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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기민욱의 변태성

“대체 내가 박용선보다 못한 게 뭐야?”

강혜정은 사지를 움직일 수 없었기에 절망적인 얼굴로 눈을 감았다.

당장이라도 넌 미친놈이고 네 주제에 누구랑 비교하냐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더 이상 이 미치광이를 자극할 수는 없었다.

대답을 듣지 못한 기재욱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의 핸드폰을 집어들더니 말했다.

“자, 박용선한테 전화해. 요 며칠 지방 출장 나갈 거고 5일 뒤에 돌아간다고 말이야.”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처롭게 말했다.

“혜정아, 나랑 5일만 같이 있자. 응?”

애원에 가까운 말투였지만 모든 게 자신을 속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기에 강혜정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가서 자수해요. 자수하고 합의까지 하면 양형을 좋게 받을 수 있잖아요. 어린 아들까지 있는데 아들을 생각해야죠. 엄마까지 잃은 아이인데 아빠까지 잃으면 애는 어떡해요?”

“그럼 죽으라지. 어차피 나중에 커도 큰일을 못할 놈이야. 난 자수 따위 안 해.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경찰에 잡히지 않을 거야.”

그의 손길이 강혜정의 옷섶에 닿았다. 강혜정은 바짝 긴장하며 겁에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재욱은 흥미롭다는 듯이 겁에 질린 그 모습을 감상하더니 말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내 말만 잘 들으면 5일 지나고 풀어줄게. 사실 나 정사에 딱히 관심이 없어. 사랑이 없는 정사는 재미가 없거든. 그러니까 내 신경만 자극하지 않으면 무사할 거라는 얘기야.”

섬뜩한 협박이 담긴 말에 강혜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박용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재욱이 바로 옆에 있었기에 그녀는 납치에 관한 그 어떤 얘기도 꺼낼 수 없었다.

물론 이 미친놈이 하는 말을 믿는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핸드폰에 대고 섣불리 구조요청을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 갇힌 건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박용선이 오기 전에 미친놈이 발작을 일으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일단은 지켜보며 기회를 기다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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