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요청을 받아주자 가만히 그녀의 친구 목록에 있었다는 것이다.우물 속에 돌을 던진 것처럼 그저 작은 파문을 일으키곤 조용히 바닥으로 가라앉은 듯한 기분이었다.강하랑은 행여나 그가 문자를 보낼까 한참 기다려 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자 핸드폰을 한쪽으로 던지며 더는 보지 않았다.어차피 그와 딱히 나눌 대화도 없었다.다음 날, 그녀는 회사 앱으로 사직 신청을 했다.기억이 전부 떠올랐으니 그간 혼란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생활을 다시 정리할 생각이었다.아직 그
강하랑은 머릿속에 드는 악독한 생각을 문자로 작성해 전송하려고 했지만, 그에게 답장을 하는 자체가 싫어 작성했던 문자를 전부 지워버렸다.연바다 같은 미친놈에게 욕하는 것도 시간 낭비였다.생각만 해도 역겨움이 밀려왔던 강하랑은 싸늘해진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한쪽으로 던졌다. 그러면서 속으로 정말로 그가 죽어버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가 되면 그녀는 반드시 폭죽을 터뜨려 파티까지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반드시 그가 프러포즈했던 그날의 폭죽보다 더 화려하고 더 큰 것으로 터뜨리겠다고 말이다.그에게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서해와 멀지 않은 어느 작은 섬.풍성한 나무숲 뒤로 은밀하게 지어진 정원 딸린 별장이 하나 있었다.주위의 자연 풍경과 달리 그 별장 주위로 나무들이 촘촘하게 심겨 있었다.나무숲을 뚫고 들어가면 꼭 조선 시대로 타임 워프한 것 같은 듯한 한옥이 나왔고 경비가 삼엄하여 새도 날아올 수 없었다.“핸슨, 전 핸슨이 당장 이 나라를 뜨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거예요. 시어스도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되어서 형제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별장 안은 아주 호화로웠고 전통
수염남은 하는 수 없이 씁쓸한 얼굴로 설명했다.할 수만 있다면 그도 강하랑을 데리고 시어스로 데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여하간에 4년 동안 그들은 그녀 덕에 아주 평화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폐허 같던 도시도 포악한 염라대왕이 성질을 억누르고 나서야 서서히 정상적인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그런데 그 염라대왕을 통제하고 있던 사슬이 끊어져 버리니 다시 예전의 숨 막히던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그들은 도시가 다시 평화롭길 바랐고 설령 그 대가가 크다고 해도 평화롭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이미 그 평화로움을 맛보았으니
댓글창을 보던 연바다는 가소롭게만 느껴졌다.그는 시체 더미에서 뒹굴던 자신이 개미와 다를 바 없는 인간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자신을 비웃었다.심지어 하등 나약하기 그지없는 개미였다.순간 머릿속에 개가 개를 문다는 말이 떠올랐다.비록 수준 떨어지는 말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 아주 걸맞은 말이었다.자신을 비웃고 난 뒤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들이 자신을 욕해도 상관은 없었다.여하간에 그가 그간 해왔던 짓들은 이 나라의 법에 따르면 전부 범죄였으니 말이다.그런데 그들은 강하랑까지 욕하고 있지 않은가?하찮은 인간들이 강하
연바다는 이미 지명수배가 되었으니 더는 시내를 활보하지 못할 것이었다. 만약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상금이 몇천만 원이 걸려 있었던지라 누구든 신고하려 할 것이다.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프러포즈도 이미 단씨 가문 공식계정으로 전부 해명했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그녀도 자신을 향한 비난의 댓글을 보았었다.뭐 끼리끼리 논다는 둥, 그녀도 분명 범죄를 저질렀을 거라는 둥 시끄럽게 떠들어 댔지만, 정보 찾기에 능한 네티즌들은 빠르게 그녀가 예전에 연유성과 결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그녀도 피해
예전에 쓰던 핸드폰을 다시 손에 넣었을 때 강하랑은 사실 버리고 싶었다.연바다를 향한 증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그 4년이란 시간 중 첫 1년은 병원에서 몽롱하게 보냈지만 남은 3년 동안엔 대부분 자유롭고 즐겁게 보냈다.시어스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도시였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연바다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구해다 주었다.이 세상에서 물질적인 요구를 만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 사람보다 훨씬 잘살고 있다는 것이었다.거기에다 주위에 있던 친구들도 그녀를 존중해 주거나 앨런처럼 그녀를 데리고 놀러 다니
누구나 보살은 아니다.만약 될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정희연과 그 딸처럼 우매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기를 바랐다.그녀가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기적으로 살아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의 여동생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한 무리의 납치범에게 바친 작은 진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단원혁이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강하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내가 정말로 이기적으로 살았다면 그건 내가 아닐 거야.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그 작은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