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고 오빠를 안에서 구출해 내면 온 가족이 다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유선우도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그날밤 그녀는 로열 호텔의 공연을 보다가 임지혜의 전화를 받았고 린샤오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은서 씨, 큰일 났어요! 빨리 병원으로 와요!”조은서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임지혜는 머뭇거리다가 나지막이 말했다.“심정희 아줌마와 백아현이 싸우며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경찰까지 출동했어요. 은서 씨 마음 단단히 먹어요... 심정희 아줌마 잡혀갈 수도 있어요.”조은서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렸다.차준호가 차를 몰고 조은서를 병원까지 데려다줬다. 다행히 너무 멀지 않아 반 시간이 안 돼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하지만 조은서는 결국 한발 늦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심정희는 이미 잡혀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백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백아현의 어머니는 딸의 데인 팔꿈치를 붙들고 딸의 꽃 같은 외모를 망쳐버렸다고 울고불고 소리 지르며 심정희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했다.백아현의 아버지는 묵묵히 옆에 있었다.뜻밖에도 유선우도 진비서를 데리고 달려왔다.그가 도착하자마자 백아현은 유약한 척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백아현의 어머니도 순식간에 처량한 척 눈물을 흘리며 말해다.“원래 다리도 편치 않은데 이제 팔꿈치까지 망가졌으니 우리 아현이의 나머지 인생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한 간호사가 주의를 줬다.“환자분 빨리 가서 상처를 처치해요. 아니면 흉터가 남을 거예요.”백아현의 휠체어가 고장 나서 힘껏 밀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유선우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것에 내리려 했다. 그가 두 눈을 치켜뜨자 마침 조은서와 눈이 마주쳤다.조은서는 살며시 눈을 깜빡였다.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아내와 정부사이에서 정부를 선택했음을 알았다
백아현은 한창 득의양양해하다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잡쳤다.“아빠!”유선우도 담담하게 대답했다.“네!”그리고 손을 놨는데 백정수가 잘 받지 못한 탓인지 백아현은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금방 수술을 마친 다리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며 다시 또 부러졌고, 데인 팔은 바닥에 떨어지며 긁혀 살점이 크게 떨어져 나가 보기도 끔찍할 만큼 피투성이가 되었다.백아현은 너무 아파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백정수는 허둥지둥 딸을 안았다.유선우는 눈을 내리깔고 냉담한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회사가 일이 있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는 지체 없이 문을 나섰고, 진유라도 얼른 뒤를 따랐다.백아현은 뾰로통해하며 유선우를 불러세우려고 애썼다.“선우 씨! 선우 씨…”백정수는 딸을 안고 한숨을 내리 쉬며 말했다.“아현아, 우리 좀 너무한 거 아니니? 네가 조씨 가문 사모님을 모함한 것도 모자라, 네 엄마가 아가씨를 때리기까지…만약 나중에 윤선우 씨가 너와 결혼 안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냐?”백아현은 악이 올라 이를 갈았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내가 선우씨 마음을 못 잡나 어디 두고봐.”……임지혜는 경찰서에서 돌아오자마자 조은서가 맞는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조은서가 말한 딜이고 뭐고 없이 그냥 김춘희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는 때리면서 쌍욕을 퍼부었다.“미친 여편네가 감히 은서를 때려? 네까짓 게 무슨 물건짝인데! 네 딸년은 그저 다리 벌려 유선우 환심이나 사는 싸구려 잡년이야! 네 전 집안은 은서 발닦개로 쓰려해도 더러워서 안 써!”김춘희도 그저 얌전한 사람한테만 센 척이지, 임지혜 같은 성질이 사나운 사람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만큼 상대가 되지 않았다.얼마 되지 않아, 김춘희의 얼굴은 임지혜한테 너무 얻어맞은 나머지 시뻘겋게 퉁퉁 부었고, 임지혜를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쳤다.임지혜는 또 김춘희의 갈비뼈를 걷어차며 말했다.“고소해! 내가 여기 서서 기다릴 테니까. 고소 안 하기
그는 모질게 그녀를 다뤘다.임지혜는 그한테 시달려 울고, 소리 지르면서도 여전히 불같은 성격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차준호의 등과 팔을 할퀴어 군데군데 상처를 내고 아무 거리낌 없이 큰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그래! 그럼 헤어지면 되겠네. 난 다른 남자 찾을 거야, 나 같은 여자가 같이 잠잘 남자 하나 못 찾겠어? 너 차준호 따위가 뭔데! 네가 다른 남자보다 두 쪽 더 달리기라도 했어?”그녀가 소리칠수록 차준호는 그녀를 더 괴롭혔다.“그만 못해? 그냥 확 죽여버리고 싶다 너!”그녀는 온밤 내내 소리를 질렀고 별장 내 도우미들은 감히 자세히 듣지도 못했다.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어서 말이다.매번 저 아가씨를 데리고 별장에 올 때마다 인명 사고 나는 것처럼 소란스럽다.……차준호는 욕구를 다 풀고 빠져나와 욕실로 향했다.나오니 임지혜가 아직도 있었다.그녀는 차준호의 셔츠를 걸쳐 입고 단추를 한두 개쯤 꿰맞추고는 길고 하얀 다리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침대에 누워 요염한 자태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차준호는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울면서 음탕한 척하기는.”그는 그녀의 손가락사이의 담배를 뺏어 한 모금 빨았다.“여자가 무슨 담배를 피워! 끊어!”임지혜가 웬일로 대꾸하지 않았다.차준호는 침대 머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녀는 그의 아랫배를 얌전하게 베고 누워서는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의 복근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여리여리하게 말했다.“차 회장님, 기분 풀렸나 모르겠네?”차준호는 머리 숙여 그녀를 보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욕구는 풀렸는데 기분은 안 풀렸어!”임지혜는 그에게 키스하려고 다가갔다.그녀의 얕은 수작을 차준호는 빤히 알고 있다. 결국 조은서 때문에…아니면 진작에 가버렸지, 이렇게 고분고분 누워있을 리가.차준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은 담배를 끄며 말했다.“조은서랑 유선우 사이가 어떻든, 그녀는 아직 유선우 와이프야. 백씨네가 조은서를 때린 건 유선우 뺨 때린 거랑 마찬가지야! 유선우가 그 자리에
조은서는 심정희의 일을 일단 숨겼다.조승철은 심정희가 며칠 일이 있어 외출해 간호사가 잠시 돌보기로 한 줄로 알고 있었다. 그는 조은서가 멍을 때리는 걸 보고 말했다.“넌 먼저 돌아가거라. 여긴 간호사가 있잖아.”조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지금 여기를 지키는 것 말고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고요한 밤이 찾아왔다.환자인 조승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곯아떨어지고, 조은서는 혼자 간이의자에 앉아 넋을 잃고 있었다.그녀의 뺨에는 아직도 백아현의 어머니가 때려서 남긴 희미한 붉은 자국이 있었다.병실 밖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둔 거기에 유선우가 조용히 서 있다.그는 조은서 얼굴의 상처와 그녀가 넋을 잃고 있는 모습을 눈도 깜짝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생기라고는 없는 멍한 눈동자도 보았다…유선우는 그날 조은서가 서미연 부인의 집에서 나올 때, 피곤하지만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던 그 표정을 떠올렸다.[사실은 과거에 나도 똑같았어요! 그저 선우씨가 날 신경 안 썼을 뿐이야.][선우 씨, 그 4억에는 나랑 당신이 자는 것까지 포함된 건 아니에요. 선우 씨가 공사는 구분하는 줄로 알고 있는데요.]……그때의 조은서는 살아있는 생기발랄한 사람이었다.물론 그도 잘 알고 있다. 자기만 손을 놓으면 그녀는 또 옛날의 생기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는 더 이상 자기 와이프가 아니고, 하경진의 와이프거나, 또는 이지훈의 와이프가 될 테지…남과 자신, 둘 중에 누구한테 자비를 베풀 건가 하는 선택에서, 유선우는 자신을 택했다!그는 조용히 떠났다. 조은서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 믿으니까!왜냐면 그녀는 항상, 매우 똑똑한 사람이니.……병원 옥상의 바람은 매우 크게 불었고, 하늘 끝에서는 한 줄기 빛이 보였다.조은서는 묵묵히 그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날이 곧 밝을 걸 알았지만, 그 빛이 그녀의 마음속까지 비추진 못했다.오빠는 예전에, 인생에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지만, 그녀한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오직
조은서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했다.“난 어머니에 관한 일을 좀 얘기하고 싶어요.”유선우의 말투는 더 담담해졌다.“그래? 그럼 내 사무실로 와!”말을 마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더 상의할 여지도 없이.늦가을의 거리에서 조은서는 온몸이 오한이 났다.그래, 이게 바로 유선우지!지난날, 그가 가끔 보여줬던 부드러움은 오직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일단 그것이 소용없단 걸 알게 되면, 그는 바로 본색을 드러낸다.차갑고, 인정사정없다!조은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주저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탔다.두 번이나 갈아타 YS본사 빌딩에 도착했다.YS그룹의 직원들은 모두 그녀를 알고 있고, 그녀가 대표님 부인이라는 것도 알 뿐만 아니라, 이 대표님 부인이 얼마나 비참한지도 똑똑히 알고 있다!진 비서가 그녀를 데리러 내려왔다.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자, 진 비서는 대표이사 사무실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그녀는 그저 사무적인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은 지금 외출하셨습니다. 사모님, 잠시만요, 제가 커피를 타오겠습니다.”조은서는 사무실에 혼자 서 있었다.그녀는 그 바이올린이 마치 보물처럼 유선우의 의자 뒤에 있는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넋을 잃어, 뒤에서 진 비서가 들어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진 비서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백아현이 왜 사모님을 그렇게 미워하는지 아세요? 잘 모르시겠지만, 4년 전에 대표님이 한때는 백아현과 결혼할 생각을 했었어요. 대표님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누구랑 결혼하든 상관없었는데, 마침 그때 백아현을 만난 겁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말이죠.”진 비서는 커피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다시 몸을 일으키며 얼굴에 웃음이 깊어졌다.“그런데 큰 사모님이…그러니까 대표님 어머님이 백아현을 싫어했어요. 출신도 낮아 체면이 깎인다고요. 그러기 때문에 사모님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백아현은 절대 대표님과 결혼을 못했을 겁니다!”그녀는
조은서가 반응할 새도 없이, 유선우는 그녀의 몸을 돌려 통창을 마주하게 하고, 뒤에서 그녀를 꼭 껴안았다.그리고 통창에 비친 자신의 알몸을 보라고 강요했고, 말로 그녀한테 수모를 줬다.“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넌 이 몸뚱어리로 네 어머니의 자유와 바꿀 셈이지? 그런데 어떡하나…이 몸은 난 이제 질리게 잤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이런 곳에서 남자랑 섹스할지언정 돌아가서 보기 좋게 유선우 와이프 노릇을 하는 게 싫은 건가?”그의 두세 마디로 그녀의 자존심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조은서는 전혀 유선우의 상대가 아니다.게다가, 그녀의 몸을 어떻게 다루는지 잘 알고 있는 유선우는 한쪽으로 독한 말로 그녀를 모욕하며, 또 한쪽으로는 그녀를 사정없이 괴롭혔다. “참아, 내 바지를 더럽히지 말고!”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땀에 젖힌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모양새가 난처해진 그녀는 끝내 견딜 수 없어 울음을 터뜨렸다.“선우 씨, 이러지 마!”“뭘 이러지 마? 나랑 자려고 온 거 아니야?”유선우는 분명 화가 나 있었다.그는 그녀의 차가운 얼굴에 대고 또렷하게 말을 뱉었다.“조은서, 넌 좀 억울하고 분했을 거야. 왜 내가 이혼을 안 해주는지, 널 놓아주지 않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을거야. 맞아?”조은서는 그 말에 잠시 넋이 나갔다.유선우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잡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내가 그 답을 알려줄게!”그는 정장 외투를 벗어 그녀를 감쌌다.조은서는 몸부림을 쳤다.“선우 씨, 뭐 하는 거예요?”그러나 그는 이내 그녀를 가로 끌어안아 망설임 없이 바깥으로 향하며,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자러 왔다며? 어떤 곳이 있는데, 너랑 꼭 거기서 다시 한번 자고 싶었어.”조은서는 그곳이 어딘지 짐작했다.거기는 그녀와 유선우가 처음으로 관계가 발생한 곳이다.힐튼 호텔 6201호실.거긴 절대 가기 싫어!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고, 그래도 풀려 못나자, 소리 내 울기까지 했다.만약 인생
스크린에는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살짝 흔들리는 화면 속에는 한 가녀린 몸매의 여자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스위트룸의 환한 불빛은 그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비추었다. 그녀는 바로 조은서였다.조은서는 그걸 보고 온몸이 싸늘해졌다.유선우는 그녀의 턱을 가볍게 잡고 물었다.“두려워서 못 보겠어?”이어서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계속 고집부렸잖아, 그때 네가 문을 열고 들어간 방은 6201호실이라고. 그러니까 저 영상을 끝까지 봐. 네가 들어간 방이 6201호인지 6202호인지 똑바로 보라고!”화면에서 조은서는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럭셔리한 하얀 킹사이즈 침대 위에 유선우가 술은 마시고 누워서 조용히 쉬고 있었다.그 술은 참 독했다.숙취의 느낌 말고도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와 몸 안의 욕구를 풀고 싶은 그런 생각.그러나 그는 오래 몸을 담근 비즈니스 판에서도 그런 방면에서는 항상 자중하며, 지금껏 어느 여자와 이슬 같은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유선우의 하얀 목젖이 가볍게 들썩였다.문득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는데, 손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기운이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유선우는 시뻘겋게 된 눈을 갑자기 떴다.그 여자는 발그스레한 얼굴로 몸을 기울여 그의 입술을 머금었다.이 키스는 기폭제처럼 유선우의 25년 동안 참고 억눌렀던 내심 속 갈망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그는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그 여자를 몸 아래로 눌렀다...그리고 그 순간에 그는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조은서였다.그는 조은서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몸속에서 도사리고 있던 그 욕구는 그들을 심연 속에 빠뜨렸다.화면과 기억 속에서...유선우는 매우 거칠었다. 여자와 섹스를 한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아마도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그는 부드럽게 다루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술까지 마신 상태에서, 그는 키스도 없이 조은서의 몸속에 깊숙이 들어가 그녀와 일체가 되었다.그 여자애의 희고 보드라운 다리 사이로 검붉은 피가
조은서는 매우 모욕감을 느꼈다.유선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이 마치 유 대표 사모님이라는 명분 하에 그가 쉽게 갖고 놀 수 있고 가볍게 대하는 그의 전용 노리개처럼 느껴졌다.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는 조금도 그녀를 존중해 준 적이 없었다.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마치 싸구려 기생과 다름이 없다!시청각실 내 약 30평 되는 공간에, 조은서의 견딜 수 없어 내는 가녀린 신음소리와 유선우의 통쾌한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유선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았으나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갑자기 불만족스러워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겨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와 입을 맞췄다.조은서는 흐리멍덩한 채로 그에게 점령당했다.그녀의 손에는 과도가 들려 있었는데, 그건 방금 몸부림칠 때 우연히 잡힌 것이다.그녀는 매우 슬프고 처량하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이 방을 나가게 되면 또 예전의 그런 날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겉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유와 자아가 전혀 없는 유 대표 사모님으로 남아서, 어쩌면 유선우는 자신을 집에 가두고 사람들 앞에 내보이지도 않는 그런 여자로 만들지도 모른다.조은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옛날로 돌아가기도 싫고, 심정희가 감옥살이하는 것도 싫고, 그녀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유선우는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밀려났다!그는 놀라서 조은서를 보았고, 장면은 매우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조은서는 무릎을 꿇은 채 과도를 손에 쥐었는데, 두 손이 가늘게 떨리는데도 마치 보잘것없는 작은 칼이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을 손에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걸 보는 유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매우 차갑고 어두워졌다.그도 이젠 흥미를 잃고, 천천히 바지 지퍼를 잠그면서 그녀를 흘겨보며 비웃었다.“유 대표 사모님. 왜, 그걸로 남편을 죽이려고? 네가 그런 재간이 있어?”조은서는 얼굴이 창백하여 입술을 떨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유선우, 내가 뭘 말해도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