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란 말이 윤혜인의 마음을 후려쳤다.팔을 뺄 기운이 없던 그녀는 그저 차갑게 뱉을 뿐이다.“놔요!”전혀 숨김없는 혐오스러운 눈빛에 이준혁은 가슴이 아팠지만 손을 풀 수밖에 없었다.몸을 돌린 윤혜인은 기진맥진한 몸을 움직였다.그러다-“털썩-”바닥에 쓰러진 그녀에게서 아무런 생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준혁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그 순간, 그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혜인아!”그는 달려가 그녀를 안으며 외쳤다.“당장 병원으로 가!”...병원.눈을 감고 있는 윤혜인은 꿈을 꾸고 있었고 온통 이준혁과 임세희의 친밀한 모습이었다.자존심과 오만을 버리고 할머니를 보러 오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차갑게 비웃었다.“세희야 말로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야...”“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심장이 사방으로 찢기는 것 같았다.너무 고통스러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이마가 땀으로 흠뻑 젖은 윤혜인은 고통스러운 악몽에서 깨어났다.“혜인아?”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의식이 또렷해지고 코끝에 짙은 소독수 냄새가 났다.“왜 그래?”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잘생긴 눈동자에 붉은 혈관으로 가득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윤혜인은 손을 빼며 거부했다.“보고 싶지 않으니 당장 나가요!”“혜인아 진정해...”이준혁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다 이내 윤혜인의 복부를 바라봤고 다시 따뜻해졌다.“임신이래.”의사가 임신이라고 했을 때 이준혁이 얼마나 기뻤는지 다른 사람은 모를 것이다.마치 벼랑 끝에서 되살아난 느낌이었다.그는 윤혜인이 힘들까 봐 주저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적절한 때에 선물이 찾아왔다.아기가 생겼으니 윤혜인이 이제 더 이상 그와 이혼하겠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손을 뻗어 이불 위로 아기를 만지려 했다.하지만 윤혜인이 차갑게 으르렁거렸다.“이건 내아이에요.”전혀 놀라지 않는 윤혜인에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렸고 목소리도 조금 다운되었다.“알고 있었던 거야?”
“그럼 이미 죽었나요?”그녀의 말에 이준혁은 당황했다. 그에게 윤혜인은 너무 착해서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 그런 사람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이준혁의 표정에 윤혜인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대신 대답할게요. 아직 안 죽었죠? 그렇다면 무엇으로 당신이 안 그럴 거란걸 보장할 수 있죠? 다음에도 그녀가 이런다면요? 그녀를 내버려두고 저를 선택할 건가요?”“그게 아니라 혜인아, 난...”흥분한 윤혜인이 그의 말을 잘랐다.“아니! 당신은 절대 그러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이건 내 아이에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으니, 당신은 상관하지 않아도 돼요. 이혼계약서는 이미 도장찍었고 1달 후에는 이혼할 거라고 어머님과도 약속했어요. 며칠만 참으면 당신은 자유로울 수 있으니...”윤혜인은 아니꼽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더 이상 애쓰지 말아요.”분명히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지?또다시 임세희를 선택했을 때 그는 이미 그들의 금이 간 부부관계를 완전히 깨뜨렸다.그녀는 물러나기로 결심했고 그들을 축복해 주기로 했다.그들에게 걸림돌인 자신이 사라지면 된다.굳게 다문 이준혁의 입술이 한참 후 벌어졌다.“싫어.”“당신에게 거절할 자격이 있어요?”윤혜인의 차가운 웃음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내 이 심장은 당신이 직접 짓밟은 거예요.”둘 사이에 어떠한 회유의 여지도 없었다.이번에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다시는 믿지 않을 것이다.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을 것이다.상처로 가득한 마음은 더는 견딜 수 없다.윤혜인의 말은 칼날이 되어 이준혁의 심장에 내리꽂혔다.윤혜인이 단단히 결심한 것을 느껴졌지만 그는 손을 놓기 싫었다.그녀가 없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생각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이 전해졌다.그녀를 안으려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윤혜인이 몸을 피했다.이준혁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보상해 줄게. 반드시 보상해 줄 거야.
이준혁은 멈칫하며 해명했다.“할머니께서 그런 일을 당하고 있을 때 세희는 침대에 누워있었어.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에 가담할 수 있다는 거야?”듣고 있던 윤혜인은 웃음을 터뜨렸다.“거 봐요. 당신의 맹세는 아무 가치도 없어요.”이준혁이 임세희에 대한 믿음은 이미 뼈에 새겨진 것이었다.임세희와 연관 있다고 그녀가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데도 즉시 조사하는 대신 임세희를 대신해 변명하고 있지 않는가?“네가 할머니를 잃은 마음은 이해해. 그러니 그런 생각하지 말고 기다려. 내가 소미로부터 만족스러운 해답을 가져다줄게.”“됐어요.”너무 우스웠다.할머니의 죽음도 임세희의 한 개 손가락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이렇게 견고한 자리를 자신이 어떻게 넘볼 생각을 했는지, 자신이 임세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어떻게 그렇게 자신했을까?웃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이준혁은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느낌이다.당황한 그는 그녀의 거절을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그는 그녀를 품속에 와락 껴안았다.“혜인아, 내가 너의 마음을 돌려놓을 거야. 시간을 줘.”윤혜인은 발버퉁쳤지만, 그녀의 힘은 너무 미약했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재가 되었다.“제발 날 놓아줘요. 이혼은 서로에게 좋아요.”“안돼.”이준혁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절대 안 돼. 꿈도 꾸지 마.”윤혜인의 말투에는 짙은 비웃음이 깔려 있었다.“이미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들판에 피어 난 꽃도 내버려 두지 않으려 하다니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니에요?”눈살을 찌푸린 이준혁이 말하려는데 윤혜인 그를 밀쳤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이 이혼 꼭 하고 말겠어요. 당신 가문을 더럽히고 싶지 않으면 당장 도장 찍어야 할 거예요. 안 그러면-”윤혜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녀는 확고하고 말했다.“이혼 소송을 할 거예요.”이건 진흙탕 싸움을 하겠단 뜻이었다.그야말로 빅이슈일 것이다.이준혁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할아버지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거야?”그들이 법정 싸움까
이준혁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보았다.윤혜인은 이을 악물었다.“이혼하지 않으면 아이를 지울 거예요.”그녀는 마음속으로 힘껏 ‘퉤퉤퉤’ 하며 아이에게 사죄했다.[아가, 진심이 아니야. 엄마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혼하고 싶어서 그래. 엄마는 널 끝까지 책임질 거니까. 화내지 말아줘.]순간, 이준혁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는 분노했다.“그러기만 해 봐 어디!”윤혜인은 강경하게 말했다.“당신에게 통제당하지 않을 거예요. 내 아이이고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이 이혼은 꼭 하고 말 테다.영원히 절대적인 선택을 받지 못하는 느낌은 너무 최악이었다.그녀는 한번 두번 반복되는 모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분노가 쌓인 이준혁이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전에 본적 없는 살기였다.“내가 안된 다면 안 되는 줄 알고 벗어나려고 꿈도 꾸지 마.”...병실 밖.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는 임세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송소미 이 바보 같은 년이 아이를 처리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오빠가 아이 존재를 알아채기까지 했다.큰 공을 들여 오빠를 붙잡고 해외에서 3일 더 머물렀는데 자신이 깨어나기도 전에 오빠는 이미 귀국해서 그녀도 바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그녀가 병원에 있다는 말을 오늘 들은 그녀는 특별히 병문안을 온 척하며 방문해 윤혜인을 자극하려 했는데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오빠는 왜 이혼 하려 하지 않는 걸까?그리고 어떻게 저 년이 자신을 의심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화가 난 그녀는 과일 바구니를 휴지통에 버리고 자리를 떠났다.임향숙이 그녀에게 물었다.“아가씨, 이대로 돌아가게요?”“안 가고 여기서 오빠가 저년을 잡는 거 지켜볼까요?”그녀는 화를 내며 덧붙였다.“그녀가 죽었으면 좋겠어요.”‘그녀’가 누구를 뜻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 들을 수 있었다.임향숙은 그녀를 위로했다.“아가씨, 저에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그게 뭐죠?”“3개월 전에 대표님이 거의 한 달을 L 국의 계열사에 머
문현미가 들어섰을 때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이준혁을 나무랐다.“임신한 몸이야. 여기서 화를 돋우지 말고 의사 선생님한테서 초음파 결과 가져와.”문현미는 자신의 계획이 있었다.남자는 여자보다 세심하지 못한 법이다.피검사에서 임신을 확인한 후 그녀는 초음파검사를 시켰다.첫 초음파 사진을 이준혁이 받게 하여 아기의 존재를 두 눈으로 확인시키면 꼿꼿한 저 마음이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면 와이프를 아끼게 될 것이다.윤혜인의 안색이 안 좋은 걸 본 이준혁도 더 이상 대립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렸고 의사에게로 향했다.의사는 그에게 초음파 사진을 건네며 당부했다.“임신 15주이지만 발육이 더뎌서 영양에 각별히 신경 쓰세요.”의사를 뚫어지고 바라보는 이준혁의 얼굴이 험하게 변했다.“몇 주라고요?”그의 눈빛에 의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초음파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더듬더듬 대답했다.“십, 십오 주요...”주먹을 쥔 이준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잘생긴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어떻게 15주란 말인가!그때, 그는 회사 계열사 일을 처리하느라 거의 한 달은 돌아오지 못했다.병실.죽을 들고 있는 윤혜인을 바라보던 문현미는 그가 들어오자, 그릇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받았어?”“네.”차갑게 대답하는 이준혁은 저기압이었다.하지만 문현미는 신경 쓰지 않았다.몸을 너무 급히 일으킨 탓에 그녀는 휘청거렸고 이준혁이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문현미는 워낙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요 며칠 윤혜인과 함께 거사를 치르느라 무리했던 것 같다. 이준혁은 집사에게 문현미를 집으로 모시라고 지시했다.하지만 문현미는 거절했다.“내가 혜인이를 돌봐야 해.”이준혁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돌 보면 돼요.”두 사람이 함께 있길 바라는 문현미여서 마지못해 동의했다.그녀가 떠나기 전 이준혁이 당부 한마디 했다.“혜인이가 임신한 건 당분간 할아버지께는 비밀로 해요.”문현미는 흠칫했다.“할아
이준혁의 눈에는 그녀가 켕기는 것이 있어서 망설이고 있다고 여겼다.이준혁은 실망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서... 그래서 네 아이라고 했군.”“그게...”윤혜인은 무의식적으로 해명하려 했다. 하지만 이준혁은 미친 듯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분노했다.“해명해 봐! 어디 한번 해명해 보라고!”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너무 강해서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이준혁의 행동은 둘 사이에 거론할 믿음 따위 없다는 것을 알게 했다.그래서 이준혁은 문현미더러 할아버지께는 비밀로 하자고 한 것이다.초음파를 받아 든 그는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녀를 불신하고 있었다.이왕 그렇게 믿고 있는 거라면 무슨 해명이 더 필요한가?그녀가 뭐라고 해도 그는 믿지 않을 텐데 말이다.그녀의 눈가가 살짝 젖어 들었다. 그녀는 이준혁을 똑바로 직시하며 말했다.“할 말 없어요.”“하!”이준혁은 갑자기 처량하게 웃었다.“그 정도로 내가 미웠던 거야? 그래서 거짓말 한마디도 하기 싫어? 네가 임신한 걸 알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넌 모를 거야!”윤혜인이 임신한 소식을 듣고 기뻤던 마음과 그 꿈이 산산이 부서짐으로 인한 분노는 정비례했다.그는 여태 윤혜인이 마음만 떠난 것이라고 생각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돌릴 거라고 다짐했다.그런데 인제 와 보니 그녀는 몸까지 더러워진 것이다.3개월?허!지난 3개월 동안 그녀와 몸을 섞은 차수를 떠올리니 갑자기 너무 역겨웠다.깨끗한 여자를 좋아하는 그는 지금 너무 더럽다고 느꼈다.이준혁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그놈이 누구야!”이불을 잡고 있는 윤혜인은 얼굴이 일그러졌다.점점 다가오는 이준혁은 분노로 인해 이성을 잃어 가고 있었다.“한 씨야? 아니면 새로 만난 내... 삼촌?”빈소에서 두 사람이 악수하던 장면과 의미심장한 내뱉던 이신우의 모습이 떠오른 이준혁은 한기를 뿜어내며 말했다.“그렇게 몸을 놀리고 싶었던 거야? 야수도 가려가며 먹이를 사냥해. 넌 어떻게 이
이 순간, 윤혜인은 이준혁 눈빛에서 뿜어 나오는 살기를 확실하게 느꼈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되레 자신의 가는 목을 조금 더 빳빳하게 치켜들었다.만약 이준혁의 분노를 감당하는 것으로 그녀가 그를 영원히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녀는 절대 반항하지 않을 것이다.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윤혜인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하지만 이준혁의 손은 새하얀 윤혜인의 피부에 닿기 전에 흠칫했다가 뒤에 있던 벽에 강하게 내리꽂았다.쿵!거대한 마찰음이 들렸다. 윤혜인이 눈을 떴을 때 이준혁의 얼굴은 코앞에 있었다. 그의 손등은 피범벅이 되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어깨를 꽉 잡았다.“윤혜인,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는 거지? 일부러 날 화나게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이준혁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웠지만 등은 꼿꼿하게 세웠다.윤혜인은 이준혁이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준혁처럼 평생을 고고하게 살아온 사람은 절대 상대방의 배신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그는 자신을 배신한 상대방이 역겹고 더럽게 느껴질 것이다.하지만 윤혜인은 그가 원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이준혁이 한번 또 한번 임세희를 감쌀 때마다 점점 차갑게 식어버렸다.이준혁의 분노가 지금 그녀가 느끼는 분노보다 더 할까?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함께 생활했는데 그는 윤혜인에 대한 믿음이 추호도 없다.검사 결과지 하나로 그녀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고 있고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심지어 이준혁은 다시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외할머니도 세상을 떠났으니 뱃속의 아이는 윤혜인의 유일한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그녀는 뱃속의 아이까지 잃으면 더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와 이준혁은 결국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할 것이고 그때가 되어 윤혜인이 이씨 가문의 핏줄을 데리고 떠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것이다.잘못된 검사 결과가 누군가가
고급 외제차는 순식간에 스카이 별장에 도착했고 윤혜인을 안고 차에서 내린 이준혁은 경비실을 지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이 여자는 스카이 별장을 단 한 걸음도 나서지 못하게 해.”윤혜인을 가두겠다는 이준혁의 말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다음 순간, 큰 침대에 윤혜인을 내려놓은 이준혁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준혁의 뺨을 내리쳤다.팍!순식간에 뺨을 맞은 이준혁은 흠칫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꽤 가까웠기에 윤혜인이 힘을 많이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준혁 얼굴은 조금 얼얼했다.이준혁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굳어지더니 윤혜인의 턱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왜? 이제 연기하는 척도 귀찮아? 네가 이 침대에서 신음소리를 몇 번이나 냈고 나에게 몇 번이나 애원했던지 기억 안 나? 네가 그렇게 야릇하게 몸을 배배 꼬았던 걸 보면 그 남자가 널 만족시키지는 못했나 보네?”이준혁은 가벼운 말투로 듣기 거북한 말만 골라서 했다. 내면에 있던 야수가 그의 점잖은 가면을 찢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잔인하고 난폭했다.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윤혜인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목을 꽉 물었고 갑작스럽게 느껴진 통증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던 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더욱 꽉 잡았다.“입 떼!”하지만 윤혜인은 끝까지 입을 떼지 않았으며 되레 더욱 꽉 물다가 새빨간 피가 흐르는 걸 보고서야 놓아줬다.그녀의 입술에는 이준혁의 피가 묻어 있었고 차오르는 분노에 몸을 덜덜 떨었다.“이준혁 씨, 날 더럽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왜 그렇게 더럽고 역겨운 나에게 손을 대는 거예요?”표정이 확 굳어진 이준혁은 그녀 곁에 떨어진 핸드폰을 바닥에 홱 던졌다.“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내가 모든 걸 알고도 너에게 손을 댈 거 같아?”윤혜인은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을 보며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그녀는 울컥하는 마음에 이준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