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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김성훈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떠나려는 듯했다.

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고 감정을 숨긴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김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러고는 김성훈을 지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

고급스러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이준혁은 고가의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윤혜인은 단번에 이 옷이 어젯밤 그가 입고 나갔던 옷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윤혜인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이 대표님, 마케팅 보고서입니다. 결재해 주세요.”

이준혁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서류에 사인한 뒤 윤혜인에게 건넸고 서류를 받은 윤혜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보니 김성훈이 여전히 사무실 입구에 서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젠장, 혜인 씨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거 아니야?”

이준혁의 눈빛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김성훈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윤혜인은 질투 같은 걸 절대 안 한다. 그녀가 계속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아준다면 이준혁은 앞으로도 그녀에게 많은 걸 해줄 것이다.

한편, 엘리베이터 안에서.

윤혜인은 최대한 눈물이 흐르지 않게 고개를 높이 들었지만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였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여자친구의 복귀에는 역부족이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윤혜인이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눈 채, 탕비실로 향했다.

커피로 정신을 좀 맑게 하고 싶었다. 탕비실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사 봤어? 임세희 귀국했대.”

“응? 그게 누군데?”

“너 몰라? 임세희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본인도 유명한 탑급 디자이너고. 가장 중요한 건, 임세희는 우리 대표님이 인정한 유일한 여자친구였어. 듣는 소문에 의하면 우리 대표님의 첫사랑이었대!”

“근데 우리 대표님 윤 비서랑 뭔가 있는 거 아니었어?”

“윤 비서? 기껏해야 잠자리 보좌관이지 뭐. 대표님은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는데 혼자 아주 신났더라고. 누가 보면 대표님 와이프인 줄 알겠네. 멍청하긴!”

직원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윤혜인이 씁쓸하게 웃었다.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데 그녀만 착각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 대표 사모님의 꿈이 드디어 깬 건가?”

윤혜인 등 뒤에서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준혁의 사촌 여동생 송소미였다.

송소미는 평소에도 윤혜인을 아니꼽게 생각하고 있었다.

괜히 회사에서 송소미와 충돌이 생기기 싫은 윤혜인이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지만 송소미가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

그녀는 손에 커피를 들고 비아냥거렸다.

“이제 우리 세희 언니도 돌아왔는데 준혁 오빠가 계속 너 같은 천박한 여자와 잠자리를 가질 거 같아?”

윤혜인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송소미가 계속 비꼬았다.

“내가 늙은 남자 몇 명 소개해줄까? 너 스킬 좋잖아. 어차피 어떤 남자랑 자든 다 똑같은데 뭐.”

고개를 살짝 돌려 주먹을 꽉 쥐던 윤혜인이 차갑고 냉랭하게 대꾸했다.

“여긴 회사예요! 그런 저질스러운 장소가 아니란 말입니다. 송소미 씨 그런 장사하고 싶으면 다른 곳 좀 알아보세요.”

“너 진짜!”

윤혜인의 말에 송소미 표정이 확 굳어버렸고 화가 치밀어 오른 탓에 손에 들고 있던 뜨거운 커피를 윤혜인에게 뿌려버렸다.

송소미가 이렇게까지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던 윤혜인은 다급하게 손으로 막았고 뜨거운 커피는 그대로 그녀의 팔에 닿았다.

새하얀 피부는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올랐고 극심한 고통에 윤혜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마침 쉬는 타임이라 구경하러 온 직원들이 꽤 많았기에 송소미는 더욱 의기양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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