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처음엔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숨을 참고 소리에 집중했다.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이 멈추었다.너무 조용하여 착각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시 소리에 집중하니 자연의 소리가 들려왔다.강하랑은 말라 갈라진 입술을 틀어 물었다. 그녀의 입으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체 무슨 이유로 저를 이곳에 납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그냥 묶어두기 위해 납치한 것은 아니겠지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는 건 좋지 않다고
“쿵!”거대한 소리가 작은 오두막집에 울려 퍼졌다.그 소리는 누군가의 발밑에서 난 듯했다. 강하랑도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누군가가 그녀의 안대를 확 벗겨버렸다.갑작스럽게 맞이한 빛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여러 번 눈을 깜박이며 적응하고 나서야 강하랑은 눈앞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그녀가 상상했던 것과 달리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흉악한 납치범이 아니었다. 온화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지팡이가 있었다. 방금의 소리도 아마 그 지팡이로 낸 듯한 소리인 것 같았다
정말 밉보인 구석이 있다면 그저 연바다가 해외로 떠나기 전에 말다툼한 것밖에 없었다.정작 싸운 두 사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상관이 없는 연성태가 끼어들고 있었다.강하랑의 놀란 표정도 전부 연성태의 눈에 들어왔다. 연성태는 더 화가 났다.같이 데리고 온 주치의 덕분에 그는 기침을 멈출 수 있었고 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강하랑을 보았다.“왜 그러는 거지. 이런 내 몸으로 아가씨를 어떻게 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허허,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는데 오늘 내가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아가씨를 처리하고
명령을 내려지고 연성태의 곁에 있던 경호원이 강하랑을 향해 걸어왔다.손과 발을 묶고 있던 철 사슬을 푼 뒤 새로운 수갑 같은 도구로 그녀를 결박하려 했다.강하랑은 몸을 버둥거려보았지만, 힘 차이가 너무 크게 났을 뿐 아니라 쪽수에서도 밀려 그녀의 버둥거림은 그들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2분 정도 지났을까, 그녀의 두 손은 또다시 자유를 잃어버렸다.그녀가 너무 버둥거린 탓에 오른쪽에 있던 경호원은 연성태를 힐끗 보더니 이내 그녀의 정강이를 차버렸다.밤새 내내 묶여 있었던 강하랑은 원래부터 팔다리에 힘이 없던 상태였다.
강하랑은 끌려가는 순간까지 연성태를 빤히 보았다.“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이면 천벌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어요?”“천벌이라고?”연성태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어버렸다.그러더니 개미 보듯 한 눈빛으로 강하랑을 보았다.“넌 정말 순진하구나. 너무 순진해서 멍청할 정도야. 천벌이라니, 그건 다 무능한 약자들이나 하는 말이란다. 아무런 능력이 없으니까 천벌을 받을 거란 멍청한 소리를 해대는 것이지. 그래, 지금 너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신령님들은 네 생각처럼 한가하지 않단다. 세상은 넓고 인간은 많고 많지.
경호원들이 황급히 그녀를 끌고 나갈 때 고개를 돌려 의사 품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연성태를 힐끗 보았다.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할아버지, 전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이라서요. 할아버지 말씀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씀인 것 같더라고요. 인과응보는 무능한 사람들이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말이죠. 이 복수는 역시 제가 하는 게 더 마음이 상쾌하네요.”그녀가 정말로 살아 도망칠 수 없다면 차라리 연성태의 혈압을 올려 죽음에 이르게 할 생각이었다.강하랑은 오두막집 밖으로 끌려 나왔다. 곁눈질로 뒤통수를 잡은
그때의 그녀는 연바다가 뭔가를 두고 목숨까지 내걸면서 경쟁하는 환경에서 살아와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안하무인 삶에 익숙해져서 일반인들의 목숨을 개미처럼 여기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가진 것을 누리며 살진 못했을 것이다.그와 알게 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강하랑은 연바다가 자신이 부탁하면 무조건 들어주리라 확신했다.다만 눈앞에 있는 두 경호원이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까 두려웠다.“그리고, 만약 내 안전을 확보해준다면 나중에 무사히 탈출한 뒤 연바다나 연유성한테 얘기해서
말을 마친 뒤 두 경호원은 수염 덥수룩한 사람에게 그녀를 넘기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바닷바람은 세게 불어왔다. 강하랑의 모습은 시어스에서 보았던 노숙자와 비슷했고 처량하기 그지없었다.수염은 그녀를 갑판의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러면서 그녀의 두 손을 갑판 위 철 난간에 묶어두었다. 행여나 그녀가 도망칠까 봐 마치 짐짝처럼 말이다. 강하랑은 푸른 바다를 보았다. 귓가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에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