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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강렬한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다

장하리는 “꺼져”라는 말조차도 하기가 귀찮아진 듯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치 서주혁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서주혁의 머리는 국물로 온통 범벅이 되었고 이마는 맞아서 붉어졌다. 원래 불같은 성격을 지닌 그였지만, 이 순간에는 화를 억누르며 참고 있었다.

서주혁은 화를 내고 싶었지만, 자신의 눈에 비친 장하리의 수척해진 모습과 어젯밤 그녀의 뺨을 때렸던 일을 떠올리며 일시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강아지는 여기에 둘게.”

서주혁이 막 말을 끝냈을 때, 장하리가 또 한 번 웃었다.

“당신의 개랑 함께 꺼져요.”

“장하리!”

서주혁의 말투가 단호해지며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 하지만 그는 장하리의 다음 말에 얼어붙었다.

“또 제 뺨을 때리려고요, 서주혁 씨?”

서주혁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은 마치 무언가에 심장을 관통당하는 것 같았다.

둔탁한 통증 속에 날카로움이 약간 섞인 그런 느낌이었다.

서주혁은 강아지 이동장을 든 채 일시에 무력함이 밀려와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젯밤 다른 이들의 눈에 비친 장하리의 행동은 분명 미친 짓이었다. 또한 펄펄 끓는 물을 온시아에게 뿌린 후에 미쳐 날뛰었기에 만약 제재하지 않았다면 장하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서주혁은 단지 급한 마음에 그런 행동을 했을 뿐이다.

그는 전에도 여자를 때려본 적이 없었다.

서주혁은 갑자기 자신에게 반박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주혁의 마음속 장하리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도하고 교활한 그런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서주혁은 심지어 장하리가 서씨 집안에 찾아간 이유가 자신에게 매달리기 위함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참지 않았었다.

어젯밤과 같은 광경 속에서 장하리가 한 말은 정말 사람을 웃기는 소리였다. 온시아가 그녀를 찾아가서 아리를 빼앗아 갔다는 말을 내뱉었을 때 말이다.

어릴 때부터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온씨 집안 아가씨인 온시아가 어떻게 상식을 벗어난 그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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