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사람들은 다가오는 사람이 지팡이를 짚은 다리 저는 남자라는 것을 보고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그때, 한 중년 남자가 옷이 흐트러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소원을 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세차게 잡아당기며 말했다.“빚을 갚지 못하겠으면 몸이라도 팔아야지, 안 그래? 아가씨 같은 미모라면 하루에 몇 명만 받아도 빚을 갚을 수 있을 거야...” 추잡한 남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은 은빛이 그의 얼굴로 날아왔다!쾅!무거운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지팡이의 끝부분이 강한 바람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에 내리꽂힌 것이다.그 은빛은 지팡이 끝에 박혀 있는 은으로 만든 장식이었다.“풉!”남자는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네 개의 피 묻은 이를 뱉어냈다. 그러고는 고통에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것이 참혹한 모습이었다.‘다리를 절고 있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더니... 이렇게 힘이 셌어?!’다들 육경한의 포스에 놀라 소원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다.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었다.또각, 또각, 또각...육경한은 용머리 장식의 검은색 지팡이를 짚고 남자의 옆으로 다가가 한 마디 뱉었다.“내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말을 끝낸 뒤, 그는 살짝 입술을 씰룩이더니 큰 손으로 지팡이의 용머리 장식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다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남자를 향해 내리쳤다.순은으로 된 지팡이의 끝이 남자의 손바닥에 정확히 꽂혔다.“아아아아!!!”남자는 손이 부서질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코를 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알고 보니 남자가 겁에 질려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하고 만 것이었다!순간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뭐야? 당신 지금 우리 협박하는 거야? 빚 안 갚으려고?!”하지만 이내 육경한이 자신을 바라보자 그 사람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났다.육경한은 자신의 재킷으로 소원의 어깨에 덮어 몸을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이 계획이 시작될 때부터 그는 매우 기뻐했어야 했다.하지만 즐겁기는커녕, 현재의 육경한은 그녀에 대한 끝없는 혐오감만 느낄 뿐이었다.방탕하고 변덕스럽고 여기저기 꼬리를 치고 다니는 소원의 모습에 육경한은 그녀를 철사로 묶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그렇게 하면 마음이 없다는 듯 언제든 떠나려고 하는 소원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대표님, 이만 가세요. 저희 소씨 집안은 이미 충분히 비참해졌습니다. 그러니 이 꼴을 보러 앞으로 직접 오실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든지 TV에서 볼 수 있을 거니까요!”소원은 매우 힘들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의미 없어 보였다.하늘은 그녀를 단 한 번도 도와주지 않았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서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직접 가족을 지옥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소원을 죽고 싶게 만들었다.그 타격이 크다 못해 소원은 이 세상을 혐오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사는 게 정말 힘드네... 하지만 지금은 죽을 때가 아니야. 모든 게 다 마무리될 때까지는. 때가 되면 난 화창한 날을 골라 바다가 보이는 곳에 묻힐 거야.’“소원! 거기 멈춰!”육경한은 분노했다. 하지만 소원은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를 무시하는 것인지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전미영이 응급실로 옮겨지자 소진용을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간병인을 찾아야 했고 부모의 의료비를 내야 했다. 상황이 어찌 됐든 간에 병원비는 미룰 수가 없었다.그때, 갑자기 손목을 잡힌 소원은 곧이어 분노에 이글이글 타는 육경한과 시선이 마주쳤다.“내가 멈추라고 했잖아!”“우리 약속은 끝났어!”소원은 육경한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잠시도 보기 싫을 정도로 그가 미웠다.하지만 다음 순간, 육경한은 그녀를 강제로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자신도 믿기 어려운 말을 내뱉었다.“안 끝내도 돼.”하지만 그를 보는 소원의 눈빛에는 여전히 아
아니나 다를까 소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더이상 저항하지 않았다.이미 망한 인생이라 생각하는 그녀에게 죽음이 두려울 리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저항하지 않는 소원의 모습은 마치 죽어 말라붙은 물고기 같았다. 그러자 흥미가 사라진 육경한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너 손님 받겠다며, 그럼 지금부터 연습해. 잘하면 내가 돈도 줄 테니까.”뒤이어 그는 카드 한 장을 꺼내 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에 2000만 원! 내가 돈 넣어줄게.”짝!카드가 그녀의 얼굴에 찰싹 닿았다. 세게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직접 뺨을 맞은 것보다 어쩐지 더욱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었다.‘2000만 원...’소원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주변 공기는 점점 더 희박해져 숨을 쉬기 어려워졌다.그가 원하는 것은 소원에게 모욕을 주고 짓밟는 것뿐이었다.그녀가 체면을 챙기려고 하면 할수록 육경한은 더욱 흥미를 느끼며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어 했다.때문에 소원은 그럴 바엔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가 최대한 자신을 역겨워하게끔 만드는 게 나았다.순간, 소원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통이 크시네요, 대표님. 2000만 원이라... 아예 전에 것들도 싹 다 계산해주시는 게 어때요? 어차피 저를 속인 거였다면 우리의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요. 전에...”소원은 손가락으로 일일이 다 헤기도 힘들어 머리가 아팠다.“대충 20억으로 계산해드릴게요. 예전에 진 빚들 돌려주지 않으시면 아무래도 그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겠네요.”그러자 육경한이 차가워진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20억 원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소원은 뻔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돈과 권력을 다 가진 우리 육경한 대표님께서 왜 그깟 빚 하나 갚는 거로 이러실까? 20억도 싸게 쳐준 거예요. 그걸 낼지 말지는 대표님 마음에 달렸습니다!”바닥에 누워있으면서 그녀는 바닥이 찬 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무료로 얻을 수 있는
육경한의 체면을 지켜주고자 진아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안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움직임 소리를 그녀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이 빌어먹을 년이 또 경한 씨를 유혹하는 거야?! 심지어 이런 병원에서조차도? 발정 난 개가 따로 없구나, 아주.’방 안에서, 육경한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오랜만에 소원을 만난 것 같이한 번 만지면 멈출 수가 없었다. 소원이 무슨 약이라도 되는 듯이 육경한은 그녀에게 중독되어 버린 것 같았다.그녀와 함께할 때만 육경한은 공허함을 채울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떠나려는 모습만 보이면 육경한은 이러한 행위로 소원을 굴복시키려고 했다!노크 소리가 계속되었고 진아연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만약 계속 여기에 남는다면 그녀는 굴욕을 면치 못할 것이다.진아연의 생일날, 육경한은 계획을 취소하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진아연이 미리 사람들을 매수해 이미 한이 그룹에 문제가 생긴 계약 건들을 전부 취소하고 환불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그녀가 엿들었다. 게다가 그들은 언론을 이용하여 대중에게 한이 그룹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렸다.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었다.그 후로 육경한은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해져 진아연과 함께 있을 마음조차 없었다.나중에 심지어는 소원이 크루즈선에 못 올라오도록 막기까지 했다.이윽고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진아연은 한 가지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소원 씨를 크루즈 선에 못 오르게 한 건 설마 그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였던 거야? 내가 소원 씨를 괴롭힐까 봐?’이전에는 그냥 넘겼지만 이제 진아연은 확실히 그가 여전히 소원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예상을 벗어난 이러한 상황에 그녀는 여태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공포에 휩싸였다.왜냐하면 육경한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오직 소원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나서라는 것밖에 없어서이니 말이다.어쩌면 육경한 자신조차도 몰랐을 수 있다. 자신이
육경한은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수술 동의서? 수술이라니... 그렇게 심각한 건가? 그냥 조금 말랐을 뿐인데 그게 수술까지 할 정도라고? 웃기고 있네. 분명히 자기 입으로도 자기가 연약하게 생겼지만 몸은 건강하다고 했던 앤데...’육경한은 어두운 눈빛으로 간호사를 노려보았다.“그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예요?!”그의 매서운 눈빛에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불만스럽게 말했다.“보호자 분, 여기는 병원입니다. 저희는 절대 이런 일로 장난을 치지 않아요. 환자는 말기 위암이며 현재 악성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보호자님께서 사인하지 못하시겠다면 즉시 다른 보호자님께 연락하세요!”육경한의 머릿속에서는 ‘윙’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간호사의 손목을 꽉 쥐더니 입술까지 덜덜 떨며 물었다.“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다시 말해봐요!”간호사는 눈살을 찌푸렸다.“환자분이 위암 말기라고요, 못 알아들으셨어요?”이렇게 말하며 간호사는 육경한의 손을 뿌리쳤다. 그가 너무 아프게 쥐고 있어서 말이다.꽈당!검은색의 용머리 장식의 검은색 지팡이가 땅에 넘어졌다!육경한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다행히 바닥에 넘어지지 않고 벽에 기댔다.그의 머릿속은 마치 탄약에 맞아 내장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이 퍼져 갔다!온몸은 언제든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하하, 위암 말기... 분명히 내가 잘못 들은 걸거야! 그 여자가 어떻게 그런 병을 앓아?! 게다가 목숨이 위태로워? 웃기고 있네. 그렇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거북이보다도 오래 살아야 할 텐데?! 그 여자가 어떻게 죽어?!’하지만 앞에 있는 간호사는 계속 말했다.“보호자 분, 지금 환자 상태가 매우 위급하고 언제든지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1분이라도 더 지체하면 위험이 더 커져요. 정말 가족 맞으십니까?”머릿속에서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수술 동의서에는 명확히 적혀있었다.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서 수술 후
육경한은 일어서서 의사들이 소원이 눕힌 침대를 끌고 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왔다.그러다 갑자기 눈앞이 어지러워지더니 육경한은 ‘쿵’하고 바닥에 쓰러졌다!가슴에서는 선홍빛 피가 새어 나와 코트를 적시고 있었다.“경한 씨!”진아연은 바닥에 넘어진 그를 안고 큰소리로 외쳤다.“의사 선생님!”곧 의사가 나와 그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그가 입은 검은색 셔츠를 자르고 보니, 옷은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셔츠에는 말라버린 핏덩이들이 잔뜩 붙어있었다.“장난하는 겁니까, 지금?!”의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이건 새로운 상처잖아요! 염증이 생겨서 이렇게 된 겁니다. 보아하니 몇 시간 동안 피를 흘린 것 같은데 살펴보지도 않고... 죽으려고 작정하신 것인지!”진아연은 원한이 가득 찬 눈빛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역시 남자는 믿을만한 게 아니야. 이번 생에 육경한의 아내가 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하더니... 그깟 평범한 여자 하나 때문에 목숨을 포기할 정도로!’육경한이 치료를 받고 안정이 되자 진아연은 소원의 병실로 가다 우연히 담당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그녀를 보고 물었다.“조금 전 그 보호자랑 같이 오신 분인가요?”“네, 저는 그 여자 환자의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진아연은 슬픔에 잠긴 얼굴을 하고 물었다.“소원이... 진짜 위암 말기인가요? 수술은 가능할까요?”육경한이 쓰러지기 전에 그녀는 수술 동의서를 보았다. 보자마자 그녀는 하늘을 향해 웃고 싶었다.‘이 빌어먹을 여자가 드디어 죽는다니, 너무 잘됐잖아!’의사는 그녀가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위로를 건넸다.“환자분 상황이 꽤 심각합니다. 수술로 완치될 가능성은 매우 적어요. 저희는 가족분들께 말기 간호를 할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그러면 환자를 너무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을 수 있어요.”진아연은 마음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는 슬픔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 의사가 다시 말했다.“그리고 여기 보니까 전에 입원한 기록이 있더라고요. 이번
소원은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설마 너 이준혁한테서 빌려온 거야?!”그러면서 그녀는 카드를 다시 돌려주었다.“나는 이거 필요 없어! 그러니까 빨리 가서 돌려줘. 나 때문에 너까지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아.”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거 준혁 씨한테 빌린 거 아니야. 이 돈은 내가 대학 시절 그린 ‘그리움’이라는 그림을 팔고 번 거야.”“뭐라고? 너 그 그림 팔았어?”놀란 소원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 그림은 윤혜인이 꿈속에서 어머니를 보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으로, 그녀가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었다.당시 그녀는 그림의 일부를 찍어 해외 소셜 미디어에 올렸고 누군가가 그림을 사고 직접 작가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었다.소원이 윤혜인의 의견을 물었지만,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그 포스팅을 삭제했다.하지만 현재 윤혜인은 소원을 위해 그 그림을 팔아 버렸다.소원은 거부했다.“나 이 돈 받을 수 없어. 가서 그림 되찾아와.”“그냥 받아둬. 나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판 거야. 그래서 내 그림을 산 사람이 누구인지 정보를 알 수조차 없어. 지금 돌려받으려고 해도 이미 받을 수 없게 됐다고.”처음에 소원이 그 작품을 올렸을 때 상대방은 6억을 제안했다고 한다.하지만 시간이 얼마간 흐르자 가격은 바로 10억까지 뛰어올랐고 심지어 경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인터넷상에는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 많다. 윤혜인은 매우 신중하게 거래를 마치고 바로 계정을 삭제했다.소원이 여전히 돈을 받기를 거부하자 결국 윤혜인이 다시 말을 꺼냈다.“나 전에 그 집 팔았잖아. 이 돈으로 너희 집 산다고 치자. 그럼 나 앞으로는 집세 안 낼 거야!”“그거랑은 다르지. 우리 집은 6억에도 팔리지 않아, 겨우 4억 정도라면 모를까.”“말 섭섭하게 한다? 자꾸 이러면 네가 날 좋은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길 거야. 남은 돈은 내가 투자한다고 치면 되잖아. 손해 보면 방법 없는 거고 벌게 되면 나한테 네가 나한테 나눠주면 되지!”윤
윤혜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여기서 뭐해요?”그녀는 어젯밤 이미 충분히 자기 의사를 똑똑히 밝혔었다.때문에 이준혁처럼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 다시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왜, 내가 방해됐어?”남자가 이를 악물고 몇 마디 내뱉었다.‘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또 이렇게 불쾌해하는 거야...’하지만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희망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으니 철저히 끝내는 것이 맞았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정말 방해돼요. 제가 어제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요, 이준혁 씨?”이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나랑 재결합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한구운 때문이야?”윤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자꾸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않으시면 안 돼요?”그러자 이준혁의 표정이 굳어졌다.“하... 아까 보니까 되게 즐겁게 문자 주고받더라?”‘...혹시 아까 내가 문자 나누는 거 봤나?’하지만 그녀와 한구운은 그저 업무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이고 두 사람은 정말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심지어 지난번 일도 윤혜인은 이준혁을 속이기 위해 그렇게 말했을 뿐,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직접 해명한 적이 있다.아마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믿지 않았던 것 같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가능성이 없으니 윤혜인은 이준혁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해명할 의욕도 없었는지라 윤혜인은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이준혁은 안색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뒤에서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몸을 돌려세워 문에 밀어붙였다. 이윽고 그의 입술이 윤혜인의 입술을 덮쳤다.“웁...”윤혜인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렸다. 밀쳐낼 새도 없이 그의 혀는 이미 그녀의 입안을 마구 헤집고 있었다. 마치 못다 한 욕구를 해소하려는 듯 거센 키스가 이어졌다.윤혜인의 입은 온통 그의 숨결로 가득 찼다. 이런 강제적인 키스가 그녀는 매우 불쾌했다.그래서 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