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애원했다.“도와줘.”그날 밤, 윤혜인은 한순간 마음이 약해진 자신을 탓했다.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한 것보다 더 힘들었다.귀신도 속이려는 것이 남자의 혀인 것 같다....전날 밤의 피로 때문에 윤혜인은 10시가 되어서도 깨어나질 못했다.주훈도 그녀를 깨우지 못했다.주훈은 옷을 배달하러 온 것이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속에서 곤히 잠들어있었고 머리카락은 살짝 흐트러져 있었으며 어깨는 반쯤 드러나 있었다.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 너무 매력적인 한 쌍이었다.대표님이 부상당한 것이 아니었나?이 자세는 누가 누굴 보살피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하지만 그는 날카로운 시선을 받았고 황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테이블에 옷들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매우 낮은 인기척이었지만 윤혜인은 끝내 뒤척였다.비몽사몽한 상태로 이준혁의 품속을 파고들었다.그녀의 행동은 이준혁을 기쁘게 했다.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더욱 세게 껴안았다.윤혜인이 눈을 떴을 때 이준혁의 한 손이 태블릿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그의 무릎을 베고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다가 몸을 빼려 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어깨를 더욱 가까이 감쌌다.그는 한 손으로 태블릿을 끄고 옆에 둔 후 몸을 내려 그녀의 머리에 입맞춤했다.“배고파?”이런 다정함은 너무 당황스러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이준혁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난 배고파.”그녀의 착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준혁의 ‘배고픔’은 다른 의미인 것 같았다.“먹을 것 좀 사 올게요.”그녀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자신은 남자의 셔츠를 입고있고 자신의 옷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어젯밤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이준혁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남아있었다. 하여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다.“주훈더러 옷을 가져오게 했고 식사도 곧 도착할 거야.”윤혜인은 황급히 환복하러 사라졌다.식사를 마친 후
“이혼 하지 않을 거야.”그가 말했다.윤혜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네?”“너에게 빠졌어.”간단한 한마디에 폭발적인 정보력이 숨어있었다. 윤혜인은 멍하니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그가 이혼을 물리며 그녀에게 빠졌다고 한다...그녀의 심장이 멈추었다가 다시 소생했다.그녀 앞에 어둠이 드리웠고 어느새 남자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손끝에 닿았다. 그리고 그녀가 집은 포도가 그의 입으로 향했다.윤혜인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온몸이 무형의 충격에 당황하는가 싶더니 나른해졌다.이준혁의 입술이 그녀의 손가락을 삼켰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내렸다.다음의 목표는 그녀의 입술이다.그는 포도를 맛나게 먹으며 윤혜인을 지그시 응시했다. 잘생긴 얼굴은 욕망에 불타오르게 했다.윤혜인은 마치 전기충격을 맞은 것같이 발끝 마디마디까지 찌릿찌릿했다.그녀는 이대로는 잠식되어 죽을 것 같았다.포도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입술을 뗀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달아.”윤혜인은 여전히 구름 속을 걷는 듯했다.혀가 마비되어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그녀의 긴장한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먹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버리고 올게요.”이준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일하는 아줌마를 부르면 돼.”하지만 윤혜인은 이미 문을 연 뒤였다.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밖에 나가 열기를 가라앉혀야 했다.쓰레기를 버린 그녀는 베란다에서 한참 동안 생각을 정리했다.이준혁은 다른 여자와 키스한 적이 없다고 했다...그녀와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다...임세희를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임세희를 어떻게 할 작정인가?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녀는 자신을 경멸하기 시작했다.전에 얻은 교훈으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남자는 육체와 감정을 이성적으로 분간한다. 하지만 여자는 항상 뜨거운 스킨쉽이 더욱 가까
주훈이 앞으로 다가섰다. 전에 얻은 교훈을 잊지 않았던 그도 임세희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정중하게 말했다.“제가 모실게요.”임세희는 당연히 원치 않았다.그녀는 울며불며 애원했다.“여기에 있게 해줘. 난 괜찮으니까 내 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이준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난 이혼하지 않기로 결심했어. 그러니 너도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게 나를 찾아오지 마.”“뭐?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임세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환청인 줄 알았다.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녀는 더욱 통곡했다.“잠시 이혼하지 않는 거잖아.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우리는 어울리지 않아.”눈살을 찌푸린 이준혁은 결심을 내린 듯했다.“난 널 동생 그 이상으로 생각한 적 없어. 널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동생은 싫어! 난 오빠의 와이프가 될 거라고!”임세희는 그에게 매달렸다.“내가 부족한 것이 있으면 고칠게.”“그만해. 돌아가서 내가 한 말을 곰곰히 생각해 봐. 너만 원한다면 너를 남주처럼 대해줄 수 있어.”“싫어! 여동생은 싫다고! 오빠 난 오빠의 동생은 하고 싶지 않아.”이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싫다면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금전으로 보상해 줄 수도 혹은 다른 요구도 들어줄게.”흥분한 듯한 임세희는 이준혁의 팔을 잡고 실성한 듯 소리쳤다.“나에게 오빠 하나면 된단 말이야!”“진정해!”이준혁은 성질을 죽이고 있었다.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어릴 적부터 이선그룹의 후계자로 자라왔던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에 능했고 감정에 대해서도 시간 낭비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임세희에 대해선 책임감이 있었기에 그의 옆자리를 원하는 그녀를 만족시켜 주려 했었다.하지만 요즘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예를 들면 윤혜인을 향한 그의 마음 같은..그것이 소유욕인지 질투심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아직 이혼하기 싶지 않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부드럽게 말했다.“미안, 오빠. 아까는 내가 너무 흥분했던 것 같아. 난 먼저 내 몸을 챙기도록 할게. 오빠가 한 말은 생각해 보겠지만 시간을 좀 줘.”그녀의 눈에 슬픔이 담겼고 얼굴은 창백했다. 곧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다.그녀의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을 감안해 이준혁도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내 말을 알아들었으면 좋겠어.”임세희는 부드러워진 남자의 태도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마음속의 화도 많이 사그라들었다.임수향이 말했듯이 이준혁은 절대 그녀를 밀어내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저 잠깐 그 여우에게 홀린 것뿐이다.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기다리며 그 여우와 배 속의 아이를 없앨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오빠, 난 그럼 이만 갈게. 비서님도 여기에 남아 보살피는 것이 낫겠어. 기사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힘없이 걸어 나갔다.그녀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준혁은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주훈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아까 사모님이 문밖에 계시다가 밖으로 뛰쳐나가셨어요.”...윤혜인은 홀로 주변을 오랫동안 거닐었다.그녀도 이곳에서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휴대폰을 깜빡했다.가더라도 휴대폰은 챙겨야 했다.밖은 너무 추웠고 바람이 쌀쌀했다.그녀는 주훈에게 부탁해 휴대폰을 받으려 했다. 막 계단을 오르려는데 임세희와 마주쳤다.윤혜인을 본 임세희는 달려가 뺨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윤혜인에게 잡히고 말았다.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미쳤어요?”임세희는 다소 노골적으로 윤혜인을 노려보았다.얼굴을 팔아 사람을 홀리는 이따위 인간에게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임세희였다.송소미가 할머니까지 불렀지만, 아무 소용없었다.그녀를 단단히 교육시키지는 못할망정 되려 호되게 당했다.지금, 이준혁은 송소미를 서울에서 사라지라고 했다. 하여 그녀의 어머니는 출국 수속을 급히 진행시켰다.이용하기 좋았는데 이렇게 무력해졌다.그
화가 난 임세희를 보니 울적했던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윤혜인을 못마땅해하며 아무것도 못 하는 임세희의 모습을 보면 너무 즐거웠다.화가 나 임세희는 가방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갑자기,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전에 당신을 고의로 자극한 걸 인정할게요.”“하지만 그건 오빠가 저를 너무 아껴서 신혼 첫날밤에 하나가 될 거라고 약속했던 거예요. 저를 너무 사랑해서 성스러운 낭만을 안겨주고 싶었나 봐요.”임세희는 두렵지 않았다.그녀는 윤혜인이 그녀를 모함하려 한다고도 할 수 있었다.그녀는 윤혜인에 다가서며 으시댔다.“오빠 곁에 당신이 있는 게 뭐가 어때서요? 그저 결벽증이 있는 오빠이기에 밖에서 다른 여자를 찾기 싫은 것뿐이에요.”“뭘 그렇게 잘난 척을, 당신은 그저 욕정을 푸는 도구일 뿐이에요.”아무 말 않는 윤혜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임세희는 시선을 내려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오빠가 왜 아이를 원하지 않는지 알아요?”윤혜인의 얼굴이 경직되었다.“무슨 뜻이죠?”그녀의 표정을 읽은 임세희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했다.오빠가 아이를 원하지 않기에 임신을 해도 감히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비록 오빠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오빠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음은 확실했다.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오빠는 오직 나와의 아이를 원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를 원하기 때문이죠.”윤혜인의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그가 완강하게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이 그의 아이는 꼭 사랑하는 여자의 아이여야 한다는 것이다.비록 신경 쓰지 않으려고 자신을 위로했었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임세희는 경고했다.“경고하는데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하는 게 좋을 거예요. 자식을 앞세워 신분 상승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엄마의 수준을 자식이 따라가는 거라서 못난 아이가 태어날 수 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기형, 저능아...”임세희 말이 끝
몸을 부르르 떨고 있던 임세희는 하마터면 놀라 까무러칠뻔했다.말을 마친 윤혜인은 임세희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임세희는 그녀에게 덮치며 그녀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으려 했다.하지만 그때 이준혁이 다가오고 있었다.임세희는 급히 손을 풀고 윤혜인의 팔을 잡고 바닥으로 넘어졌다.“악!!”비명이 울려 퍼졌다.뒤통수가 난간에 부딪혀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소리는 가볍게 다친 것 같지 않았다.윤혜인이 고개를 돌려보니 이준혁이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분노를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구세주를 만난 임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오빠, 너무 아파...”윤혜인 앞에 다가선 이준혁이 물었다.“네가 때린 거야?”차가운 그의 얼굴을 마주한 윤혜인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그는 왜 때렸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때렸냐고 묻고 있다.이유는 상관없고 결과만 중요한 것 같으니 그녀가 해명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그래요. 내가 때렸어요.”윤혜인은 담담하게 대답했고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고개를 든 이준혁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윤혜인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참지 못했던 임세희는 더욱 소리 높여 울음을 터뜨렸다.“오빠, 나 너무 아파!...”이준혁은 아무 말 않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이준혁!”윤혜인이 그를 불렀다.걸음을 멈춘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윤혜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했다. 그녀는 조금의 희망을 걸어보았다.“가지 말아요.”눈이 마주친 순간, 이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병실에 가 있어.”윤혜인은 웃었다. 씁쓸한 웃음이었다.그녀의 수려한 얼굴에 실망이 가득 찼다.“이준혁, 당신이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얼마나 지났다고 한 입으로 두말 하는 거야?왜 희망을 안겨주고 또다시 깨뜨리는 거야?소중하지 않아서 마음대로 상처를 내는 거야?임세희는 고통을 참으며 끊임없이 울먹였다.“머리가 너무 아파.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이준혁은 다시
병실.검사를 마쳤다. 뇌진탕이 살짝 온 상태라 몸조리를 하면 된다고 했다.짙은 눈빛의 이준혁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임세희는 몰래 그를 훔쳐보았다. 그의 옆모습은 불빛 아래 더욱 빛나고 있었다.빼어나게 잘생긴 외모는 너무 매력적이라 움직이지 않아도 주체할 수 없는 소유욕을 자극했다.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그녀가 절대 놓을 리 없다.그녀의 눈이 또다시 붉어졌다.“오빠... 왜 아직도 아픈 거지? 너무 불편해.”이준혁은 차갑게 물었다.“아직도 불편해? 상훈이를 불러줄게.”“아,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야. 상훈 오빠도 바쁜데 괜히 성가시게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임세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김상훈이 오기를 바라지 않았다. 여우인 그 사람에게 들킬지도 모른다.“괜찮다니 다행이야.”이준혁은 여전히 담담하게 대답했다.“오늘 혜인이가 왜 널 때린 거야?”임세희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파티에서 있었던 일이 내가 계획한 거라고 나를 모함하고 있어. 오빠,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조사해도 난 상관없어.”임세희는 두렵지 않았다. 파티에서 있었던 일에서 손을 깨끗이 씻었기 때문이다.이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일시적으로 흥분했던 것 같아.”눈물을 훔치고 있는 그녀의 행동이 움찔했다.오빠의 말투가 왜 이렇게 담담할 수 있는가?그 몹쓸 년은 그녀의 뺨을 두 번이나 때렸고 얼굴은 아직 부어있었다.응당 윤혜인을 끌고 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게 해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는가?그녀는 너무 억울했고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때 임향숙이 들어왔고 임세희를 보고 깜짝 놀라며 한탄했다.“아가씨, 누구한테 맞은 거예요? 어르신께서 아시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세상에 언제 한번 이런 일을 당한 적 없고 가족들도 서울에 계시지 않는데 대표님께서 꼭 대신 본때를 줘야 해요!”임향숙은 문밖에서 모든 내용을 엿들었다. 이준혁은 그 몹쓸 년 편을 들고 있었다.하지만 그
하지만 이준혁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그의 눈이 차갑게 변하더니 입을 열었다.“그건 안 돼요.”그 눈빛이 너무 사나워 임향숙은 심장이 털컥 내려앉았다.당한 것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은 그렇게 너무한 것도 아닌데 이준혁이 동의하지 않으니, 그녀는 이해되지 않았다.이준혁은 예전에 임세희를 지극히 아끼지 않았던가?비록 침대 옆의 사람이 윤혜인이라지만 이 정도쯤이야 아가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지 않는가?분위기는 갑자기 무거워졌다.임세희는 너무 화가 났다. 하지만 얼굴에 표현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착함을 잃지 않으며 말했다.“됐어요. 오빠를 힘들게 하지 말아요. 그 사람 성격에 동의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 사과만 받기로 해요.”그녀의 말속에는 윤혜인은 소인이고 품격 있는 그녀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동시에 이준혁의 호감도 끌 수 있었다.그 몹쓸 년은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으니 급한 것 없다.이 손해를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임세희의 너그러움에 이준혁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그가 입을 열었다.“내가 대신 사과할게.”뭐?!임세희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환청인 줄 알았다.이준혁이 대신 사과하다니!그녀에겐 자격이 없다.그녀는 더 이상 고상한 척할 수 없었다. 그녀는 끝내 울부짖었다.“그 사람에 뺨을 두 번이나 맞았고 나를 밀쳐서 뇌진탕으로 진단받았어. 그런데도 사과 정도 못 해?”임향숙도 합세했다.“너무하시네요. 우리 어르신이 아가씨의 억울함을 알게 된다면 이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이준혁은 강경하게 대답했다.“어르신께서 의견이 있으시다면 내가 직접 사과할 거예요.”임세희의 눈물이 비 내리듯 흘러내렸다.“내가 그런 뜻이 아니란 걸 알고 있잖아. 난 그저 속상해서 그래. 나를 동생으로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어? 괴롭힘을 당해도 가볍게 넘어갈 거야?”“네가 속상해하는 걸 알고 있어.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약속해.”“됐고 시간도 늦었으니 돌아가서 쉬어.”아직 해야 할 일이 남은 이준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