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고 믿으라고?”연유성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그는 오늘 실비아를 만나면 제대로 물어볼 생각이었다. HN 그룹과 재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그는 그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만약 정말로 계약의 문제라면 그는 진심으로 사과하며 그간 그녀의 도움에 감사를 전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가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된 사람은 강하랑이었다.조금 전까지 열정으로 가득 찼던 그의 마음은 찬물을 확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강하랑도 연유성이 이 정도로 믿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런 그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었다...실비아와 단씨 가문의 계약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머릿속으로 방금 강하랑이 지은 미소를 곱씹었다.그녀는 분명 자신이 실비아가 아니라고 말했고, 그의 추측과 딱 맞아떨어졌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찝찝했다.마치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뭐가 어떻게 되었든 그는 이미 상황을 파악했다. 왜 실비아가 HN 그룹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건지 말이다. 아마도 성세혁과 같은 강하랑이 이유인 것 같았다.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지금 그의 회사는 주얼리 분야에서 꽤 유명했고 실비아 한 명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큰 타격이 될 것도 아니었다. 실비아가 있으면
강하랑이 정말로 그렇게 말할 것을 예상 못 한 연유성은 바로 미간을 확 구겼고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보았다.그녀는 이미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려 쓰고 있어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붉은 입술은 그녀의 하얀 피부를 더 하얗게 보이게 만들었고 맑은 두 눈망울로 웃음 지으며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연유성은 순간 숨을 살짝 참게 되었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그녀의 미모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강하랑은 한시라도 만화 속 여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은 듯 움직였다.그녀는 팔꿈치로 옆에 있는 남자를 툭
그녀의 말에 연유성은 더는 평온한 모습을 유지할 수가 없었고 거의 반사적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여자를 밀어냈다.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강하랑, 너...”“내가 뭐?”그가 그녀를 밀쳐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화가 난 기색이 없었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빨개진 연유성의 얼굴은 보던 강하랑은 마치 신기한 걸 발견한 듯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말했다.“어머, 너 귀가 완전 빨개졌어. 내가 고작 몇 마디 했다고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 색시는 네가 나한테 부른 거잖아.”“입 좀 다물어!”연유성은 결국
그녀의 어깨에 기댄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는 그렇게 강하랑에 어깨에 기대며 점차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뜨거운 그의 숨결에 강하랑은 차마 움직일 수가 없었다.만약 차가운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 있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연유성에게 깔리게 되었을 것이다.그녀는 좀 더 편하게 서 있기 위해 그를 힘껏 일으켰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연유성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먼저 넘어질 것 같았다.“연유성?”그녀는 천천히 그를 부축하며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보았다.“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 말은 들려?”“아파...”갈라
“강하랑... 지금... 뭐 하는 거지?”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모를 연유성은 여전히 잔뜩 힘든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엔 분노가 일렁였고 다소 당황한 것 같기도 했다.두 사람의 자세는 아주 괴상했다.강하랑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어냈다.“어... 그게...”연유성은 코웃음을 쳤지만, 여전히 그에게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밀어내니 그의 머리는 힘없이 밀려나 엘리베이터 벽에 쿵 소리를 내며 부딪치게 되었다.강하랑은 살짝 미안한 듯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미안해, 난
그 순간,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핸드폰의 빛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와 두 사람 사이에 비췄다.강하랑은 그의 그윽한 눈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뜨거운 온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무의식적인 행동 덕에 그녀도 정신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과장된 행동을 보이며 자신의 손을 빼내고는 등을 돌려버렸다.다행히 엘리베이터 안엔 거울이 없었다. 만약 거울이 있었다면 빨갛게 물들어버린 얼굴을 들켜버렸을 것이다. 강하랑도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빨갛게
방금까지 연유성이 재밌다는 듯 그녀를 놀린 것만 생각하면 강하랑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사람은 무서운 거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야. 이런 것도 견뎌내야 해.”그녀는 더는 그를 놀리지는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연유성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가 그녀를 놀리고, 그녀가 그를 놀렸으니 공평해졌다.그녀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강하랑...”어둠 속에서 한참 지났을까, 옆에 있던 남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핸드폰 좀 꺼내줘. 부탁할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