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혁은 어둠 속에서 조은서가 했던 말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조은서는 만약 그가 박연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박연준의 여동생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도록 내버려뒀을 거냐고 물었다.하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그가 박연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는 성숙하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박연희는 그의 이상형과는 많이 떨어진, 덜 익은 과일 같은 사람이었다.잠에 빠져들며 그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말했다.나는 박연희를 사랑하지 않아.…조은서가 차에 타자 그의 비서인 장비훈이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대표님, 그럼 이제 호텔로 갈까요?"조은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가죽 의자에 몸을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호텔에서 하루 묵기로 해요. 그리고 비 훈 씨, 내일 아침에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티켓 좀 끊어줘요."장비후은 그 말이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깊게 묻지는 않았다.그저 호텔로 돌아와 비행기 티켓을 끊은 후 조은서에게 소식을 알렸다.조은서는 하루 종일 바삐 돌아다녔기에 매우 피곤했다.그녀는 개인 별장 식으로 인테리어를 한 온천이 있는 호텔에 묵었는데 잠자기 전 뜨끈하게 온천에 몸을 녹이려고 생각했다.온천은 개방형이었는데 그녀가 탕에 들어와 숨을 내뱉자마자 곁에 놓아두었던 핸드폰 울리기 시작했다.유선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는 걸 확인하고 조은서가 전화를 받았다.온천에 몸을 녹이고 있었기에 목소리는 약간 잠겨있었다."이안이랑 이준이는 다 자요?"유선우가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온천에 있어?"조은서는 옅게 웃을 뿐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유선우가 다급하게 물었다."그럼 그 비서는? 같이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게 전화기 밖에서도 느껴졌다.조은서가 그를 골려 줄 생각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같이 있어요. 근데 그게 왜요? 선우 씨 당신이랑은 상관없잖아요. 우리 끝난 거 아니었나요?"유선우는 그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바로 그때, 장비훈이 조은서에게 급하게 보고 할 일이
하인우는 소파에 앉아 조은서를 보고 있었다.그는 조은서를 몰랐지만 그녀와 조은혁이 많이 닮아 있었기에 대강 그녀의 신분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는 두 눈에 깊은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 어머니 앞이었기에 겨우 억누르고 있었다."뭐 하러 왔어요?"장비훈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조은서가 그를 말리면서 하인우 옆에 앉았다.그녀는 하인우의 망가져버린 두 손을 물끄러미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희 씨가 부탁해서 찾아왔어요."하인우는 눈을 크게 뜨더니 조은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겨우 한마디 뱉었다."연희는 어때요? 혹시 학대당하고 있어요?"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하인우가 제일 잘 알았다.조은서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사실을 절반만 말해 주기로 결정했다."연희 씨는 임신했어요. 당연히 오빠의 아이고요. 그러니 하인우 씨도 그녀를 잊고 잘 살아요. "하인우가 눈물을 흘렸다.그가 얼굴을 살짝 들고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그 인간은 사람도 아니에요. 연희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그는 조은서에게 박연희를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조은서가 가방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며 그에게 내밀었다.카드에는 10억이 들어 있었는데 이 돈이면 그들은 더 큰 집으로 이사해서 하인우를 돌봐줄 간병인을 고용할 수도 있었고 그의 부모님도 더 좋은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조은서는 이 돈은 박연희가 그에게 주는 것이지 조은혁의 돈이 아니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조은서가 하인우의 절망적인 얼굴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저는 그녀를 구할 수 없어요, 하인우 씨. 그냥 그녀를 자주 만나러 가고 잘 지내고는 있나, 고용인들한테 학대당하지는 않나 지켜보기만 할 뿐이에요."그녀는 떠나기 전 고민하다가 결국 하인우에게 말해줬다."하인우 씨, 만약 저희 오빠가 박연희씨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제가 부탁했을 때 그녀를 놔줬을 거예요. 하지만 오빠는 박연희 씨를 좋아하니까 제가 몇 마디 한다고 그녀를 놔주지는 않을 거예요. 게다가 지금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생겼잖아요."
허문혜가 떠난 후 조은서가 자기 차를 찾으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검은색 캠핑카가 그녀를 향해 불을 깜빡깜빡했다.조은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뒷좌석에 앉아 있는 유선우를 발견했다.기사가 차에서 뛰어내리더니 잔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몇 시간 전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같이 돌아가셔서 밥 먹으려고요. 도련님과 아가씨도 기다리고 계십니다."조은서는 어이가 없었다.이건 너무 유치한 거 아닌가? 그녀가 기사에게 물었다."그럼 제 차는요?"그러자 기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죄송하다는 듯 말했다."사모님 차는 저희가 이미 별장에 잘 모셔놨습니다."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차에 올라 탔다.차에 앉아 있던 유선우는 그녀가 올라오는 걸 보고는 머리를 약간 까딱이고는 기사에게 말했다."가죠."기사의 부드러운 주행에 차는 점점 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차 안은 침묵만이 가득했는데 조은서는 의자에 몸을 파묻고 앉아 박연희와 하인우의 일 때문에 여전히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침묵이 유지되던 와중 유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샹겐에서 재밌게 놀다 왔어?"조은서는 그에게 한마디 하려고 하다가 그럴 기분이 아니었기에 간단하게 대답했다."네."유선우가 몸을 돌려 그녀의 눈에 매달린 눈물을 발견했다.유선우가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왜 올려고 해?"조은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가죽 의자의 얼굴을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 저 조용히 가고 싶어요."유선우도 별말 하지 않고 버튼을 눌러 뒷좌석과 앞좌석 사이를 갈라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조은서은 순간 놀라 손을 빼내려고 하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유선우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오른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건가?어둠 속에서 그녀가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선우는 그저 그녀의 손을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차가
그 순간 조은서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유선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예쁜 얼굴을 코트에 묻고 있었다.그녀의 잘록한 허리에 남자의 강인한 두 팔이 넝쿨처럼 감겨 있었다.그녀의 눈물에 그의 셔츠가 촉촉하게 젖어갔지만 그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저 조은서를 더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두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안는 것은 너무 오랜만에 일어난 일이었다.밝은 태양 아래서 서로를 안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아무도 없는 밤에 서로를 끌어안는다고 해도 그건 고통으로 가득찼다.그때의 심정으로는 마치 내일이 없는 듯싶었다.유선우가 고개를 내려 품에 안긴 여인을 바라보았다.그가 잠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은서야, 내 곁으로 돌아와 줘."하지만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를 더욱 끌어안는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그녀는 소리 없이 크게 울었다.너무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유선우가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다.하지만 결국 그는 모든 걸 털어내고 일어섰고, 지금 조은서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유선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온몸을 떨고 있었다.조은서는 아직 유선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토록 완전한 유선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밝은 태양 아래 조은서가 그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지금 그들은 이혼한 부부도 아니고, 두 아이의 부모도 아니고, 그저 다시 예전의 18살 때로 돌아간 듯싶었다.그는 그녀에게 못되게 굴었고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했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조은서는 겨우 평온을 찾았다.그녀는 붉어진 코와 떨리는 입술을 한 채 여전히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 나는 더 이상 사랑할 자신이 없어요. 선우 씨 이제 다 나았으니까, 그러니까 다른..."그때 그녀의 허리에 감긴 팔이
유선우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은서를 자기 품에 끌어 않았다. 그녀의 세상이 자신의 냄새로 가득 찰 수 있게.한참 뒤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은서야, 그럼 내가 다시 너를 꼬셔볼게. 네가 내 곁으로 돌아와서 나랑 결혼하고 싶어질 수 있게."…유문호와 두 아이들, 그리고 다른 도우미들은 유선우의 건강이 회복된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좋은 일이 일어난 걸 축하하기 위해 오찬은 다른 때보다 더 풍성하고 뜻깊었다.점심을 다 먹은 후 유문호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빠져나갔다.조은서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싶다가 주방으로 가 물 한 병을 꺼내려고 했다.냉장고 문을 열기 무섭게 한 남자가 그녀 대신 물을 꺼내 줬다.조은서가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바라보았고 그 또한 뭔가 생각을 하는 듯싶었다."무슨 생각 해?"조은서는 그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가로 적었다."아무 생각 안 해요."말을 끝마친 뒤 그녀가 가려고 하자 유선우는 그녀의 팔을 잡아 자기 쪽으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주방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 이상의 스킨십은 하지 않았다."지금 우리 사이가 서로 속 터놓고 얘기할 사이는 아니지 않아요?"조은서가 쏘아붙였다."지금 우리 사이는 그냥 애들 얘기만 할 수 있는 사이죠.""그럼 몸의 대화는?"유선우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노골적으로 말을 뱉었다.그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은서는 얼굴을 붉혔다.그녀가 유선우의 손에서 페트병을 빼앗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아주머니더러 애들 짐 좀 싸달라고 하세요. 애들 데리고 돌아갈 거예요."유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빨리? 며칠밖에 안 있었는데?"그는 조은서와 아이들과 더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었기에 그녀를 붙잡았다."이제 며칠만 지나면 설이잖아. 은서야, 여기서 같이 설 쇠자. 어머님도 모셔 올게."조은서가 천천히 페트병의 뚜껑을 닫으며 거절했다."그건 아닌 것 같
심정희는 삼 일 동안 입원해 있었고 그녀가 퇴원하는 날은 마침 섣달그믐날이었는데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심정희가 차에 올라타 자책했다. "늙으면 쓸모 없다더니 너한테 폐나 끼치고. 은서야, 나 생각해 봤는데, 이제 이준이까지 다 크면 나는 그냥 요양원에 가서 지내려고. 거기 내 동년배들도 많을 거고 친구도 생길 거야.""어머니, 제가 어떻게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 있겠어요?"조은서가 차를 몰며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저도 너무 바빠서 어머니랑 같이 시간을 못 보냈어요. 이제 선우 씨도 건강해졌고 애들 돌볼 수 있으니까 저는 어머니랑 여기저기 나가서 좀 다녀보려고요."심정희는 한참 동안 친목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도 몸이 금방 괜찮아졌으니까 지금은 너랑 아이들한테만 정신을 쏟을 거야. 하지만 남자는 그렇다? 너한테서 얻을 걸 다 얻지 못했다고 생각이 되면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를 찾기 마련이야. 은서야, 내가 선우 편드는 건 아닌데 그래도 걔가 널 좋아한다는 건 나도 알 수 있어. 둘이 서로 그렇게 잊지 못하는데 그냥 같이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조은서는 이제 31살이고 유선우도 35살이었다.둘 다 적지 않은 나이였고 같이 많은 일을 겪어 왔기에 심정희는 내심 두 사람이 잘 됐으면 하고 있었다.조은서도 많은 부부들이 아이들 때문에 계속 같이 지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때문에 유선우를 봐준 적이 없었다.그녀가 유선우의 곁으로 돌아갔을 때도 그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고, 그의 곁을 떠날 때도 그를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유선우에게서 전화가 왔다.조은서가 전화를 받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저 내일 아이들 데리러 갈게요. 오늘은 그냥 거기서 그믐날 밤 보내도록 해요. 괜찮죠?"설이었지만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기에 차라리 유선우 쪽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은서는 순간 멈칫했다.그때 심정희가 지팡이를 짚고 가까이 다가오며 물건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다 수입품들이고 우리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들이야. 선우가 마음 꽤 썼네."그러자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여사님 말씀이 맞으세요. 대표님께서 직접 전화하셔서 저희도 가장 좋은 물건들로 골라서 바로 오는 길입니다. 해산물과 육류는 이미 다 손질 해놔서 바로 조리해서 드시면 돼요. 다른 물건들도 전부 최상급 물건 들입니다."조은서는 물건들을 거절하지 않고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은 돈봉투를 설 선물로 주었다.책임자가 두툼한 돈봉투를 확인하더니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그리고 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백년가약 하세요."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트럭이 떠나고 별장에 있는 도우미들이 물건들을 옮기며 바쁘게 움직였다.조은서는 그들에게도 돈봉투를 쥐여주었다.한 사람당 400 만 원씩 되는 돈봉투를 받은 그들은 더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심정희를 부축해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나와서 트렁크에서 짐을 꺼냈다.계단을 올라갈 때 꽤 쌓인 눈이 그녀의 신발에 밝히며 뽀득뽀득하는 소리를 냈다.봄이라도 온 듯 집안은 따뜻했고 도우미들이 꽃과 과일을 장식해 놓으며 하하 호호 웃었다."대표님이 고르신 꽃은 역시 뭔가 다르다니까요. 냄새도 그렇고 색깔도 다른 것들과는 비교가 안 돼요. 사모님, 예쁜 꽃들로 골라서 침실에 놓아둘게요."조은서는 유선우가 준 꽃을 침실에 두기 꺼려졌기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그녀는 위층에서 담요를 하나 가져와 심정희의 무릎에 덮어줬다.심정희가 부드럽게 말했다."선우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데, 진짜 잘해 볼 마음 없어?"조은서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어머니, 그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잘해 보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도 충동에 휩싸여서 같이 있기로 결정했는데 선우 씨는 항상 저를 실망
그리고 유선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조은혁의 생각이 나기도 했다.그녀가 핸드폰을 조은서에게 돌려줬다.조은서가 유선우에게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서야, 새해 복 많이 받아."순간 조은서가 멈칫했다.두 사람이 알고 지낸 이래 올해 설이 아마 가장 기쁜 설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순간 기쁜 감정과 슬픈 감정이 동시에 몰려오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선우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두 사람 중 누구도 먼저 전화를 끊지 않았고 그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상대방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부드러운 숨소리가 마치 귀 옆에서 들려오는 듯싶었다.조은서는 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심정희에게 그걸 들키기 싫어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심정희가 멍을 때리는 걸 발견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니, 지금 아빠 생각하시는 거예요?"하지만 심정희는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아까 선우 목소리 들으니까 네 오빠 생각이 나서 말이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은혁이랑 그 여자애는 지금 어때?"조은서는 심정희에게 하인우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오빠가 박연희를 씨를 데려온 후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하인우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 편이 좋았다.조은서는 그녀에게 일부분의 사실만을 알려줬다."연희 씨 지금 임신 6개월 차에요. 지금 당장 귀국하기는 어려울 거예요."조은서의 위안에도 심정희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집안에 아이가 더 생기는 일이니 나도 기뻐. 그리고 너의 엄마 아빠도 기뻐하실 거야. 근데 박연희 씨의 아이라니... 은서야, 만약 언젠가 은혁이가 그 여자를 데리고 오면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 잘 대해 줘야 하는지, 그러면 안 되는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조은서도 마음이 복잡했기에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나중에 생각해요. 근데 박연희 씨도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