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박태준을 자극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크게 화내지 않았고 그저 그녀를 바라보면서 태연하게 얘기했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이 남자 또 발병했어?그녀는 입을 삐죽 걸리고 경계하듯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누가 저 좀 살려주세요, 여기 변태 있어요.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박태준의 안색은 금세 어두워졌다. “당신 무슨 뜻이야?”신은지는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상위에 놓으면서 얘기했다. “당신과 최대한 멀리 있으려고 그래. 괜히 당신의 그 정신병에 전염되어서 나도 당신처럼 정신 나간 소리를 할까 봐 걱정돼.”그녀는 돌아서서 화장실로 향해갔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몇몇 사람이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신은지, 대학 동기인데 우리도 옛날 추억 얘기해야 하지 않겠어?” 앞장서서 그녀의 앞을 막아선 사람과 그 뒤에 있는 몇몇은 양설아의 절친이고 그녀와는 대학 동기이였다. 하지만 같은 과는 아니었기에 서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신은지는 눈썹을 치켜들고 냉랭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너희들은 양설아를 도와 동영상을 가지러 온 거야?”동아연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그녀를 보면서 얘기했다. “설아는 좋은 뜻으로 약혼식에 너를 초대했는데, 넌 고마운 줄도 모르고 헛소문을 퍼트려 설아를 모함하면 되겠어? 어서 그 동영상 내놔.”“내가 헛소문을 퍼트린다고 하면서 동영상을 내놓으라 하고, 귀 막은 방울 도둑도 너희들처럼 안 해. 양설아에게 가서 전해. 만약 10분 뒤에도 대중 앞에서 나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설아 신랑을 찾아갈 예정이라고”그녀는 하품했다. 만약 강혜정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문 것은 그나마 그녀와 대학 동기였기에 체면을 봐서 자리를 지켜준 것이다.신은지는 화장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동아연을 스쳐 지날 때 갑자기 상대방이 그녀를 잡았다.“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박태준은 흥미롭게 신은지를 보았다.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그녀는 눈을 흘겼다. 당신이 뭐 하려는지 귀신이 알겠지.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신은지는 걸어 나갔고 박태준을 지날 때,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저 여자에게 사과받고 싶은 것이면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할 필요 없어.”신은지는 머리 돌려 남자를 보았고, 남자는 ‘어서 부탁해’라고 얘기하라는 거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도발했다. “당신 허튼 꿈 깨.”“신은지.” 박태준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당장에라도 그를 찢을 듯한 눈빛이었고, 이마의 핏줄은 통제가 안 되고 있었다. “당신 교양은 개에게 줘버렸어?”신은지는 오늘 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 오관과 윤곽이 더욱 뚜렷해 보였다. 전예은 일행들은 모두 쫄아 벽 구석진 곳에 쭈그려있었다. 오직 신은지만이 박태준 앞에 나설 수 있었다. "너란 개한테 먹혔잖아."말을 마치고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바로 로비 방향으로 걸어갔다.동아연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박태준을 보면서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혹시 신은지 대신 화풀이라도 하려는 것인가?분명 맞은 사람은 난데!그녀는 신은지 저년을 무릎 꿇리고 사과받겠다고 얘기했었는데, 미처 시행하기 전에 박태준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와서 그의 비위를 맞추며 물었다. “박 대표님 혹시 신은지 아십니까?”조금 전 상황은 누가 봐도 두 사람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태준이 그녀를 상대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남자는 담담하게 그녀를 한번 보고 존귀한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내 아내이야.”동아연은 순간 놀랐다. 아내?신은지가 박태준의 아내?! 이럴 수가!그녀가 진짜 박 대표 사모님이면 스스로 아미 신분을 자폭하지 않았을까?그렇게 되면 설아에게 대중 앞에서 사과하라고 하는 건 물론 경씨 가문에서 이 약혼식을 취소하라고 해도 그건 그저 말 한마디면 충분할 일
양설아는 사회자 손에서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치욕과 수치심으로 그녀의 얼굴은 붉어졌고 온몸의 신경마저 화끈거리는 듯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손으로 힘껏 마이크 손잡이의 튀어나온 부분을 위로 밀었다.이런 장소에서 공개적인 사과를 한다니, 경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행동과 다름없었다. 그녀는 무표정인 경씨 가문 둘째 도련님의 얼굴을 보았고 하객이 간 후 어떤 결과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지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과하지 않으면……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과는 더욱 비참할 것이다!“저는 양설아입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신은지에게 사과하려고 합니다……”신은지는 무표정으로 이 장면을 다 지켜보았고, 박태준이 신경을 안 쓰는 틈을 타 손을 빼고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향해 걸어갔다.오늘 밤 그녀는 혼자 운전하고 왔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박태준임을 알고 신경 쓰지 않았다.조금 전 장면을 목격하고, 조금이라도 눈치 있는 사람은 모두 떠나가기 시작했다.경씨 가문에는 주차장이 하나뿐이기에 같은 길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차가 주차된 곳까지 따라왔다.신은지는 비아냥거리며 눈썹을 치켜들었다. “박 대표님 차도 여기에 주차했나 보네?”“난 술 마셨어, 운전하지 못해.”박태준은 앞에 있는 겨우 2,000만 원 조금 넘는 차를 보며 말은 안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경멸하는 눈빛은 보이고 말았다.얼굴에는 ‘봐, 나를 떠나더니 꼬락서니 한번 좋다!’라는 식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신은지는 어깨를 으쓱하고 손을 폈다. “참 유감이네. 어차피 여기서 신당동까지 멀지 않으니, 당신은 걸어서 가면 되겠네.”말을 마치고 그녀는 더 이상 그와 얘기하지 않고 차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앉았다.차에 시동을 걸자 박태준은 바로 조수석의 문을 열고 앉아서 눈을 슬쩍 감으면서 얘기했다. “신당동으로 가.”당연하다는 태도로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신은지는 눈을 동그
박태준은 무표정으로 신은지를 보았다. “그럼 지금 내가 예은에게 전화할 필요가 없는 건가? 유성을 위해서 당신 참 어떤 억울함도 감수하는군.”그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고, 그의 차가운 눈을 보는 순간 신은지는 그가 자신을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그녀는 뒤로 살짝 누워서 박태준의 손을 피했고, 그의 손은 허공에서 멈칫했다가 손가락을 굽혔다. “이혼은……”사람의 속을 긁는 듯 그는 말하다가 멈췄고, 신은지는 그를 보면서 천천히 입술을 오므렸다.남자는 담담하게 그녀를 보면서 점잖게 악랄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얘기했다. “불가능해.”신은지는 이를 갈았다, “……”이 죽일 놈의 자식!그녀는 원래 쌓인 것이 많았던 터에 그에게 이렇게 농락당하자 그 분노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을 정도에 도달하여 바로 폭발했다!“내려.”박태준은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 “운전해. 나한테 빚진 돈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 부부로서 의무가 없더라도 대가로 운전 좀 해주는 거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채무자가 채권자보다 더 흉악하면 앞으로 무서워서 누가 감히 돈을 빌려주겠어.”신은지는 턱을 들고 차갑게 웃으면서 차에서 내려서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박태준을 차에서 끌어 내렸다.남자는 힘도 세고 체중도 더 나가기에 쉽게 끌려내릴 수가 없을 텐데, 하필 박태준은 쉽게 신은지에 의해 차에서 끌려 내렸다.그녀는 힘껏 차 문을 닫고 다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대문 방향으로 운전해서 갔다.오늘에는 약혼식에 참석하러 왔기에 옷을 얇게 입었다. 밤바람은 칼날처럼 매서웠고 피부에 닿으면 따끔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단순히 차에서 내려 사람을 끌어 내리고 다시 차에 오른 몇분만에 그녀의 손가락은 얼었고, 에어컨 바람을 한참 쐬고 나서야 손이 따뜻해졌다.그녀는 백미러를 보았고, 박태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그윽한 눈으로 그녀가 있는 방향을 보고 있었다.설마 얼어 죽지는 않겠지?이 생각이 신은지의 뇌리를 스친 후 다시 금방 사라졌다. 경씨
병실에서 박태준은 침대에 기대어 전화하고 있었다. 소리를 듣자 시선은 신은지에게서 스쳐 지나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연우가 당신에게 전화했어?”신은지는 화가 나서 눈을 흘겼다. “당신이 곧 죽는다고 전화했어. 당신 치료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고 바로 화장한다고 했어.”그녀는 들어가서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그녀는 의사 사무실을 지나오면서 들어가서 물었었다. 공복에 술을 마셔서 유발된 위경련이었고 완화되면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박태준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침대에 놓았다. “나 배고파.”신은지는 그를 몇 초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을 꺼내어 배달 음식을 시키려 했다. 그저 어르신에게 어서 식사 대접을 한 후 통증이 완화되면 각자 집에 돌아가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간 후 또다시 고연우에 의해 병원에 불려 오기 싫었다.그녀는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다.박태준은 그녀를 조용히 보았다. “배달 음식을 먹으면 난 아마 또 다시 응급실에 들어가서 치료받게 되겠지. 당신은 환자를 이런 식으로 보살피는 거야?”약을 먹었기에 위를 잡아당기는 듯한 격렬한 통증은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가끔 통증이 느껴졌다.신은지는 매섭게 그를 흘겨보고 갑자기 일어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박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 서. 당신 어디 가?”“개밥 사러.” 그녀는 이를 악물고 원망 가득한 말투로 얘기했다. “개 먹이려고.”뒤에 있는 남자는 웃는 듯했고, 신은지는 이미 문을 열고 가버린 후였기에 이를 듣지 못했다.고연우 말대로 그녀는 밑에 층에 내려가서 전복죽을 사서 올라왔다. “어서 먹어. 먹고 집에 가.”침대에 있는 박태준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마치 자는 듯했다. 등을 돌리고 누웠기에 신은지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까이 가서 허리를 굽혀 보았다.남자는 미간을 찌푸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을 흘렀고, 입술과 얼굴은 창백한 나머지 푸르스름했다.잠든 것이
신은지는 치약 거품을 입에 가득 문 채 진유라를 보았다. 그녀 역시 뜸을 들이지 않고 바로 얘기했다. “박태준이 줬어.”하지만 박태준은 이를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그녀 역시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이놈은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인가? 다른 부부는 한마음 한뜻으로 그 총이 외부를 향하지만 이들은 반대였다. 자기 아내와 등진 사람을 쏙쏙 집어서 도와주고 있었다. 이 일에 대해 신은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얼마 줬대?”진유라는 손을 흔들며 그녀를 향해 천문학적인 숫자를 보여줬다. “이 돈이 없었으면, 지분을 사는 것은 물론 밥 먹을 때조차 지갑 사정을 봐 가면서 먹어야 했을 거야.”신은지는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아봐 줘서 고마워.”그녀는 신지연을 그룹에서 사퇴하게 하는 거로 예전에 그녀가 신은지의 음성파일을 매체에 넘긴 일과 퉁 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하연그룹 주주이니 이젠 방법을 바꿔야 한다.그들 세 식구가 자기 어머니의 유품을 팔아 얻은 돈을, 그녀는 그들에게 한 푼도 빠짐없이 다 받아 낼 것이다.진유라는 개의치 않고 손을 흔들었다. “이런 일로 무슨 고맙다는 인사까지 해. 더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그녀가 다 씻은 것을 보자 진유라는 손을 빼고 허리를 피면서 얘기했다. “밥 먹으러 가자. 저녁에 난 할 일이 있어서 늦으면 안 돼.”두 사람은 멀리 가기 싫었고 근처 뒤 골목에서 아무 식당이나 찾아서 들어갔다. 신은지가 실 시간검색을 켜고 보니, 전예은이 신당동에 박태준을 찾으러 간 뉴스는 이미 삭제되어 검색되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에 의해 강제적으로 없어진듯했다.이 정도 속도면 굳이 누군지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리고 이어서 연속 3일 동안 신은지는 방콕 했다. 진유라는 그녀가 한가하게 집에만 있으면 탈이 날까 봐 그녀 앞으로 일을 많이 소개해 줬고, 허 원장은 그녀에게 전화해서 다시 출근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이날 그녀가 한 폭의 서화에 대해 탄식하고 있을 때 도우미 아줌마의 전
전에 진영웅은 서류 가지러 왔었기에 서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고 바로 서재 문 앞에 도착했다. “은지 님, 사모님께서 검진보고서를 찾으셨는지 확인하라고 하셔서요……”그는 조금 전 거실에서 강혜정이 하는 얘기를 들었고, 서재에는 검진 보고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신은지는 머리를 들었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얼굴은 아주 창백했다. 그녀의 아련하고 막연한 눈빛은 진영웅을 향했지만 그를 보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영웅: “어디 불편하십니까?”“아닙니다.” 신은지는 서랍에서 그림을 꺼냈고 진영웅을 피하지 않고 걸어갔다. 문 쪽을 지날 때 그의 의아한 시선이 자신의 손에 있는 그림에 닿자 그녀는 그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예뻐요? 가져가서 제 방 침실에 걸어 둘 생각인데.”진영웅: “……”그는 어두운 톤과 풍격의 그림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액운을 막아줄 수 있게 침실의 문에 걸어두는 편이 더 좋을듯싶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신은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이 작품을 그릴 때 그녀는 신씨 가문에서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고 많은 억압을 받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아버지와 계모, 게다가 그녀에게 사사건건 시비 걸면서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신지연까지 있었으니, 그녀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한밤중에 칼로 그들을 베지 않은 것은 그녀에게 아직 착한 심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기분에서 만든 작품이, 그녀의 마음을 주제로 한 그림이 괴상하지 않고 음산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하여 그림이 팔렸다고 했을 때, 그림을 산 사람은 돈이 많고 멍청한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었고 그녀의 선생님 역시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때 선생님은 여러 번 그녀를 끌고 가서 복권을 샀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진정으로 멍청한 사람은 그림을 산 사람이 아니고 그녀 자신이었다. 그는 여자 친구를 기쁘게 해주려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써서 그녀의 인생에
말을 듣자, 전예은의 긴장감이 풀렸고, 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려던 순간 또 그녀에게 제압당했다.태준은 아직 그녀를 감싸고 있다.그가 차갑게 자기를 대하는 것은 예전에 그를 버리고 외국으로 간 것 때문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서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신은지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턱을 들면서 눈을 내리깔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전투력이 폭발하는 싸움닭처럼: “꿈 깨, 난 절대로 전예은에게 사과하지 않아.”박태준의 얼굴에는 분노로 가득 찼고, 소용돌이치는 폭우처럼 은지를 당장에라도 휩쓸어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예은에게 사과하라는 말이 아니야. 아이에게 사과하란 얘기야.”자신의 온화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수습하려고 나서려던 전예은: “……”신은지는 이를 악물고 경시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도 좋은 아버지인 척을 하겠다는 거네.”박태준은 그녀의 비아냥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섰고, 그의 키와 카리스마가 주는 압박감이 순간 신은지의 기세를 압도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약간 힘을 주어 잡아당겨 책상을 사이에 두고 그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사과해.”그는 얼굴에 묻은 커피를 아직 닦지 않았다. 그리고 태준에게 끌려간 신은지의 머리 위에는 그의 아래턱을 따라 흐르는 커피 몇 방울이 떨어졌다.신은지: “……”이놈이 자기만 힘들면 됐지,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네.“내 말이 맞을까 꺼리면 아이를 낳지 않으면 되지. 쓰레기 같은 당신과 천한 전예은 둘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더 좋지 않아?”전예은: “신은지, 나와 너 사이 갈등은 기껏해야 여자들 사이의 허영심과 질투심일 뿐이고, 대학 시절 가끔 비아냥거린 것 외에 별다른 도를 넘는 일을 한 적이 없어. 최근에는 더더욱 없었고. 너 나한테 입을 열면 천한 여자라고 욕하는데 너무하다는 생각 안 해봤어?”전예은 말이 사실이지만, 전부 다 사실인 것은 아니다.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학과 퀸카 옹호자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기선제압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