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와서 이 여자 끌어내. 얼굴도 기억하고 앞으로 우리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볼 때마다한 번 보면, 한 번 때릴 거야. 꼬실 사람이 없어서 감히 우리 오빠한테 꼬리를 쳐! 흥! 연회에도 늦게 참석하게 만들고!”장하리가 두 남자에게 죽은 개처럼 끌려 나갔다.존엄이고, 체면이고 모두 없었다.부잣집 아가씨들은 여전히 안에서 웃고 있었다.“사진 다 찍었어.”“동영상도 찍었어. 다음에 또다시 우리 오빠 앞에 나타나면 이 영상으로 치욕을 안겨줄 거야!”이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문밖으로 팽개쳐진 장하리는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그녀는 간신히 일어나 자신의 찢어진 옷을 꼼꼼히 정리했다.집안 연회에서는 이 집안의 난다 긴다 하는 젊은이들이 모두 한데 섞여 있었다.나이 많은 어른들은 쉬러 갔기에, 홀 안에는 그냥 오락의 장소로 바뀌었다. 남자는 맨 가운데에 앉은 남자는 았는데, 늦게 와서 이미 술을 여러 잔 마셨다. 다른 사람들은 몇 마디 안부를 나누고 다시 최근 주식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그는 장하리의 도움 요청을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차 키는 운전기사에게 있고, 기사가 본인의 말만 듣기에 정말로 열쇠를 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여 기껏해야 밖에서 협박만 당하고 차 안에 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거라 여겼다.그는 장하리를 잊어버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과 최근의 경제 상황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여자들이 들어오는 걸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릴 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까놓고 말해서, 장하리는 그저 남일 뿐이다.니 조금 억울함을 당하면 참겠지 싶었다.하지만 그는 가끔 멍하니 손에 든 술잔을 쳐다보았다. 그조차도 본인이 왜 멍하니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장하리는 먼 길을 나왔지만, 여전히 차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하이힐을 벗어 손에 들고 가로등 빛을 빌려 줄곧 앞으로 걸어갔다.전방에 갑자기 고급스러운 차 한 대가 나타났는데 누
화면에 스친 이름을 보니 그 남자였다.“형, 무슨 일이야? 지금 오라고? 근데 가기지 싫은데? 내 일에 상관하지 마. 어차피 가족 연회는 다 형 위주로 돌아가는데 내가 가든 안 가든 상관없잖아?”그는 장하리에 의도적으로 몸을 비볐다. 그녀가 놀라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갔다.“가던 길에 예쁜이를 주워서. 아직 못 따먹었는데 아쉬워서라도 못 가.”몇 초간 침묵한 상대편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또 누구한테 뒷수습해달라고 하게?”장하리를 안은 남자가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화가 나 장하리의 치마를 끌어 내렸다.“무슨 뒷수습이야!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놀든 내 맘이야. 형이 안 논다고 해서 나를한테 간섭하지 마! 다른 사람들이 형을 떠받들고 있는 걸 몰랐다고 하지 마. 형한테 권력이 없었으면 그 사람들도 형한테 들러붙지 않았을 거야.”“놔, 놓으라고!”장하리가 힘껏 버둥거리더니 그대로 남자의 품에서 떨어지며 바닥으로 넘어졌다.남자는 ‘쯧’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에게 말했다.“얌전히 있어, 난 여자도 때려. 오늘 밤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전화기 너머에 있던 남자는 그 말을 전부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리고 있었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장하리인 것만 같았다.‘장하리는 차에 있는 거 아닌가?’“오든 말든 마음대로 해.”말을 마친 남자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다른 한편, 장하리가 창백한 안색으로, 필사적으로 치마를 움켜쥐었다.남자가 몸을 굽혀 다시 장하리를 끌어올렸다.“나한테 찍힌 것도 복인 줄 알아내가 널 찍은 건 네 복이야. 얼른 움직여. 다 하면 6억 줄게.”6억이라는 숫자가 다시 한번 장하리의 가슴을 후벼팠다.그녀는 참다못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치고 허겁지겁 도망쳤다.남자는 멍하니 그 자리에서 자신의 볼을 만지며 한참을 생각하다 침을 뱉었다.“씨발, 뭐야! 따먹지도 못하고 뺨만 맞았어!”오늘 밤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밤이었다. 남자가 더 이상 쫓아오지 않
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어버리려고 했으나 상대방이 반승제라는 것을 떠올리고 손끝을 멈칫했다.반승제는 두 팔로 그녀를 가두고는 흥미롭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성혜인은 이 좁은 공간에 갇힌 채 어쩔 바를 몰라 했다.그가 보자고 한 건 어디 하나 빠짐없이 세세하게 보는 것이었다.성혜인은 저도 모르고 다리를 꼭 가두었고, 이때 그가 입을 맞춰 왔다.위에서부터 아래로 모든 부분을 다정하게 달래주었다.모든 세포가 떨리며 소리치는 것 같았고 자극으로 고개를 빳빳이 쳐드는 것 같았다.“그만, 그만...”그를 밀고 싶었지만, 반승제는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성혜인은 마지막에 조금 후회되기까지 했다. 밥상에 안겨 온 다음 또다시 소파에 안겨 갈 때까지 그녀는 여전히 어지러웠으니까.그가 마지막 부분까지 가려 한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승제 씨, 우리 아이라도 가질까요?”말을 끝낸 즉시 그녀는 그의 몸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그는 빠르게 물러났고, 이마에 땀이 그녀의 가슴에 떨어졌다.“안 돼.”그는 단호하게 대답하며 천천히 그녀의 옷을 입혔다.“왜요?”“아직 때가 아니야. 나중에 얘기해.”미스터 K와 비밀스러운 연구 시설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그는 그녀가 위험을 무릅쓴 채 아이를 갖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 몇 번 그는 모두 조치를 취했다. 조심조심하지 않으면 그녀가 고통을 겪을까 봐 두려웠으니까.“왜 아직 때가 아닌 거예요?”성혜인이 이 말을 한 다음 갑자기 임지연을 떠올렸다.눈이 나아지면 그녀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말이다.그러니 정말로 아이를 낳을 때가 아니었다.약간 아쉬웠다.반승제는 그녀를 껴안고,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야.”성혜인은 웃으며 말했다. “네.”“내가 부엌에 가서 부서진 조각들 정리할게, 겨울이와 흰둥이가 밟지 않게.”“네.”반승제가 부엌으로 갔을 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장미의 전화였다.“
성혜인은 그의 말이 감정적인 것을 알고 몰래 웃었다.하지만 그녀는 설씨 집안 여주인에게도 그다지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밤에 침대에 누웠을 때, 그녀는 참지 못하고 반승제의 품에 들어갔다.“설씨 집안 안주인도 별로일 것 같아요. 설인아 같은 딸을 키운 걸 보면 사리 분별에 능하지 못한 사람일 거예요.”반승제는 서류를 보고 있으면서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음, 역시 네 양어머니가 더 나아.”두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인지라 말문이 닫히지 않았다.“그럼요.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여자예요. 예전에 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맞을 때마다 엄마는 날 보호하고 위로해 주셨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녀 대신 손자를 더 원하셔서 엄마가 많은 억울함을 겪으셨어요.”그런데 이런 여자가 어떻게 BK와 연관이 있단 말인가?성혜인은 그간의 성장 궤적을 곰곰이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임지연과 함께한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함께 있을 때마다 임지연이 가져다준 치유력은 엄청났다.그녀의 인생관과 가치관은 모두 임지연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임지연이 BK의 성녀였다면 왜 성휘 같은 일반인과 엮이게 되었는지, 그 당시 도대체 무슨 내막이 있었을까?미스터 K가 전에 그녀에게 임지연이 최면술사라고 말했었다.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최면술사라면 한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착각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만약 과거의 흔적들이 대부분 거짓이었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모르는 게 투성이라 성혜인은 참지 못하고 반승제의 손을 잡았다.한순간, 그들이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바깥세상의 시비를 상관할 필요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지 그와 함께 이 작은 곳에서 잘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하지만 임지연의 일을 눈 뜨고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스터 K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머리가 또 아프기 시작했다. 분명히 아침에는 몸 상태가 아주 괜찮다고 생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 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혜인아.”“혜인아.”성혜인은 이 일탈과도 같은 하루에 쑥스러울 지경이었다.“그만 불러요.”소리를 너무 질러서 목소리까지 조금 쉰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느껴보지 못할 정도로 행복했다.“더 부르고 싶은걸.”“혜인아, 사랑해.”“반승제 씨, 이젠 더는 싫거든요.”하지만 말은 목구멍에 막혀서 나오지 못했다.반승제는 잠들어 버린 그녀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밖엔 폭우가 내렸고 조금 열린 창문 틈큼사이로 밤바람이 불어오면서 커튼까지 팔랑였다.이 비는 제법 오래 내렸다. 그는 힘든 줄 모르고 성혜인의 몸 곳곳에 입을 맞추었는데 꿈속에서도 그녀의 반응은 꽤 강했다.그녀의 몸을 씻어준 후, 머리를 말리니 이미 다음 날 아침 일곱시가 되었다.밖은 여전히 폭우가 쏟아졌고 심지어 천둥소리까지 들렸다.반승제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또 참지 못하고 입을 맞추었다.성혜인은 꿈속에서 얼굴이 축축하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무언가가 볼에 내려앉더니 다시 차가워졌다.깨려고 노력했지만 며칠 동안 반승제에게 너무 시달리다 보니 힘들었다.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뼛속까지 깊이 파고든 행복 말이다.잠들기 전까지 그녀는 반승제의 말에 대답하고 있었다.나도 당신 사랑한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그러니 다른 사람 질투하지 말라고.하지만 말할 기회가 없었다.번개소리와 함께 누가 침실 문을 노크했다.서주혁이었다.“승제야, 그 사람 지금 밖에서 기다려.”반승제는 온몸을 흠칫 떨더니 성혜인의 손을 꼭 잡았다.그녀는 꿈 속에서도 그의 손가락을 맞잡아 주고 있었다.그는 성혜인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서주혁은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친구의 무거운 분위기를 보고 뭐라고 하지 않았다.그들은 모두 자신이 매우 강하다 생각했다. 제원에서든 아니면 플로리아에서든 모두 강한 세력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이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컸다.고작 BK 하나의 세력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니 말
두 명의 보디가드는은 이미 차에 올라가서 운전을 맡았다.K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현재 잠든 성혜인에게 씌인 정장을 바라봤다.그녀는 지금 아주 깊이 잠들어 있다.반승제는 줄곧 자리에 서 있었다. 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의 눈빛은 순간 가라앉았다.그는 뒤에 있는 서주혁에게 물었다.“반승우는 어디 있어?”“제어 당했어. 그 칩을 내놓지 않겠다고 해서 백겸 할아버지가 조금 화났더라.”그 칩은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니 배현우는 당연히 내놓지 않을 것이다.한 번 내놓으면 그는 그곳을 떠날 수 없게 되며, 백겸 등 이들의 눈 아래에서만 살게 되니까.반승제는 옆 차에 올랐다.“내가 가서 할아버지한테 반승우를 달라고 할게.”서주혁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는 재빨리 차 문을 잡으며 말했다.“승제야, 개인적인 감정은 국가이익에 비하면 매우 사소해. 백겸 할아버니가 네 편에 설 거라 생각해? 승우 형은 지금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받는 사람이야. 그런데 할아버지가 너한테 그를 내주겠냐? 그리고 내주더라도 승우 형이 순순히 따를 거라 생각해? 지금의 승우 형은 예전과 다르잖아. 그가 네 손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국가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지도 몰라.”하지만 반승제는 서주혁을 힐끔 쳐다보면서 눈빛으로 그에게 암시했다.“차에 타.”서주혁은 아무 말이 없었다.그들은 서로 몇 년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서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차는 계속해서 비밀 지역으로 향했다.거기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부터 시작해 저격총의 반사광이 이미 주변 도로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어떤 이상한 점이라도 발견되면 그들은 차 안에서 직접 사살당할 것이다.반승제가 오늘 타고 있는 이 차는 상대적으로 특별한데, 앞에는 작은 깃발이 꽂혀 있어 어떤 비밀 장소에도 출입할 수 있다.홀에 도착한 다음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거실에는 여러 주요 인물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그를 보고 이마를 찡그렸다.하지만 반승제는 백겸 곁에 다가갔다.“할아버지, 할 얘기가 있어요
백겸은 그의 앞에 말없이 서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어느 날 반승우가 뚜렷한 이상 행위를 하면 어떻게 할 거야?”“총으로 쏴 죽일 거예요.”“그렇게 하면 진정한 반승우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데도? 승우가 예전에 승제 너를 많이 아껴준 거로 알고 있는데?”반승제가 대답을 하지 않자, 백겸은 우산을 들고 천천히 쭈그리고 앉았다.“지금의 반승우는 통제가 안 되고 있어. 칩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성격 또한 나빠져서네가 너희들 형제애로 일깨우려는 건 불가능해. 심지어 널 죽이려고 하고 있고 너희 집안과 이 나라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 그만 돌아가거라, 승제야. 난 너의 텅 빈 약속 하나로 너를 지지할 순 없어.”무릎을 꿇고 있는 반승제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도 단단했다.“할아버지, 제가 열네 살 되던 그해를 기억하세요? 그때 저한테 플로리아로 가라고 하시면서 지하 격투장에서 살아난 놈은 한 놈도 없다고 했었죠. 거기서 관리자가 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고 하셨고. 제가 거기서 죽을 거라고 했는데 전 살았어요. 덩치가 산채만 한 스물몇 살짜리 남자와 싸웠고, 짐승과도 싸웠지만 결국 전 살아남았어요. 그들과 엄청 큰 내기를 하고서도 살아남았고요. 할아버지가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제가 기적을 만들어 낸 거라고. 지금까지 지하 격투장에서 유용한 정보를 많이 가져다준 걸 봐서라도 열네 살 때처럼 저한테 기회를 주세요. 제발 빌게요, 할아버지.” 백겸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폭우가 그의 우산 위로 떨어지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안개비가 자욱하여 주위는 산수화를 방불케 하였고 바닥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가시거리가 현저히 떨어졌다.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손을 들어 반승제의 어깨를 두드렸다.“너에게 반승우를 맡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위험부담이 커. 너 그걸 감수할 수 있겠니?”“네, 얼마든지요.”반승제의 예리한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백겸은 주먹을 쥐고 그의 어깨를 몇 번 가볍게 두드리더니 말했다.“구체적인 방
평소 과묵한 성격의 서주혁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뱉었다.“젠장!”그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동댕이쳤다. 찻잔은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해외에 다녀와야겠어.”그때 온시환은 순간적으로 냉정을 되찾았다. 그의 집안과 윗선은 연줄이 끈끈하지 않은 데다가 서주혁의 전화는 지금 수시로 감시당하고 있다.“너까지 출국하면 승제 죽이려는 사람들을 누가 말려? 그러지 말고 국내에 머물러있어.승제도 그쪽에서 너의 협조가 필요할지도 몰라. 아무튼 우리한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두 사람은 모두 진심으로 반승제를 걱정하고 있었다.서주혁은 심란한 마음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눈에서 불꽃이 튕겨 나올 것만 같았다. ...성혜인은 자기가 떠난 일이 이런 크나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몰랐다.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나흘 뒤였다.눈이 안 보이는 대신에 후각이 매우 예민해져 이곳의 공기가 네이처 빌리지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순간 그녀는 경계하며 손으로 주변을 더듬었다.그리고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이내 가벼운 숨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누구야?”미스터 K는 이번에 가면을 쓰지 않았고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돌아온 걸 환영해.”성혜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심지어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잠이 들어버리기 전까지만 해도 네이처 빌리지에 있었는데, 왜 갑자기 깨어나니 이 남자 옆에 있는 것일까.“반승제가 직접 널 나한테 넘겨줬어. 성혜인, 네 머릿속에는 오직 사랑만 가득 들어차있겠지만 그는 나라와 대의를 더 중히 생각하는 거야.”“무슨 말이에요, 그게?”미스터 K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일어나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 앞으로 다가갔다.바깥 햇살은 너무 눈부셨다. 여기는 플로리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넌 BK 미래의 수령이야. 그리고 BK는 신비한 조직이지. 앞으로 제원, 심지어 나라에도 무수한 위험을 초래할 거야. 그인들 왜 저랑 맞는 집안의 여자와 연애하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