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7화

Author: 이한나
윤혜인은 임세희의 도발을 무시하려고 노력했지만 임세희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저런 악독한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싸늘하게 굳은 눈빛으로 임세희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임세희 씨, 그럼 남의 결혼에 억지로 끼어드는 건 신분이 고귀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짓인가요? 저와 이준혁 씨는 합법적인 부부입니다. 임세희 씨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요? 당신은 내연녀입니다! 그럼 신분이 고귀하신 임세희 씨는 왜 저급한 내연녀 노릇을 저지르고 있는 거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진 임세희는 윤혜인이 저런 말로 자신을 모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당신이 뭔데! 그래봤자 준혁 오빠가 할아버지 비위를 맞추는데 쓰이는 도구일 뿐이에요! 나랑 준혁 오빠는 어릴 때부터 선남선녀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지냈단 말이에요!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라는 걸 몰라요?”

윤혜인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임세희를 보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전 그런 말을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요. 임세희 씨,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임세희 씨처럼 파렴치하지는 않아요. 내연녀는 영원히 내연녀일 뿐이에요! 만약 제가 준혁 씨와 이혼하지 않는다면 임세희 씨는 평생 내연녀로 남아있게 되겠죠!”

“당신… 당신이 감히!”

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자극을 받은 임세희가 윤혜인에게 달려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다.

찍!

그 순간, 윤혜인의 옷깃이 찢어졌고 목덜미의 빨간 키스마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백옥같이 하얀 윤혜인의 살결에 빨간 키스마크는 유난히 눈에 잘 띄었다.

이 키스마크를 누가 남겼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기에 임세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윤혜인의 목덜미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이준혁이 몽롱한 눈빛으로 윤혜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 장면만 상상해도 미칠 것만 같았다.

저런 천박한 계집애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에요?”

임세희가 이를 악물며 사악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8화

    점점 빛을 잃은 윤혜인은 허약한 종이인형 마냥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이준혁은 임세희에 대한 욕구불만 때문에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이런 생각에 윤혜인은 속이 다시 울렁거렸으며 너무 역겨웠다.조금 전까지 당당하고 자신 넘쳤던 윤혜인은 강하게 뺨을 맞은 듯 얼굴이 얼얼했고 임세희는 얼굴이 창백해진 윤혜인을 보며 속으로 의기양양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임세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준혁 오빠가 당신과 잠자리를 2년 동안 가졌다고 해서 당신을 떠나지 못할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요. 준혁 오빠는 그저 습관이 됐을 뿐이에요. 준혁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라고요. 당신과 잠자리를 하든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든 다 똑같아요. 당신들은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요. 알겠어요?”임세희가 떠난 뒤, 윤혜인은 공기 빠진 풍선 마냥 바닥에 주저앉았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녀가 거절했다.“아주머니, 전 나가서 좀 걷고 싶어요.”윤혜인이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주머니는 꽤 난감한 기색이었다. 도련님이 집을 나서기 전에 사모님을 밖에 내보내지 말라는 명령은 내린 적이 없지만 이렇게 괴로워하고 허약한 사모님을 보고 있으니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윤혜인이 집을 나서자 아주머니가 재빨리 이준혁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혜인은 그렇게 혼자서 길거리를 목적없이 걷고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마냥 길거리를 따라 걷기만 했다.윤혜인은 신선한 공기를 맡고 싶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2년 동안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한 채 그에게 최선을 다했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면서 그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이준혁은 대체 왜 그녀에게 이렇게 매정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녀 심장에 칼을 꽂고 또 꽂을 수 있는 걸까?이제는 말도 안 되는 일까지 저질러 가면서 그녀를 모욕하고 있다.이준혁은 자신이 아끼는 여인만 지키고 있다. 하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59화

    “혜인아!”그 순간, 따듯하고 커다란 손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고 너무 놀란 윤혜인은 두 눈을 꼭 감았다가 위험한 상황이 끝났다는 걸 느끼고 나서야 서서히 두 눈을 떴다.금빛 테두리 안경을 쓴 한구운이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쳐다보고 있었고 바닥에는 그가 조금 전에 떨어트린 우산이 놓여 있었다.심장이 쿵쾅거리고 있는 한구운은 한참동안이나 진정을 할 수 없었다. 하마터면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질 뻔했다!흠칫하던 윤혜인이 휘청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킨 뒤, 한구운을 보며 물었다.“구운 선배, 선배가 왜…”한구운이 주먹을 살짝 쥔 채 마음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소원이가 널 데리러 오라고 나한테 부탁했어. 이렇게 널 찾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선배한테 또 신세를 지게 되었네요.”“신세는 무슨.”한구운이 바닥에 떨어트린 우산을 들고 그녀를 위해 비를 막아주다가 초라한 그녀의 행색에 동공이 흔들렸다.“어쩌다 이 꼴이 됐어?”“그게…”윤혜인은 입만 뻥긋할 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병원으로 가자.”한구운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양해 좀 구할게.”말을 하던 한구운이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그대로 안아들고 차에 태웠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발 뒤꿈치의 상처부터 치료한 뒤 의사가 그녀에게 혈액 검사를 진행했다.혈액 검사 보고서가 나오자 한구운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의사 선생님, 별 큰일 없죠?”의사가 한구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를 나무랐다.“임산부에게서 빈혈 증상이 보입니다. 남편으로써 그 정도로 모르고 있었나요? 돌아가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잠자리는 적절하게 하시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알겠죠?”의사 입에서 잠자리가 언급되자 담담하던 한구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고 윤혜인은 너무 난감했다.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서둘러 변명을 하려던 그때, 한구운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의사가 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0화

    이준혁 입가에 아니꼬운 미소가 번졌다.“저 남자는 네가 유부녀라는 걸 알아? 아니면 남이 쓰던 여자를 주워 쓰는 게 취미인가?”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거슬렸기에 윤혜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구운이 보는 앞이라 화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선배님, 먼저 들어가세요. 오늘 고마웠어요.”그녀와 이준혁 문제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선배라고 부르는 윤혜인의 말에 이준혁의 신경이 순식간에 자극됐다. 그의 입꼬리는 웃는 듯했지만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저놈을 당장 밖으로 내다버려!”이때,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병실로 들어와 한구운에게 다가갔고 깜짝 놀란 윤혜인이 발에 난 상처도 잊은 채 두 경호원의 앞길을 막았다.“이준혁 씨, 당신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분노가 차오른 이준혁이 주먹을 꽉 쥐었지만 창백한 윤혜인의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더니 끝내는 참았다.“당장 이 남자한테 꺼지라고 해!”“선배님, 정말 죄송해요. 다음에 제가 정식으로 사죄하러 갈게요.”윤혜인은 괜히 연루된 한구운에게 연신 사과를 했고 한구운은 대충 무슨 상황인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윤혜인의 남편이기에 한구운이 함부로 나설 수도 없었다.‘윤혜인의 남편이 서울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구나.’하지만 윤혜인은 왠지 이준혁을 싫어하는 듯했고 이준혁도 그녀를 아끼지 않은 것 같았다.날카로운 눈빛으로 살기 가득한 이준혁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한구운이 다정한 목소리로 고개를 돌려 윤혜인에게 말을 걸었다.“집에 가서 푹 쉬어.”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켜보던 이준혁이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조금 전에 저 남자 머리통을 깼어야 하는 건데.한구운이 떠나고 병실에는 이준혁과 윤혜인만 남게 되었고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이때, 이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부수려는 것처럼 꽉 잡았다.“이준혁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준혁은 그녀가 걸치고 있던 검은 정장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1화

    윤혜인은 충격에 머릿속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좌석 등받이에 꾹 누른 채 창문을 열고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항상 침착하던 이준혁은 이성을 잃은 듯 머릿속에는 윤혜인에 대한 소유욕으로 가득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거친 그의 입맞춤은 키스가 아닌 분풀이 같았다.특히 조금 전에 일부러 운전 기사에게 속도를 늦춰서 한구운의 차량과 수평선에서 달리게 한 행동은 그야말로 적나라한 분풀이였다.지금까지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런 야릇한 행동이나 입맞춤을 한 적이 없는데 지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윤혜인은 이렇게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에게 화가 잔뜩 났지만 손과 다리를 제압당한 탓에 꿈쩍도 할 수 없었으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해도 그의 거친 입맞춤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준혁의 키스에는 약탈만 남았을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없었고 윤혜인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꽉 주었다.한편,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구운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속도를 올려 빠르게 떠나갔고 어느새 윤혜인의 눈가에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임세희와 번갈아 가며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 때문에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윤혜인은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자 다급하게 그의 가슴팍을 힘껏 때렸다.그제야 입맞춤을 멈춘 이준혁은 슬픈 얼굴로 울고 있는 윤혜인을 보며 두 눈이 충혈된 채 질투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늘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이던 그는 오늘처럼 돌발 행동을 저지른 건 처음이었고 조금 전에 윤혜인의 발을 만지던 한구운만 생각하면 그의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결국 그녀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이준혁은 손가락으로 퉁퉁 부은 윤혜인의 입술을 만지다가 이내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고 겨우 정신을 차린 윤혜인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팍!마찰음은 차 안에서 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화

    왜 같이 있었냐는 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그녀가 맨발로 길거리를 걷다가 한구운을 만난 건 다 이준혁 탓인데…그와 임세희가 했던 더러운 짓에 윤혜인은 구역질이 났지만 그녀는 절대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하는 순간, 그녀가 아직도 이준혁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만 될 뿐이니까.이준혁에게 있어서 윤혜인은 그에게 추파를 보내는 수많은 여인들 중 한 명에 속할 뿐이며 그녀의 마음 따위는 그 어떤 가치도 없다.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 일이 임세희와 연관이 있는 이상 윤혜인은 절대 이길 수가 없다.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윤혜인을 보며 이준혁은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왜? 네가 좋아하는 선배가 돌아왔다고 이제 나랑 말도 섞기 싫은 거야? 너 예전에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로 유학도 가고 싶어했잖아. 못 가서 아쉬워? 그래서 지금 그 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거야?”이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꼬는 듯이 물었고 말투에는 본인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질투가 가득했다.“내 뒷조사를 한 거예요?”화가 난 윤혜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분논 가볍게 무시한 채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IA 투자은행 CEO, 한구운.”말을 하던 이준혁이 명함을 탁 튕겨서 윤혜인 발 앞에 버린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윤혜인, 내가 이 사람 하나쯤 무너트리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한구운의 스펙이 화려하고 탄탄하긴 하지만 명문 가문인 이씨 가문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다.윤혜인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준혁을 보며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이준혁 씨,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에요. 화풀이하고 싶으면 나한테만 하세요.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을 잡고 늘어지지 말란 말이에요! 당신 남자가 맞긴 해요?”그녀의 말에 이준혁은 불타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차 세워!”윤혜인이 주변을 돌려보니 그들은 어느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3화

    차가운 바람이 윤혜인의 새하얀 피부에 닿자 그녀가 몸을 살짝 떨었지만 분노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은 이준혁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을 아래위로 훑었다.윤혜인의 가는 목에는 그가 남긴 키스마크가 보였고 백옥 같은 피부 때문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피부가 연한 탓에 조금만 부딪쳐도 상처가 깊게 났으며 며칠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이준혁도 윤혜인을 이렇게 대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 전에 다른 남자를 위해 그에게 손찌검을 한 것만 생각하면 몸에서 천불이 났다.아무리 화를 억누르려고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았다.진심으로 겁을 먹은 윤혜인은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준혁 씨, 저 지금 생리하고 있어요…”“그래?”이준혁이 싸늘하게 웃자 윤혜인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지금 상황으로 절대 이준혁과 잠자리를 할 수 없다.“내가 직접 확인해볼게.”말을 하던 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바지를 내리려고 했고 순간 당황한 윤혜인이 다급하게 제지했다.“안 돼요. 더럽단 말이에요…”하지만 이준혁은 의미심장하게 웃다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생리가 왔으면 대신 이 입술이 있잖아…”이준혁의 말은 노골적이면서도 모욕감 가득했다.결혼 생활 2년 동안 그는 단 한번도 윤혜인에게 그런 짓을 시킨 적이 없는데 이제는…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준혁은 오늘밤 윤혜인을 단단히 혼내 줄 생각이었으며 누가 그녀의 남자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했던 말은 단순히 그녀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것으로 2년 동안이나 그녀에게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더더욱 그럴 리가 없다.대신 윤혜인이 본인의 입으로 다시는 그 남자와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받아내야 한다.그는 파랗게 질린 윤혜인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약해졌다.“네가 말만 잘 들었으면 내가 왜…”하지만 이준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참다못한 윤혜인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질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4화

    이준혁의 물음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고개를 숙여 구급상자를 쳐다보며 대답했다.“아, 구급상자에 상처에 바르는 약이 있어서요. 사모님에게 약 좀 발라드리려고요.”“혜인이가 어디 다쳤어요?”이준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도련님 못 보셨어요? 조금 전에 보니까 사모님 발에서 피가 흐르고 있던데.”이준혁은 도우미의 말에 흠칫했다.윤혜인의 발이 다쳤다고?조금 전까지 분노에 휩싸였던 그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아 참,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릴 일이 있어요.”도우미 아주머니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오후에 임세희 씨라는 아가씨가 찾아왔어요. 두 분이 한참 대화를 나누시다가 임세희 씨가 가고 나서 사모님이 외출하신 겁니다.”임세희? 임세희가 이곳에 다녀갔다고?오후쯤 이준혁이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주훈은 그저 그에게 윤혜인이 외출했다는 도우미의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을 뿐, 임세희가 이곳에 왔었다는 말은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스카이 별장의 경호가 매우 엄한 편인데 아마도 임세희가 이준혁의 운전 기사에게 부탁해서 별장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왜 진작 말하지 않으셨어요?”이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아주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인 줄 알았습니다.”“중요하지 않다니요? 앞으로 혜인이에 관한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반드시 저에게 보고하세요!”“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전 이만 사모님께 약을 발라드리러 갈게요.”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자 이준혁이 아주머니를 불렀다.“약을 저한테 주세요.”한편, 방안에서.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윤혜인이 찢어진 옷을 벗은 뒤,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발 뒤꿈치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고개를 숙여보니 상처가 다시 찢어진 듯 감고 있던 붕대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윤혜인은 서러운 마음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예전에 그녀에게도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전국 대회에서 상도 받고 선생님들의 칭찬도 끊이지 않았는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5화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이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짓은 안 시켜.”“네…?”입을 꽉 틀어막은 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다시 물었고 이준혁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낮게 깔린 섹시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그러니까 너에게 입으로 하라고 하지 않는…”“그만해요!”듣고 있던 윤혜인이 다급하게 그의 입을 막았다가 그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지자 황급히 손을 거뒀다.그녀를 잠시 쳐다보던 이준혁이 의자를 가져와 침대 곁에 앉은 채 알코올 솜을 꺼내 그녀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조심스럽게 약을 바른 뒤 붕대로 꼼꼼히 감싸기도 했다.“오늘 오후에 세희가 왔었어?”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그를 힐끔 쳐다보며 본인이 들어오게 허락까지 해 놓고 왜 묻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윤혜인이 대꾸하지 않자 이준혁이 다시 물었다.“세희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어?”“우리가 언제 이혼하는지 물었어요.”윤혜인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억지 웃음을 보였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이준혁은 임세희가 계속 이준혁 와이프 타이틀을 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세희가 어릴 때부터 너무 곱게 자라서 그래. 커서는 건강 상태도 안 좋고 경미한 우울증도 앓고 있어서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보고 말을 막하는 경우가 있어. 앞으로는 될수록 세희와 만나지 마.”우울증?저렇게 기세 등등한 임세희에게 우울증이라니. 그리고 정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해도 그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핑계는 되지 못한다.윤혜인이 비꼬듯이 말을 건넸다.“이준혁 씨, 그 여자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이혼만 하면 전 이준혁 씨와 그 여자까지 둘 다 절대 다시는 안 만날 거예요.”이준혁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지만 윤혜인은 못 본 척 말을 이어갔다.“이틀 뒤, 손에 있는 실밥만 풀면 제가 직접 준혁 씨 어머니에게 찾아가서 말씀드릴게요. 준혁 씨 어머니가 반드시 우리 이혼을 동의하게 설득한다고요.”임세희 목에 있던 키스마크만 생각하면 윤혜인은 헛구역질이 났다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2화

    상황이 매우 긴급했기에 육경한은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병원으로 나와 곁을 지켰고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았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일은 운이 좋으면 빨리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10년을 기다려도 힘들었다. 게다가 유진의 몸 상태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소원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진에게 그 알약을 먹이려고 했고 육경한도 동의했다. 소원도 잘 회복하고 있었고 임신까지 했다는 건 약효가 정말 신기하다는 의미였다.약을 먹기 전에 소원과 육경한이 유진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유진은 두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용감했고 오히려 웃으며 두 사람을 위로했다.“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 꼭 나아서 더 좋은 유진이가 될게요.”유진은 그 알약을 먹은 후로 고열에 시달리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몸이 작기도 했고 체질이 약해서 감당 능력이 어른과는 비길 수 없었다.소원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고 서현재도 소식을 받고 달려왔다. 유진이 커가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 감정이 여간 두터운 게 아니었기에 유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육경한은 서현재를 보고도 드물게 화를 내지 않았고 쫓아내지도 않았다. 아마도 서현재의 눈빛에서 유진에 대한 걱정을 보아내서 그런 것 같았다.서현재는 정말 유진을 끔찍이 아꼈고 유진도 서현재를 좋아했기에 육경한은 유진이 깨어났을 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랐다. 아버지가 된 후로 육경한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감정이라는 게 들어갔다. 아버지가 되면서 얻은 제일 큰 변화였다.지금 이 세 사람에겐 같은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진의 건강이었다.세 사람이 이렇게 화목하게 병원 복도에 앉아 있은 건 처음이었다. 유진이 여기 있으니 병원의 모든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었고 조금만 이상을 보여도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알약을 복용한 이튿날 밤, 유진이 잠에서 깼고 얼굴에 윤기가 감도는 게 상태가 매우 좋아 보였다. 검사 결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1화

    진아연의 죄는 이루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벌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진아연을 꼭 찾아내 벌받게 하고 진아연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누군지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그 배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알아내야 해.’소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방에서 건너오더니 소원에게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아무 잘못 없는 거 맞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지영 씨 아빠 살인범 아니에요. 지영 씨가 있으니까 삼촌이 무슨 결정을 하기 전에 늘 지영 씨를 생각하더라고요. 지영 씨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삼촌이 엄청 노력한 건 사실이에요.”안지영이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아버지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뻐했다.“언니, 언니도 하루빨리 아저씨 죽인 범인 찾아내길 바라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소원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을 찾아내어 응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소원은 미리 친구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가게 했다. 안상철의 힘을 빌리면서 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든 두 사람을 보호해야 했고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으로 잠깐 피신해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소원은 그 자리에서 나오며 강민혜에게 소식을 알렸다. 강민혜는 소원이 안상철을 믿은 것에 놀란 듯 보였다. 다만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예를 들면 안상철이 소진용을 아래로 밀어버리는 장면에 대한 증거가 없었기에 안상철의 말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소원이 말했다.“나는 삼촌 믿어요.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는데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삼촌이 맞았어요.”소원이 안상철을 믿기로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안상철은 소원을 해치려는 생각이 없었고 결국 손을 대지 않았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진용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일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0화

    진아연이 소진용을 죽이려 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소진용의 죽음으로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만들고 소원이 아버지의 투신을 육경한이 건넨 파일때문이라고 생각해 육경한을 죽도록 원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소원은 육경한을 죽이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테고 진아연은 어부지리로 육경한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결국엔 육경한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진아연은 정말 뱀보다 더 잔인하고 독한 여자였다.사실 소원은 소진용의 죽음을 계속 의심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었을 텐데 딱 봐도 흠집이 많은 계약서 때문에 옥살이할까 봐 투신자살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은 절대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원도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기에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 전미영까지 쓰러졌으니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잿더미가 된 소원은 좀비처럼 살면서 차분하게 정리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죄라고 생각했다.모든 걸 털어놓은 안상철은 그제야 홀가분해졌다.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면서 털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 건 결국 복수가 두려워서였다. 범인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면 계획을 알고 있는 안상철을 가만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범인이 안상철만 노린다면 안상철도 두려울 게 없었지만 돌봐야 할 딸도 있고 모셔야 할 어른도 있었기에 그들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묵혀뒀던 사실을 털어놓은 건 소진용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였지만 다 털어놓음으로써 안상철의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소원은 이제 안상철의 처지를 알았고 안상철이 왜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삼촌, 지금 이대로 출국해서는 안 돼요. 너무 위험할뿐더러 지영 씨도 힘들 거예요. 내가 전화번호 하나 줄 테니까 그 사람한테 연락하면 무사히 출국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9화

    안상철은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살이 떨렸다.“아래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아까만 해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던 분이 왜 갑자기 뛰어내린 건지 의문이었죠.”안상철의 머릿속에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이었고 다급하게 현장을 벗어난 걸 봐서는 회사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안상철이 소진용의 죽음을 의심한 건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소진용의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영상이 아직도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 데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 해도 딸에게 불리한 동영상은 무조건 지우지 켜두고 갔을 리 만무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올라와 조사할 것을 대비해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조치했을 텐데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상철은 이내 여기 있다가 발견되면 무조건 연루된다는 생각에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USB를 빼서 사무실에서 나왔다.그 뒤로 시골에 숨어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소진용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숨어있다가 소식을 알아보러 나왔는데 신문 기사에 소진용이 자살했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이 사실이 이대로 묻혔음을 알게 되었다. 안상철은 기회를 노리고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안상철에게 외국 의사의 연락처를 보내줬다.소식이 잠잠해지자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수술하러 나갔지만 약간의 휴양 시간만 가지고 다시 귀국했다. 외국은 적응하기 힘들뿐더러 누구든 총을 소지할 수 있었기에 늘 안지영이 괴롭힘을 위험해질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고민 끝에 그래도 국내가 안전할 것 같아 안지영을 데리고 귀국한 것이다.그렇게 5년간 안정된 삶을 살면서 모든 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찾아오면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아챘다.안상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소원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7화

    소원이 무릎을 꿇자 충격을 받은 안상철이 입술을 뻐끔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지영아, 다른 방에서 나 기다려.”안지영이 가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아빠,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어요?”“말 들어.”안상철이 말했다. 안지영이 알면 자책할 게 뻔했기에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이라는 족쇄는 안상철이 평생 지는 걸로 족했고 딸만큼은 여생을 아무 부담 없이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 만약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걸 알면 안지영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상철이 걱정되어 이렇게 물었다.“설마 소원 언니한테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니죠?”안상철이 그런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아빠 못 믿어? 걱정하지 마. 아빠 절대 사람 죽인 적 없어.”이 말에 안지영은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옆방으로 향했다. 이제 방안에는 소원과 안상철만 남았다.안상철이 앞으로 다가가 소원을 부축하더니 말했다.“소원 씨, 일어나요.”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나 삼촌 믿어요. 하지만 진실이 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안상철이 입을 열었다.“소원이 예상이 맞아요. 대표님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거예요.”소원의 마음은 마치 무수히 많은 화살에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아빠가 자살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라니...’안상철이 그해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해 해산 회의를 하기 전에 어떤 여자가 저를 찾아왔어요. 돈은 섭섭지 않게 줄 테니 말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어떤 물건을 대표님께 보여드리면 된다고 했어요. 좋은 물건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준 테이프 안에는...”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었어요. 남자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원 씨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나왔더라고요.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6화

    하지만 지금은...안상철이 들고 있던 막대기를 놓으며 말했다.“가요.”소원을 보내주는 건 안상철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였다. 아니면 정말 소원을 쓰러트리고 강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상철은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소원이 생각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안상철이 말했다.“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찾아오지 마요. 다치고 싶지 않으면 얼른 가요.”소원이 입을 열었다.“삼촌, 난 그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과거 얘기가 나오자 안상철은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지만 안상철도 결국 딸을 보호해야 하는 아버지였고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아들이었기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마음을 다잡은 안상철이 막대기로 소원을 가리켰다.“소원 씨, 5분 줄게요. 그래도 안 간다면...”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소원은 갈 생각이 없었다. 안상철이 이렇게 내쫓는다는 건 아직 양심을 완전히 말아먹은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그때도 딸을 살리기 위해 순간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피해자의 딸인 소원은 안성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묵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삼촌,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소원이 꿋꿋하게 말했다.“기회를 줘도 제 발로 걷어차네요.”안상철이 손에 든 막대기를 흔들며 소원에게 달려들었다.“아악...”옆에 있던 안지영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안상철의 팔을 잡고 울먹였다.“아빠, 아빠... 제발 다른 사람 다치게 하지 마요...”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지금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안지영이 울면서 말했다.“소원 언니가 나 살려줬는데... 이러면 안 되죠.”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5화

    소원은 안지영이 말한 주소로 향했다.지난번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소원 혼자 갔다. 괜히 안상철을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 가야 무언가라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이 보내준 장소는 꽤 멀리 있는 교외였다.안지영의 말로는 안상철이 안지영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차를 타고 외진 변두리 작은 마을로 간 뒤 거기서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떠날 방법은 아주 많았다.소원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교외에도 집이 몇 채 있었다.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폐교가 된 학교 안에 숨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원은 문 앞에 도착한 뒤 안지영이 말한 대로 뒤쪽 담장의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학교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잡초가 무성한 것이 그야말로 숨기 좋은 장소였다.소원은 교실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확인했고 마침내 세 번째 교실을 찾았다.교실 안에는 키가 크지만 몸이 약간 구부정한 사람이 서 있었다. 소원은 그 사람이 안상철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상철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등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것이 삶에 많이 짓눌린 듯했다.소원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문을 두드리자 안상철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다. 손에 두꺼운 몽둥이를 쥔 채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상철은 소원을 본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소원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소원이 먼저 말했다.“상철 삼촌, 오랜만이에요.”안상철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어떻게 온 거예요?”소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말했어요. 아빠, 내가 소원 언니를 불렀어요.”“지영아, 너 미쳤니?”안상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한 말 다 잊었니?”“안 잊었어요.”안지영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안 잊었기 때문에 소원 언니를 부른 거예요. 아빠가 나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4화

    주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은 미열이 나는 것뿐이에요.”소원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일단 미열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주석훈은 소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말했잖아요.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거예요. 소원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운명이니까 자책하지 마세요.”주석훈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원은 더욱 미안해져 조용히 한마디 했다.“주 변호사님, 그렇게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제 책임이 크다는 거 알아요. 내가 갑자기 아프지만 않았어도 주 변호사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면 그 취객에게 물리지도 않았을 것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 우리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 변호사님에게 큰 빚을 졌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반드시 도울게요.”주석훈이 말했다.“내가 어떻게 말해도 소원 씨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하하, 그럼 진짜로 문제가 생기면 소원 씨에게 부탁할게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한 주석훈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이요!”이때 소원의 전화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소원이 물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계속 말하지 않으면 끊을게요.”소원이 장난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상대방이 말했다.“소원 언니...”소원은 깜짝 놀랐다.목소리만으로도 안지영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안지영의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민혜가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만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안상철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안상철이 눈치를 챈 것이다.소원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