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미소를 띠고 얘기했다. “못할 것이 뭐가 있어? 합석하는 것뿐인데.”박태준은 그녀에게 외도녀의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그녀 역시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나유성 등은 그들을 보게 되었고, 다 아는 사이여서, 나유성은 박태준 쪽으로 바라보았다.박태준이 공적인 일로 온 것을 본 나유성은, 와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박태준은 무표정으로 신은지를 보았고, 자세를 취하고 얘기했다. “팔짱 껴.”신은지는 불쾌해하면서 얘기했다. “그저 간단하게 밥을 먹는 것이고, 연회에 참석하는 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 있어?”계속 팔짱을 끼고 있으면, 왠지 일부러 애정 표현하는 것 같았고, 너무 가식적이란 생각이 들었다.박태준은 태연하게 그녀를 보면서 얘기했다. “돈을 받았으면, 할 일은 해야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 고용주인 내가 결정 해. 당신은 발언권이 없어.”좋아, 지금 세상에는 돈이 많으면 어르신이니까. 아르바이트하면서 누구나 갑질은 당하는 법이니.신은지는 그의 팔짱을 꼈고, 웨이터는 그들을 룸으로 안내했다.입석 후, 대주그룹 사모님은 신은지와 친해지려고,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칭찬했다. “사모님, 피부 정말 고우세요. 희고, 부드럽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봐도, 모공도 안 보이고, 잡티도 안 보이세요.”그녀의 얘기는 비록 아부이긴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신은지의 피부는 진짜로 좋았고, 희고, 투명하고, 부드럽고,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피부였다.신은지는 그저 꽃병처럼 앉아 있다가 갈 생각이었지만, 그 계획이 실패할 징조를 보이자, 휴대폰을 넣고, 웃으면서 같이 얘기했다. “사모님, 과찬입니다.”대주 그룹 사모님은 그녀가 성격이 유순하고, 조금도 오만하지 않은 것을 보았다. 박씨 가문 작은 사모님이면, 오만할 법도 한데, 그녀는 신은지에 대한 호감이 더욱 깊어졌다.“피부관리 어떻게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신은지는 평소 아침저녁으로 스킨로션을 바르는
진 대표는 뚱뚱한 사람이라 땀이 많이 났다. 신은지는 순간 손이 축축해진 것을 느꼈고, 그녀는 강하게 손을 뺐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고, 얼음장처럼 차갑게 얘기했다. “진 대표님, 자중하세요.”진 대표는 그녀의 손을 잡는 거로 그녀를 떠보고 싶었다. 그는 신은지에게 마음은 있지만, 개를 때리려고 해도 주인을 먼저 봐야 한다고, 여자 때문에 박태준과 얼굴을 붉힐 수가 없었다.그는 재빨리 손을 빼고, 바로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전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그저 향이 좋아서 무슨 향수를 쓰시는지 궁금해서요. 제 부인에게도 하나 선물하려고.”어차피 여기에 며칠 있을 계획이니, 기회는 많았다.진 대표는 비즈니스 업계의 늙은 여우이다. 속셈은 숨기고, 연기는 그때그때 다르고 너무 진실하게 했다. “제가 술을 많이 마시면 어깨동무를 하기 좋아해서요. 조금 전에는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박 대표님께 사죄 드리죠.”신은지는 이런 응대조차 하기 싫었고, 그녀는 다시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었다. 그것도 여러 번.진 대표는 옆에서 이것을 보고 있었고, 얼굴에는 어두운 빛이 돌았다.진 대표가 그녀를 보는 것을 눈치챈 신은지는 대충 둘러댔다. “미안합니다, 진 대표님. 제가 결벽증이 있어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진 대표는 손을 비비면서 얘기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얘기를 마치고, 그는 화장실에 가지 않고 자리를 떴다.신은지는 손이 붉어 질 때까지 손을 씻었고, 그제야 물을 껐다. 그녀는 진 대표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손이 닿은 후 그녀는 심기가 불편했다……비록 그는 성의껏 사과를 했지만, 그의 눈빛은 그녀를 너무 힘들게 했다.박태준에게 그저 20억 원만 요구했던 것이, 그야말로 손해 그 자체였다!그녀는 휴지로 손을 닦고, 진 대표가 갔을 거로 생각하고,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그녀는 나유성을 만났다……그는 전화하고 있었고, 보아하니 공적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을 잡았고, 그녀가 문을 열자, 그녀의 살기를 느끼면서 유유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여긴 내 방이야, 당신 왜 이래?”박태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얘기했다. “씻고, 자고.”그는 태연하게 얘기하고, 웃으면서 그녀의 한계를 도발했다.박태준은 분명히 고의로 그런 것이다. 그의 모습을 보니, 그녀는 진짜로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신은지가 예약한 방에 침대는 하나였다. 창가에 작은 소파 하나 있는 것 외에, 다른 휴식할 곳은 없었다.박태준은 존귀한 존재라, 절대로 소파에서 자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그녀는 모욕을 참으면서 그와 같은 침대에서 자야 하거나, 소파에서 자거나 둘 중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그가 넓은 침대에서 다리 뻗고 자는 것을 보니, 자기 돈으로 예약한 방인데, 신은지는 입술을 깨물고 짜증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 “당신 방으로 돌아가서 자.”여기 온천 호텔에, 스위트룸은 없지만, VIP 온천실은 있었다.“우린 부부야, 각방을 쓰면, 다른 사람이 우리 사이를 오해할 수 있어.” 박태준은 헛소리하고 있었다. “진 대표님과 그분 부인이 원하는 상대는, 부부 사이가 좋은 사람이야. 잊었어? 당신은 내 돈을 받았어.”신은지 “……”이 남자 얼굴에 ‘돈을 받았으면 일해’ 라는 표정이 가득했다.그리고, 진 대표 부부에게 사이가 좋다는 단어를 쓰다니, 그녀는 역겨웠다. 박태준은 모르고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사이가 좋다는 단어를 그런 사람한테 쓰다니.신은지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얘기했다. “상대방이 당신과 계약하는 것은, 당신 회사의 능력을 보고, 당신의 능력을 보고 하는 것이지, 우리 사이를 보고 그러는 것이 아니지 않나?”박태준은 헛기침하고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욕실에 갔다.그녀는 욕실 문이 닫힌 것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때 그녀는 옷장 안에 있는 가운을 보게 되었다. 그가……가운을 잊고 챙기지 않은 모양이다.그녀가 가운을 무시하고
진 대표 부인은 즐거워하면서 향수를 받았다. “고맙습니다. 싫어할 리가 있겠습니까?”그녀는 가방에서 선물하나 꺼냈다. 안에는 다이아몬드 팔찌가 있었다. 많이 비싼 것도 아니고, 한정판도 아니었다. “이건, 제가 전에 쇼핑하면서 산 것입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제 성의이니, 향수 받은 것도 고맙고. 받아주세요.”신은지는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 새로 산 다이아몬드 팔찌와 쓰던 향수를 바꿀 수는 없었다. 이건 너무 티 나는 거래이기에, 그녀는 절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사모님, 이건 제가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향수를 살 때 그저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사모님께서 이런 손해를 보게 하실 수는 없습니다.”“은지 씨, 이건 제 남편이 한 실수에 대해 사죄하는 것입니다. 오전에 남편이 갑자기 그런 실수를 해서……저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면, 실수를 좀 해요. 그래서 오전에 그만……”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진 대표 부인은 이미 팔찌를 그녀 손에 쥐어주었다.사죄한다고 하니, 신은지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상대방이 수표를 주지 않은 것이었다!다른 사람의 물건을 받았으니, 그녀도 인사치레는 해야 했다. “사모님과 진 대표님 사이가 아주 좋으시네요.”사모님은 씁쓸하게 웃었다. 선물을 서로 주고받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저희는 가족들이 정해준 결혼을 했어요. 결혼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문에서 많은 사람을 보여줬지만, 이 사람이 제일 성실해 보였고, 가정을 잘 보살필 것 같아서……”신은지는 앞에 얘기를 듣고, 이후에 무슨 얘기할지 알 것 같았다. 막장은 역시 모두 똑 같은 레퍼토리였다.역시, 진 대표 부인이 이어서 얘기는 그녀의 예상과 같았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랬어요. 결혼하고 2년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그 후에 아이가 생기고, 본 모습이 나왔어요. 당당하게 밖에서 살림을 차리고, 집에도 잘 오지 않았어요.”신은지는 진 대표 부인과 잘 알지 못했다. 이런 사적인 얘기를 듣고 나니, 조금 어색
진 대표는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게 했다. 아마 자기 목소리가 더 매력 있게 들리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하지만, 신은지는 그 목소리에 놀라서 몸을 떨었고, 휴대폰을 소리 나는 곳으로 던졌다.‘팍’ 하는 소리와 함께, 진 대표는 비명을 지르면서 얼굴을 막았다. 코에서 피가 흘러 땅에 떨어졌다.“진 대표님, 괜찮으시죠?” 신은지는 허겁지겁 가방에서 휴지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가 종이를 가져오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릴 적 스토킹 당한 적이 있어서요. 그래서 많이 민감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접근하면, 제가 억제되지 않아서요.”진 대표는 지금 머리가 아파서 윙윙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신은지가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그에게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신은지 뺨을 때렸을 것이다!코피는 계속 흘렸고, 그는 코뼈가 부러진 줄 알았다.젠장, 독하네!신은지 “진 대표님, 잠시만 참아주세요. 제가 가서 수건을 찾아오겠습니다.”5분 뒤, 진 대표는 극진한 아픔에서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할 때, 신은지가 뛰어왔다.그리고, 그의 앞이 어두워지면서, 수건 하나가 그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곧 다시 손이 그의 코를 쳤다. 그는 코를 막았다!조금 가셨던 아픔이 다시 전해졌다.아픈 나머지 그는 식은땀이 흘렀고, 한마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힘껏 신은지의 손을 뺐다……진 대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젠장, 수건이 피를 다 빨아가겠네!신은지는 수건 사이로, 그의 코를 힘껏 비틀었다. “제가 어릴 적 코피를 흘리면, 어머니가 저에게 이렇게 해 줬어요. 아니면, 과다 출혈로 쓰러져요.”진 대표는 그녀를 째려보았다, 신은지가 가져온 것은 크고 두꺼운 수건이었다. 그는 호흡하기도 힘들었고, 순간 어지러웠다.그가 과다 출혈로 쓰러지기 전에, 이 여자 때문에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질식으로 인한 공포감으로 그는 발버둥 치면서 힘껏 신은지의 손을 내렸다. 수건은 땅에 떨어졌고, 진 대표는 코와 얼
신은지는 그의 품에 안기게 되었고, 머리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한참 후에 기침은 멈췄고, 그녀는 머리 들어 죄를 묻는 듯 그에게 얘기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그녀의 눈은 온천에 빠진 것 때문에 붉어졌고, 긴 눈초리에 물방울이 맺힌 것이, 이 순간 너무 가엽게 느껴졌다.사람에게 그 생각이 들게 끔……박태준은 숨을 넘기고, 얘기했다.괴롭히려고.신은지는 눈이 아팠고, 목청도 아팠다. 온천에서 휴식을 취하려던 것이었는데, 결국엔 물 먹고 죽을 뻔했다.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했고, 불만 가득한 말투였다. “당신 어떻게 들어왔어?”그녀는 문을 잠근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박태준이 아무 말도 없자, 그녀는 그를 보았다. 그녀를 멍청하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그의 태도는 티가 나지 않았다.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신은지는 더욱 화가 났다. “당신 왜 이렇게 제멋대로야? 요청하지 않았는데 허락 없이 들어오고.”이 온천에 더 이상 있기 싫어서, 그녀는 말을 마치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두 걸음도 가지 못하고 남자에 의해 다시 돌아왔다.“제 멋대로?”박태준은 몸을 돌려 차가운 입술을 그녀의 가까이에 댔다. 차가운 손이 그녀를 만지고 있었다, “우린 부부야, 같이 온천을 하는 것이 어때서?”신은지는 얼굴을 붉혔다. 몸은 굳은 채 그의 품에 안겼다.두 사람은 옷을 얇게 입고 있었기에, 신체적인 접촉은 피면 할 수가 없었고, 서로 신체적인 변화를 느꼈다……박태준의 그 곳은 팽팽하게 변했고, 예쁜 얼굴을 보니, 그리고 물에 젖은 모습을 보니, 참기가 어려웠다.그는 깊은 눈으로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붉은 입술을 보면서 눈을 감고, 침을 삼켰다. 한참 참았지만 결국에는 그 충동을 참지 못했다,신은지는 이 상황에서 그를 자극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참는다는 것은, 진정한 남자가 아니면,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역시, 박태준은 둘 다 아니었다.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당신 여기 왜 왔어?”“온천 하러.”이 나
”은지 씨” 진 대표 부인이 낮은 소리로 신은지를 불렀다. 신은지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고, 그녀의 부름에 깜짝 놀랐다. “어디 불편하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신은지는 피부가 희고,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안색이 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진 대표 부인은 그저 그녀가 천천히 걷자, 말을 걸었을 뿐이었다.그녀의 얘기를 듣자, 앞서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췄다.신은지가 머리 들자, 진 대표와 눈이 마주쳤고, 그 사람은 그녀를 그윽하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성실한 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안색이 변하는 것이 이렇게 빠를 수가, 그녀 외에 누구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박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 아파?”아침에 문을 열 때는 화가 나 있었고, 생기가 있어 보였는데.신은지는 다른 사람이 주시하는 것이 싫었다. 그녀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 침대가 불편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뿐이야.”박태준은 그녀에게서 귀찮아하는 낌새를 눈치챘다. 손을 내밀어 관광버스를 세우면서 입을 열었다. “시간도 비슷한데, 차를 타고 가죠.”신은지는 몇백 미터만 더 가면 되기에, 머리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말이 아직 끝나기 전에, 박태준은 그녀 앞으로 다가왔고, 그녀의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 “침대가 불편해? 당신이 신당동에서 나올 땐, 전혀 그런 습관이 없었는데.”비꼬는 말투가 섞였고,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신은지는 그저 웃음으로 넘겼다. “아무리 좋아하는 양말도, 오래 신으면 버려야 해. 좋아한다고, 평생 둘 수는 없잖아. 냄새가 많이 나는데.”박태준은 눈을 지그시 감았고, 냉정하게 얘기했다. “당신 지금 돌려서 나를 욕하는 거야?”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몇초 후, 신은지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갑자기 발견한 건데, 당신 장점이 아주 많아.”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고, 그 뜻 역시 잘 이해하니, 절대적으로 비상한 사람이다. 박태준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진 대표
안았다고 하기보다는, 끌고 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신은지가 술을 마신 탓에 지금은 정말 속이 울렁거렸다.계약도 체결했고, 그녀의 임무도 완료했으니, 그 사람은 이젠 각자 길을 가는 사이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많이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성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를 3년 동안 참아줬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도, 그의 무례함은 참기 힘들 것이다. “우리 계약 관계는 끝났어.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은 업무 시간 외의 일이야, 난 지금 업무 시간 외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래서……”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얘기했다.“묻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신은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가려고 했다. 그녀의 방은 6층에 있었고, 레스토랑은 2층에 있었다. 그녀는 4층을 걸어서 올라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박태준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멀어지기 전에, 박태준은 또 한번 그녀를 잡아당겼다.“띵……”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박태준은 강제적으로 신은지를 안았다.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람과 마주하게 되었다……나유성은 엘리베이터 밖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보고, 의아해하는 눈빛이 스쳐 지났다. 박태준과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지만, 두 번째로 그가 감정을 억제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냉기는 감출 수가 없었다.그리고 또 한번은……그 생각을 하니, 그는 아직도 손이 아파왔고,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었다.하지만, 나유성은 바로 웃으면서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태준, 은지.”신은지는 그를 향해 웃었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더 이상 박태준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혼인 관계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람은 애초에 그녀가 박태준과 결혼하는 것을 말렸던 사람들이다. 그때 그녀가 했던 얘기가 그녀의 뺨을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짝” 아픔이
정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연우가 들고 있는 꽃을 무심하게 훑어보았다.“연우 도련님, 이건 또 무슨 의미야?”“공 비서가 오늘이 여성의 명절이라고 했어.”“그래서?”주위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고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정민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정민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논의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담뱃갑을 더듬었다. 옆의 재떨이엔 얇은 층으로 쌓인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민아가 피운 것임을 립스틱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고연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가 담배를 피우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지 않았다.얇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민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담뱃불은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을 비췄다. 그 순간, 눈 속의 차가운 무관심이 한층 누그러져 보였다. 은빛 실처럼 가늘게 펴지는 연기 너머로 정민아는 당당하고 제멋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민아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고연우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다음 순간 정민아가 말했다.“고연우, 너 이상한 거 아니야?”“그렇지. 이상하지 않았다면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고연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시간 됐어. 레스토랑으로 가자. 예약해 놨어.”정민아는 이미 샘플 수정으로 지쳐 있었는데 고연우의 집요함이 정민아를 더욱 짜증 나게 했다. 고연우의 고급스러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자 정민아의 머릿속에 문득 나쁜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그의 코트에 대고 눌렀다.‘치...’불꽃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는 냄새가 코트에서 퍼져 나왔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꺼진 담배꽁초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꺼져.”고연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의 타는 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아의 손을 잡았다.“이 코트는 가격이 6자리 숫자야.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어. 나와 저녁 정도는 함께 먹어줘야 하
고연우는 벨트를 풀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승부욕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그런 암흑 같은 분위기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아.”정민아는 원래 고연우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고연우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니 고연우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정민아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연우는 옷을 반쯤 벗었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히 긴장되었으며 술기운에 물든 피부는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곧 무언가가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 고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정민아가 말했다.“요즘 운동 안 했어?”고연우는 어이없었다.“?”정민아는 손바닥을 고연우의 가슴 아래쪽에 대고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고는 평가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이 좀 줄었네.”“...”정민아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연우를 응시했다. 고연우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옷을 다시 입고 정민아의 손을 자기 몸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더니 문을 향해 나가며 화가 난 듯 정민아를 한번 매섭게 쳐다보았다.“네가 이겼어.”완전히 흥미가 사라졌다....며칠 동안 고산그룹 대표실이 있는 층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공민찬이 급한 서류 묶음을 들고 고연우에게 사인을 받으려 일어서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 최민영이 가방을 들고나와 미소를 지으며 공민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공 비서님.”공민찬은 다가서며 말했다.“최민영 씨.”최민영은 사무실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연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최민영 씨, 잠시만요”공민찬은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우선 접대 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최민영은 눈썹
고연우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가세요. 나중에 송씨 아주머니한테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세요.”“도련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하린은 우유를 들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저 예전에 마사지도 배운 적 있는데, 제가...”“그만 나가.” 고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다. 우유가 쏟아지며 더럽혀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그는 얼굴은 굳어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 한참 후에야 한 마디 내뱉었다.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하린은 고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도련님, 정말로 사모님께 저를 보내셨습니다.”“나가세요. 앞으로 제 허락 없이는 서재에 들어오지 마세요.” 하린은 금수저 남편을 찾기 위해 가사 도우미로 취직했다. 이를 위해 매니저에게 봉투까지 건넸지만 고연우의 사늘한 태도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서재를 나오자마자 난간에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모님...”하린은 갑자기 발걸음 멈추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불순한 의도를 품었던 그녀는 사모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드시지 않았어요...”비록 정민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하린은 괜히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몇 번 더 가져다주세요.”하린은 정민아의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재벌 부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를 찾아주는 걸까? 설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다 사생아라도 생겨 상속 분배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 생각인지.’그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련님께서 송씨 아주머니한테 익숙해졌는지 저를 좀 꺼리시는 것 같아요. 아
다음 날.정민아와 사연희는 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야...”주소월이었다. 사연희는 정민아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주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절친이라도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초대장 몇 개 빼놓고 못 보낸 것 같은데, 금방 보내고 올게. 쇼에 관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주소월을 흘끗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소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어젯밤에 충분히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소월이 여전히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 밤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겠니?” 정민아가 거절할까 봐 주소월은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가 쇼를 열잖아? 오늘 밤 연회에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잠재 고객을 몇 명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지금 그 무리에서 잠재 고객을 발전시키라는 말씀이세요?”그녀와 최민영의 갈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못한 사람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고 반면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좋은 사람은 고아 때문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주소월은 정민아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민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를 데려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너한테 이렇게 상처만 줬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저를 정씨 가문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또... 그 미친놈으로부터 구해줘서 고마워요.”마치 세월의 흔적을 덮은 한 자루의 칼처럼 서서히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민아야...” 주소월은 울먹거리며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그
정민아는 문을 열고 지친 몸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갈아신던 중 슬쩍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아주머니, 제가 전화드렸잖아요. 저녁 먹고 온다고,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차렸어요?”송씨 아주머니는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연우라는 말을 듣자 정민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아가씨...”송씨 아주머니가 망설이며 그녀를 불렀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제가요?” 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봤다. “왜요?”“도련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는데... 두 분 혹시 싸우신 거 아닌가요?”“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다고 제가 달래줘야 하나요? 그럼 왕자님, 저녁 드세요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네요?” 정민아는 피식 웃더니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먹든 안 먹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먹기 싫으면 굶으면 되죠.”송씨 아주머니는 시선을 정민아 뒤쪽으로 옮기더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정민아가 뒤돌아보자 고연우는 난간에 기댄 채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옷자락은 허리선에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뽐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배경처럼 흐릿해 보이게 만들었다.고연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저녁 먹자.”사실 그는 조금 더 튕기고 싶었지만 계속 자존심을 부리다 이 무심한 여자는 그냥 가버릴 것 같았다.정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이미 먹었어.”“네가 장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해결해 줬더니, 겨우 도시락 하나 사주는 거냐? 정민아, 너 정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적 없어.”정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하자 덜 말려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하얗고 맑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위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어 고연우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그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방안에 가득 찬 정민아의 향기가 그림자마냥 고연우의 주변을 맴도는 탓에 고연우는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술기운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고혹적인 자세 때문인지 고연우는 머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에 정민아는 문을 열고는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내가 불편해지면서까지 다른 사람한테 맞추긴 싫거든. 그러니까 일단 최민영부터 죽이고 와서 사랑 타령해.”“... 다른 건 안 될까?”“다른 거 뭐?”정민아의 산만한 시선이 고연우의 몸에 머물렀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보는 듯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너한테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뭐 다른 게 있긴 해?”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모욕적인 말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웃긴 건 정민아의 말에 고연우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아무리 봐도 돈과 권력 외에는 정민아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 없어 보이는 듯한 몸에 고연우는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기생오라비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어.”정민아가 혹여 듣지 못할까 봐 고연우는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고연우는 저에게도 이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필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얼굴 자랑 말고 가서 약이나 좀 사지 그래? 내가 너에 대한 흥미는 약의 자극을 받아야만 생길 것 같거든.”머리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아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입안에는 분노 가득한 험한 말들이 서러움과 함께 맴돌고 있었다.“넌 앞으로 그냥 말을 하지 마.”
고연우의 질문에 정민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대학 때 후배.”그 말에 고연우는 아까 정민아를 보던 임우빈의 이상한 눈빛을 떠올리며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물었다.“쟤가 너 좋아해?”“응.”“...”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을 해버리는 정민아에 말문이 막혀버린 고연우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너 저렇게 기생오라비 같은 놈 좋아했었어?”정민아의 성격 때문에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임우빈한테 유난히 관대한 것만은 보아낼 수 있었다.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민아 앞에서 주책맞게 떠들어 댄 게 자신이었다면 정민아는 진작에 제 머리를 비틀어 화분으로 삼겠다고 협박했을 것이다.정민아는 언짢아 보이는 고연우를 보며 말했다.“기생오라비 같은 게 아니라 어린 거야. 턱선이 당신처럼 뚜렷하진 못해 그래서. 그리고 뒤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는 건 격 떨어지는 일이야, 고연우 도련님.”고연우 도련님이라는 단어에 올라가는 억양을 붙인 게 아무리 봐도 조롱 같았던 고연우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턱선이 나보다 뚜렷하지 못하고 어려서 그렇다고? 그럼 뭐 나는 늙었다는 소리야? 그리고 내 앞에서 내 아내를 탐내는 데 내가 얼마나 격을 차려야 한다는 거지? 난...”고연우는 간신히 튀어나오려는 험한 말을 참아냈다.“곧 이혼할 건데 뭘.”“꿈 깨.”혈관 속에서 불꽃이 튀기는 것 같은 느낌에 원래도 나빴던 기분이 더 완벽히 잡쳐버린 고연우는 정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이혼에 합의 안 할 거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사이에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어.”고연우의 말에 정민아가 문고리를 잡아 내리며 대꾸했다.“그럼 아직 살아있으니까 납골함이라도 직접 골라. 귀신 돼서도 네가 직접 고른 집에 있으면 기분이라도 좋겠지.”“정민아, 너...”고연우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눈앞에서 문이 “펑” 소리를 내며 닫혀버린 탓에 하마터면 거기에 얼굴을 맞을 뻔한 고연우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누가 이딴 식으로 짜증을 내고 들
말을 안 하고 앉아있는 정민아에 기사는 정민아가 슬퍼하는 줄로 알았지만 그렇다고 한낱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답답한지 기사는 의자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진심으로 좋아하면 시험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솔직하게 알려줘야죠. 이런 식이면 남자는 점점 더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모든 남자들이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여자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도 없어요.”“저도 남자예요, 믿어도 좋아요.”끊임없이 말하는 기사가 귀찮았는지 정민아는 고개를 돌리며 짧게 대꾸했다.“응, 믿으니까 출발해 빨리.”정민아가 고연우를 시험하는 건 그가 저를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주 씨 집안 간의 계약이 성사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지금 보니 이 길은 이미 글러 버린 것 같았다.임우빈은 한 손으로 좌석 등받이를 당기며 고개를 돌려 정민아를 바라보며 그 나이대 특유의 당찬 표정을 하고 말했다.“저렇게 양옆에 여자나 끼고 다니면서 여러 사람 홀려대는 남자는 믿음직스럽지 못하잖아요. 누나 관심을 받을 자격도 없죠. 저는 어때요?”임우빈은 제 이두근을 자랑하며 말했다.“젊고 잘생긴 데다가 체력도 좋고 무엇보다 일편단심이에요. 누나 말곤 아무도 안 봐요, 길가는 암컷 강아지한테 눈길 안 줄 자신 있는데.”“... 너희 엄마는 네가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은 여자를 집안 며느리로 들이려 한다는 사실 아니?”정민아의 말에 임우빈은 툴툴대며 대답했다.“많이는 아니죠, 고작 세 살인데. 오버는 하지 말죠. 그리고 내가 정말 누나를 집에 데려가면 우리 엄마는 엄청 좋아할걸요. 적어도 앞으로 두 세대는 미모는 보장할 수 있으니까.”임우빈은 정민아의 대학교 후배였는데 1학년 때 운동장에서 정민아를 처음 본 순간 그녀에게 반해버려 결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제대로 들이대 보지도 못하고 정민아가 퇴학을 해버리는 탓에 겨우겨우 수소문해서 정민아가 있다는 경인시까지 와서 대학원을 다니고 여기서 취직
사연희는 잔뜩 감동한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우리 가게 때문에 민아 씨만 고생했네요.”안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노 대표님의 생각을 바꿀만한 둘레의 허벅지를 찾는 건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 시간이 촉박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시간은 그저 노 대표님이 술을 깨기 위한 시간이었다.사연희가 오해한 걸 알아차린 정민아는 해명하기도 귀찮아져 그냥 사연희를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그때 공민찬이 나오면서 말했다.“고 대표님, 방금 룸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사모님의 머리카락 한 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고연우는 공민찬을 흘겨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너만 입 달렸어?”“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공민찬은 사과 하나는 빨리하며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사모님께 말씀은 하셨어요?”“...”“대표님, 계속 이런 식으로 하시면 사모님 마음 못 돌려요. 사모님이 최민영 씨한테 괴롭힘 당할까 봐 문 앞에 사람까지 세워서 지키시면 뭐해요, 이런 건 대표님이 말씀 안 하시면 사모님은 영영 모르실 텐데요. 그럼 감동도 못 받으실 테고 사모님이 감동하지 못하시면...”그런 공민찬을 보던 사연희는 주먹을 말아쥐며 입술을 깨물더니 정민아에게 귓속말을 했다.“안 되겠어, 나 여기 더는 못 있겠어.”밖으로 나가기 전 사연희는 한 번 더 공민찬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사연희가 만약 공민찬처럼 말 많고 사실만 얘기하며 아픈 데를 콕콕 찌르는 비서를 뒀다면 얼마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을 텐데 무표정으로 듣기만 하는 고연우를 보니 허벅지 대표님의 성격은 꽤 차분해 보였다.“입 다물어.”그 차분한 고연우도 더는 듣기 싫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공민찬 손에 들려있던 차 키를 뺏어 들고는 정민아를 보며 말했다.“가자.”“응.”정민아의 대답을 들은 고연우의 발이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가 한참 만에 땅에 닿았다.정민아의 조롱 섞인 거절이거나 분노는 너무나 익숙하고 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