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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김재성의 공격에 전혀 당황하지 않은 윤혜인은 태연하게 몸을 슬쩍 돌려 피했고 헛방을 날린 김재성은 바닥에 흘린 오디 주스를 밟고 그대로 바닥에 미끄러졌다.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인 김재성은 허리를 잡고 가까스로 바닥에서 일어나 이를 꽉 깨물며 욕을 퍼부었다.

“어디 주제도 모르는 천박한 년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두 사람을 찾아 나선 소원은 이런 광경을 목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윤혜인이 설명하려고 할 때, 김재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소원아, 혜인 씨가 내 연락처를 달라고 했는데 내가 안 줬거든. 그랬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내 몸에 주스를 뿌렸어…”

김재성은 허리를 잡고 비참한 모습으로 일어나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고 윤혜인은 그런 김재성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저리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김재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소원아, 난 너에게 미안한 짓을 저지르고 싶지 않아서 혜인 씨를 거절한 건데…”

“웩! 웩… 웩!”

김재성의 말은 윤혜인의 헛구역질 소리에 끊겨버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하던 말 계속 하세요.”

윤혜인이 입을 막으며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던 것이다.

김재성은 화가 났다. 갑자기 말이 끊긴 바람에 조금 전의 북받쳐 오르던 감정을 잃은 그는 말을 길게 할 수도 없었다.

“소원아, 넌 날 꼭 믿어줘야 돼.”

“재성아, 너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소원은 김재성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사랑스럽게 웃었고 김재성은 이내 의기양양했다. 이 방법은 모든 여자에게 먹혔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절친이라고 해도 남자가 끼어들면 그 우정에 금이 가기 마련이다.

김재성의 눈에 소원은 그저 다른 여자들과 똑같은 바보일 뿐이다.

김재성이 손을 뻗어 소원을 안으려고 한 찰나, 소원이 무릎으로 그의 아랫도리에 치명적인 한 방을 날렸다.

순간,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 김재성은 기름에 튀겨진 새우 마냥 온몸을 움츠리고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는 너무 아파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내가 왜 널 바보 같다고 하는지 알아? 혜인이가 네 연락처를 물어봤다고? 차라리 돼지가 하늘을 난다는 말을 믿으라고 해!”

소원이 고고한 자태로 우뚝 서서 아니꼬운 표정으로 김재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소원아, 넌 우리가 천생연분이라고 했잖아. 근데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나 너무 마음이 아파.”

김재성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어떻게든 소원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했다.

소원은 그가 만났던 여자들 중에서 가정 배경이 가장 훌륭한 여자였기에 이대로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나이도 어리고 얼굴도 예쁜 데다가 돈도 많았다. 제일 중요한 건 아직 소원과 잠자리를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원은 실눈을 살짝 뜨더니 다시 발을 들어 남자의 구두를 힘껏 짓밟았다.

“너랑 나는 기껏해야 한 달 만났어. 그런데 너 따위가 나랑 혜인이 7년 우정을 이간질하려고 해? 꿈도 꾸지 마!”

쓰레기를 처리한 소원은 더 이상 이곳에서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기에 윤혜인의 어깨를 꼭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자기야, 가자. 다른 음식점에 가서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이곳 공기는 저 쓰레기 때문에 다 오염됐어.”

두 사람 뒤에 서있던 김재성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얼굴까지 일그러졌다. 그는 사악한 표정으로 소원과 윤혜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계집애들, 나중에 내 손에 다시 잡히기만 하면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제대로 괴롭혀 주겠어.’

한참 뒤, 소원과 윤혜인이 다른 레스토랑에 나타났다. 이 레스토랑은 서울에서 아주 유명한 고급 한식집이었다.

주문을 마친 윤혜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소원아, 내가 조금 전에 김재성 그 쓰레기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너에게 약을 탄다고 했어….”

윤혜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원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네가 설명 안 해줘도 다 알고있어. 성격이 온화한 우리 혜인이를 화나게 만들었다면 그 쓰레기가 더러운 짓을 저지른 게 분명하지. 네가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난 그 쓰레기 같은 놈에게 먹히고도 몰랐을 거 아니야.”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하고 있던 중, 소원이 윤혜인을 힐끔 쳐다보며 머뭇거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혜인아, 그럼 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윤혜인은 소원이 뭘 묻는 건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적거리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나 이산 그룹을 떠날 거야.”

“마음먹은 거야? 그럼 앞으로 무슨 일 할건데?”

소원은 핼쑥한 윤혜인의 얼굴을 보며 걱정되는 듯 물었고 윤혜인은 여전히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마음먹었어. 앞으로는 디자인 쪽 일을 하고 싶어.”

이제 이준혁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온 만큼 그녀는 더 이상 이준혁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눈치껏 하루 빨리 자리를 피해주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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