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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윤혜인은 눈살을 찌푸린 이준혁을 보며 조금 전에 꿨던 꿈이 생각났다. 그는 꿈속에서 이렇게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명령했다.

윤혜인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변명했다.

“배탈이 난 거 같아요. 조금만 누워 있으면 괜찮아지니깐 신경쓰지 마요.”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렸고 윤혜인은 그가 자신의 말을 믿는 건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아서 입술을 깨문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파요.”

이준혁이 그녀의 손바닥을 펼쳐보니 넘어질 때 긁힌 상처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는 눈살을 더욱 깊게 찌푸리며 물었다.

“상처 치료 제대로 안 했어?”

윤혜인은 손바닥이 까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전에 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자 기분이 우울했다.

이준혁은 창백한 윤혜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더니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린 채 화장실을 나서서 소파에 앉혔고 거실에서 구급 상자를 찾아 가져왔다.

다음 순간, 이준혁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더니 조심스럽게 그녀를 위해 상처를 소독했다.

“피할 줄 몰라?”

방구 뀐 놈이 성을 낸다고 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를 밀쳐버린 사람이 바로 이준혁인데!

이준혁은 알코올 면봉으로 윤혜인의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소독해 주었고 고개를 살짝 숙인 그의 모습은 유난히 다정해 보였다.

자연스럽고 별다른 뜻이 없는 행동이였지만, 윤혜인은 자꾸 그의 다정함에 빠져들었다.

알코올이 상처에 닿자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통증에 윤혜인이 눈물을 찔끔 흘렸고 그녀는 작은 상처에 호들갑을 떠는 자신이 너무 싫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울고 싶었다.

눈물이 떨어지려던때, 윤혜인은 입술을 꽉 깨물며 가까스로 참았고 이준혁에게 한마디만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정말 단 한번도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는 걸까?

하지만 이준혁의 대답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릴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이때, 고개를 든 이준혁은 윤혜인의 입가에서 흐르던 피를 발견했고 그녀의 턱을 살짝 잡더니 명령하듯이 입을 열었다.

“그만 깨물어.”

눈물을 글썽이는 자신의 모습에 난감해진 윤혜인은 대충 둘러댔다.

“아파서 그래요.”

윤혜인은 턱이 잡힌 탓에 발음이 어눌했고 코끝이 빨개진 채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이슬이 맺힌 장미 마냥 아름답고 가녀린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이준혁의 마음이 갑자기 흔들렸고 턱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살짝 주더니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격렬하고 뜨거운 이준혁의 입맞춤에 조금 전까지 피를 흘리고 있었던 입술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윤혜인은 다급하게 발버둥을 치면서 이준혁을 밀어냈다.

윤혜인은 조금 화가 났다. 이해가 안 되었다.

지금 이 키스는 도대체 무슨 뜻이지?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한 윤혜인은 마음이 점점 더 착잡했지만 이준혁은 그녀에게 사고를 할 겨를도 주지 않은 채 더욱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는 발버둥 치는 윤혜인의 두 손을 꽉 잡은 채 그녀를 푹신한 소파에 눕혔고 그녀를 꿈쩍도 못하게 가둔 뒤, 그녀의 입꼬리를 살짝 깨물었다. 야릇한 이준혁의 행동에 윤혜인은 다른 생각을 할 새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모든 공격을 피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준혁은 윤혜인을 어떻게 유혹해야 하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턱을 잡은 채 다정하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윤혜인은 그렇게 그의 유혹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이때, 테이블에 놓인 이준혁의 핸드폰에 계속 울렸지만 이준혁은 전혀 신경도 안 쓰고 계속 윤혜인에게 키스를 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윤혜인은 반짝이던 이준혁의 핸드폰에서 임세희의 이름을 보자 온몸이 순식간에 얼음장 마냥 차가워졌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윤혜인이 이준혁을 힘껏 밀어냈지만 이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윤혜인의 굳은 몸이 느껴지자 이준혁은 하던 키스를 멈추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놔주지는 않았다.

핸드폰 진동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고 윤혜인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 채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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