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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이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12-28 18:29:58
소원은 이런 결정을 내린 윤혜인이 대견했다. 이준혁의 인간 관계는 너무 복잡했기에 소원은 윤혜인이 혹시라도 다치게 될까 봐 오래전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넌 진작에 정신을 차려야 했어. 맨날 이준혁의 잔심부름이나 하고, 그게 뭐야! 넌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강하고.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디자인했던 작품은 상까지 받았잖아! 이산 그룹을 떠나면 네 앞날이 휘황찬란할 거야.”

예전에 윤혜인이 이준혁을 많이 사랑하고 있을 때 소원은 그녀에게 상처가 될까 봐 할 수 없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윤혜인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고 제대로 마음먹었다고 하니 소원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거 알아? 한구운이 돌아왔대! 대학교 다닐 때 너랑 구운 선배는 완전 선남선녀였잖아.”

“선배님이 귀국했다고?”

윤혜인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그래, 너 한구운 선배 인스타 팔로우 안 했어? 구운 선배는 지금 주식 투자계의 다크호스야. 어마어마할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이준혁에게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소원 말고는 연락하는 동창이 거의 없었다.

사실 난 그때 너와 구운 선배가 잘 되길 바랐거든. 한구운 선배가 너보다 2년 선배이긴 하지만 너에게 진짜 잘해줬어. 내가 부러울 정도였다니까.”

“이상한 얘기하지 마. 구운 선배는 성격이 다정해서 모든 사람에게 잘해줬어.”

윤혜인이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그녀는 그때 당시 한구운은 그저 학생 회장으로써 신입생에게 신경을 조금 더 많이 쓴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소원은 윤혜인이 이런 쪽에 둔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에이그, 바보 같은 계집애.”

“육경한 씨가 돌아왔다고 들었어.”

윤혜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육경한은 소원과 약혼을 했던 사이지만 갑자기 육경한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서 소원의 아버지가 두 사람을 떨어트려 놓은 것이다.

이준혁과 육경한은 꽤 친한 사이였기에 육경한이 귀국한 뒤로부터 두 집안은 비즈니스 합작이 유난히 잦았다.

소원의 미소가 한순간에 멈춰버렸고 어색하게 대답했다.

“알아.”

“소원아, 예전의 일은 그만 잊어. 더 이상 이렇게 살지 마. 육경한 씨도 이제 곧 결혼한대.”

윤혜인이 소원을 타일렀다. 그녀는 소원이 지금 이렇게 남자친구를 자주 바꾸는 건 육경한을 잊기 위한 발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윤혜인은 친구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런 말은 이제 그만하자. 자, 건배!”

소원은 과거를 떠올리기 싫어서 잔을 들며 환하게 웃었다.

식사를 마친 뒤, 소원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갔고 윤혜인은 식당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윤혜인?”

누군가가 뒤에서 윤혜인을 불렀고 고개를 돌려보니 송소미가 이를 깨문 채 그녀를 째려보고 있었다.

저번에 회사에서 이준혁에게 쫓겨난 뒤, 그녀 회사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몇몇 투자자들은 소문을 듣고 전부 도망갔다.

송소미는 윤혜인이 죽을 만큼 미웠다!

하지만 임세희가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임세희가 이준혁이 가장 사랑한 여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송소미는 임세희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이준혁도 그녀의 체면을 봐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송소미가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 비꼬았다.

“윤 비서 오늘은 흑기사가 없네? 길에 행인이 이렇게나 많은데 윤 비서 매력을 좀 뽐내 보는 게 어때?”

“송소미 씨, 얼굴은 좀 괜찮아졌어요?”

윤혜인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며 송소미의 말을 받았고 송소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여자가 감히 겁도 없이 아픈 곳을 찌르다니. 저번에 이산 그룹에서 창피를 당한 일을 아직 복수도 못 했는데!’

송소미는 지금 바로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너 이 천박한 계집애가!”

“소미야!”

송소미가 윤혜인에게 손을 뻗으려던 순간, 다정한 목소리 하나가 그녀를 말렸다.

윤혜인이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송소미 뒤에는 휠체어를 탄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임세희였다.

임세희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온몸에서는 부잣집 아가씨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모든 게 완벽한 임세희의 유일한 옥에 티는 몸이 많이 허약해서 휠체어를 자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혜인은 전에 기사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응혈병을 앓고 있는 임세희는 지금까지 계속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송소미는 임세희의 부름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은 채 비꼬는 말투로 임세희에게 윤혜인을 소개했다.

“세희 언니, 이 여자가 바로 윤혜인이에요. 준혁 오빠 비서인데 언니가 없는 동안 우리 윤혜인 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과 열을 다해 준혁 오빠를 모셨어요.”

송소미의 말은 더할 나위 없이 노골적이었고 곁에서 듣고 있던 임세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박성천
재미있네요 ㅎㅎ 즐겁게 보내세요 ㅋㅋ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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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아이를 어머니 곁에서 빼앗는 것만큼 절망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육경한은 단 한 번의 말로 다시 한번 그녀를 깊은 늪으로 밀어 넣었다.소원은 마치 자신을 가로막는 커다란 그물이 머리 위에 드리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주석훈은 소원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고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애써 위로의 말을 건넸다. “소원 씨,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소원 씨 말대로라면 육경한 씨가 약을 복용해 온 건 확실한 사실일 겁니다. 이번엔 분명 무슨 술수를 쓴 거겠죠. 기운 내세요. 함께 노력하면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변호사는 냉철했고 고작 몇 마디 말로 소원을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그래, 육경한이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리 없어. 이번 결과에는 분명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주석훈은 법원에 아는 사람을 찾아가 육경한이 감정을 받은 기관에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기로 했다.그리고 소원에게 먼저 차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남겼다.그렇게 소원은 혼란스러운 상태로 입구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다 그만 한 사람과 부딪혔다.코를 세게 부딪쳐 아팠지만 그녀는 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괜찮습니다.”맑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에 소원은 멈칫했다.얼굴을 들어 확인하니 역시나 서현재였다.원래도 아팠던 코가 더 시큰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소원은 고개를 숙이며 눈물이 터질까 봐 나지막한 소리로 다시 말했다.“미안해요.”그리고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잠시만요.”서현재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소원은 그의 부름에 걸음을 뚝 멈췄고 서현재는 그녀의 손을 가리킨 후 다정하게 손수건을 내밀며 말했다.“싸매요.”여전히 따뜻하고 친절한 서현재의 모습에 소원은 더 가슴이 아려왔다.하여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괜찮습니다. 고마워요.”이내 소원이 다시 떠나려 했지만 서현재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세게 잡았다.그러고 나서 단숨에 그녀의 상처를 손수건으로 감싸며 응급처치를 해줬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7화

    아니나 다를까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상대 변호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원고 측이 제출한 약물 분석 보고서는 애초에 저희 의뢰인이 복용한 약물이 아닙니다. 저희 의뢰인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합니다. 이는 최근 신체검사 결과와 저희가 법원에 신청한 정신 감정 결과 보고서입니다.”변호사는 한 단어씩 정확하고 또박또박하게 읽어나갔다.“이 보고서는 저희 의뢰인이 정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을 충분히 증명합니다.”소원의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나보다 한발 앞서서 법원에 감정을 신청했다고?’그 말은 처음부터 소원이 육경한의 정신 질환 약을 가져다 증거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그녀가 철저히 준비했던 모든 계획이 사실은 모두 육경한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이 사실을 알아차린 소원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주석훈도 의아했다.‘분명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거지?’법원의 감정 결과는 신뢰도가 무려 99.99%에 달한다. 게다가 상대가 먼저 감정을 신청했다는 것은 이미 자신들의 패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상대 변호사는 계속해서 반박을 이어갔다.“이 모든 것이 원고 측의 억측일 뿐입니다. 게다가 원고 측은 수년에 걸쳐 국내외에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이는 원고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음을 증명합니다.”변호사는 이렇게 말하며 소원의 해외 진료 기록과 국내 진료 기록을 제출했다.비교해 보면 오히려 소원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이후의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었다.결과는 명백했고 예상대로 소원은 처참히 패배했다.육경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마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만 말했을 뿐인데도 손쉽게 그녀를 이겼다.“아닙니다.”소원은 목이 메어 힘겹게 입을 뗐다.“그렇지 않아요. 저 사람은 악마예요. 미쳤다고요. 저를 협박해서 아이를 가지게 했고 지금도 저를 협박해서 다시 그 더러운 관계를 이어가려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6화

    증거 제출 단계에 도달했다.주석훈은 먼저 한 건의 동영상 증거를 제출했는데 그것은 과거 서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동영상 스캔들 사건의 영상이었다.그 영상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이는 육경한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그 영상은 모두 처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소원의 손에는 여전히 원본이 남아 있었다. 육경한의 무뚝뚝한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소원이 이번 재판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가 분명해졌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 속에 서현재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는 영상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화면에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 남자를 단단히 혼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반응에 스스로도 놀랐다.평소 서현재는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내가 왜 이렇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거지?’영상이 끝난 후, 주석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존경하는 재판장님, 방금 보신 영상은 제 의뢰인과 피고가 등장하는 영상입니다. 피고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수단으로 제 의뢰인을 협박하여 따르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제 의뢰인이 어쩔 수 없이 요청했던 일이었지만 과정 전반에서 피고의 일방적인 폭력이 드러납니다. 이런 사람은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또한, 저희는 피고가 정신과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다는 증거를 확보했습니다.”주석훈은 한 보고서를 꺼내 들며 계속 말했다.“이것은 피고가 복용한 약물의 분석 보고서입니다.” 증거가 제출된 후, 판사는 이를 자세히 검토하고 나서 육경한에게 물었다.“원고 측 주장에 동의하십니까?”“동의하지 않습니다.”육경한은 망설임 없이 재판장의 말에 반박했다.소원은 그의 말을 듣고 어깨를 움츠렸고 옆에 있던 주석훈도 그녀가 긴장했다는 것을 느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5화

    게다가 만남이 잦아지면서 주석훈은 성격이 올곧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다워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직접 느끼게 되었다.아니나 다를까 주석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제 의뢰인에게 소송을 거는 건 되지만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공공장소에서 제 의뢰인을 모욕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 협박까지 하는 심각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어요. 영상으로 남겼으니 우리도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습니다.”“...”육연주가 할 말을 잃자 주석훈이 말을 이어 나갔다.“그리고 제 의뢰인은 받은 걸 그대로 돌려준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는 건 앞서 만났을 때 이미 제 의뢰인의 따귀를 때린 적이 있다는 걸 증명하죠. 합법적인 방법으로 CCTV 영상까지 입수하면 오늘 사건의 입증 자료로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아가씨가 만들어낸 얘기에 제 의뢰인이 심리적인 타격을 입었으니 제 의뢰인의 명예권을 침범한 거나 다름없어요. 민사 소송은 제기해도 되는 부분이라 끝까지 쫓아가 볼 생각입니다.”“닥쳐요.”육연주는 세도 너무 센 변호사의 말발에 약이 잔뜩 올랐다. 하필 육연주가 못 알아듣는 말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참에 변호사가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이참에 알게 되었고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저 여자가 먼저 나 욕했어요.”육연주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영상까지 확보했는걸요.”주석훈이 말했다.“당신 정말...”육연주는 화가 치밀어올라 미칠 지경이었다. 말로 벌어먹는 변호사에게 말로 덤볐으니 승산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여 얼른 서현재를 옆으로 끌어당겼다.“현재 오빠, 다른 사람이 오빠 여자 친구 괴롭히는 거 보고만 있을 거예요...”서현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석훈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육연주는 오만해도 너무 오만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육연주를 사랑했다고 서현재에게 말해줬지만 서현재는 자기가 이렇게 볼품없는 여자를 좋아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육연주는 화가 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현재 오빠, 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4화

    법원 입구라 원래도 시비가 많이 갈리는 곳이었고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 내연 관계로 싸우는 경우도 파다했기에 딱히 놀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소원 씨,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라도 일단 무릎 꿇고 싹싹 빌겠어요. 삼촌도 사실 그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소원 씨처럼 교양 없는...”육연주는 말하면 말할수록 기분이 좋아졌는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소원이 손을 들어 육연주의 뺨을 후려갈겼다.철썩.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육연주는 고막이 아플 지경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한참 반응하던 육연주가 그제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원을 노려봤다.“미... 미쳤어요?”육연주는 소원이 싸대기를 날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빈약한 소원은 자기를 보호할 힘이 없어 남자에게 빌붙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소원은 예전부터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겪은 일들은 멘탈이 강한 사람이 아니면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예전대로 육경한이 하라는 대로 했지만 소원은 육경한이 한 짓이 틀렸다고 증명하는 걸 포기한 적이 없었다.“육연주 씨, 이 따귀는 내가 맞은 걸 그대로 돌려주는 거예요.”소원이 말했다.“그리고 내 아이는 잡것이 아니에요. 나와 육경한 사이에 일어난 일은 삼촌이 직접 들려준 얘기를 들은 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뭐 육연주 씨가 지적한다고 해서 듣지는 않을 테지만요. 하지만 이 따귀는...”소원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받은 대로 돌려주는 게 내 원칙이라.”소원은 늘 다른 사람이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나서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육연주처럼 어이없는 사람에게는 똑같이 대해주는 게 답이었다. 소원은 이제 홀몸이 아니었기에 충분히 강해져야 했고 그녀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그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육연주는 소원이 한 말에 놀랐는지 벙어리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옆에 있던 서현재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3화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살아 돌아왔고 피바람이 몰아치는 업계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육경한인데 여자 하나 끊어내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반성의 기미라고는 일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인데 더 빠져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이튿날.소원은 초록색 코트를 입고 법원에 도착했다. 초록색은 여자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컬러가 아니었지만 소원이 입으니 너무 예쁘고 매혹적이었다. 소원이 이렇게 입은 건 제일 좋은 상태로 결과를 마주하기 위해서였다.주석훈이 옆에서 그런 소원을 위로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육경한에게 정신질환이 있고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만 있으면 절대 양육권이 육경한에게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정신질환은 어쩌면 큰 결격사유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다. 그 어떤 법도 고작 몇 살밖에 안 되는 유진이 시한폭탄과도 같은 육경한에게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소원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육경한은 소원이 어떤 약점을 쥐고 있는지 몰라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이는 소원에게 기회가 되었다.주석훈은 시간이 거의 되자 이렇게 말했다.“준비됐으면 이제 들어갈까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려는데 귀청을 때리는 가느다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어머, 이렇게 튀는 색깔을 입었다고요? 우리 삼촌 버리고 바람피운 걸 다른 사람이 몰라줄까 봐 일부러 그랬나?”소리를 들어보니 육연주였다. 소원은 상대하기 싫었지만 육연주가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아직도 서현재가 소원을 뚫어져라 쳐다본 것에 심통이 나 있는 육연주였다.육경한은 육연주에게 서현재가 기억을 잃었으니 천천히 받아줄 거라 했지만 서현재는 아직도 그런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봤다. 육연주는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눈빛 말이다.소원은 대꾸하지 않고 육연주와 함께 법원에 나타난 서현재를 바라봤다. 그레이 슈트를 입은 서현재는 젊고 잘생겨 보였고 손에는 하얀 여성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참 변함없이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지금 그 친절함을 누리는 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2화

    소원은 육경한이 준 상처가 너무나도 많아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육경한은 그렇게 그 자리에 한참 서 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바닥에는 아직 섬뜩한 핏자국이 고여있었는데 다 육경한의 손에서 흘러내린 것이었다.소원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그 핏자국을 바라봤다. 소원, 그리고 소원의 가족들이 흘린 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밖으로 나와보니 햇살이 눈을 찌를 정도로 셌다. 육경한은 해를 쏴서 떨어트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올랐다.마중 나온 소종이 육경한의 표정과 피투성이가 된 손바닥을 보고는 마음이 철렁했다.“대표님, 손이... 얼른 치료해야겠어요.”소종은 육경한이 차에 오를 수 있도록 차 문을 열어주고는 운전석으로 돌아와 구급상자를 꺼내 붕대를 가지는데 육경한이 낚아챘다. 육경한은 아무렇게나 붕대를 감더니 이내 치료가 끝났다는 듯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대표님, 소독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그럴 필요 없어.”육경한이 차갑게 대답했다. 소독은 무슨, 이제 이런 상처 따위는 육경한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소종은 썩을 대로 썩은 육경한의 표정을 보며 또 그 여자와 싸웠겠거니 생각했다. 참으로 분수를 모르는 여자였다.육경한은 어제 큰 프로젝트와 관련된 파티에 참석하던 중 소식을 듣고 파티에 참석한 거물들을 제쳐둔 채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소종을 파티에 남기긴 했지만 외국에서 온 대표 하나가 노발대발하며 물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하게 가는 건가요?”소종이 스무스하게 넘기려 했지만 상대가 전혀 들으려 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육경한에게 돌아올 것을 건의했지만 육경한은 프로젝트를 잃어도 좋다는 답변만 보내왔다.말은 쉬웠지만 수천억을 호가하는 큰 프로젝트라 성공적으로 따내면 회사가 다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소원을 위해, 아무것도 몰라주는 소원을 위해 날려버린 것이다.사랑에 빠진 남자는 맹목적일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어디로 갈까요?”소종은 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렇게 물었다.“오아시스로 가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1화

    소원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육경한을 바라봤다.“육경한, 넌 정말 나날이 더 파렴치해지는구나. 역겨움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너를 보면서 똑똑히 알겠어.”육경한은 전혀 자극이 되지 않았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다고. 이제 답을 해줄 때가 된 것 같은데? 내일 소송 취하할 거야, 아니면 이 기회를 날려버릴 거야?”육경한은 소원이 이제 얌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버팀목이었던 서현재가 사라졌으니 의지할 사람이 없었고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소원은 주먹을 꽉 부여잡는 것으로 솟구쳐 올라오는 증오를 꾹꾹 눌러 담았다.“유진이 뺏어갈 생각하지 마. 난 유진이 너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는 건 싫어. 너 같은 사람은 아이가 있으면 안 돼.”아직도 얌전해지지 않은 소원을 보며 육경한은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더니 소원의 옷자락을 확 부여잡았다.“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 유진이가 내 핏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그래. 나도 그 부분이 제일 싫어. 선택할 수 있다면 너는 아니었겠지. 유진이는 원하는지 물어봤어?”소원의 말에 육경한이 상처받았다. 소원이 유진을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게 유진의 몸에 그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선택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서현재였으면 좋겠다는 건가? 미쳤네.’육경한은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이를 악물었다.“원하지 않을 게 뭐가 있어? 나를 위해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너는 내 아이를 가진 걸 축복으로 생각해야 해. 아니면 네가 이렇게 설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하하하...”소원은 너무 크게 웃은 나머지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정말 그 자신감 하나는 여전하구나.”소원이 비아냥댔다.“그래. 너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자들 줄 섰지. 하지만 일단 애인부터 시작해서 온갖 수모와 곤욕을 치른 다음 도우미처럼 밥하고 빨래하면서 시중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60화

    이 말에 소원의 표정이 변했다. 그제야 여기가 병원이고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 전부 기억났다.‘현재를 만났는데...’슬픈 듯 아닌 듯한 표정이 소원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육경한은 그런 표정이 너무 거슬려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꿈꾸지 말아야 할 걸 꿈꾸는 거야?”육경한이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 서현재가 돌아왔다는 사실과 이제 더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서현재의 기억을 조작하는데 육경한도 힘을 보냈을 것이다.아니,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거대한 슬픔이 소원의 마음을 덮쳤다.소원과 서현재는 마치 실험용 생쥐처럼 육경한과 서씨 가문에게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들이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는 빈껍데기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말은 똑같았다.마음이 복잡해진 소원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나가.”육경한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정말 한시라도 소원을 불쌍하게 여기면 안 될 것 같았다. 밤새 옆에서 소원이 꿈을 꾸며 불안해하는 걸 지켜본 육경한은 마음이 살짝 약해졌고 유진을 만나게 해주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육경한도 소원이 유진을 만나는 순간 다시 이런저런 꿍꿍이를 생각해 내며 그가 잠깐 한눈판 사이 아이를 데리고 멀리 훨훨 떠나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육경한은 아이를 놓아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소원이 연이라면 아이는 연을 묶은 실과도 같아 실만 잘 지켜도 연은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소원은 육경한이 미동도 없자 바로 이불을 걷어내고 링거 바늘을 뽑더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등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소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소원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소원이 경멸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너랑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게 역겨워서 그런다. 네가 안 가면 나라도 가야지.”육경한도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나랑 있는 게 역겨우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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