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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결국 신광구가 어르신 앞에서 다시는 김씨 집안 일에 끼어 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나서야 이번 일은 마무리되었다.

신씨 부부는 울상이 되어 집을 떠났다. 어르신은 아직도 얼굴에 분노가 어려있었다.

“집이 망하게 생겼어, 신씨 집안 남자들 김씨 집안 여자들한테 혼이 빠져서는.”

신경주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며 생각에 잠겼다.

‘구윤을 대신해 다른 사람이 Y국에 가서 회의에 참석한 걸까? 아버지가 사람 착갈할 리가 없는데, 예전에 만나본 적 있는 사이인 듯 얼굴 착각할리가 없잖아, 아버지가 치매가 아닌 이상.’

신경주는 바닥에 떨어진 부채를 주우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거 할아버지 물건이에요?”

“응? 어머 내 정신 좀 봐, 그거 나 줘.”

신남준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건 소아가 날 위해 만든 부채야, 뒷면에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새겨줬어, 백소아의 작품이야.”

‘소아가 서예를 한다고? 심지어 그림까지?’

신경주는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해 있었다.

그 여인은 늘 규칙대로 사는 사람이었는지라 도통 재미가 없었다.

피아노와 춤 그리고 노래까지 못하는것이 없는 김은주에 비해 백소아는 빛날 것이 없는 여자였다. 순하고 예쁜 얼굴 외에는 아무런 특기가 없었다.

하지만 신경주를 떠난 뒤로 보석마냥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백소아 나보다 구윤이 그런 자신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백소아는 신경주를 사랑하기보단 안해로써의 직책을 다하는 듯싶었다.

‘그럼 그 여자는 구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가?’

“예전에 소아가 주말마다 나 보러 왔었어, 나랑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고 서재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서예를 하기도 했디. 그 애 서법이 남달랐어, 서예에서 볼 수 있었다시피 소아는 평범한 집안 여자애가 아니었어, 귀족 집안에서 자라난 아가씨였지.”

신남준이 입을 삐쭉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김씨 집안 여자보다 얼마나 더 훌륭한 애인지 몰라, 네가 눈이 멀어서는 원…….”

신경주는 자기도 모르게 부채를 펼쳤다.

아름다운 필체가 시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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