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심정희의 일을 일단 숨겼다.조승철은 심정희가 며칠 일이 있어 외출해 간호사가 잠시 돌보기로 한 줄로 알고 있었다. 그는 조은서가 멍을 때리는 걸 보고 말했다.“넌 먼저 돌아가거라. 여긴 간호사가 있잖아.”조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지금 여기를 지키는 것 말고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고요한 밤이 찾아왔다.환자인 조승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곯아떨어지고, 조은서는 혼자 간이의자에 앉아 넋을 잃고 있었다.그녀의 뺨에는 아직도 백아현의 어머니가 때려서 남긴 희미한 붉은 자국이 있었다.병실 밖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둔 거기에 유선우가 조용히 서 있다.그는 조은서 얼굴의 상처와 그녀가 넋을 잃고 있는 모습을 눈도 깜짝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생기라고는 없는 멍한 눈동자도 보았다…유선우는 그날 조은서가 서미연 부인의 집에서 나올 때, 피곤하지만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던 그 표정을 떠올렸다.[사실은 과거에 나도 똑같았어요! 그저 선우씨가 날 신경 안 썼을 뿐이야.][선우 씨, 그 4억에는 나랑 당신이 자는 것까지 포함된 건 아니에요. 선우 씨가 공사는 구분하는 줄로 알고 있는데요.]……그때의 조은서는 살아있는 생기발랄한 사람이었다.물론 그도 잘 알고 있다. 자기만 손을 놓으면 그녀는 또 옛날의 생기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는 더 이상 자기 와이프가 아니고, 하경진의 와이프거나, 또는 이지훈의 와이프가 될 테지…남과 자신, 둘 중에 누구한테 자비를 베풀 건가 하는 선택에서, 유선우는 자신을 택했다!그는 조용히 떠났다. 조은서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 믿으니까!왜냐면 그녀는 항상, 매우 똑똑한 사람이니.……병원 옥상의 바람은 매우 크게 불었고, 하늘 끝에서는 한 줄기 빛이 보였다.조은서는 묵묵히 그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날이 곧 밝을 걸 알았지만, 그 빛이 그녀의 마음속까지 비추진 못했다.오빠는 예전에, 인생에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지만, 그녀한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오직
조은서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했다.“난 어머니에 관한 일을 좀 얘기하고 싶어요.”유선우의 말투는 더 담담해졌다.“그래? 그럼 내 사무실로 와!”말을 마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더 상의할 여지도 없이.늦가을의 거리에서 조은서는 온몸이 오한이 났다.그래, 이게 바로 유선우지!지난날, 그가 가끔 보여줬던 부드러움은 오직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일단 그것이 소용없단 걸 알게 되면, 그는 바로 본색을 드러낸다.차갑고, 인정사정없다!조은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주저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탔다.두 번이나 갈아타 YS본사 빌딩에 도착했다.YS그룹의 직원들은 모두 그녀를 알고 있고, 그녀가 대표님 부인이라는 것도 알 뿐만 아니라, 이 대표님 부인이 얼마나 비참한지도 똑똑히 알고 있다!진 비서가 그녀를 데리러 내려왔다.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자, 진 비서는 대표이사 사무실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그녀는 그저 사무적인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은 지금 외출하셨습니다. 사모님, 잠시만요, 제가 커피를 타오겠습니다.”조은서는 사무실에 혼자 서 있었다.그녀는 그 바이올린이 마치 보물처럼 유선우의 의자 뒤에 있는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넋을 잃어, 뒤에서 진 비서가 들어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진 비서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백아현이 왜 사모님을 그렇게 미워하는지 아세요? 잘 모르시겠지만, 4년 전에 대표님이 한때는 백아현과 결혼할 생각을 했었어요. 대표님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누구랑 결혼하든 상관없었는데, 마침 그때 백아현을 만난 겁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말이죠.”진 비서는 커피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다시 몸을 일으키며 얼굴에 웃음이 깊어졌다.“그런데 큰 사모님이…그러니까 대표님 어머님이 백아현을 싫어했어요. 출신도 낮아 체면이 깎인다고요. 그러기 때문에 사모님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백아현은 절대 대표님과 결혼을 못했을 겁니다!”그녀는
조은서가 반응할 새도 없이, 유선우는 그녀의 몸을 돌려 통창을 마주하게 하고, 뒤에서 그녀를 꼭 껴안았다.그리고 통창에 비친 자신의 알몸을 보라고 강요했고, 말로 그녀한테 수모를 줬다.“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넌 이 몸뚱어리로 네 어머니의 자유와 바꿀 셈이지? 그런데 어떡하나…이 몸은 난 이제 질리게 잤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이런 곳에서 남자랑 섹스할지언정 돌아가서 보기 좋게 유선우 와이프 노릇을 하는 게 싫은 건가?”그의 두세 마디로 그녀의 자존심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조은서는 전혀 유선우의 상대가 아니다.게다가, 그녀의 몸을 어떻게 다루는지 잘 알고 있는 유선우는 한쪽으로 독한 말로 그녀를 모욕하며, 또 한쪽으로는 그녀를 사정없이 괴롭혔다. “참아, 내 바지를 더럽히지 말고!”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땀에 젖힌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모양새가 난처해진 그녀는 끝내 견딜 수 없어 울음을 터뜨렸다.“선우 씨, 이러지 마!”“뭘 이러지 마? 나랑 자려고 온 거 아니야?”유선우는 분명 화가 나 있었다.그는 그녀의 차가운 얼굴에 대고 또렷하게 말을 뱉었다.“조은서, 넌 좀 억울하고 분했을 거야. 왜 내가 이혼을 안 해주는지, 널 놓아주지 않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을거야. 맞아?”조은서는 그 말에 잠시 넋이 나갔다.유선우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잡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내가 그 답을 알려줄게!”그는 정장 외투를 벗어 그녀를 감쌌다.조은서는 몸부림을 쳤다.“선우 씨, 뭐 하는 거예요?”그러나 그는 이내 그녀를 가로 끌어안아 망설임 없이 바깥으로 향하며,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자러 왔다며? 어떤 곳이 있는데, 너랑 꼭 거기서 다시 한번 자고 싶었어.”조은서는 그곳이 어딘지 짐작했다.거기는 그녀와 유선우가 처음으로 관계가 발생한 곳이다.힐튼 호텔 6201호실.거긴 절대 가기 싫어!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고, 그래도 풀려 못나자, 소리 내 울기까지 했다.만약 인생
스크린에는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살짝 흔들리는 화면 속에는 한 가녀린 몸매의 여자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스위트룸의 환한 불빛은 그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비추었다. 그녀는 바로 조은서였다.조은서는 그걸 보고 온몸이 싸늘해졌다.유선우는 그녀의 턱을 가볍게 잡고 물었다.“두려워서 못 보겠어?”이어서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계속 고집부렸잖아, 그때 네가 문을 열고 들어간 방은 6201호실이라고. 그러니까 저 영상을 끝까지 봐. 네가 들어간 방이 6201호인지 6202호인지 똑바로 보라고!”화면에서 조은서는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럭셔리한 하얀 킹사이즈 침대 위에 유선우가 술은 마시고 누워서 조용히 쉬고 있었다.그 술은 참 독했다.숙취의 느낌 말고도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와 몸 안의 욕구를 풀고 싶은 그런 생각.그러나 그는 오래 몸을 담근 비즈니스 판에서도 그런 방면에서는 항상 자중하며, 지금껏 어느 여자와 이슬 같은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유선우의 하얀 목젖이 가볍게 들썩였다.문득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는데, 손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기운이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유선우는 시뻘겋게 된 눈을 갑자기 떴다.그 여자는 발그스레한 얼굴로 몸을 기울여 그의 입술을 머금었다.이 키스는 기폭제처럼 유선우의 25년 동안 참고 억눌렀던 내심 속 갈망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그는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그 여자를 몸 아래로 눌렀다...그리고 그 순간에 그는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조은서였다.그는 조은서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몸속에서 도사리고 있던 그 욕구는 그들을 심연 속에 빠뜨렸다.화면과 기억 속에서...유선우는 매우 거칠었다. 여자와 섹스를 한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아마도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그는 부드럽게 다루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술까지 마신 상태에서, 그는 키스도 없이 조은서의 몸속에 깊숙이 들어가 그녀와 일체가 되었다.그 여자애의 희고 보드라운 다리 사이로 검붉은 피가
조은서는 매우 모욕감을 느꼈다.유선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이 마치 유 대표 사모님이라는 명분 하에 그가 쉽게 갖고 놀 수 있고 가볍게 대하는 그의 전용 노리개처럼 느껴졌다.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는 조금도 그녀를 존중해 준 적이 없었다.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마치 싸구려 기생과 다름이 없다!시청각실 내 약 30평 되는 공간에, 조은서의 견딜 수 없어 내는 가녀린 신음소리와 유선우의 통쾌한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유선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았으나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갑자기 불만족스러워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겨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와 입을 맞췄다.조은서는 흐리멍덩한 채로 그에게 점령당했다.그녀의 손에는 과도가 들려 있었는데, 그건 방금 몸부림칠 때 우연히 잡힌 것이다.그녀는 매우 슬프고 처량하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이 방을 나가게 되면 또 예전의 그런 날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겉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유와 자아가 전혀 없는 유 대표 사모님으로 남아서, 어쩌면 유선우는 자신을 집에 가두고 사람들 앞에 내보이지도 않는 그런 여자로 만들지도 모른다.조은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옛날로 돌아가기도 싫고, 심정희가 감옥살이하는 것도 싫고, 그녀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유선우는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밀려났다!그는 놀라서 조은서를 보았고, 장면은 매우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조은서는 무릎을 꿇은 채 과도를 손에 쥐었는데, 두 손이 가늘게 떨리는데도 마치 보잘것없는 작은 칼이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을 손에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걸 보는 유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매우 차갑고 어두워졌다.그도 이젠 흥미를 잃고, 천천히 바지 지퍼를 잠그면서 그녀를 흘겨보며 비웃었다.“유 대표 사모님. 왜, 그걸로 남편을 죽이려고? 네가 그런 재간이 있어?”조은서는 얼굴이 창백하여 입술을 떨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유선우, 내가 뭘 말해도 당
병실 안은 조용하지 않았고, 의사 두 명이 유선우와 이야기하고 있었다.“출혈 과다에요!”“수혈을 800ml 했으니 이젠 큰 문제가 없는데, 사모님이 언제 깨어날지는...솔직히 사모님께서 깨어나려는 의지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늦어도 내일 아침까지요! 만약 아침에도 안 깨어나면 사모님께 전신 검사를 건의드립니다.”......의사는 잠시 머무르다가 떠났다.유선우는 그들을 배웅해서 문을 닫은 후, 돌아보니 조은서는 이미 깨어있었다.새하얀 베갯머리에 조그마한 얼굴을 붙이고, 검은 머리가 베개 위에 흐트러져있었다.그리고 헐렁한 환자복을 입은 그녀한테서는 허약한 기색 외에도 잔잔한 병약미가 감돌았다.유선우는 몇 초 동안 가만히 그녀를 보다가 그제야 정신이 들어 걸어오며 침대에 앉아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5시간동안 혼수상태였어. 배 안고파? 내가 사람을 불러 먹을 것 좀 가져오라 할게.”조은서는 얼굴을 베개에 파묻으며, 그를 보고 싶지도 않고 그와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유선우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님은 이미 나와서 지금 한림병원에 있어. 조은서, 네가 아무 말 안 하는 건 괜찮은데, 너도 아버님과 어머님이 네가 오늘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하고 싶진 않겠지?”조은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어머니가 풀려났어요?”유선우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어머니가 안 풀려나면 난 아마 사별을 당했을 거야.”조은서는 생각하기 싫어서 옆으로 얼굴을 돌렸다.유선우는 그녀를 만지던 손을 멈추고 내선전화로 사람한테 식사를 가져오라고 하고, 이어서 그녀한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 “일어나서 좀 마셔!”하지만 조은서는 너무 허약한 나머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유선우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추겨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얇은 셔츠를 사이에 두고 조은서는 그한테서 나는 남성적인 체취 외에 옅고 이상야릇한 냄새를 맡았는데, 그건 그녀
유선우는 죽을 가져와서 작은 원탁에 올려놓고, 그녀를 안고 와서 음식을 먹이려고 했다.조은서가 그때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거랑 달라요!”유선우는 약간 멍해졌다가, 한참 후에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조은서는 그를 바라보며 더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 그때랑 달라요! 예전엔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아무리 원하지 않아도 참았어요. 당신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으니까.”“그럼 지금은?”부드러운 불빛 아래에서 유선우는 그녀의 윤기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그럼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은서야, 난 네가 언제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그딴 건 난 신경 안 써!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유선우는 사업하는 사람이다.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장사판에서는 감정을 논하는 사람이 없다. 남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이고, 아내와 아이, 심지어 애인까지, 모두 권세의 부속품일 뿐이다.그는 말을 마치고 다가가 그녀를 안아 소파로 향했다.조은서는 몸을 떨었다. 하얀 거즈를 두른 팔도 무의식적으로 움츠렸다…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이, 그녀가 그를 꺼리고 두려워한다는 걸 알려주었다.유선우는 좀 화가 났다.그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난 미라를 폭행하는 흥미는 없어!”말을 마치고 그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조은서가 너무 여지없이 벤 바람에 상처가 매우 깊었다. 앞으로 잘 챙기지 않으면 흉터가 생겨 흉터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이런 생각 하니 그의 표정은 좀 누그러들었고, 조은서를 내려놓는 동작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밥 먹어!”“밥을 먹어야 도망칠 힘이 생기지. 여 대표 사모님!”……그는 조롱 섞인 말투로 마지막에 그 호칭을 덧붙였으나, 조은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다.그녀는 아무런 소리 없이 밥을 먹었다. 마치 옆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그녀의 얌전한 모습을 보니, 호텔에서 단호하고 견결했던 그녀의
그 모습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유선우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있던 타올을 넘겨받고 화가 난 듯한 소리로 말했다.“죽을래? 의사가 적어도 이틀 동안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했어.”조은서는 등을 돌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좀 씻고 싶어요!”유선우는 잠깐 생각했다가 그녀가 왜 목욕하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호텔에 있을 때 비록 채 끝내진 못했지만, 약 10분 동안은 그녀를 괴롭히며 다뤘었다. 그녀가 아무리 거부한다 해도 신체에 반응이 생겼을 것이다.유선우는 자신이 아마 너무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않아, 불붙듯 격렬하게 달아올라 그녀와 끝까지 치달을 뻔하였다.그걸 생각하니 그는 또다시 마음이 들떴다. 그의 몸도 그러했다.그는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의 얇은 어깨에 턱을 얹고,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한 모금 머금은 것처럼 쉬어서 말했다.“몸에 내 냄새가 나서 그래?”조은서는 몸을 떨었다.유선우는 그녀의 몸을 돌리고 고개를 숙여 등불 아래에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조은서는 매우 설렜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저 슬플 뿐이었다. 유선우는 그녀에게 성적인 상대로만 생각하고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오랫동안 그한테 시달리니 그녀는 정말 지쳐버렸다.때로는 지쳐서 반항할 힘도 없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세면대 위에 앉히고, 조명을 가장 밝게 조절하고, 자신이 몸을 마음대로 감상하는 걸 내버려두었다. 그녀의 알몸이 남김없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유선우는 그녀를 닦아주기 시작했다.그는 목욕 타올로 그녀의 온몸을 닦아주었는데, 가끔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민감한 부위에 닿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조은서는 아침 이슬을 머금은 아름다운 꽃송이처럼 떨고 있었다.유선우는 수건을 내던지고 환자복을 입히는 대신 하얀 목욕 가운을 그녀한테 입혔다.그리고 그녀를 안고 침대로 돌아가며, 참지 못하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방금 어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