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박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연희야, 나와 함께 가자!”같이 간다고...그녀라고 하여 왜 함께 가고 싶지 않겠는가?하지만 박연희는 떠날 수 없다. 그녀는 진범이를 데리고 갈 수 없다. 한 발짝 물러서서 정말 데려간다고 해도 그녀는 아마 공항에서 제지될 것이다. 그리고 조은혁이 화가 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도망갈 수 없다.박연희는 눈을 내리깔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박연준의 손등을 가볍게 내리쳤다.박연준은 정말 심장을 쥐어짜는 듯 아프고 말로 이룰 수 없는 괴로움에 사로잡혔다.“오빠, 나 좀 내버려 둬. 스위스로 가도 좋고, 작은 섬으로 가도 좋고... 가서 잘 살아.”박연희가 눈물을 글썽였다.“우리 둘 중 누군가는 꼭 살아있어야 해. 그러니까 잘 살아.”그녀를 바라보는 박연준의 눈길이 깊고 그윽했다...박연희는 핸드백에서 100억 원짜리 수표를 꺼내 짙은 색의 책상 위에 가볍게 얹어 놓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다.“2년 전, 난 어리고 무지해서 무고한 사람을 해쳤어. 은서 씨가 나를 도와 하와이에 가서 그 가족을 안정시켜줬어. 이건 내가 빚진 거야, 오빠, 그러니까 오빠가 나를 도와 수표를 은서 씨에게 건네줘.”박연희는 이 이별이 결국 영원한 이별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그리고 그녀의 오빠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겠지.아니나 다를까, 조은서의 소식을 들은 박연준은 즉시 정신을 차렸다....한 시간 후, 도시 에센셜 구역에 있는 THEONE 레스토랑. 점심 식사 시간이 한창일 때, 조은서는 마침 가게에 있었고 그녀는 구석의 2인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앞에는 레모네이드 한 잔만 있었다.맞은편에는 식당 매니저가 앉아 그녀에게 영업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조은서는 과거의 일을 거의 잊어버렸고 갑자기 THEONE의 총 100개 매장을 인수하자니 시간과 노력이 두 배로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을 배우고 싶었고 그 노력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유선우에 의지해
조은서가 멍하니 넋을 잃었다......오후에 박연희는 박연준을 떠나보내고 별장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줄곧 진범이의 곁을 지켜주었다.진범이는 그들의 사랑을 만끽하며 하얗고 통통하게 잘 자랐다. 집안의 아주머니는 모두 그를 매우 좋아했고 특히 장씨 아주머니는 진범이를 정말 친손자처럼 아껴주었다...밤에 박연희는 진통제를 먹고 몸이 좀 나아져 목욕을 한 뒤, 진범이를 안고 토닥여주며 가볍게 달래주었다.아마 몸에 배어있는 바디워시 냄새가 좋았는지 진범이는 계속하여 엄마 품속을 파고들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몽롱해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그를 바라보는 박연희의 눈에는 부드러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진범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동요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진범이가 이 순간을, 그리고 엄마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랐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 진범이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만나거나 기분이 나쁘면 자정에 꿈을 꿀 때, 엄마의 냄새를 꾸게 되지 않을까.진범이는 그녀의 품에 안겨 눈을 반쯤 감은 채, 어떻게든 잠을 자려 하지 않았다.아이의 작은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던 박연희가 얼굴을 살짝 갖다 댔다.진범아, 엄마는 정말 오래 살고 싶어. 그러면 네가 자라는 것을 보고, 학교에 가는 것도 보고, 네가 녹음이 우거진 풀밭에서 축구하는 것도 볼 수 있을 거야.진범아, 엄마는 네가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진범아, 그런데 엄마는 또 네가 너무 빨리 자라서 갑자기 어른이 될까 봐, 많은 고민을 안고 자랄까 봐 두려워.밤이 깊어 만물이 쥐 죽은 듯 평화롭고 고요했다.그때, 누군가 침실 문을 밀고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조은혁이었다.그는 살짝 문을 열어놓고 진범이가 잠들듯 말 듯 한 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진범이 왜 아직도 안 자?”“장씨 아주머니가 낮에 많이 잤다고 하더라고요.”그는 천천히 다가와 아이를 안고 살며시 몇 번 만지작거렸다...그리고 박연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이
전화는 사설탐정으로부터 걸려온 것이다.“대표님, 박연준은 스위스로 가지 않았습니다.”조은혁의 표정이 조금 싸늘하게 굳어버렸다.“그렇다면 어디 간 거지?”잠시 머뭇거리던 사설탐정이 답해주었다.“아직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계속 조사해!”조은혁은 전화를 끊고 손가락을 길게 뻗어 휴대폰을 가볍게 쓰다듬고 나서야 부드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그는 박연희를 매우 냉담하게 대했다.그는 더 이상 하와이에서처럼 그녀에게 그 일을 하라고 조르지 않고 매일 밤늦게 돌아오곤 한다.하지만 박연희는 개의치 않는다.할 일도 많고 준비할 일도 많지만 유독 조은혁은 그녀의 계획에 없다......일주일 후, 박연희는 장씨 아주머니를 데리고 진범이에게 옷을 사주기 위해 쇼핑하러 갔다.장씨 아주머니도 마침 좀 구경도 하고 싶었던지라 두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다만, 그녀는 사모님이 지금 진범 도련님이 입을 옷뿐만 아니라, 두 살과 세 살까지... 심지어 열 살 때까지 입을 옷을 백 벌 넘게 샀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이상한 낌새를 느낀 장씨 아주머니가 박연희를 한쪽으로 끌고 가 조용히 말했다... “사모님, 세일을 하고 있어 가격이 싼 건 맞지만 몇 년 후에는 이 옷들도 유행이 지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진범 도련님은 분명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이 될 겁니다. 도련님도 이런 낡은 옷들을 입고 싶지 않아 하겠죠.”그 말을 듣자 박연희도 문득 깨닫고 장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그때 진범이가 입기 싫다면 희망초등학교에 기부하죠.”장씨 아주머니도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려웠다.이날 따라 그녀는 사모님이 유난히 이상하게 여겨졌다. 박연희는 그녀와 쇼핑도 같이 해줄 뿐만 아니라 커피도 같이 마셨다. 그들은 좌석마다 병풍이 쳐져 있는 그런 카페를 찾아 함께 커피를 마셨다.장씨 아주머니는 사실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한다.4만 원이 넘는 이 커피의 맛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저 시골의 말 오줌 맛과 같다
박연희는 허리를 굽혀 그 작은 알약을 조금씩 주워 담으며 담담하게 답했다.“요즘 위가 아파서 좀 사뒀어요. 속이 계속 안 좋더라고요.”그녀의 설명은 매우 합리적이었다.장씨 아주머니도 그 말에 설득되어 박연희를 도와 함께 그 진통제를 주워 담으며 그녀를 나무랐다.“사모님께서는 B시에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한 삶을 살고 계시는데 진범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각별히 자신을 돌봐야 해요.”장씨 아주머니도 박연희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안다.“대표님께서는 성질이 고약해 때로는 순종적으로 구는 것이 더 살기 편하더라고요.”박연희도 그녀가 호의적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가볍게 응했다.그녀의 거듭된 부탁에 장씨 아주머니는 잠시 두 개의 통장을 모아 보관하게 되었다. “사모님, 안심하세요. 그럼 일단 저한테 맡겨두시고 언제 깔끔하게 나았다 느끼시면 다시 가져가세요!”장씨 아주머니는 박연희가 계속하여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마음의 병 때문이리라 생각했다.아마도 우울증일 것이다....저녁 무렵, 다시 별장으로 돌아가는 차 안은 그녀가 쇼핑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차에서 내릴 때, 다른 고용인들은 그들에게 다가와 물건을 들어주면서 입을 열었다.“사모님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진범 도련님한테 옷을 이렇게나 많이 사주시고... 아이고, 양털실도 있네!”박연희는 진범이를 품에 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진범이에게 양털 목도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우리 진범 도련님은 아직 돌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레이 컬러는 좀 너무 성숙하지 않을까요.”박연희는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짓고는 진범이의 얼굴을 맞대고 답했다.“그럼 조금 크게 뜨개질해서 학교 갈 때도 두를 수 있게 하죠... 색깔이 진중하니 오래 둘릴 수 있을 거예요.”고용인은 그녀의 속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덩달아 웃었다.“사모님께서 역시 생각이 깊으시네요.”박연희는 그저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그녀는 진범이를 데리고 정원을 산책하며 해
조은혁이 눈을 뜨자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시아였다.그녀는 대담하게 그의 다리에 앉아 몸을 그에게 바짝 붙이고 고의인 듯 아닌 듯 그를 건드리고 있었다.하지만 조은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어 고개를 숙여 한 개비를 털어냈다.연한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품에 안긴 여인을 곁눈질하며 한 손으로 그녀를 잡고 놀았다. 그리고 조은혁이 내뱉는 말투는 더욱 무심했다.“남자가 생겼는데 감히 나와서 날 훔쳐먹어? 그 사람이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지난번에 그들은 상당히 불쾌하게 헤어졌다.하지만 결국, 그들은 2, 3년 동안 만난 적이 있으니 서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진시아는 빠르게 감각을 찾고 조은혁의 다리에 앉아 마음껏 남자가 주는 즐거움을 즐기며 그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를 갈망했다...하여 진시아가 그의 목에 기대어 속삭였다.“은혁 씨 몸 엄청 뜨거워요.”조은혁은 빠르게 그녀의 손을 내팽개쳐 그녀가 만지지 못하도록 막았다.물론 진시아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흩날리고는 붉은 입술을 조은혁에게 가까이 대고 키스하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했다.“나에게 엄청 대범하긴 하지만 아직 애송이가 어떻게 당신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그 방면에서 저는 줄곧 만족을 얻지 못했어요.”진시아는 말을 마치자 매혹적인 눈빛으로 사람을 유혹했다.조은혁도 곧이어 일어날 일은 두 사람 모두 기꺼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 누구도 이 일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조은혁의 반응이 그다지 열정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흥미도 높지 않은 모양인지 확실히 원하고 있던 진시아가 자발적으로 그의 벨트를 풀기 위해 손을 뻗었다...그러나 조은혁이 그녀를 말렸다.진시아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남자 특유의 천한 뜻이 담겨 있었는데 조은혁은 아무것도 할 필요도 없이 진시아는 혼자 느낌이 오고 반응이 왔다...조은혁은 몸을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김 비서는 여전히 공손한 모습을 하고 답했다.“예, 대표님, 제가 안배해 두겠습니다.”여자로서 그녀는 진시아의 엉망이 된 모습을 보지 않았다.그녀는 진심으로 진시아를 경멸하고 있다....늦은 밤, 조은혁은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안방 문을 열자 그는 이곳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커튼은 얇은 베일로 바뀌었고 무늬도 해당화 모양으로 바뀌었는데 그 덩굴들은 마치 하얗고 부드러운 옥처럼... 고귀한 모습으로 부드럽고 얇은 베일 위를 올라탔다.그리고 그곳에는 바깥의 달빛이 새어 들어와 부드러운 자태를 이루었다.거실에는 한 뭉치의 털실과 아이들의 옷이 쌓여 있었는데 조은혁이 다가가 손을 뻗어 쓰다듬어 보니 그 작은 옷들은 진범이가 입기에는 다 너무 커 보였다.그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박연희는 엄마가 처음이고 전에 아이를 돌봐본 적도 없지만 쇼핑 한 번으로 이렇게 많은 물건을 잘못 살 줄이야.박연희를 바라보던 그의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일말의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다.박연희는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그녀는 큐빅 가루가 묻은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검은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절반을 살짝 가려 드러난 나머지 하얀 얼굴은 짙은 색의 영국식 소파에 살짝 닿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박연희는 가볍고 연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조은혁은 그녀 앞에 서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그 순간 갑자기 박연희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났다.금지옥엽.예전에 조은혁은 항상 동생 조은서만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의 마음속에도 한 명 더 생겼다.그러나 곧 그는 속으로 경멸을 느꼈다.‘조은혁, 네가 박연희를 데리고 B시에 가서 살고 그 사람과 다시 재혼한 건 네가 박연희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야. 이 모든 건 전부 진범이를 위해서야. 조은서의 권유 때문이고 단지 더 이상 원망 속에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이 생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부드러운 마음도 다
그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나한테 주는거야?”박연희가 말을 하기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 기성복 사는 게 편해.”박연희가 창백한 얼굴로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털실을 꺼내고는 흰 손가락으로 가늘고 부드러운 실을 어루만졌다.한참 지난 뒤에야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진범이 줄거예요.”조은혁의 얼굴이 굳어졌다.한참 후에야 그가 겨우 웃었다. "하긴, 진범 말고 또 누가 있겠어.”조은혁은 그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냉담하게 말했다."가서 씻고 올게.”……조은혁은 박연희에게서 여인의 부드러움을 얻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내를 위해 정조를 지킬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진시아와 관계를 이어나갔다.그 후, 그렇게 두세 달 동안 그는 진시아와 관계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그의 시중을 드는 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녀관계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한번은 T시로 출장을 갔는데 조은혁은 진시아와 호텔에서 무려 3일을 머무르게 되었다.그러면서 평소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다 했다.이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진시아는 재벌 2세 남자친구가 있었고, 조은혁은 그 남자친구의 집안과도 사업상 거래관계에 있어 이 관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 재벌 2세는 이미 진시아에게 꽤 화려하게 청혼을 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저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아무도 박연희에게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은혁과 같은 침대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잤는지 자지 않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지난 두세 달 동안 조은혁은 줄곧 박연희와 자지 않았기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의 곁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서 그녀의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조은혁의 거친 몸짓을 이기지 못했다.그날은 조진범의 생일이었다.이른 아침, 박연희는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도우
결국 조은혁의 바람대로 일은 진행됐다.아침 햇살이 커튼을 통해 침실 안으로 비쳐들어오며 부드러운 그녀의 몸에 닿았다.큰 침대에 수척한 얼굴의 아름다운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반듯이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 위의 남자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취해 이 상황에 굉장히 몰입해 있었다. 그로서는 보기 드문 부드러운 태도였다.“띠링!””띠링!”……머리맡에 있던 박연희의 핸드폰 알림이 계속 울렸다.그녀는 남자를 감당하면서도 몸을 비틀어 핸드폰을 확인하려 했는데 그 움직임이 오히려 조은혁에게 자극을 주어 그의 몸짓이 더 격렬해졌다.조은혁은 그녀의 핸드폰을 꺼서 못 보게 하며 말했다.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머금고 있는 듯 했다.”집중 좀 해.”하지만 박연희는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다른 여자와 바람 난 남편 앞에서 그녀가 어떻게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을 한구석을 봉인해야만 이런 남자 앞에서 괴로워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을 수 있었다.이 행위는 조은혁에게만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고 박연희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얼굴을 하얀 침대 시트에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박연희는 곁눈질로 떨어진 핸드폰을 보더니 결국 다시 더듬어 집어들었다.그가 움직이든 말든 바들바들 떨며 휴대전화를 켰는데, 모르는 사람이 메시지로 여러 개의 동영상을 보내왔다.동영상들은 조은혁과 진시아가 함께 보냈던 3일을 담고 있었고 누가 봐도 둘은 썸을타는 관계였다.박연희는 눈을 깜빡였다.추측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듣고,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비록 그녀는 일찍이 그의 외도를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나니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그를 힘껏 밀치고는 화장실로 달려가 심한 헛구역질을 할 때, 조은혁도 박연희가 받은 영상을 봤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누가 보냈는지 추측이 됐고, 그는 진시아가 박연희를 도발하여 조은혁의 마음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려는 것임을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