을 거이다.신예준의 물음에 그녀가 사촌 동생이 사과를 던졌다고 말하려 했으나, 민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예준이 먼저 말했다.“이제 희석 보러 오지 마. 전에 말했잖아. 걔 지금 감정조절 잘 안된다고. 너가 나타나면 희석 자극돼.”순간 강민지는 억울한 마음에 이마를 문지르며 입술을 짓씹었다.신예준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우리 관계 걔한테 말했어?”“아니.”“그럼 됐어.”순간 강민지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나 전화를 끊었다.지난번 이유를 알 수 없는 냉전을 제외하고 이 몇 달 동안 둘은 거의 다툰 적이 없었다.뭘 하든 그는 강민지에게 양보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희서 때문에 마음속에 폭탄을 하나 품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러나 희서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유가 자기 아버지 때문이라는 신예준의 메시지에 치밀어올랐던 화
신예준의 시선이 강민지를 넘어 희서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강민지가 또 무슨 짓을 한 건 아닌지 걱정되는 듯했다.강민지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과일 바구니를 움켜쥐고 조용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신예준은 병실로 가지 않고 민지를 따라 들어와 1층 버튼을 눌렀다.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자 강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앞으로 보러 오지 않을게. 미안. 네가 힘들어 보여서 도와주려고 한 건데, 날 이렇게까지 싫어할 줄은 몰랐어.”엘리베이터는 천천히 하강해 1층 로비에 도착했다.그녀는 지나가는 환자 가족에게 과일 바구니를 건넸고 가족들은 모두 고맙다며 인사했다.다행히 한 간호사가 민지의 손 상처를 발견하고 바늘로 꿰매주었다.신예준은 종일 민지의 곁을 지켰고 그저 종종 누군가의 메시지에 답장하는 듯 휴대전화를 보았다.상처 치료가 끝나자 그가 민지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었다.버스에 오르자 그 역시 따라 올랐다.순간 민지는 마음이 약해졌다.“희서 씨 보러 가던 거 아니었어?”“너 먼저 데려다주고. 손 다쳤잖아.”강민지의 화가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그녀는 신예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지만 여전히 우울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앞을 바라보던 신예준은 어깨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민지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강민지는 예뻤다. 길을 걸으면 남자들이 늘 뒤돌아 한 번 더 보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성격 역시 호탕했다. 연애한 지 2주도 안 되어 신예준을 이것저것 시키고 부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명문가의 아가씨로서 종래로 이렇게 억울한 일은 당한 적이 없었다.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려 그의 옷 속을 적셨다.신예준은 순간적으로 짜증이 밀려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머리에 손을 얹었다.“왜 울어?”희서가 부모를 잃었을 땐 강민지보다 훨씬 비참하게 울었었다.어머니가 자살했을 때 그는 심지어 울지도 못했다. 그때 그들이 고작 몇 살이었다고.그런데 강민지는 그렇게 행
신예준은 크게 심호흡한 뒤 민지의 볼에 뽀뽀했다.“일단 요리 이어서 할 테니까 조용히 앉아서 티비 봐. 긁지 말고.”순간 심장이 저리는 듯했다.“알겠어.”신예준은 주방으로 돌아가 두 사람의 저녁을 만들었다.밤에 소파에 앉아 함께 예능을 보던 때, 민지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또 목을 긁으려 했다.신예준이 바로 손을 잡아 결박했다.강민지가 씩 웃었다.신예준이 결박했던 손을 풀자 민지는 이제 긁는 척했다.또 한 번 결박.이렇게 대여섯 번 반복하는 걸 보면 바보라도 고의인 것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신예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까짓 투정은 아무것도 아니다.예능을 다 본 후엔 또 샤워 시중을 들어야 했다.얼굴, 목, 등 전체에 발진투성이였다. 비록 약은 먹었지만 약효가 돌지 않았다.강민지는 그의 허리를 감싸며 일부러 그의 옷을 적셨다. 또 팔로 목을 감으려 하자 신예준이 피했다.“입에서 두리안 냄새 나.”민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바로 옆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시작하려 했다. 제 손이 다친 것도 까먹었다가 아파서 얼굴색이 창백해졌다.신예준은 짜증 난 듯 미간을 꾹꾹 누르더니 민지를 도와 치약을 짜주었다.두 사람이 침대에 눕게 되자 민지는 여전히 목을 긁으며 주의를 끌려고 했다.신예준은 바로 두 손을 결박하고 놔주지 않았다.그제야 만족한 듯 민지가 웃음을 터뜨렸다.잠에 들지 않은 채 방 안을 보던 그는 민지의 웃음소리에 따라 웃었다.강민지는 마음이 따뜻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 그녀는 점점 더 신예준이 좋아졌다. 그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랑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커졌다. 희서의 수술이 끝나면 이 일을 어떻게 아버지에게 말해야 할지 생각할 것 같다.하지만 강상원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신예준이 그녀의 신분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녀는 지금부터 밑 작업을 해야 했다.민지가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전에 스카이웨어에 출근하면서 부잣집 아가씨랑 가난한 사람들 연애하는 거 본 적 있어?
사촌 동생인데 이렇게까지 한다고?아니면 내가 시대를 못 따라가서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알겠어요. 어쨌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강민지는 또 한 번 감사 인사를 한 후에야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그녀는 신예준에게 자랑하듯 턱을 치켜든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신예준은 답장하지 않았다. 강민지는 사촌 동생이 금방 수술을 끝내 답장할 시간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강민지가 어찌 알겠는가. 신예준이 희서와 자신의 부모님을 뵈러 산소에 갔다는 것을.그는 당연히 강민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답장하기가 귀찮았던 것이다.이제 모든 것을 끝내도 된다. 원래 이렇게 했어야 했다.그러나 서민규가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강민지가 널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네가 강씨 가문 재산을 요구한다 해도 다 가져다줄 것 같은데? 그때 걔 아빠가 조씨 가문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너랑 희서가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거잖아. 게다가 회사가 망한 건 네 어머니 마지막 지푸라기를 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고작 몇억만 뜯어내고 말겠다고? 가끔은 네가 도를 넘게 모질다고는 생각하지만 가끔은 또 너무 원칙적인 것 같다.]신예준이 문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강민지와의 관계를 강상원이 이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산소에서 돌아갈 때 그는 강상원의 비서에게 끌려갔고 제이엔 쥬얼리 아래층 카페에서 강상원을 만났다.아주 어렸을 때 먼발치에서 강상원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강상원은 기세가 강했고 많은 언론사가 앞다투어 인터뷰하려 했다. 이번 싸움에서 완벽하게 이겼다면서 말이다. 아직 그의 옆에 어머니의 시체가 사분오열된 채 놓여있었음에도.그때의 어린 신예준은 강상원을 원망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었다.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매우 침착했다. 강상원은 그의 맞은편에, 비서는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수표 한 장을 꺼내 수많은 로맨스 드라마가 연상되는 행동을 취했다.강상원은 예준의 가문에도, 목적에도 관심이 없었다. 돈으로 해결할
조희서가 수술을 받으면 모두 고백하려 했으나 최근 도저히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신예준이 만난 사람은 분명 아버지 강상원일 것이다. 아버지께서 직접 예준을 찾으러 간 건가?강민지는 당황스러웠다.“너 정말 명문가 딸이었구나.”민지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저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끊은 직후 곧바로 후회하기 시작했고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신예준은 받지 않았다. 그는 손에 담배를 들고 진동음이 울리는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예감이 좋지 않은 기분에 그녀는 강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상원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아빠, 예준이한테 무슨 말 했어?”짜증스러운 딸의 말투에 강상원은 화가 나 웃어버렸다.“누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모를 뻔했다. 언제까지 속일 작정이었어? 요즘 몇 달 동안 집에 오지 않은 것도 다 그 자식 때문이야?”강민지는 순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양쪽을 모두 속이고 있었다. 언젠간 들킬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아빠, 저 그 사람 정말 좋아해요. 연애한 지 거의 반년이 되고요. 예준이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요.”“집에서 도우미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던?”강민지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아버지의 말은 신예준을 도우미에 비유한 것이었다.“아빠, 제가 한 일련의 일들로 아빠가 절 잘 믿지 못하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이번엔 진심이에요. 아빠도 예준이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좋아하실 거예요.”“이해해 줄 시간 없고 해줄 생각도 없어. 3일 시간 줄 테니 헤어지고 순순히 집으로 들어와.”말투로 보아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강민지는 잠시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상원이 말을 보탰다.“난 널 잘 알아. 그 반반한 얼굴이 마음에 든 것 아니니? 네가 돌아오면 더 잘생긴 사람으로 소개해 주마. 우리와 비슷한 세력의 가문으로. 이제 몇 살이라고, 멍청한 짓 하지 마라.”말을 마친 강상원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딸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고생한
병실에 30분 정도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민지가 복도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피곤한 듯 머리를 까딱이며 졸고 있던 민지는 문을 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달려왔다.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했고, 민지는 그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화가 나지 않은 것을 확신하고서야 그와 팔짱을 꼈다.“희서 씨는 깼어? 이제 더 걱정 안 해도 되는 거 맞지? 이제 매일 집에 올 수 있는 거지?”“민지야.”그가 민지의 손을 맞잡았다.“난 너랑 헤어지기 싫어.”그의 말에 강민지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하마터면 냅다 등에 업힐 뻔했다.“나도, 나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아빠는 상관 안 해도 돼. 그냥 세력이 걸맞은 가문과 결혼하길 원하시는 거야. 방금은 내 카드까지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했는걸. 내 명의의 별장도 모두 쓸어갔어. 차까지! 하지만 난 절대 타협 안 해.”민지가 해맑은 눈으로 예쁘게 웃어 보였다.“너만 내 손 놓지 않으면 우린 영원히 함께 할 거야!”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민지는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그녀는 확실히 어렸다. 영원이라는 길이 얼마나 걷기 힘든 길인지 그녀는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노력하는 사람은 그녀뿐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우습게 여기며 손님처럼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을 구경하기만 하니까.강상원은 정말 당일날 밤 민지의 모든 은행카드를 동결시켰다.신예준과 연애하는 이 몇 달 동안 그녀는 돈을 별로 쓰지 않았다. 전에 매달 받던 수억 원의 용돈에 비하면 지금은 아파트 한 채의 월세만 내고 있었으니까.그녀는 샤브샤브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자주 지각했고, 지각할 때마다 3만 원을 깎았으므로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200만도 되지 않았다.하지만 아파트는 500만이었고 카드가 정지됐으니, 집세를 벌 방법도 찾아야 했다.강민지는 집요해서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일을 꼭 해야만 했다.신예준이 하지 말라는 일까지 굳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니 뼛속까지 고집이 세다고 할 수 있었다.어릴 때부터 온실 안에
희서의 병원비로 모두 지급하기 이제 남은 돈은 4,000만 원 가량이었다.선물 세트를 산 이후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그가 알지 못한 것은, 이곳에서 희서의 친구가 그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신예준을 발견한 친구는 조금 놀라운 마음에 사진까지 찍었다.병원에서 몸조리하고 있던 희서가 친구에게서 사진 한 장을 받았다.[예준 씨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아. 너랑 그렇게 오래 있어 주고, 일도 많이 하고 네가 병에 걸렸대도 포기하지 않았잖아. 이제 네 수술이 끝나니 이렇게 비싼 선물까지 사주려고 하네. 질투 나 죽겠어.]비록 이 브랜드를 써본 적은 없어도 익히 들어온 것이었다. 친구의 칭찬에 희서가 예쁘게 웃었다.[그러니까. 오빠는 항상 이래. 모든 좋은 걸 나한테 주려고 하지. 이번 수술이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오빠 혼자 얼마나 힘들었겠어.][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예준 씨는 잘생긴 데다가 순정남이잖아!]생일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신예준이 자신의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웃었다.스킨케어 제품 세트는 확실히 비쌌다. 아마 200만은 족히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기꺼이 사주려 하다니.그녀는 기분이 좋아져 지금 당장 예준을 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하지만 서프라이즈이니 모른 척해야 했다. 예준이 실망하지 않도록....신예준이 선물을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민지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었다.그는 상자를 옆에 놓고 식탁 위의 음식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그리고 민지를 안아 침대에 눕힌 뒤 옷을 벗겨 주었다.잠에서 어렴풋이 깬 민지가 그의 손을 쳐냈다.“아직 샤워 못 했어.”청결을 중시하는 그녀는 아무리 힘들어도 샤워한 후에 자곤 했다.게다가 샤브샤브 집에서 일하면 온몸에 기름 냄새가 뱄다.“피곤하면 자고 내일 아침에 씻어.”“안 돼. 몸에서 냄새나서 못 견뎌.”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욕실로 가서 물 온도를 조절해 주었다.얼른 샤워를 마친 강민지는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