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람의 곁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 신경주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눌렀는데 마치 심장이 통째로 파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신경주는 그들이 정말 이혼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윤유성과 구아람이 오는 것을 보고 임수해가 가장 먼저 맞이했다. “아가씨, 상처는 좀 어때요?” “괜찮아. 그 범인은?” 구아람은 이 일에만 신경이 팔려있었다. “걱정 마세요. 이미 제가 사람을 보내 비밀리에 감금해 두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의 검은 방에 있어 날개를 달아도 못 달아납니다.” 임수해는 구아람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 잘했어. 앞으로 며칠 동안 제대로 해보자고.” 구아람의 예쁜 눈을 가늘게 뜨고 임수해의 어깨를 다독였다. 임수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싸울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저 사람한테 인사 좀 하고 올게.” 말하면서 구아람은 몸을 돌려 윤유성한테로 향했다. 우아한 이 남자는 벤틀리 옆에 서있는 것이 마치 정교한 조각상처럼 눈을 즐겁게 했다. “오늘 밤, 당신도 보았다시피 저와 심 사장의 관계는 좀 복잡합니다.” 구아람은 어여쁜 눈을 들고 남자를 쳐다보며 말투에는 약간 부끄러움을 띄었다.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당신을 끌어들여 연기를 한 것뿐입니다.” “저와 신경주 사이에 당신을 말려들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니 영광인걸요.” 윤유성의 청아한 목소리는 아주 매혹적이었다. 구아람은 빨간 입술을 살짝 오므렸는데 윤유성의 그 말은 그녀를 더욱 난처하게 했다. “쓸모가 있다면 다음에도 환영합니다.”윤유성은 웃으며 덧붙였다. “또 농담이시군요.” 구아람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일이 다음이 있기를 바라지 말아야죠.” “일주일 동안 상처에 물 묻히지 말고 일찍 들어가 쉬세요.” 윤유성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적정선을 지키려 구아람과 작별하고 차에 올랐다. “잠깐만!” 구아람이 차
구아람이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새벽이었다.구아린은 언니가 걱정되어 졸음을 꼭 참고 있었다. 충혈된 그녀의 두 눈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아린아, 자책하지 마, 언니 괜찮아. 내일 아침 수업이 있지 않아? 얼른 자.”구아람은 그녀의 곁에 앉아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언니, 제가 많이 한심하죠? 어렸을 때 언니가 날 지켜 주었잖아요, 지금 제가 다 컸는데도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구아린은 입을 삐죽 내밀며 눈물을 글썽거렸다.“바보야, 그게 무슨 말이야.”구아람은 가볍게 딱밤을 때렸다.“구씨 가문에 너랑 연서 이모가 있어서 집안 분위기가 좋아진 거야. 넌 우리가 가장 아끼는 막내이자 소중한 마스코트야. 정말 날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 봐. 네가 연예계에서 잘 되면 널 홍보대사로 초대할 거야. 좋은 일을 남에게 줄 수는 없잖아, 돈도 아낄 수 있고, 얼마나 좋아!”“언니, 저를 믿으세요, 꼭 성공할게요!”구아린은 손으로 눈물을 훔친 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간단히 세수만 하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구아람은 동생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에서 나왔다.임수해는 서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김은주가 입원한 것 같은데, 원인을 알아냈어?”구아람의 따뜻함은 이미 사라졌고, 싸늘하게 소파에 앉았다.“네, 알고 보니 김은주가 자살하려고 손목을 그었는데 제때에 구조되였기에 위험한 고비는 넘겼대요.”임수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차갑게 말했다.“신경주가 계속 그녀의 곁에 있었대요.”“당연하지, 그년이 그를 위해 목숨까지 버렸는데 그가 시체가 되더라도 김은주 곁에 있어야지.”구아람은 비아냥거리며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아가씨,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김은주가 자살하다니, 이건 올해에 가장 웃긴 농담이야.”구아람은 몸을 기울이고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시큼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그녀가 아직 신씨 그룹의 사모님도 되지 않았고, 날 죽이지도 못했는데 왜
“아가씨께서 이미 잠들었어요. 사장님, 그…….”“임수해, 담이 점점 커지는구나, 그녀와 함께 날 속이기로 했어?”구윤은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다, 그러나 화를 내기만 하면 너무 무서웠다.“한 번 더 말할게, 전화받으라고 해, 아님 내일부터 넌 더 이상 아가씨의 비서가 아니야!”구아람은 너무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급히 핸드폰을 귓가에 대고 애교를 부렸다.“오빠…….”구윤은 마치 감정을 억누르는 듯 깊게 숨을 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람아, 나와, 할 얘기가 있어.”구아람은 조마조마하게 별장을 나섰다.그윽하고 고요한 가로등 아래, 검정 애스턴마틴 앞에 서 있는 구윤은 안색이 어두웠다.등불 그늘은 회색 슈트를 입은 긴 다리의 절묘한 라인을 더 두드러지게 했다.그러나 이렇게 멋진 오빠를 만나는 구아람은 벌벌 떨며 마치 염라대왕을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오빠…….”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구윤에게 다가가 수줍게 입술을 오므렸다.“추워, 차에서 얘기하자.”구윤은 두말없이 자신의 외투를 벗어 구아람에게 걸쳐주며 그녀를 차에 태웠다.뒷줄에 앉자마자 구윤은 결국 참지 못하고 큰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다급하게 물었다.“어디를 다쳤어?”“팔…….”구아람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용기가 없어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구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숨이 가쁘게 그녀의 가녀린 팔을 더듬어 천천히 소매를 걷었다.새하얀 거즈가 보이자 남자는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오빠, 괜찮아, 근육과 뼈를 다치지 않았어, 그리고 이젠 아프지도 않아.”구아람은 큰오빠가 걱정할까 봐 서둘러 해명했다.구윤은 다시 소매를 내리고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손은 힘에 의해 새빨갛게 물들었고 그녀는 조급하고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미안해, 오빠에게 숨기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난 그냥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흐른 뒤에야 구윤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했다.“감히 내 동
서류에 엄명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의 자세한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성형 보고서까지 첨부해 있었다.이 남자는 얼굴 전체를 성형한 적이 있었다.구아람은 그의 성형 전 외모가 너무 익숙했다. 바로 전에 구진이가 인스타를 통해 알아낸 김은주의 M 국에서의 헬스 트레이너 연인이었다!“맞아맞아! 이 사람이야! 김은주의 손을 잡은 그 남자!”구아람은 잠시 흥분해서 오빠 앞에서 아무 말이나 막무가내로 찔렀다.김은주의 손을 만지는 사진이 너무 인상이 깊었다.구윤은 가볍게 기침을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툭 터져 나왔다.“아람아, 말 조심해야지.”“내 추측이 맞았네.”구아람은 이를 악물고 냉소하였다.“허, 이건 너무 뻔하잖아, 김은주가 한 짓이네!”구윤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예전에는 그 여자가 단지 질투해서 작은 수작만 부리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악랄할 줄은 몰랐어, 내가 그녀를 너무 얕잡아 봤네.”“수상하네, 멀쩡한 남자가 왜 이 정도로 성형을 한 거지?”구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김은주의 남자가 되더니 얼굴까지 버린 거야?”“다음 페이지를 넘겨 봐.”구윤은 애지중지하며 그녀를 일깨웠다.구아람이 서류를 뒤로 펼치더니 놀랍게도 카지노의 채무 계약서가 있었다.“허, 도박꾼이구나, 빚을 10억이나 졌네.”구윤은 침착하게 말했다.“그가 빚에 시달리고 있었어, 카지노, 은행, 사체업자들이 모두 그를 찾고 있어, 이것을 피하려고 성형을 한 거야.”구아람은 이 모든 일을 이어놓고 생각하더니 바로 깨달았다.“이 남자가 돈이 없고 앞길이 막막하니 김은주를 찾아 돈을 뜯으려고 했네, 지금의 김은주는 신씨 그룹 사장의 약혼녀잖아. 그러니 인간 ATM처럼 얼마든지 뽑을 수 있어.”“그리고, 김은주는 이 사람의 욕심을 이용해 조건을 제기했네.”구윤은 숨이 막혔다. 그는 긴 팔을 뻗어 동생을 안아 주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그 조건이 바로 널 해치는 거야.”“아마 이 연놈이 계획을
“왜 웃어? 내 말이 우스워?”“네.”“신경주! 이 건방진 놈!”신광구는 화가 나 눈시울을 붉히며 탁자를 내리쳤다.“차라리 그룹 이미지를 위해서 결혼하라고 말씀하시면 아버지를 속이 트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데 인성 문제로 말한다면 할 말이 없어요. 그냥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있는 겁니다.”신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결국 선을 넘어버렸다.그저 씁쓸하게 비웃을 뿐이다. 아버지를 비웃는 건지 자신을 비웃는 건지 알 수가 없다.“뭐, 뭐라고 했어.”신광구는 멍해져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예전의 은주는 제가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 자신을 설득하면서 그녀와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아요.”신경주의 안색이 어두웠다.“그녀가 제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전 이미 죽었을 거예요. 보답은 할 거니 그녀의 일을 모른 척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회복되면 정식으로 헤어지자고 할 거예요.”“김은주와 헤어지겠다고?”신광구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네.”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김은주는 심한 우울증이 있어, 결혼을 미루는 것 때문에 자살까지 했어! 네가 헤어지자고 하는 것은 그녀를 죽이는 거잖아! 그녀가 환자인데 어떻게 이 자극을 견딜 수 있겠어?”신광구는 입이 닳도록 말했다.“그래서 당분간은 말하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회복되면 정식으로 얘기할 거예요.”신경주는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신광구는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천천히 소파에 앉더니 갑자기 그를 노려보았다.“구아람이 좋아져서 은주랑 헤어지려는 거야?”신경주는 찔려서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안 좋아해요.”“허허, 넌 내 아들이야, 네가 어렸을 때 내 곁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네 몸에는 내 피가 흐르고 있어. 아버지만큼 아들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신광구는 날카롭게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적으로 말했다.“그날 밤 할아버지의 생신 잔치가 끝난 후 구만복이 구아람을 데려갔을 때 너의 눈빛에 분명 아쉬움이 가득했어, 그리고 그녀를
신경주는 창백한 얼굴로 서재를 나섰다.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았다.구아람은 그의 가슴에 새빨갛게 그을린 흉터와 같다. 감히 건드리지 못했고 조금만 건드려도 온몸의 경맥이 끊어질 듯이 아프고 뼈가 부서지는 것처럼 아파났다.그러나 그녀를 떠올리는 것보다 더 힘든 건 그녀가 그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신경주는 늘 거만하여 어렸을 때 가난해서 끼니를 잇지 못해도 개처럼 비천하게 꼬리를 흔들면서 구걸하지 않았다.그와 구아람은 모두 도박판에 올라 모든 것을 쏟아붓는 도박꾼이다, 단지 그들은 돈이 아닌 존엄을 걸었을 뿐이다.자신이 패자라는 것을 그는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사장님.”한무는 황급히 그에게로 다가왔다.“세 가지 일을 보고해 드리겠습니다.”“말해.”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신경주는 마음을 진정시켰다.“첫 번째 일은 김은주 씨가 깨어났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요, 계속 사장님을 뵙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어요.”신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두 번째는?”“회장님께서 진주를 위해 어마 무시한 변호사를 구했어요, 아마 내일이면 진주가 풀려날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녀의 사촌 오빠인 진교가 모든 죄를 뒤집어썼어요, 진주가 깨끗이 벗어났다고 할 수 있어요.”한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변호사의 이름이 뭐야?”신경주는 냉정하게 눈썹을 찌푸렸다.“임윤호라고 합니다.”‘역시 경험은 무시할 수 없구나, 아버지가 최고의 변호사인 임윤호를 불러들이다니.’한무는 그에게 다가갔다.“재미있는 건, 이 임윤호가 사모님 곁에 있는 그 비서의 형이래요. 그 임수해라는 비서가 임씨 가문의 도련님이었어요! 말도 안 되죠!”신경주는 순간 깜짝 놀랐다.임씨 가문은 비록 귀족 가문이 아니지만 국내 법정계에서 명망이 높은 가문이다. 가주인 임정운은 국내의 유명한 판사로 법정계에서 정의의 신 같은 존재이다. 그의 슬하에 아들 셋이 있다. 장남 임윤호는 두 큰 재단의 고문 변호사를 맡아 국내외에서 수많은 소송을 하였는데 패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
오래전부터 신경주는 KS 그룹과 윤씨 그룹이 국내외에서 몇 가지 프로젝트를 협력했다고 들었다. 두 가문의 가주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워 알고 지낸지 이미 20년이나 되었다.‘그래서 구아람과 윤유성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가? 그들은 다른 사람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친하니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이겠네?’한무는 부러운 듯 숨을 내쉬었다.“사실 이해하기 쉬워요. 사모님은 귀족 가문 출신이고 구회장님께서 가장 애지중지하는 딸이잖아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어요. 곁에 있는 흑기사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인재들이에요. 임씨 가문의 막내아들을 보세요, 그도 사모님에게 신발 시중을 들어주고 있잖아요.”그러자 그는 입을 삐죽거리며 사장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마음속으로 안타까워했다.한 대 기업의 사장이고, 심지어 곧 이사회의 부위원장이 될 신경주의 성과들을 합친 것보다 아내가 구아람이라는 사실이 더 임팩트가 있는 것 같았다.이 사실이 알려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할 거다.차갑고 날카로운 턱선이 팽팽하고 이마에 핏줄이 솟구친 신경주는 벽을 짚고 주먹을 쥐었다.‘셋째 도련님, 넷째 도련님…… 이 여자가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숫자를 모아 전화번호를 만들 것도 아니고!’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숨을 돌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한무야, 두통약을 가져와.”밤이 되자 검푸른 롤스로이스 한 대가 쥐 죽은 듯이 ‘검은 방’의 문 앞에 멈춰 섰다.이른바 ‘검은 방’ 은 오래전 KS 그룹이 구입한 성주의 서구에 있는 부도 건물이다. 지리적으로 외진 곳이지만, 구만복이 당시 어디선가 5년 후 서구에 지하철이 개통되여 이 건물의 값이 빛의 속도로 오를 거라는 소문을 듣고 구입한 것이다.부도 건물에는 어둡고 습한 지하실이 있다. 사람이 이곳에 갇힌다면 아마 하느님에게 빌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구윤은 이 일을 알게 된 이상 동생을 혼자 감당하게 할 수 없어 오늘 밤 구아람과 함께 왔다.“사장님, 아가씨, 오셨습니까.”보디가드 두 명이 공손히 인
놀란 구윤은 구아람을 바라보았다.그의 동생은 완전히 기회주의자이다. 늘 예상을 빗나가고 규칙을 썩어빠진 선비들의 이론으로 여긴다.그녀는 작은 기회만으로도 판을 뒤집어 더 큰 가치를 창조해 내여 상대방을 예상치 못하게 한다.엄명준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구아람이 이것을 물어볼 줄은 생각도 못 했다.“표정을 보니 알고 있구나.”구아람은 웃는 듯 마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알, 알고 있었어요.”엄명준은 침을 삼키더니 떨린 목소리로 말했다.“왜냐하면, 그건…… 저와 김은주의 아이입니다.”구씨 남매는 너무 깜짝 놀랐다!구아람은 흥분해서 작은 손을 꽉 쥐었다.‘내가 칼을 맞은 보람이 있네!’“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말해 봐.”구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제, 제가 M 국의 한 고급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를 했었어요, 김은주의 개인 트레이너를 맡게 되어 그녀를 알게 되었어요. 그 후로 사이가 점점 가까워졌어요. 음탕하고 섹시한 그녀가 먼저 저를 꼬셔서 이럭저럭하면서 같이 있게 되었어요.”구아람은 흥미진진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계속해 봐.”“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관계는 진지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었어요. 김은주의 곁에는 늘 남자들이 많았고 저는 그냥 그중 한 명일 뿐입니다. 후에 우리가 같이 약을 했을 때 그녀가 너무 흥분되니 저도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피임약을 먹긴 했지만 백 프로 안전한 건 아니잖아요,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임신했어요.”구아람은 눈을 깜박거렸다.‘대박, 김은주가 약까지 하다니, 정말 알면 알수록 놀랍네!’“김은주의 독한 성격으로는 이 아이를 절대 남기지 않았을 건데, 왜 낳은 거야?”“그녀가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해서 낙태를 하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임신을 못하는 며느리를 받아들일 귀족 가문은 없다고 억지로 아이를 낳았어요.”구아람은 아이에 관한 얘기를 줄곧 금지시했다. 이 남자의 말은 분명 그녀의 아픔을 찔렀다.하지만 그녀는 곧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