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매우 모욕감을 느꼈다.유선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이 마치 유 대표 사모님이라는 명분 하에 그가 쉽게 갖고 놀 수 있고 가볍게 대하는 그의 전용 노리개처럼 느껴졌다.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는 조금도 그녀를 존중해 준 적이 없었다.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마치 싸구려 기생과 다름이 없다!시청각실 내 약 30평 되는 공간에, 조은서의 견딜 수 없어 내는 가녀린 신음소리와 유선우의 통쾌한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유선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았으나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갑자기 불만족스러워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겨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와 입을 맞췄다.조은서는 흐리멍덩한 채로 그에게 점령당했다.그녀의 손에는 과도가 들려 있었는데, 그건 방금 몸부림칠 때 우연히 잡힌 것이다.그녀는 매우 슬프고 처량하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이 방을 나가게 되면 또 예전의 그런 날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겉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유와 자아가 전혀 없는 유 대표 사모님으로 남아서, 어쩌면 유선우는 자신을 집에 가두고 사람들 앞에 내보이지도 않는 그런 여자로 만들지도 모른다.조은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옛날로 돌아가기도 싫고, 심정희가 감옥살이하는 것도 싫고, 그녀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유선우는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밀려났다!그는 놀라서 조은서를 보았고, 장면은 매우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조은서는 무릎을 꿇은 채 과도를 손에 쥐었는데, 두 손이 가늘게 떨리는데도 마치 보잘것없는 작은 칼이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을 손에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걸 보는 유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매우 차갑고 어두워졌다.그도 이젠 흥미를 잃고, 천천히 바지 지퍼를 잠그면서 그녀를 흘겨보며 비웃었다.“유 대표 사모님. 왜, 그걸로 남편을 죽이려고? 네가 그런 재간이 있어?”조은서는 얼굴이 창백하여 입술을 떨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유선우, 내가 뭘 말해도 당
병실 안은 조용하지 않았고, 의사 두 명이 유선우와 이야기하고 있었다.“출혈 과다에요!”“수혈을 800ml 했으니 이젠 큰 문제가 없는데, 사모님이 언제 깨어날지는...솔직히 사모님께서 깨어나려는 의지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늦어도 내일 아침까지요! 만약 아침에도 안 깨어나면 사모님께 전신 검사를 건의드립니다.”......의사는 잠시 머무르다가 떠났다.유선우는 그들을 배웅해서 문을 닫은 후, 돌아보니 조은서는 이미 깨어있었다.새하얀 베갯머리에 조그마한 얼굴을 붙이고, 검은 머리가 베개 위에 흐트러져있었다.그리고 헐렁한 환자복을 입은 그녀한테서는 허약한 기색 외에도 잔잔한 병약미가 감돌았다.유선우는 몇 초 동안 가만히 그녀를 보다가 그제야 정신이 들어 걸어오며 침대에 앉아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5시간동안 혼수상태였어. 배 안고파? 내가 사람을 불러 먹을 것 좀 가져오라 할게.”조은서는 얼굴을 베개에 파묻으며, 그를 보고 싶지도 않고 그와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유선우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님은 이미 나와서 지금 한림병원에 있어. 조은서, 네가 아무 말 안 하는 건 괜찮은데, 너도 아버님과 어머님이 네가 오늘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하고 싶진 않겠지?”조은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어머니가 풀려났어요?”유선우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어머니가 안 풀려나면 난 아마 사별을 당했을 거야.”조은서는 생각하기 싫어서 옆으로 얼굴을 돌렸다.유선우는 그녀를 만지던 손을 멈추고 내선전화로 사람한테 식사를 가져오라고 하고, 이어서 그녀한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 “일어나서 좀 마셔!”하지만 조은서는 너무 허약한 나머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유선우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추겨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얇은 셔츠를 사이에 두고 조은서는 그한테서 나는 남성적인 체취 외에 옅고 이상야릇한 냄새를 맡았는데, 그건 그녀
유선우는 죽을 가져와서 작은 원탁에 올려놓고, 그녀를 안고 와서 음식을 먹이려고 했다.조은서가 그때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거랑 달라요!”유선우는 약간 멍해졌다가, 한참 후에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조은서는 그를 바라보며 더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 그때랑 달라요! 예전엔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아무리 원하지 않아도 참았어요. 당신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으니까.”“그럼 지금은?”부드러운 불빛 아래에서 유선우는 그녀의 윤기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그럼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은서야, 난 네가 언제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그딴 건 난 신경 안 써!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유선우는 사업하는 사람이다.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장사판에서는 감정을 논하는 사람이 없다. 남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이고, 아내와 아이, 심지어 애인까지, 모두 권세의 부속품일 뿐이다.그는 말을 마치고 다가가 그녀를 안아 소파로 향했다.조은서는 몸을 떨었다. 하얀 거즈를 두른 팔도 무의식적으로 움츠렸다…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이, 그녀가 그를 꺼리고 두려워한다는 걸 알려주었다.유선우는 좀 화가 났다.그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난 미라를 폭행하는 흥미는 없어!”말을 마치고 그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조은서가 너무 여지없이 벤 바람에 상처가 매우 깊었다. 앞으로 잘 챙기지 않으면 흉터가 생겨 흉터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이런 생각 하니 그의 표정은 좀 누그러들었고, 조은서를 내려놓는 동작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밥 먹어!”“밥을 먹어야 도망칠 힘이 생기지. 여 대표 사모님!”……그는 조롱 섞인 말투로 마지막에 그 호칭을 덧붙였으나, 조은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다.그녀는 아무런 소리 없이 밥을 먹었다. 마치 옆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그녀의 얌전한 모습을 보니, 호텔에서 단호하고 견결했던 그녀의
그 모습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유선우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있던 타올을 넘겨받고 화가 난 듯한 소리로 말했다.“죽을래? 의사가 적어도 이틀 동안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했어.”조은서는 등을 돌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좀 씻고 싶어요!”유선우는 잠깐 생각했다가 그녀가 왜 목욕하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호텔에 있을 때 비록 채 끝내진 못했지만, 약 10분 동안은 그녀를 괴롭히며 다뤘었다. 그녀가 아무리 거부한다 해도 신체에 반응이 생겼을 것이다.유선우는 자신이 아마 너무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않아, 불붙듯 격렬하게 달아올라 그녀와 끝까지 치달을 뻔하였다.그걸 생각하니 그는 또다시 마음이 들떴다. 그의 몸도 그러했다.그는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의 얇은 어깨에 턱을 얹고,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한 모금 머금은 것처럼 쉬어서 말했다.“몸에 내 냄새가 나서 그래?”조은서는 몸을 떨었다.유선우는 그녀의 몸을 돌리고 고개를 숙여 등불 아래에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조은서는 매우 설렜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저 슬플 뿐이었다. 유선우는 그녀에게 성적인 상대로만 생각하고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오랫동안 그한테 시달리니 그녀는 정말 지쳐버렸다.때로는 지쳐서 반항할 힘도 없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세면대 위에 앉히고, 조명을 가장 밝게 조절하고, 자신이 몸을 마음대로 감상하는 걸 내버려두었다. 그녀의 알몸이 남김없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유선우는 그녀를 닦아주기 시작했다.그는 목욕 타올로 그녀의 온몸을 닦아주었는데, 가끔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민감한 부위에 닿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조은서는 아침 이슬을 머금은 아름다운 꽃송이처럼 떨고 있었다.유선우는 수건을 내던지고 환자복을 입히는 대신 하얀 목욕 가운을 그녀한테 입혔다.그리고 그녀를 안고 침대로 돌아가며, 참지 못하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방금 어
유선우는 밤을 새우고 아침 7시가 다 되어서야 회사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고,간단히 정리하고 퇴근할 채비를 했다.진 비서는 이른 아침에도 자체발광하는 유선우의 유우빛 피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같이 밤을 새우고 나니 몇 번이고 화장을 고쳐도 누렇게 뜬 자기의 얼굴과는 달리 유선우는 여전히 멋졌다.마침 회의실에 고위 임원 몇 명이 남아 있었다. 진 비서는 유선우와 친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서, 아주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대표님, 아침 간단히 드시고 퇴근하시겠어요? 대표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소보로빵을 주문했습니다.”소보로빵...유선우는 디저트 같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소보로빵이었는데, 그 소보로빵은 조은서가 직접 만들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진 비서는 그런 줄도 모르고 매번 멋대로 유명한 디저트 가게에서 소보로빵을 주문했다. 유선우는 진 비서가 준비한 소보로빵에 입도 대지 않았고 항상 기사에게 처리를 맡겼다.그런데 진 비서가 또다시 소보로빵을 언급하자, 유선우는 갑자기 조은서가 꽤 오랫동안 디저트를 만들어 주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면, 조은서가 매번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 서재로 가져와 맛보라고 했었다. 조은서는 작은 얼굴을 내밀며 항상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었다.조은서는 디저트를 맛보고 나서 유선우가 맛있다고 칭찬하고 맛 표현을 해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선우는 항상 차가운 얼굴로 무심하게 한 입 베어 물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성의 없는 유선우의 반응에 조은서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다시 서재를 나갔다....유선우가 정신이 가출한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진 비서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대표님?”유선우는 진 비서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기대에 찬 진 비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다들 퇴근하세요!”이런 거절은 진 비서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선우는 진 비서의 감정을 헤아릴
유선우는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었다. 조은서가 입맛을 잃고 종일 우울감에 빠져 아무와도 대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모두 자기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고 있었다.유선우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간호사는 감히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요 며칠 동안,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서 계속 가십거리가 떠돌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유선우 대표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된 조은서가 실망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 시도를 했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유선우 대표가 조은서를 너무 사랑해서 숨 막힐 정도로 집착해 우울증에 걸리게 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아무도 조은서가 스스로 손목을 베었다는 말은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유선우는 물고 있던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갔다.사흘간의 병실 생활 끝에 손목의 흉터를 제외하고 조은서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는데, 이젠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유선우가 들어올 때, 조은서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얇은 어깨에 드리워져 있었고 연한 파란색 환자복은 넉넉하다 못해 헐렁해 보였다. 많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기운 없는 환자였다.유선우는 가져왔을 때 그대로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아침밥을 힐끗 보고 나서 가볍게 문을 닫았다.미세한 움직임은 조은서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눈을 들자, 유선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유선우는 바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고 한참 동안 문가에 기대어 조은서를 바라보았다.“간호사가 아침 안 먹었다고 찾아왔어! 왜 안 먹었어? 입맛에 안 맞는 거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시켜서 보내줄게!”조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배 안 고파요!”유선우의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그윽했다. 그 때문에 유선우의 눈을 보고 그의 감정을 읽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조은서는 가슴이 조여왔다. 바로 그때, 유선우가 조은서를 향해 천천히 걸어와 침대 곁으로 갔고 손을 뻗어 조은서의 손에 있는 책을
유선우는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도우미들은 유선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도우미들은 조은서가 입원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유선우가 단기 출장을 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도우미가 차 문을 열어주며 인사했다.“대표님, 식사하셨습니까? 대표님 스케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식사 준비를 시작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유선우는 약간 피곤한 기색을 띠었다.“담백한 음식으로 몇 가지만 준비하세요.”도우미가 급히 주방으로 가서 전달했다.유선우는 차에서 내려 별장 로비로 들어갔다. 의외로 도우미들이 신경을 많이 썼는지, 며칠 동안 집을 비워도 여전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하룻밤을 바쁘게 보낸 유선우는 샤워하려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다 안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침대 머리맡에 걸려 있는 커다란 웨딩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 조은서는 달콤하게 웃고 있다. 그 당시에는 시간이 촉박한 데다 조은서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기에, 유선우는 그녀와 함께 사진 찍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조은서가 1억 6천만 원을 주고 합성한 것이었다.유선우는 조은서에게 부질없는 짓 한다고 비웃었지만, 조은서는 오히려 감쪽같고 예쁘다고 했었다. 사진을 받고 신나 하던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다. 그랬던 조은서가 지금은 울면서 이혼해달라고 애원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를 괴롭게 할 뿐이라고 하면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더 이상 유선우의 아내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유선우는 조은서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인정했고, 지금까지도 조은서를 용서하지 않았다.그리고 이젠 더 용서할 수 없게 되었다... 유선우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데, 먼저 그만하자고 얘기하다니...침대 끝에 서서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드레스룸에 들렀다가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드레스룸에서 물건을 찾을 때도 유선우는 찾으려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허둥댔다... 사실 유선우도 조은서가 없는 생활이 익숙하지
그가 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자 조은서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그러나 유선우는 손을 내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니까.그녀는 몇 번 더 애원했지만 유선우는 끝내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타고 떠났다.그 후 그는 H시에 약 일주일간 머물렀고, 바로 그 일주일 동안 백아현은 첫 번째 다리 수술을 마쳤고, 백아현과 그의 관계를 언론에서 파헤쳐 처음으로 그에 대한 불륜설이 터져 떠돌기 시작했다.출장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친정 얘기를 더는 꺼내지 않았고, 여느 때와 같이 그의 짐을 정리하고 목욕물을 준비하였다...유선우는 씻고 나서 그녀를 끌어안고 침대로 향해 그녀와 두 번이나 관계를 가졌지만 그건 그들이 결혼한 후로 가장 침묵이 흘렀던 잠자리였다. 잠자리하는 내내 그는 아무 소리 내지 않았고, 그녀도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온몸으로 느껴지는 쾌락과 전율을 신음으로 터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렇게 해서라도 그녀는 죄책감을 줄이고 싶었다.한바탕 뒹굴고 나서 그는 침대 머리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조은서가 작은 소리로 그한테 돈이 필요하다고 말을 꺼냈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잠시 그녀를 보다가 이천만짜리 수표를 건넸다.일 년이 지났는데도 유선우는 그 일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다.수표를 받으면서 심하게 떨고 있던 그녀의 손... 아마 그 시각부터였을까,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 그때부터 그녀는 유선우의 어린 아내가 아닌 유 대표 사모님으로 변신하였다.이때 갑자기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와 그의 회상을 멈췄다.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인님, 식사가 다 준비되었는데 내려가서 식사하시겠어요?”“좀 이따 내려갈게요!”유선우는 일기장의 맨 마지막에 쓴 글귀를 지그시 쳐다보며 하인한테 대답했다.그건 조은서가 제일 마지막으로 남긴 여자애의 속마음이었다.몇 글자 안 되는 구절이었지만, 유선우의 뇌리에서 끊임없이 맴돌며 크게 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