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우는 인간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조은서와 수년간 잠자리를 함께했기에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는 여성을 즐겁게 하는 데에 숙련됐다. 조은서가 그에게 압박받아 간절하게 원하는 모습은 취약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 밤에는 그녀의 기분을 고려해야 했기에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이제 조은서는 거의 유선우의 품 안에 있는 모양이 되었으며 조은서는 작게 떨고 있다. 그는 그녀가 고민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랑과 무관심 사이에서 그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려고 하면서도 그의 부드러움에 저항할 수 없었다. 조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나타난 그녀의 취약함이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유선우는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다.“내가 계속 챙겨줬으면 좋겠어? 그게 편안해?” 조은서는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녀는 그를 6년 동안 사랑했는데 어떻게 그가 의도적으로 풍기는 남성적 매력에 아무런 느낌이 없을 수 있겠는가? 조은서의 얼굴이 뜨거워지자 유선우는 짖고 있던 강아지를 그녀에게 돌려주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설리야, 엄마가 부끄럽나 봐.”그 순간, 조은서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몸을 움츠려 그의 손길을 피했고 유선우는 가볍게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 그는 몸을 바로 하고 차를 몰아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길에서 두 사람은 임지혜와 차준호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솔직하게 그녀에게 임지혜와 차준호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차는 병원 앞에 멈추었고 유선우가 몸을 돌려 말했다. “큰 이익 앞에서 차준호는 임지혜를 선택하지 않을 거야. 은서야, 나는 임지혜를 찾아줄 수 있지만 그들의 감정에는 도움을 줄 수 없어.”조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려가려고 했지만, 그의 손에 붙잡혔다. 그는 잠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이
병원으로 가는 길에서 조은서는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는 유선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것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조은서는 희미한 여자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상하고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조은서는 걸음을 빨리했다. 문을 열 때 유선우가 그녀 뒤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우연의 사람들이 임지혜의 오른쪽 귀의 청력을 잃게 했어. 발견했을 때는 버려진 창고에 있었어.”조은서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손잡이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차준호가 먼저 도착해 있었고 그의 약혼녀도 병실에 있었다. 임지혜는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많이 야위어 보였다. 그녀는 차준호나 그의 약혼녀를 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도 듣지 못했는데 그녀는 두 귀가 다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은서는 임지혜를 부드럽게 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임지혜는 크게 소리 내어 울었는데 그녀의 울음소리가 이상했다. 정상적인 사람의 울음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차준호가 중얼거렸다. “왼쪽 귀가 멀쩡한데 왜 듣지 못하지?” 조은서는 임지혜를 꼭 안고 눈을 감으며 말했다. “차준호 씨, 지혜는 15살 때부터 왼쪽 귀가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었어요. 이 몇 년 동안 지혜는 오른쪽 귀로만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 당신과 당신의 약혼녀가 지혜의 오른쪽 귀도 빼앗아갔어. 내가 말했듯이 지혜는 단지 고아일 뿐이야. 지혜는 무엇도 빼앗아갈 힘이 없어... 정 씨와 차 씨 두 가문 앞에서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왜 당신들은 지혜를 파괴하고 상처입히는 거야?”차준호는 온몸이 떨렸다. 차준호는 임지혜의 살이 빠진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의 몸 아래에서 생기 있게 누워 있었고 다른 남자를 찾아 잠자리를 가지겠다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그가 그녀를 괴롭힐 때 그녀의 왼쪽 귀에 남녀 간의 사랑스러운 말을 하거나 거북한 농담을 했지만, 그녀는
밤이 깊어진 시간, 차준호는 병원으로 돌아왔다. 임지혜는 그를 한 번 올려다본 후 무릎 위에 머리를 묻고 계속 그대로 있었다. 임지혜는 여전히 깊은 두려움에 빠져 있었고 그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차준호는 목이 메어서 병실을 다시 나갔다. 그는 텅 빈 복도를 걷고 있었고 구두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복도 끝의 창문을 밀어 열자 밤바람이 세차게 불어 그의 얼굴을 때렸고 그의 몸에서 나는 화장품 냄새를 날려 보냈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차준호는 유선우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았다. 차준호는 손을 떨며 담배에 불을 붙였고, 밤공기 속의 담배 연기는 그와 임지혜가 함께 보냈던 밤의 열정을 연상시켰다... 그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들렸다. “그 여자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라웠고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 여자와 결혼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아. 그건 가능성이 없고 현실적이지 않아. 선우야, 내가 그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여자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조용히 살게 하는 거야...” 그는 손가락 사이의 담배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은서 씨가 그 여자 곁에 있으니까 나는 안심해.” 유선우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서 진찰하게 했어. 오른쪽 귀가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어서 앞으로 보청기에 의존해야 한다고 해. 준호야, 넌 이 선택을 확신하는 거야?” 차준호는 담배를 끄고 가볍게 대답했다. “선택권은 상위자만이 가질 수 있어. 선우야, 넌 이걸 제일 잘 알잖아.” 차준호는 임지혜에게 남은 인생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100억짜리 수표를 남겼다. 떠날 때, 그는 눈가가 촉촉해져서 고개를 살짝 들었다. 앞으로의 인생에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어도, 그날 밤 그녀에게 한 말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만약 너라면, 나는 기꺼이 이 결혼을 했을 거야.”... 유선우는 그 수표를 임지혜
이른 아침에 조은서가 눈을 뜨자 유선우의 잘생긴 얼굴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는데 한 손은 머리 뒤에 받치고 있고 다른 손은 조은서의 허리에 얹혀 있었다. 유선우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뜨거웠다.그의 셔츠는 흐트러져 있었고 검은색 바지는 깔끔했지만 벨트가 풀려 있었다. 조은서는 다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정돈되어 있었지만 속옷이 벗겨졌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소파 틈새에서 얇고 투명한 검은색 속옷을 발견하고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졌다.어젯밤, 그녀는 유선우와 관계를 했다... 조은서는 조용히 몸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허리를 두르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오면서 그녀를 다시 끌어당겨서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다. 성인 남녀로서 그들은 서로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분위기가 미묘했다. 유선우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그러다가 내가 참지 못하고 다시 어떤 일을 벌이게 되면 그때는 울지 마.”조은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의 품에 순순히 안겼다. 잠시 후 유선우는 그녀의 얇은 어깨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숙여서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젯밤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거야?”조은서는 어젯밤의 일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몇 번이나 했는지 그녀는 정말로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고 부담감이 적었다.조은서는 유선우의 몸에 기대 앉아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긴 머리카락을 가볍게 빗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손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유선우는 조용히 감상하고 있었다. 그는 YS 그룹에 들어간 후부터 항상 부지런히 일에만 매달려서 오늘처럼 소파에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내의 아침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유선우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말이 없어?” 조은서는
조은서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강아지가 그녀의 목을 핥으며 간지럽게 하자 그녀는 몇 번 피하다가 결국 유선우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금 애교가 섞였다. “선우 씨, 강아지를 데려가요.”유선우는 강아지를 데려갔지만 그녀를 놓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를 몸으로 밀어붙였는데 그의 깊은 눈빛에는 참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드러났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할까?” 조은서는 얼굴이 붉어졌고 목소리가 떨려왔다. “안 돼요!”유선우는 잠시 그녀를 밀어붙였다가 진정한 후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셔츠와 바지를 정돈하며 말했다.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 저녁에 다시 보러 올게.” “저녁에 약속 있어요.” 조은서는 빠르게 대답했다.유선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하게 물었다. “누구랑 약속이야? 허민우랑?”조은서는 굳이 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대답했다. “서미연 씨가 소개해 준 투자자예요. 서미연 씨 말로는 그 사람이 아주 유능하다고 하던데 저녁에 만나서 자세히 얘기해보기로 했어요.”유선우는 코트를 입으며 물었다. “내가 데려다줄까?”조은서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유선우는 손을 뻗어 약간 붉은 기가 도는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남편이 있다는 걸 알리기 싫은 거야?”“아니에요!” 유선우는 웃으며 한 손으로 설리를 안아 들고 고개를 숙여 강아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한테 인사해.”조은서의 얼굴은 불편하게 붉어졌다. 유선우는 더는 머물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떠난 후, 조은서는 계속해서 집안을 정리했다. 반 시간 후, 그녀는 유선우가 보낸 아침 식사와 숙취 해소제, 그리고 유선우가 쓴 카드를 받았다. 그는 장난스럽게 그녀를 '설리 엄마'라고 불렀다. 조은서는 조용히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강아지, 아침 식사, 카드... 이 모든 것은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수작이다. 그녀가 모를 리 없었
서미연은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웨이터에게 말했다. “이렇게 다 주문해 주세요! 곧 다른 손님도 도착할 예정이니 음식을 바로 준비해 주세요.” 웨이터가 머리를 끄덕이고 나갔다.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서미연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는 길에 우리 남편이 전화하는 걸 들었어요. 차준호 씨가 은서 씨 친구 때문에 약혼녀하고 크게 다투었대요. 약혼식 날 저녁에 클럽에서 여러 명의 젊은 배우들과 논 건 차씨 가문의 어르신을 화나게 했다고 해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사실 남자들은 다 그래요! 지금은 당신을 위해 목숨까지 걸어서 죽었다고 가정해도 몇 달 후에 그들이 다시 살아난다면 당신이 누군지 기억이나 할까요? 남자들한테 의지하기보다는 손에 쥐고 있는 돈이 더 중요해요.”조은서는 임지혜가 청력을 잃어버렸다는 것과 그녀가 하룻밤을 고통스럽게 보낸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100억의 가치밖에 없었다.서미연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웨이터가 음식을 들고 오자 분위기가 바뀌었고 두 사람은 다시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선우 씨 여기로 오세요. 2201호 방입니다.”유선우...조은서는 깜짝 놀랐다. 이윽고 방문이 열렸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유선우였는데 그는 키가 커서 문의 꼭대기에 닿을 정도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와 코트 단추를 풀면서 서미연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 조금 늦었어요.”그의 모든 동작이 다 멋있어서 서미연은 그 나이에도 그를 몇 번이고 쳐다봤다. “괜찮아요. 저는 방금 조은서 씨와 이야기하고 있었어요.”유선우는 조은서 옆에 앉아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아마도 일부러 꾸며 입은 것 같았다. 샴페인 색상의 실크 셔츠와 같은 소재의 머메이드 스커트는 그녀의 몸매를 잘 드러내어서 아주 여성스러웠다. 그의 시선이 너무 뜨거웠던 모양인지, 조은서는 불편한 듯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는데 이때 앞 접시에 연어
조은서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괴로워서 물었다. “선우 씨, 정말 저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는 감정을 느꼈다면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 까요?”그녀는 말을 이어가지 않고 핸드백을 들고 일어서려고 했다. 유선우는 몸을 기울여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눌렀다. “식사는 함께 끝내야지.”조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우 씨, 당신이 투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천천히 드세요. 저는 먼저 갈게요.”유선우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이 어두웠다. 잠시 후, 그는 마치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집에 데려다줄게.”유선우는 항상 강압적이었기에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조은서를 데리고 방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서 검은색 벤틀리의 문을 열어주었다.조수석에는 작은 흰 덩어리가 있었는데 바로 설리였다! 강아지는 가죽 시트에 웅크리고 있어서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는데 소리를 듣고 깨어서 눈을 깜빡거렸다. 설리의 까만 눈동자는 조은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이를 본 조은서는 갑자기 슬픔이 몰려왔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매일 밤 유선우가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던 예전의 모습이 말이다.몰려온 슬픔은 그녀를 압도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설리를 더는 볼 수 없어서 뒤로 물러섰다.조은서는 어두운 곳에 서서 유선우에게 말했다. “선우 씨, 저 혼자 집에 가고 싶어요.”“왜 그래?”유선우가 한 걸음 다가서며 그녀의 어깨를 만지려고 했지만, 조은서의 반응은 방어적이었다. 그녀는 크게 물러나며 검은색 벤틀리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다가오지 말아요. 선우 씨, 다가오지 마세요.”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차를 짚으면서 천천히 그의 곁에서 멀어져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조금 비틀거렸는데 마치도 그녀가 사랑했던 시간이 그랬던 것처럼 불안하기 그지없었다.하늘에서는 눈송이가 떨어져 조은서의 머리와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조은서는 조약돌이 깔린 좁은 길을 천천히 걸었다. 정원에는 많은 식물이 추가되어 겨울에도 생기가 넘쳤다. 대리석 현관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생전에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고 거실은 완전히 새로 꾸며졌다. 여전히 원래의 스타일이지만 가구들이 모두 교체되었고 심지어 바닥의 카펫도 새것으로 바뀌었다. 소파 뒤에는 거대한 벽화가 걸려 있었는데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어린 시절의 조은서가 작은 텐트 안에서 달콤한 잠을 자는 모습이었다.조은서는 오랫동안 그 그림을 바라보다가 눈가에 눈물이 맺혀 조용히 떠났다. 밖으로 나갔을 때는 눈이 더 많이 내리고 있었고 눈송이들이 조은서의 눈썹과 어깨에 내려앉았다. 구석에는 한 그루의 납매나무가 얇게 덮인 눈에 가려져 있었다. 연한 노란색 꽃잎이 흰 눈에 반사되며 더욱 가냘파 보였다.조은서가 떠난 후, 유선우는 다시 식당의 룸 안으로 돌아왔다. 그는 혼자서 호화로운 조명 아래서 아무 표정 없이 식사했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진 비서가 들어와 최신 심리 분석 보고서를 전달했다. 유선우는 조은서에 대한 심리학자의 분석을 훑어보며 분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는 심리학자가 조은서를 매우 정확하게 분석했다고 생각했다.유선우는 보고서를 덮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수표를 보내서 나머지 돈을 지급해.” 진 비서는 놀라서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진 비서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그는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조은서는 곧 돌아올 거야. 나 박사와의 협력은 잠시 중단될 거야.”그의 확신에 찬 모습에 진 비서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유선우를 따라 나가면서 조은서가 유선우와 결혼하는 것이 과연 행운인지 재앙인지 생각했다. 유선우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는 고용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무시하고 2층 서재로 향했다. 그는 보고서와 청구서를 책상 위에 던져놓고 소파에 앉아 목을 풀었다.뒤쪽의 창문으로는 눈이 내리면서 밤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한 풍경이 보였다. 유선우는 조은서가 보고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