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님께서 너를 난처하게 한 것 역시, 그녀가 지시한 것이 아니겠어? 박 대표님께서 가시면, 오늘 이 투자 계약은 바로 끝이야. 너 조금 전 춘 춤은 그저 수포로 돌아가는 거야!”김청하는 이렇게 얘기하는 목적은, 박태준이 신은지를 욕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고, 적어도 예은을 가슴 아파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이 끝나고 한참 지나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보았다. 박태준은 다른 생각을 하는 듯했고, 그녀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은 눈치였다.이현은 전화 끊고, 조심스레 남자의 의견을 물었다. “대표님, 계약서는 조금 있다 바로 가져올 것입니다. 술을 마시면서 기다리시죠?”“아닙니다. 계약서는 바로 매니저에게 주세요.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이현 “……”얼굴이 변하는 속도가 참……박 대표가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의심했을 것이다. 전예은은 박태준이 가려고 하자, 따라서 일어나면서 얘기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우리 청하와 함께 가, 같은 길이니, 집까지 데려다 줄 겸.”김청하의 집은 신당동과 같은 방향이었지만, 전예은이 사는 집과는 반대 방향이었다.박태준은 그녀의 말뜻을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 있다가 김 매니저보고 데려다 달라고 해.”전예은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박태준이 김청하를 기다리는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도, 자기를 집까지 바래다줄 것으로 알았다.“당신은?”박태준은 시계를 보았다. 이것은 그가 귀찮아하는 행동 중의 하나였다. “연우와 함께 왔어.”연우와 함께 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도 함께 차에 탑승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그럴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다.전예은 “……”그녀가 어떤 핑계로 박태준을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할지 고민할 때, 박태준은 룸을 나갔다.고연우는 차를 엘리베이터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했고, 박태준이 혼자 내려오는 것을 보자, 그
”그래.” 박태준은 말을 아꼈다.신은지는 반나절을 기다려도 그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자, 언짢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용건이 뭐야? 용건 없으면 이 손 놔.”박태준은 여자를 뚫어지게 보았고, 여자는 지금 이마를 찌푸리고, 얼굴에는 언짢은 표정이 가득했다. 그는 얇은 입술은 굳게 닫혔고, 그녀의 지금 태도를 아주 싫어하는 눈치였다.신당동에서 생활할 때, 남자가 아무리 차가워도 여자는 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얘기했다. “가자.”신은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딜 가자는 거야? 박태준이 어디 아픈가? 일단 아무 말이나 하고 보는 건가?그녀가 옴짝달싹하지 않고,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뒤로 물러서자, 이는 마치 그녀를 유괴하려는 남자를 피하는 격이 되었다.박태준은 신은지의 이런 행동에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고, 참지 못하고 차가운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잔말 말고 따라 와.”“이름만 알려주면 돼, 늦은 저녁에 남녀가 함께 있으면 위험해.”박태준의 안색은 이젠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차가웠고, 그의 손은 문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다. 손등의 핏줄이 보일 떠질 듯 힘을 주고 있었고, 그가 지금 화가 얼마나 많이 났는지를 알려준다. 그는 이를 악물고 감정을 조절하면서 얘기했다. “신은지,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할 것 같아서 그래?”“그걸 누가 알아?” 신은지는 턱을 쳐들었다. 비록 그보다 한참 작았지만, 기세는 죽지 않았다. 미간에 경멸하는 표정은 너무 선명했다. “최근에 당신 개처럼 맨날 따라다녔잖아, 주변에 전예은 외에 당신 욕망을 주기적으로 해결해 줄 여자가 없으니, 남자가 오래 참으면, 심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내가 당신한테?” 박태준은 차갑고 매서운 눈길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이제 보니, 당신 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는군. 3년 결혼 생활 동안 남자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여자가, 3년이 더 지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이
신지연은 더 발버둥 치고 싶었다. 신은지 앞에서 이런 꼴을 보이는 것이, 그녀는 짜증 났고, 옆에 있던 여자가 그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찻집의 그 종업원이었다.“제가 얘기할게요, 아가씨……”그녀는 일어서서 신은지 앞에 가려고 했고, 결국 경호원에 제압당했다.“예전에, 제가 어리석어서 음성파일을 제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옆에 있는 신지연을 쏘아보면서 얘기를 이었다. “저 여자가 저를 찾아와서, 굳이 룸에 있던 CCTV를 자기에게 팔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동생이라면서, 그 영상이 아가씨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제가 보았을 때, 저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아서 저 여자에게 팔았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가 매체에 넘기는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이 얘기는 전부 진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지연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들고, 거만하게 신은지를 보면서 얘기했다. “내가 매체에 넘겼어, 신은지, 그 영상 거짓이야? 내가 넘긴 것은 음성파일뿐만 아니었어. 내가 네 사진과 박 대표님 사진도 함께 넘겼어. 만약 그 일이 아니었으면, 네 신분으로 박 대표님께 시집 갔겠어?”그날 그녀가 음성파일을 폭로한 후, 3초도 지나지 않아, 신은지와 박태준이 호텔에서 같이 있는 사진이 바로 화제가 되었었다.신지연은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이어서 얘기했다. “나씨 가문에 시집가려고 하면서, 박 대표님과 잠자리를 하고, 그런 짓을 하면서 고상한 척 해?”신은지가 그녀 앞에 다가가서 물었다. “음성파일은 네가 매체에 넘긴 거야?”“그래.”“나와 박태준이 호텔에서 나올 때 그 사진도 네가 찍은 것이고?”신은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밤, 신진하가 신지연 모녀를 데리고 출국했던 것을……그런데 신지연이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가 있지?신지연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바로 승인했다. “맞아.”신은지는 살짝 머리를 흔들었고, 이어서 신지연의 뺨을 때렸다!그녀는 힘껏 때렸고, 신지연은 뺨을 맞자, 얼떨떨해졌고, 귀는 먹
박태준은 입을 다셨고, 어두운 눈빛으로 신은지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 “무척 관심이 있나 봐?”“난 그저……” 신은지가 말을 다 끝내기 전에, 갑자기 안색이 변했고, 그녀는 손으로 머리 위에 있는 손잡이를 꼭 잡고, 당황해하면서 소리쳤다. “박태준, 운전 똑바로 해, 당신 지금 운전 중이야, 나를 보면 어떻게 해! 어서 앞을 봐!”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높았다.이 길에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박태준 이 정신 나간 놈, 그녀만 보고 길은 보지 않고, 속도는 전혀 줄이지 않고, 자칫 앞에 차량과 충돌이 생길뻔했다.신은지는 눈을 감으면서 소리쳤다. “충돌이 생기기 직전이야!”“찌익!” 귀가 째지는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고, 차량은 앞에 차량과 충돌하지 않았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탓에 안전벨트를 한 부분이 많이 아픈 것 외에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신은지는 눈을 떴고, 롤스로이스와 앞차의 간격은 불과 10cm 정도였다.조금만 늦게 브레이크를 밟았어도……그녀는 화가 치밀었고, 목소리도 변했다. “박태준, 너 죽고 싶으면 혼자 가서 죽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말고, 특히 나한테. 너와 함께 죽으면, 모르는 사람은 우리가 동반자살 한 줄 알겠어.”“나와 함께 죽는 것을 즐거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박태준의 입꼬리는 올라갔고, 피식 웃으면서 그녀 가까이에 갔다.두 사람의 거리는 순간 가까워졌고, 상대방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박태준의 시선은 여자의 하얀 얼굴에 머물렀다. 그녀는 오늘 화장하지 않았고, 입술에 그저 립글로스만 바른 상태였다.그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목젖은 움직이고 있었고 눈빛은 그윽하게 깊게 변했다.신은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렇게 나를 해하려고 하는 거야? 당신과 같이 죽는 것은, 내가 나라를 몇 개를 배신해야 받을 수 있는 처벌이야. 당신은 내가 즐거울 것 같아?”말을 마치고, 그녀는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박태준을 밀쳤
강혜정은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섰다. 오늘 밤에 받은 자극은 몇 년 전에 받은 것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더 이상 밥이 넘어가지 않았고, 신은지는 이를 보자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난 혼자 있고 싶어. 너희들도 식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난 이런 일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구나.”그녀는 아줌마에게 손을 흔들면서 얘기했다. “청첩장 쟤들에게 줘요.”아줌마는 거실에서 약혼식 청첩장을 신은지에게 주고 주방으로 갔다. 사실은 박태준이 그녀의 진짜 고용주이지만, 두 사람이 현재 이혼 얘기까지 오갔기에, 아줌마는 청첩장을 박태준에게 줘야 했다. 하지만 소리 없이 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소름 끼쳤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신은지가 청첩장에서 신부 이름을 보니, 눈살을 찌푸렸다.그녀와 대학 동기였고, 그것도 같은 과였다.박태준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 물었다. “원수 있어?”“그건 아니지만, 사이 좋은 건 아니야.”1등과 2등, 라이벌, 천적.“사모님 원수는 정말 많네. 청첩장도 원수 결혼 초대장이니.” 박태준의 말속에는 비아냥이 가득했다. “하지만 네 그 성격에, 덜렁대고 모자라고 푼수인 진유라 외에 누가 또 당신과 친구가 되겠어?”신은지는 박태준이 전예은을 목욕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인신공격하는 것이라고. 윗사람에게 그렇게 못하니, 그 모든 분노를 그녀에게 퍼붓는 것으로 생각했다.그녀는 내키지 않은 듯 입을 삐죽거렸다. 이 인간쓰레기, 좀생이.어차피 그녀는 전예은과 박태준 사이를 갈라놓을 생각이 없었기에, 이 일에 시간을 허비하기 싫었다. “어머님 앞에서 이젠 연기하지 않아도 돼. 당신 시간 내, 가서 이혼 서류 접수하게.”박태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느긋하게 얘기했다. “차에서 오면서 내가 하는 얘기를 이해하지 못했어? 내가 당신을 데려온 것은 어머니께 설명해 드리라고 데려온 것이지, 어머니를 자극하라고 데려온 것은 아니야. 당신 내 요구대로 하지 못했는데,
양설아의 남편은 경씨 가문의 차남이다. 경씨 가문은 재벌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 있는 집안이고, 다른 사람에게 수모를 당한 적은 없었다. 하물며 바람피우는 것과 같이 민감하고 수치스러운 일은 더더욱 당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당신은 설아의 대학 동기로 아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러 오셨으면, 저희는 환영이지만, 만약 소란 피울 생각이라면……”말하면서 곁눈질로 화원 입구를 한번 보았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그는 바로 표정을 바꾸고, 신은지와 더 이상 시간 낭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입구에 주차한 차를 향해 걸어갔다. “박 대표님.”그의 약혼식이 곧 시작할 시간인데 지금까지 입구에서 기다린 것을 보니, 박태준을 기다린 모양이다.박태준이 차에서 내리자,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랑을 보았고, 옷을 정리하면서 얘기했다. “이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는 박태준의 말 때문에 태도를 바꾸지 않았고, 약혼식장으로 바로 안내했다.“안으로 들어가시지요.”오늘 같은 날에는 정장 차림을 한 신랑이 주인공이지만, 박태준이 오니, 그저 옆에 있는 들러리 같았다.양설아는 신은지가 그쪽을 보는 것을 보고, 째려보면서 웃었다. “네가 무슨 신분인데, 감히 허튼 생각을 해. 네가 보는 사람은 박씨 가문의 유일한 승계자야. 재경그룹 현재의 총수. 대학 동기라서 충고하는데, 허튼 꿈은 꾸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아……”그녀는 갑자기 입을 막으면서 경악했다. “잊을 뻔했네. 너 대표님 침대에 스스로 올라갔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박씨 가문 사모님 자리는 넘보지 않는 것이 좋아.”신은지와 박태준의 결혼은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얼마 전 강혜정의 생일 파티에서 공개했으나,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양설아.” 신은지는 가까이 가면서 입꼬리를 쳐들고 얘기했다. “경씨 가문 둘째 도련님도 네가 겨우 잡은 남자라며?”양설아는 그녀가 손을 든 것을 보고, 두려워서 뒤로 물러섰다. “너 뭐 하는 짓이야? 여긴 경씨 가문이야. 네가 감
신은지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박태준을 자극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크게 화내지 않았고 그저 그녀를 바라보면서 태연하게 얘기했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이 남자 또 발병했어?그녀는 입을 삐죽 걸리고 경계하듯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누가 저 좀 살려주세요, 여기 변태 있어요.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박태준의 안색은 금세 어두워졌다. “당신 무슨 뜻이야?”신은지는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상위에 놓으면서 얘기했다. “당신과 최대한 멀리 있으려고 그래. 괜히 당신의 그 정신병에 전염되어서 나도 당신처럼 정신 나간 소리를 할까 봐 걱정돼.”그녀는 돌아서서 화장실로 향해갔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몇몇 사람이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신은지, 대학 동기인데 우리도 옛날 추억 얘기해야 하지 않겠어?” 앞장서서 그녀의 앞을 막아선 사람과 그 뒤에 있는 몇몇은 양설아의 절친이고 그녀와는 대학 동기이였다. 하지만 같은 과는 아니었기에 서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신은지는 눈썹을 치켜들고 냉랭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너희들은 양설아를 도와 동영상을 가지러 온 거야?”동아연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그녀를 보면서 얘기했다. “설아는 좋은 뜻으로 약혼식에 너를 초대했는데, 넌 고마운 줄도 모르고 헛소문을 퍼트려 설아를 모함하면 되겠어? 어서 그 동영상 내놔.”“내가 헛소문을 퍼트린다고 하면서 동영상을 내놓으라 하고, 귀 막은 방울 도둑도 너희들처럼 안 해. 양설아에게 가서 전해. 만약 10분 뒤에도 대중 앞에서 나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설아 신랑을 찾아갈 예정이라고”그녀는 하품했다. 만약 강혜정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문 것은 그나마 그녀와 대학 동기였기에 체면을 봐서 자리를 지켜준 것이다.신은지는 화장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동아연을 스쳐 지날 때 갑자기 상대방이 그녀를 잡았다.“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박태준은 흥미롭게 신은지를 보았다.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그녀는 눈을 흘겼다. 당신이 뭐 하려는지 귀신이 알겠지.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신은지는 걸어 나갔고 박태준을 지날 때,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저 여자에게 사과받고 싶은 것이면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할 필요 없어.”신은지는 머리 돌려 남자를 보았고, 남자는 ‘어서 부탁해’라고 얘기하라는 거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도발했다. “당신 허튼 꿈 깨.”“신은지.” 박태준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당장에라도 그를 찢을 듯한 눈빛이었고, 이마의 핏줄은 통제가 안 되고 있었다. “당신 교양은 개에게 줘버렸어?”신은지는 오늘 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 오관과 윤곽이 더욱 뚜렷해 보였다. 전예은 일행들은 모두 쫄아 벽 구석진 곳에 쭈그려있었다. 오직 신은지만이 박태준 앞에 나설 수 있었다. "너란 개한테 먹혔잖아."말을 마치고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바로 로비 방향으로 걸어갔다.동아연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박태준을 보면서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혹시 신은지 대신 화풀이라도 하려는 것인가?분명 맞은 사람은 난데!그녀는 신은지 저년을 무릎 꿇리고 사과받겠다고 얘기했었는데, 미처 시행하기 전에 박태준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와서 그의 비위를 맞추며 물었다. “박 대표님 혹시 신은지 아십니까?”조금 전 상황은 누가 봐도 두 사람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태준이 그녀를 상대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남자는 담담하게 그녀를 한번 보고 존귀한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내 아내이야.”동아연은 순간 놀랐다. 아내?신은지가 박태준의 아내?! 이럴 수가!그녀가 진짜 박 대표 사모님이면 스스로 아미 신분을 자폭하지 않았을까?그렇게 되면 설아에게 대중 앞에서 사과하라고 하는 건 물론 경씨 가문에서 이 약혼식을 취소하라고 해도 그건 그저 말 한마디면 충분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