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곽경천한테 아부하는 것처럼 배남준에게 똑같이 했다. 어쨌든 효과는 똑같다."넌 어떤 스타일 좋아하는데?"배남준은 담담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요?" 윤혜인이 의아해했다."음, 아름이에게 어떤 아빠를 찾아주고 싶어?”아름이 아빠라...윤혜인은 얼핏 아름이가 좋아하는 그 남자를 떠올렸다.그리고 그녀는 빠르게 이 생각을 접었다. 누가 돼질지언정 그 사람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요구는 한 가지에요, 아름이한테 잘해주면 돼요.”"그럼 너한테는?""나한테?"배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성격이 좋고 책임감 있고 바른 사람이면 돼요.”배남준은 따뜻한 음료를 윤혜인에게 건네며 물었다. "내가 네 조건에 맞는다고 생각해?”콜록콜록윤혜인은 방금 뜨거운 음료를 마셔서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배남준이 일어나 그녀의 등을 다독이려 하자 그녀는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하고는 괜찮아졌다.그녀가 어색한 듯 또 한 번 물을 마시자 배남준은 숨김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경천이한테 네가 아름이 아빠를 찾아주고 싶다고 들었는데, 나는 어때?”윤혜인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남준 오빠...”"혜인아, 나는 감정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혼할 나이가 됐어. 우리는 여러모로 잘 맞고, 아름이도 나를 좋아하잖아. 되게 잘 어울릴 것 같아.”그렇다, 그냥 딱 어울린 것뿐이다. 배남준은 학문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이성과의 애정 이런 것에 대해 줄곧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그는 줄곧 착실하게 생활하는 습관이 되었다.이제 결혼할 나이가 되니 결혼 상대가 윤혜인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윤혜인도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그녀가 익숙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으로 말이다.그녀는 묵묵히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그녀도 배남준이 가장 적합한 상대라고 생각했다.적어도 서로 잘 알고 있으니, 그가
그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윤혜인은 더는 발버둥 치지 않았다.배남준은 고개를 돌려 마주 잡은 두 사람의 손을 보며 물었다."혜인아?”이준혁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잡으려는 짐승과 같았다.윤혜인은 두 사람이 이러다가 싸움이라도 날까 봐 두려웠다. 배남준 같이은 공부만 해 온 사람은 싸워봤자이 이 미친놈이랑 싸우면 분명 손해 볼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남준 오빠, 먼저 차에 들어가 계세요. 이 사람이랑 몇 마디하고 갈게요.”배남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괜찮겠어?"이 말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이준혁이 손에 힘을 더하게 의 손을 더 힘껏 쥐게 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가서 배남준을 때릴 것만 같았다.윤혜인은 황급히 한 걸음 앞으로 나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그리고서서 그를 가로막는 듯이 두 팔을 벌렸다.이 모습은 본 이준혁은 무언가가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윤혜인이 배남준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남준 오빠. 제가 곧 찾아갈게요.”배남준은 그이 남자의 표정을 보고 그녀를 해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믿고 머리를 약간 갸우뚱한 채로 밖으로 나갔다.배남준이 멀어지자 그녀는 시무룩하게 손을 뿌리쳤다."이제 좀 놔줄래요?”이준혁은 손에 힘을 줄였을 뿐, 놓지는 않았다. 그리고 물었다. "이게 네가 바쁘다고 한 이유였어?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는 게?”말 속에 가득한 질투심이 느껴졌다.만약 곽경천이 그녀에게 이준혁이 남자가 예전에 첫사랑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이준혁이이 남자가 자기를 사랑해서 질투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웃으며 일부러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 "대표님,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이준혁이은 입술을 오므린 채리고 입을 열려고 한 순간하자 그녀가 계속 말했다. "질투 나면 준혁 씨도 다른 여자랑 데이트해요., 상관없어요,. 저는.”이런 상황을 그녀는 개의치 않을뿐더러 두 팔을 들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참을 수 있으면 그녀는 정말 그를 리스팩해할 것이다.순간, 남자는 안색이 냉랭해졌는데 화날 것 같으면서도 참고 있는 듯하였다."난 바람피운 적이 없어. 너 말고 다른 여자랑 잔 적도 없어.”남자의 고백에 윤혜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아주 담담하게 비아냥거렸다."그럼, 대표님이 참 정이 깊은 사람이라고 할 걸 그랬어요. ”"저에게 이렇게 애틋하게 대하다니, 우리 사이에 아이는 어떻게 없어졌는지도 잊게 생겼네요냐고 묻겠어요.”아이 얘기가 나오니, 이준혁의 기세가 조금 약해졌다.그는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뜻밖의 일이었어.”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는 결코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그들의 첫 아이에 대한 그의 가슴앓이는 윤혜인 못지않았다."대표님은대표님의 뜻밖으로 대표님의 찐 사랑을 구하러 가셨고, 또 뜻밖으로 위험에 빠진 저를 버리고 가신 거예요?”정말 좋은 핑곗거리라고 윤혜인은 생각했다. 윤혜인은 입꼬리를 조금 올리더니 말했다."그러면 제가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고 친밀한 행동을 하는 것도 뜻밖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우리 둘 다 뜻밖으로 저지른 일인데 대표님도 너무 따지지 마세요.”윤혜인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남자의 안색은 점점 먹물처럼 어두워졌다."아까 그 남자랑 같이 나를 상대하기로 마음을 굳혔구나?”이준혁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남자가 망가져도 괜찮다는 뜻인가?”이 말은 조금도 포장하지 않은 협박이었다. 그도 더는 감추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는 그 남자를 망가뜨리고, 다시는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게 하려고 했다. 윤혜인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긴장한 기색도 없이 물었다. "대표님, 이건 또 협박인가요?”'또'라는 한 글자 때문에 남자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하지만 그는 부인하지 않고 대답했다. "맞아.”그녀가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는 걸 지켜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에 비하면 그녀에게 미움을 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이준혁은 마음이 조금 씁
5년 전에도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이혼을 요구한 적이 있었고 그때도 이준혁은 그녀를 억지로 붙잡아두기 위해 갖은 방법을 썼었다.이준혁은 스치듯 떠오른 그 기억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이때 그들 뒤로 종업원이 음식을 나르면서 지나갔고 이준혁은 그녀를 끌어당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하지만 윤혜인은 그가 손을 뻗는 것을 보고 습관적으로 몸을 뒤로 피했다. 그러하다가 잘록한 허리가 식탁 모서리에 부딪혔다.그녀는 아픈 듯 눈살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신음을 냈다.갈 곳을 잃은 이준혁의 손은 한참 동안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자기가 다칠지언정 그와 어떠한 접촉도 하고 싶지 않다는 눈빛을 읽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내가 그렇게 싫어?”윤혜인은 눈을 살짝 치켜뜨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당연한 거 아니에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난 당신이 더 싫어요!”그녀의 단호한 말투와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눈빛은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찔렀다.하지만 윤혜인은 그의 기분 따위는 상관하지도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 같으니 이만 가볼게요, 비켜주세요.”그녀는 이준혁이 계속 앞을 막고 있자, 차가운 말투로 그를 불렀다.“이준혁 씨?”이준혁은 상처를 제대로 입은 듯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뭐라고요?”“왜 날 이토록 미워하는 거야?”기억상실증에 걸린 윤혜인이 돌아온 후, 두 사람은 두세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이준혁은 아무런 기억이 없는 윤혜인이 어떻게 자기를, 이 지경까지 미워하고 거부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는 심지어 윤혜인이 자기와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이러한 이준혁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윤혜인은 단호한 태도로 답했다.“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날 강요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게다가 당신은 첫 만남부터 거부감이 들었어요.”윤혜인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준혁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심이
이준혁은 윤혜인에게서 아니라는 답을 강요하려는 듯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당겼다.거세진 그의 행동에 윤혜인은 고통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리면서 소리쳤다.“준혁 씨, 미쳤어요?”화가 치밀어온 그녀는 당장이라도 이준혁을 물어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이준혁은 한참 동안 윤혜인을 바라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내가 정말 너한테는 낯선 사람에 불과해?”윤혜인은 다소 격양되어 언성이 더욱 높아졌다.“백번을 더 물어봐도 내 대답은 똑같아요! 나한테 당신은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순식간에 주위의 공기가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이준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하고 눈만 가늘게 떨었다.윤혜인은 숨을 가다듬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그만 놔줘요.”그런데도 이준혁이 잡은 손을 계속 놓지 않자, 윤혜인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게 내뱉었다.“설마 또 나한테 키스하려는 건 아니죠? 이선그룹의 대표가 이 정도로 욕구불만이에요? 지금 당장이라도 아가씨를 불러줄까요?”그 말 한마디에 이준혁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변하더니 윤혜인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그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면서 물었다.“당신은 내가 여자가 부족해서 이러는 것 같아?”윤혜인은 자기가 이준혁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기뻤지만,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을 했네요., 당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오지랖이 넓었어요.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좀 비켜줄래요?”윤혜인은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자기의 손목을 연신 주물렀고 이준혁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그녀가 방을 나가려는 순간, 이준혁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또다시 벽 쪽으로 밀쳤고 이번에는 저돌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그의 행동은 마치 빼앗긴 무언가를 되찾으려는 듯 거침없었고 윤혜인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멍하니 그의 키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뒤이어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분노가
윤혜인도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욱하는 마음에 내뱉은 말을 이준혁이 이런 식으로 받아치자,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한참을 말이 없던 그녀가 차가운 눈빛으로 이준혁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준혁 씨, 나... 좋아해요?”이준혁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물음에 조금 당황했지만 태연한 척 답했다.“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겠어?”윤혜인은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며 조롱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내 눈에는 당신이 나에 대한 신선함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데요? 내가 아무리 당신 아내라고 해도 5년 동안 만나지 못했으면 당연히 잠시나마 새로운 느낌이 들 거예요. 하지만 이러한 감정이 사그라들면 날 쓰레기처럼 버릴 건가요 아니면 애완동물처럼 집에 내버려둘 건가요?”이준혁의 가슴은 더욱 찌릿찌릿 아파 나면서 목소리까지 갈라졌다.“혜인아, 난 신선함 때문에 이러는 것도 아니고 널 쓰레기 취급하면서 버릴 생각은 더욱 없어, 넌 내 아내고 그 누구도 널 대신할 수 없어...”그의 애절한 목소리에 윤혜인의 머리가 복잡해졌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준혁 씨, 내가 몇 번이고 말했잖아요. 당신 기억 속에는 내가 당신의 아내일지는 몰라도 나한테 당신은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 당신이 날 아내로 생각하고 당연하게 하는 행동들을 난 받아들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계속 나한테 당신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감당이 안 돼요.”윤혜인은 냉랭한 목소리로 그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발언을 계속해 나갔다.“이게 준혁 씨가 사람을 좋아하는 방식인가요? 당신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이기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상대방을 좋아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나 봐요.”이준혁은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힘없이 놓았다.“혜인아...”이준혁은 윤혜인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해명하고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그녀는 좀처럼 그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다 빠진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배남준의 이름을 불렀다.배남준은 그윽한 책 냄새를 풍기면서 차분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윤혜인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괜찮아, 내가 부축해 줄 테니까 천천히 일어나봐.”배남준은 그녀의 등을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면서 그녀를 안정적으로 일으켜 세우고 차까지 부축해서 이동했다.윤혜인도 아무런 저항과 말도 없이 그에게 자기의 몸을 맡겼다.뒤따라온 이준혁은 포옹하는 듯한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한참 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깊은 어둠이 내린 밤.이준혁은 차로 두 사람의 뒤를 밟아 그녀의 집 앞까지 따라왔다.배남준과 윤혜인이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한 이준혁은 1분 1초가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이준혁은 일순간의 충동으로 일을 망쳐버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세뇌했다.한참 후, 배남준이 윤혜인의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수 있었다.배남준이 떠난 뒤에도 이준혁은 자기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가는 현실에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넋 놓고 그녀의 집 대문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는 윤혜인이 자기에 대한 미운 감정이 남아 있어서 적대시한다고 생각했을 뿐, 자기를 낯선 사람으로 여긴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이때까지 윤혜인에게 한 행동이 그녀의 반감을 더욱 불러일으켰다는 걸 오늘 그녀가 보여준 눈빛과 행동으로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이준혁은 복잡한 마음에 밤새도록 그녀의 집 앞에서 재떨이가 꽉 찰 정도로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다음 날 아침 8시, 집 문을 나선 윤혜인은 눈에 띄는 곳에 익숙한 검은색 고급 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준혁이 자기 집 앞에서 밤을 새웠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 한 윤혜인은 그의 등장에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이 검게 변했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 재빠르게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남자의 말에 윤혜인이 우뚝 멈춰 섰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멍한 표정으로 약간 놀란 듯 물었다.“정말이요?”기쁨의 기색이 눈에 훤히 드러났다.이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 속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엿보였다.윤혜인은 아침에 문을 나서자마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녀는 기뻐하면서 얘기했다.“그럼 잠깐만 기다려줘요.”신분증을 챙기지 않았기에 돌아가 신분증을 챙겨야 했다.돌아서는 그녀의 몸짓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그 모습에 이준혁은 가슴이 약간 아픈 것 같았다.요즘 들어 그의 심장은 시도 때도 없이 아파졌다.그는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하지만 신체검사를 받아본 결과 아무 문제도 없었다.윤혜인이 기뻐하면서 신분증을 들고나올 때, 이준혁은 한층 어두워진 시선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고 진중한 말투로 얘기했다.“두 가지 조건이 있어.”그 순간 윤혜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나랑 장난해요?!”이준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약속하면 나도 두말하지 않을게.”“얘기해 봐요.”윤혜인은 어쩔 수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나를 피하지 않기. 반년 안에 재혼 금지.”“그게 다예요?”윤혜인은 약간 의아해했다.그녀는 이준혁이 대단한 조건이라도 내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간단한 요구일 줄은 몰랐다.이준혁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반년 안에 결혼하기는 불가능하다.아름에게 새아빠를 찾아준다고 해도 사람을 잘 골라야 했다.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이준혁을 피하지 말기. 두 사람은 원래도 마주칠 일이 적었기에 이 조건은 큰 소용이 없다. 게다가 이준혁과 큰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 남편과 인사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이준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입을 열었다.“그것뿐이야.”윤혜인은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하지만 이준혁이 말을 이었다.“포기하려는 게 아니야. 공평해지길 원한다면서? 그렇게 해줄게. 내가 다시 널 짝사랑할 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