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거실은 봄처럼 따뜻했고, 도우미들은 쟁반을 들고 주방을 드나들었고, 식탁 한가운데에는 면 두 그릇이 놓여 있었고, 아름다운 3단 케이크도 있었다.오늘은 진시아 34번째 생일이다.그녀가 특별히 일찍 퇴원한 것은 조은혁과 그녀의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였다.밖에는 가랑눈이 흩날린다.보름 동안 내린 이번 눈은 벨린 전체를 눈에 파묻히게 해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진시아는 휠체어를 움직여 조은혁의 뒤로 다가갔다.그녀는 가볍게 그를 껴안고 중얼거렸다.“은혁 씨, 전 이 눈이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바라요. 그러면 당신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니까. 은혁 씨, 제가 꿈을 꾸는 거예요? 정말 그녀와 헤어지고 나랑 같이 있어 주는 거예요? 전 정말 두려워뇨... 단지 좋은 꿈일 뿐일까 봐 두려워요. 만약 꿈이라면 전 차라리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거예요. 이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에만 간직하고 싶어요.”그녀는 그를 꼭 껴안았다. 미친 듯이 기뻤다.“당신이 저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저는 모든 것을 용서할게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기만 한다면!”사랑?조은혁이 움찔했다.그는 결코 진시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는 가장 뜨거울 때일지라도 그저 남녀간의 정욕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들이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여자와 많이 놀아나봤기에 그는 흥을 깨는 남자가 아니었다. 관계를 할 때 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그 단어를 말했는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그는 여전히 창가에 서서 밖에 쌓인 눈을 보고 있다.그가 여기에 온 지도 보름이 되었다.그 동안 박연희는 연락을 한 번도 안 했다. 한 번도.어젯밤, 그는 진시아를 데려왔다. 비록 그들은 함께 방을 쓰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같이 살 것이라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 대한 계획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하와이 혹은 B시로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박연희가 거기 있다.박
"듣자 하니, 사모님 쪽에서 대표님을 찬거라던데!”...진시아는 부엌 문 앞에서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예전 같으면 진작에 그녀들에게 귀싸대기를 날린 후 떠나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감히 할 수 없다. 조은혁이 그녀가 도우미를 학대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를 화나게 할까 봐.진시아의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출혈이 심하게 났다.한참 뒤, 그녀는 필사적으로 휠체어를 움직여 황급히 떠났다.한 도우미가 그녀의 존재를 알고 당황했지만 다른 한 명이 말했다.“뭐가 무서워! 다리가 부러져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만약 저 여자가 우리를 각박하게 대하면, 화장실에 가려고 할 때 우리는 못 들은 척하고 저 여자가 바지에 오줌을 싸게 하면 돼. 그럼 온 몸에서 지린내가 나겠지.”다른 한 도우미가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두 명의 나이 많은 도우미가 뒤에서 진시아를 모욕했다...진시아는 로비로 돌아왔다. 그녀는 억울해서 펑펑 울고 싶었다. 그녀는 히스테리를 부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녀는 조은혁이 그녀가 성질을 통제할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히스테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그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야말로 사모님 자리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비록 그녀에게 장애가 있더라도 그녀는 의족을 장착할 수 있었고 여전히 그와 함께 접대하고 사업을 할 수 있다.그들은 금슬 좋은 한 쌍일 것이다.그녀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조은혁은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심지어 그녀의 생일 케이크도 겨우 한 입만 먹고 통창 앞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그대로 가만히 앉아 멍하니 바깥의 눈 내리는 밤을 바라보았다.진시아는 미칠 지경이었다.이건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어렵게 함께하게 됐는데, 왜 그는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걸까?왜?왜 그는 밤에 잠을 자면서도 자기와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지 않을까?그녀는 불안했다.그녀는 그가 자신의 장애를
박연희가 그에게 시간을 줬다.그녀는 지척에 있었다. 분명히 그는 여자를 꼬시는 데 도가 텄지만 이때는 왠지 말문이 막혔다.미안하다는 네 글자는 박연희가 입은 상처에 비해 너무 간단해 보였다.결국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쉰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몸은 좀 나아졌어? 언제 하와이로 돌아갈 예정이야?”박연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한참 뒤, 그녀는 말했다.“모레요. 모레 눈이 그치면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이륙할 수 있어요.”“하와이? 아니면 B시?”그는 박연희가 그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급하게 물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하와이요. 우리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잖아요? 하와이에서 이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녀는 한마디에 이혼을 두 번이나 말했다.조은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결국 그녀가 말을 철회하게 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철회할 수가 있을까.결국 그들은 모두 이혼을 해야 했다. 게다가 이건 그가 내린 선택이었다.“걱정 마. 너에게 최대의 지원을 해줄 게. 만약 네가 원한다면, 난 여전히 예전처럼 너를 돌봐 줄 수 있어.”박연희는 부드럽게 웃었다.봄바람이 조은혁의 가슴에 와 닿는 듯 했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그의 눈을 시큰하게 했다.“조은혁 씨, 전 그녀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의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아요.”그녀는 말을 마치면 전화를 끊을 것이다.조은혁은 전화를 끊기가 아쉬워 연이어 그녀를 불렀다.“연희야!”하지만 박연희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조은혁은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뚜뚜뚜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서글퍼했다...그는 전화기를 버리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 조진범과 박연희를 생각했다.바로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이어서 도우미가 말했다. “조 대표님, 주무세요? 진시아 씨가 몸이 좀 안 좋으시다고 하셔서, 와서 좀 봐달라고 하십니다.”만약 방금의 전화가 없었다면 조은혁은 그녀에게 갔을 것
도우미는 땅콩을 먹으며 남몰래 즐거워하고 있었다.진시아가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아주머니! 아주머니!”문득 그녀가 말을 멈추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 밑을 보았다. 침대 시트가 젖었고 물이 천천히 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너무 흥분해서 요실금까지 왔다.진시아는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나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조은혁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가 지금 그녀가 이렇게 초라하다는 것을 안다면, 그녀는 감히 그가 그녀를 어떻게 바라볼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그는 그녀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키고 의사를 찾아가서 몸을 요양해야 한다. 그녀가 병을 고치기만 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필사적으로 강해지려고 했다.하지만 몸 밑의 노란 얼룩을 보자 그녀는 결국 수치스럽게 울었다....다음날, 그녀는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았는데 마침 조은혁이 밖에 있었다.그녀는 기회를 틈타 의사에게 물었다.의사는 그녀에게 골반 운동을 꾸준히 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진시아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기분이 조금 좋아져서 조은혁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가는 길 내내 그는 팔꿈치로 턱을 괴고 차창 밖을 바라보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그가 또 그 천한 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진시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번쩍이는 검은색 캠핑카가 천천히 별장에 들어가 멈춰 섰다.간병인이 달려와 휠체어를 가져다주고 부축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옆자리에 있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은혁 씨, 안아줄래요?”조은혁은 담담하게 그녀를 한번 보다가 차 문을 열고 말했다.“길이 미끄러우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진시아는 끈질기게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입술이 끊임없이 떨렸다.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욕을 한마디 했다.“조은혁...
그는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더 이상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면목이 없었고 다시 함께 살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이혼하기로 했다.그는 진시아와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다.지금 그녀는 미치광이였다.그녀에게서 더 이상 여성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녀와 함께 있는 매 순간마다 그는 억압을 느꼈다.조은혁은 담배를 뻑뻑 빨더니 천천히 내뱉었다.한숨 사이로 가슴에 둔한 통증이 느껴졌다...다음날 하루 종일 그는 창가에 앉아 동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박연희는 지금쯤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를 향해 날아갔을 테다...저녁 무렵.문 앞에서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진시아 씨가 같이 저녁을 하시자고 합니다.”조은혁은 몇 초 동안 묵묵히 있었다.그 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고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진시아는 오늘을 위해 특별히 꾸몄고 정교한 메이크업과 예쁜 민소매 드레스를 입었다.하룻밤 새 그녀는 냉정해졌다.박연희가 갔을 때, 조은혁이 슬퍼서 기분이 안 좋을 때, 그녀는 좀 더 상냥해야 한다...그녀는 클래식 음악을 틀었고, 왼쪽 다리의 고통을 참으며 의족을 달고 다정하게 조은혁을 춤에 초대했다.하지만 조은혁은 흥이 나지 않았다.그는 식탁에 앉아 말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무슨 춤을 춰.”진시아가 그의 목을 뒤에서 껴안았다.“아직도 그녀를 생각해요?”“그럴리가.”“그럼 증명해 봐요!”진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다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도우미들이 보는 앞에서 한쪽 민소매 끈을 살짝 풀었다... 눈처럼 흰 속살이 보였지만 조은혁은 전혀 욕구가 일어나지 않았다.그는 눈살을 찌푸렸다.“장난하지 말고, 밥이나 먹지.”진시아는 조금 화가 났다.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로잡고 자신의 몸을 보라고 했다.“조은혁 씨, 제가 이렇게 벗었는데도 보고 싶지 않아요? 이래도 당신 마음속에 그녀가 없다고 할게예요? 당신 마음속에 그녀가 없는 데 웬 정조를 지키고 있어요!
그 기사를 조은혁은 대여섯 번 보았다.기사의 말미에는 사진 한 장을 첨부했는데 물건 원주인의 사진이었다. 그는 꽤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로 조은혁의 눈에도 익었다.그는 사진을 주시했다.약 2분 정도 지난 뒤 그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났다.그 의사는 박연희를 진찰 봐 준 적이 있다.당시 그는 결과를 직접 듣지 못했고, 박연희가 그에게 아이가 잘 자라고 있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믿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조은혁이 벌떡 일어났다.그는 현관으로 가서 외투를 걸치고 차 열쇠를 쥔 채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뒤에서 진시아가 소리쳤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는 거예요? 밖에 눈이 다 얼었는데, 조은혁 씨 당신 정말 죽고 싶어요?”그녀는 쫓아와 그의 팔을 끌었다.“그 여자 찾으러 가는 거죠?”“그 여자는 이미 떠났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그녀와 헤어지려고 한 건 저한테 사죄하려고 그런거예요. 조은혁 씨, 벌써 잊었어요?”...조은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통과했고 잠시 후 밖에 있던 검은 카이엔을 타고 떠났다.달빛은 차가웠고, 눈은 녹지 않은 채 잣나무 가지를 누르며 바람이 불때마다 소리를 냈다.검은 차가 질주하고 타이어가 지면에 깊은 자국을 내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동반했다.진시아는 현관 입구에 서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가 차를 멀리 몰고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그 섹시한 드레스는 우스꽝스럽고 쓸쓸해 보였다.그녀는 중얼거렸다.“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어. 겨우 며칠 함께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그 여자를 찾아가... 그 천한 년에게 무슨 마력이 있어서 그가 이렇게 죽고 못사는 거지?”도우미는 관심하는 척 했다.“진시아 씨, 저녁 식겠어요. 대표님이 안 계시더라도 잘 드셔야 해요. 남자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해요.”진시아가 냉소했다.“지금은
그 후, 그는 박연희가 물건을 보관하는 옷장을 열었다. 그가 선물한 귀한 옷과 장신구는 모두 없어졌고 옷걸이에 잠옷 몇 벌만 걸려 있었다.잠옷은 그녀가 입었던 것이다.그 뜨거운 밤, 그녀는 그것들을 입고 그의 몸 아래에서 울부짖었다...그래서 그녀가 이 옷들을 가져가지 않은 거겠지.조은혁은 옷장 문을 닫고 나갔다. 그는 침실 침대 옆에 앉아 천천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천천히 불을 붙여 피웠다.옅은 연기가 피어올라 그의 두 눈을 흐리게 했다.그는 박연희가 물질적인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그런 것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물건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단 하나의 가능성만 있었다.그녀가 물건을 전부 팔았다.그의 긴 손가락이 하얀 담배를 쥐고 있었다. 턱을 살짝 치켜든 조은혁은 담배를 비벼 끄려고 고개를 숙였다.그러다가 우연히 서랍의 틈을 보았다.그 안에는 하얀 약병이 있었다.조은혁은 담배를 물고 손을 뻗어 서랍을 열고 그 작은 약병을 들어 훑어보았다.독일어로 글이 쓰여있었다.[낙태약의 일종.]조은혁은 한참동안 그 작은 글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 근육이 팽팽하게 조이고 두 볼이 깊게 패였다. 그는 이를 갈아야만 지금 이 감정을 자제할 수 있었다.그는 그날의 이른 아침이 생각났다.그날 박연희는 어쩐지 유순했고, 옷방에서 그의 몸을 감으며 안겨왔다. 평소의 그녀라면 침실 외의 다른 장소에서 그와 관계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그날 그녀는 너무 열정적이었다.그 후, 그는 화장실로 갔다.그리고 그녀는 아마 그때 낙태약을 먹었을 것이다.그녀는 일부러 그를 흥분시켰다.조은혁은 병을 꽉 움켜쥐었다.그가 김 비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여 조금도 기분이 나쁜 티가 나지 않았다.“별장에 와. 내 말은, 나와 연희가 살던 별장.”한편, 김 비서는 가슴이 벌렁벌렁했다.조 대표님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밤새 운전해서 왔다. 등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하지만 박연희 씨는!”“그녀는 우리와 달라요.”...김 비서는 단숨에 말을 끝냈다.그녀는 조은혁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시아의 다리와 자궁이 없어진 건 확실히 자신과도 관계가 있었다. 그녀가 박연희를 도왔기 때문이다.그녀는 아마 실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조은혁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한참 뒤, 책상 위에 놓인 담뱃갑을 들고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가 입을 열었다. “김 비서, 속죄하는 의미로 그 의사를 찾아내. 날이 밝기 전에 그를 만나야겠어.”김비서는 코끝이 찡해졌다.“네! 대표님.”그녀는 어두운 밤에 떠났다.김 비서는 조은혁의 성질을 알고 있다. 만약 그가 정말로 화를 낸다면 그녀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애교가 넘치는 진시아도 아니었기에 그가 그녀를 봐 줄 이유는 없었다.김 비서는 일 처리가 깔끔하다.날이 밝아오자 독일 의사는 별장으로 끌려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가 고개를 들어 소파 위의 귀한 남자를 바라보았다.하얀 셔츠, 가지런히 빗어 넘긴 올백머리, 오똑한 코에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만 너무 날카로워서 음울해 보이고, 온몸이 저기압에 싸여 있었다.독일 의사가 그를 알아보고는 얼굴에 두려움을 띠었다. 그는 모두 자백했다. “사실 그 아이는 건강하지 않았습니다. 심장 발육이 좋지 않았어요. 사모님이 저에게 그 반지를 주면서 제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고, 전 돈에 눈이 멀어 진단서를 고쳤습니다. 대표님, 한 번만 봐주세요. 그 다이아몬드 반지 돈은 전부 돌려드릴게요. 한 푼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 제발 살려주세요!”건강하지 않다...심장 발육이 나쁘다...조은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는 말이 없었고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그는 정말 하늘이 그를 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박연희에게 한 모든 것을 벌주고 있었다.박연희는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를 몹시 미워했겠지. 임신을 강요하고 자유를 빼앗은 그를 미워했겠지.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