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럴 가치도 없지…….”구아람은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이유희는 숨을 들이쉬었고, 지금 그녀의 눈빛은 산산조각이 나서 촘촘한 얼음조각으로 변해, 그의 심장을 아프게 베고 있었다.“소아야, 그렇지 않으면 나랑 연애하는 건 어때?”구아람은 미간을 조금씩 조였다.“나를 받아줄래? 나는 비록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너를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지만, 신경주보다 못할 리가 없잖아?’“유희 오빠, 나 정말 피곤하니까 더 이상 나를 난처하게 하지 마.” 구아람은 그의 눈을 매우 어둡게 바라보았다.“소아야…….”이유희는 호흡이 멎더니 마음이 아팠다.“늦었으니까 나 정말 자고 싶어, 일찍 돌아가.”구아람은 그를 밀치고 몸을 돌려 침실로 천천히 걸어갔다.“너…… 정말 구윤과 사귀는 거야? 도대체 그와 어떤 관계지? 너 정말 그와 연애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그를 이용하여 경주에게 복수하고 있는 거야?!”구아람은 멈칫하더니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이건 당신과 상관 없는 일이야.”“이 별장에는 너와 구윤이 함께 사는 증거가 조금도 없어. 만약 그가 너의 남자친구라면 입구에 어떻게 그의 신발 한 켤레도 없지? 여기에 어떻게 그가 너와 함께 지낸 흔적이 없을 수 있냐고?!”“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당신과 관계가 없으니 상관할 필요가 없어.”“소아야!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 바보 같은 짓 하지 말고!” 이유희는 씁쓸하고 초조하게 말했다.구아람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의 앞에서 떠났다.신경주는 구아람의 집에서 차를 몰고 관해장원으로 돌아갔는데 한시간도 안 되는 거리를 그는 족히 두시간이나 걸렸다.격렬한 두통은 그로 하여금 앞길을 거의 똑똑히 보지 못했고, 게다가 큰비가 시선을 방해하여 이 길에서 그는 두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서재 문을 연 신경주는 약을 구하기 위해 책상 위의 컵과 서류를 엎었고, 가까스로 약병을 꺼내자 물도 마실 겨를도 없이 그냥 삼켰다.그러나 그
다음 날 오후, 신경주는 마침내 잠에서 깨어났다.이날 밤, 그는 반복해서 같은 꿈을 꾸었다.그 당시 L국 전장에서, 그는 다른 50명의 전우들과 함께 적의 캠프에 잠입하여 테러리스트를 토벌하고 수감된 10명의 인질을 성공적으로 구출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그 극악무도한 악당들은 손에 중형 총기를 들고 있었는데, 아직 어린 10대 소년들은 다섯 살 때부터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가로채기 시작했다.피는 황사를 물들였고, 그야말로 인간 세상의 지옥이었다.원래 그 임무는 신경주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그가 스스로 이 임무에 가입할 것을 요청하여 ‘결사대’의 일원이 되었다.-- “젊은이, 결혼했어?”-- “아니요.”“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는데 왜 이번 임무를 수행하러 왔지? 우리 여기는 모두 집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 정말 만일의 일이 있다면 그래도 집안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 있지.”그때의 신경주는 웃으며 생사를 무시하는 소탈함을 느꼈다.“나는 아무런 근심도 없어서 두려움이 없거든요.”당시 그의 인생에서 그에게 가장 중요한 두 여자가 연이어 그를 떠났으니, 그의 마음이 죽은 이상, 이렇게 죽어도 무방하다.이에 비해 그는 외로움을 더 두려워했다.그 후 49명의 전우가 목숨을 걸고 싸웠고, 결국 열 명도 안 되는 사람만이 살아 남았다.신경주는 다리, 어깨, 허리에 모두 총상과 칼에 맞아, 이곳에 묻힐 줄 알았을 때, 흰 가운을 입은 소녀가 하늘의 신처럼 내려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했다.그녀는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깔끔한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몸에 있는 흰 가운은 찢어지고 더러워져 마치 전쟁 속의 천사와 같았다.오직 한 쌍의 아름다운 눈동자만이 예리하여 마치 해와 달보다 더 빛이 나는 것 같았다.그 여자는 바로 그가 여러 해 동안 애타게 찾고 있는 생명의 은인인 ‘하얀 비둘기’였다.뜻밖에도 어젯밤에 백소아를 보고 그는 다시 그녀를 꿈꾸었다.분명히 상관없는 두 사람인데, 그는 백소아의 눈에서 하얀 비둘기의 그림자를 보았
오씨 아주머니는 백소아의 당부를 떠올리며 바삐 말을 바꾸었다.“그거야 어젯밤에 옷을 갈아입혀줄 때 본 게 아니겠어요! 그렇게 큰 멍이 들었다니, 깜짝 놀랐어요!”신경주는 어젯밤 그 가슴 떨리는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백소아를 품에 안았고, 여자는 따뜻하고 촉촉한 기운을 발산했다. 그리고 마치 그의 손바닥에 녹으려는 부드러운 허리도 있었다.알 수 없이 그녀를 감싸주고 싶었다.신경주는 침을 삼키더니, 눈빛은 통제할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그러나 곧 그의 눈빛은 또 냉정해졌다.결국 그는 자존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기에, 이미 사과하러 간 이상, 그 여자는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뺨까지 때리며 그를 모욕했으니 그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괜히 찾아갔네.’그때 문밖에서 집사 소리가 들려왔다.“둘째 도련님, 이씨 집안 도련님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거실에 있습니다.”놀라서 입술을 얇게 오므렸다.“서재로 데리고 와.”이유희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신효린은 마음이 설렜고, 감격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그녀는 가장 빠른 속도로 자신이 새로 산 비싼 핑크색 원피스를 꺼내 갈아입은 다음 또 화장을 했고, 향수를 마구 뿌리며 신나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문을 밀고 나가자마자 신효린은 여동생인 신효주가 눈에 거슬리는 곰인형을 안고 복도에서 깡충깡충 뛰는 것을 보고 마치 무슨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혐오스럽게 쯧쯧 소리를 내며 하이힐을 밟고 신효주의 뒤로 가서 힘껏 그녀를 밀었다.“아!”신효주는 휘청거리며 앞으로 가다가 땅에 심하게 넘어졌는데, 서툴고 불쌍했다.그런데도 그녀는 곰인형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하하하하! 아이고 효주야, 복도에서 빈둥거리지 말라니까, 거봐? 넘어졌지?”신효린은 오늘 기분이 아주 좋아서 곱슬머리를 정리하며 신효주의 곁을 돌아갔다.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녀는 어쨌든 신효주를 밟을 수도 있었다.신효린이 떠난 후에야 신효주는 감히 천천히 땅에서 일어났다.요 몇 년 동안 그녀도 언니의 성격을
신효린의 정성껏 꾸민 얼굴은 굳어지자 속으로 놀랐다.“그리고, 나 너랑 친하니? 이렇게 가까이 와서 내 팔을 잡는 건 좀 아니지 않나.”이유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팔을 천천히 힘껏 뺐다.“유, 유희 도련님, 미안해요. 우리 둘째 오빠랑 사이가 좋아서 나도...... 나도 도련님을 우리 오빠로 본 거예요. 정말 다른 뜻이 없었어요.”신효린은 자신이 그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 서둘러 해석했다.“넌 그의 여동생이지, 내 여동생이 아니야. 다음에 주의 좀.”이유희는 차갑게 대답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그가 오늘 입은 옷은 백소아가 준 것이라서 빨기도 아까웠으니 다른 사람이 이를 더럽혀서는 안 됐다.신효린은 달갑지 않게 손가락을 쥐었고, 손바닥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이때 이유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 손을 양복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실눈을 뜨고 그녀를 흘겼다.그녀는 얼른 찬란하게 웃는 얼굴로 바꾸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역시 이유희도 겉으로는 쌀살하고 속으로는 따뜻한 남자야, 그는 어떻게 날 개의치 않을 수 있겠어? 그는 틀림없이 마음속에 내가 있을 거야!’“지금 당신 여자들의 패션에 대해, 나도 정말 갈수록 이해할 수가 없군.”“네?” 신효린은 멍해졌다.“립스틱을 입술에 바른 것은 본 적이 있어도, 이빨에 바른 것은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정말 신기하군.”이유희는 그녀를 비웃으며 멋지게 떠났다.신효린은 그제야 반응을 보여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고 이를 내밀었다.자신의 하얀 앞니에 갑자기 립스틱이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아!” 신효린은 부끄러워하며 지금 바로 거울을 깨뜨리고 싶었다.......서재에서, 이유희는 문을 밀고 들어왔고 긴 다리로 소파에 앉아 무척 산만했다.“ 그 셋째 여동생, 정말 깡패 같더라. 나 보자마자 손을 대다니. 쯧쯧, 어째서 이 여자들은 조금도 조신하지 못하는 거지? 소아는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지.”신경주는 한무가 보내온 서류를 보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뭐 하러 왔어?”“네가 감기에 걸렸는지
이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또 한마디 보충했다.“게다가 한 명이 아니야!”어젯밤에 돌아갔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백소아의 그 말이었다.“신경주가 없으면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신경주를 떠나면 나는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고.” ‘왜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데, 왜?!’그러나 그는 이 말을 신경주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 녀석은 이미 충분히 의기양양했으니, 이유희는 그가 좋은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신경주는 그제야 깨달았고, 가슴은 마치 꽉 잡힌 듯 무시할 수 없는 통감이 천천히 넘쳤다.‘그런 거야, 백소아.’‘넌 차라리 일생의 행복을 희생할지언정, 나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거야?’호텔 장사가 날로 번창하여 입주율이 이전보다 40% 높아졌고, 매일 식당도 만원이었다.직원들도 열정이 넘쳤는데, 지난번 신효린이 공개적으로 사과한 일은 그들에게 신심을 주어, 모두들에게 자신은 비천한 노동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했다.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면, 아가씨는 그들을 위해 나설 것이다.이런 열정으로 다들 열심히 일을 했다.구아람은 유유히 사무실에 앉아 이번 달의 재무보고를 보면서 기뻐했다.결국, 호텔을 잘 해야만 그녀는 대표님의 자리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그녀는 원래 야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그동안 가정의 자질구레한 일에 갇혔지만, 지금 다시 나온 이상, 자연히 신심으로 가득 넘쳤다.“아가씨, 구 대표님 오셨습니다.” 임수햐는 방글방글 웃으며 구윤을 모시고 들어왔다.“오빠!”구아람은 마치 신나는 작은 나비처럼 큰 오빠 앞으로 날아가 그와 달콤한 포옹을 했다.“어때? 요즘 힘들지 않아?” 구윤은 여동생의 허리를 감싸며 애인보다 더 부드러웠다.“아니요, 이 정도 일로 힘들다고 떠들면 앞으로 대표님이 되면 어디 살 수 있겠어요?”구아람은 말을 마치고 눈동자를 깜빡이며 입을 막았다.“앗, 오빠, 나는 결코 오빠더러 물러나라고 한 말이 아니에요. 계속 대표님 하고 싶다면, 나도 오빠의 조수가 될 거예요. 결
‘신효린! 자신의 친동생까지 이렇게 괴롭히다니, 너 그러고도 사람이야?!’“알겠어요. 하지만 나도 이제 신 사장님의 아내가 아니에요. 나도 단지 남일 뿐, 더 이상 많은 일을 관리할 수 없거든요.” 구아람은 마음속으로 울분을 터뜨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알아요...... 그런데 저는 사모님 말고 또 누구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또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요?” 오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아주머니, 슬퍼하지 마세요.”구아람은 오씨 아주머니가 이렇게 슬퍼하는 것을 보고 그녀도 매우 괴로워했다. 그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이 일은 나도 알았으니까 평소에 효주 좀 많이 신경 써줘요. 내가 이쪽에서 기회를 찾으면 가능한 한 그녀를 도울 거예요.”“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모님!” 오 씨 아주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었다.구아람은 어두워진 스크린을 보고 유유히 한숨을 쉬었다.“네가 예전에 자주 나에게 말했던 그 신씨 집안 아주머니?” 구윤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응,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신경주를 돌본 신씨 집안 하인이에요. 사람 됨됨이가 좋고 내가 거기에 있을 때도 나한테 잘해줬어요.”구아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녀를 건드리면, 그녀는 반드시 갚아야 했고,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잘해 준다면, 그녀는 평생 기억했다.“그 아주머니가 뜻밖에도 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할 지경까지 이르렀다니, 보아하니 그녀가 당한 일은 확실히 까다로운 것 같군.”“신씨 집안 막내 딸, 효주의 일이에요.”구아람은 그 천진하고 순진한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또 아파했다.“그 아이는 자폐증이 있고 성격이 괴팍하고 내성적이에요. 신씨 집안의 딸이지만 부모님의 중시를 받지 못하고 늘 소심하게 지냈죠.내가 신씨 집안에 있을 때 그녀를 좀 보호할 수 있었어요. 그 신효린은 내가 그녀의 새 언니인 것을 봐서 좀 작작했는데, 내가 가니까, 신효린은 정말 갈수록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아
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눈물을 흘릴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구아람은 이미 신경주를 위해 눈물을 흘렸으니 이제 내려놓아야 했다.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신남준 어르신의 생신날이 되었다.이번 어르신의 생신잔치에 신씨는 모두 최고급의 중시를 보였고, 신광구는 큰손을 휘두르며 수천억을 던져 큰 별장 한 채를 사서 아버지께 수례로 드렸을 뿐만 아니라 연회를 이곳에 설치하여 분위기를 달구었다.오늘 신남준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성주 상류권에서 얼굴이 있는 인물이었다. 재벌들, 금융계 거물, 그리고 어르신의 서화 협회의 일부 옛 친구들이엇다. 그들은 각각 국내에서 매우 유명한 예술가들이다.오늘 생신잔치를 위해 김은주와 신효린은 일주일 전부터 예복, 미용, 네일아트를 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생신을 축하하러 온 것 대신, 결혼하러 온 것 같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이 모든 여자들 중에서 가장 눈부신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다만 애석하게도, 그녀들은 생신잔치를 거행하는 장소가 뜻밖에도 한식 별장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들의 서양식 예복은 다소 거북해 보였고, 사진을 찍을 적당한 곳조차 찾을 수 없었다!“언니, 어르신께 드릴 선물이 뭔데?” 김은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할아버지에게 골동품 꽃병 하나 선물했지. 할아버지는 골동품 도자기를 좋아하시니까 내가 준 선물을 매우 좋아할 거야!”신효린은 새로 산 가루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아, 어느 왕조의 거야?”“고구려시기.”“아, 근데 이런 도자기를 할아버지께 선물로 드리는 건 정말 적합할까?”김은주는 모르는 척하며 정성껏 그린 눈을 깜박였다.“전에 경주 오빠가 자선 경매에서 고려 시기의 도자기 컵 한 쌍을 찍었잖아. 10억이나 썼어!그는 이 컵을 할아버지께 선물로 드리겠다고 했는데, 그럼 언니의 이 선물은 비교되지 않겠어?”신효린은 자신이 경시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오빠는 회사 사장이니 그가 보낸 물건은 자
“이모! 이모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요!” 김은주는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뜨렸다.이때, 분위기를 갑자기 떠들썩해지더니 재벌 집 아가시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신경주와 이유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타나며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들에게 떨어졌다. 신씨와 이씨 집안, 어느 한 집안을 꺼내도 무수한 도련님을 무너뜨릴 수 있었고, 모든 여자들을 설레게 했다.두 사람 모두 양복을 차려입었는데, 신경주는 검은 양복을 입어 침착하고 도도하며 사람을 압박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유희는 하얀 양복을 선택했고, 깨끗하면서 존귀해 보였다.“맙소사...... 신 사장님과 이 도련님은 정말 멋있어!”“오늘 그들 두 사람을 동시에 볼 수 있다니! 죽어도 한이 없어!”“신 사장님의 긴 다리, 그리고 그 얼굴 좀 봐! 저게 사람 얼굴이야? 완전히 만화 캐릭터잖아?! 너무 완벽해!”“그리고 이 도련님도! 그 사악한 미소에 나 정말 넘어갈 것 같아! 너무 좋아!”김은주는 이유희를 쳐다보고 있는 신효린을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언니, 이유희 도련님 인기도 참 많군. 언니는 도대체 언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야? 그를 여러 해 동안 짝사랑한 것으로 기억하는데.”“뭐가 급해! 그는 결국 내 사람이라고!”신효린은 화가 나서 중얼거렸다.“비록 그렇긴 하지만, 그 여자들이 바라보는 눈빛 좀 봐, 하이에나들이 사냥감을 보는 것 같잖아. 언니,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으면 정말 빼앗기겠어.”신효린은 이 말을 듣고 이를 꽉 물었다.그녀도 그러고 싶었다. 그녀는 꿈에도 이유희의 여자가 되고 싶었고, 이씨 집안 작은 사모님이 되고 싶었다.그러나 신효린은 그날 이유희에게 굴욕을 당한 장면을 생각하자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땅을 파고 들어가 숨고 싶었다!그러나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김은주에게 비웃음을 당할 테니까!신경주와 이유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김은주의 마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자 신우는 수만 가지 감정이 들며 안도했다. ‘우리 오빠들이 한평생 추구하는 게 우리 아람의 행복이잖아.’그 행복의 기준은 다른 사람이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람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거다. 온갖 곤란을 겪으면서도 주저하지 않게 경주를 선택했다. 만약 아람이 사랑을 강제로 빼앗는다면 정말 인정이 있고 행복을 망치는 짓이다.“윤유성은 몰래 방조하고 이소희를 통제했어. 지난번 연회에서 우리가 이소희를 협박했었어. 하지만 이소희는 여전히 윤유성을 언급하지 않았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제 생각에는 윤유성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에요. 이소희는 그저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을 모르고 있어요. 누가 배후에서 아이디어를 주고 이용하는지 몰라요.”아람도 잠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희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릎에 놓고 있는 두 손은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경주야, 아람아, 미안해. 이소희가 이러는 건 다 내 탓이야. 내가 잘못 가르쳤어. 엄마가 내가 저 계집애를 너무 버릇없이 키웠어. 이젠 인간답지도 않아!”“유희야, 그런 말을 하지 마. 이 일은 너와 상관없어.”경주는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인간답게 살지 않고, 굳이 윤유성 그 자식에게 개가 되어야 해?”유희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러자 테이블에 놓인 찻잔이 깨져버렸다.“저렇게 윤유성을 따르고 싶으면, 윤유성 곁으로 차버려서 마음껏 아부를 떨게 할 거야!”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어떻게 유희를 위로해 줄지 몰랐다. 결국 이렇게 비열하고 뻔뻔한 동생이 있는 건 참으로 가문의 불행이다.“내가 심하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서현 씨의 모습만 봐도 윤유성은 품위가 있고 안목이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신우는 팔짱을 끼고 소파 쪽으로 느긋하게 기대었다.“네 동생의 비주얼로, 윤유성한테 가도 신발짝을 들게 하지도 못할 것 같아. 아부를 떨 기회도 없을 거야.”유희는 말문이 막혔다. 경주와 아람의 안
유희도 따라서 흥분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 효정이가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정연보고 효정을 방으로 데려달라고 하고 혼자 남아서 소식을 들었다. 경주는 아람을 감싸안고 소파에 앉아 신우가 그날 서현과 만났던 모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서현이 무기를 숨기고 미인계로 유혹하려는 했지만 오히려 신우에게 당했다는 사실까지, 모든 일을 다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날 밤, 서현은 신우에게 뜨거운 키스를 해주었다. 마치 감전이 되는 듯했다. 키스는 깊었고 서현은 나지막하게 펑펑 울었다.‘이 여자가 날 죽이러 왔는데, 내가 울기도 전에 왜 먼저 우는 거야?’“대박, 너무 판타지 같아!”유희는 멍한 표정으로 들었다.“이게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왜 무협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지?”신우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유희를 쳐다보았다.“정말 나무가 많으면 마른 가지가 있고, 사람이 많으면 멍청이가 많네.”유희는 이를 악물며 꾹 참았다. 싸움으로 신우를 이기지도 못하고 아람의 친오빠이기도 하며 경주의 형님이다. 그래서 유희는 쉽게 건들지 못했다.“아이고, 미인계로 꼬시는데 안 넘어갔어?”아람의 기분이 좋아져 경주의 품에 기대며 신우에게 장난을 쳤다.“여자랑 하룻밤 보낸 건 오랜만이지? 얼마나 소중한 기회야.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소중한 거잖아.”“내가 여자가 없어? 여자가 꼬시면 내가 다 넘어가야 해?”말을 하며 유희를 비아냥거렸다.“내가 이유희야?”“저, 젠장!”유희는 화를 참아 얼굴이 붉어지며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 여자가 나랑 엄청 닮았잖아. 오빠가 예전에도 자주 말했었잖아. 이제 와이프를 찾으면 나 같은 여자를 찾겠다고. 그 당시 구진 오빠가 오빠를 변태라고 말했잖아. 친동생을 좋아한다고.”이 말을 듣자 경주는 마음속으로 질투했다. 하지만 티를 내지 못해 유희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유희와 경주는 마치 초롱불 같았다.“내가 지금까지 이런 모조품을 본 적이 없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신우보다 빠르진 않았다. 신우의 손은 문을 맹렬히 움켜쥐고 있었다. 효정은 젖 먹는 힘까지 다 썼지만 문을 완전히 닫을 수 없었다. 항상 자신과 친했었던 아람이 귀신을 본 듯 놀라며 겁에 질려 저항을 한다. 그 모습을 보자 신우는 한숨을 쉬며 씁쓸하게 웃으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날 피하지 마. 난 널 데려가려고 온 게 아니야.”경주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람도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응? 오빠, 오빠가.”“처음부터 너희 둘을 갈라놓을 생각은 없었어.”신우는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함께하지 못하는 눈앞의 두 연인을 바라보자 마음이 매우 아팠다.“너를 찾은 건, 네가 안전한지 확인하려는 거야. 아프고 다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어. 걱정하지 마.”간단한 말들인데 아람의 가슴에 꽂혔다. 경주도 감동하여 목이 막히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아람의 가족 중 여전히 경주의 편에 서려는 사람이 있고, 믿어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다.“오빠!”아람은 신우를 안았다. 신우도 바로 깊고 다정한 포옹으로 응답하며 아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바보야, 넌 정말 바보야. 도망치려고 어떻게 5층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어? 네가 추락해서 다치면 어떡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겠어? 오빠가 차라리 머리를 밀고 스님이 될 거야!”“아람아, 너!”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라 몸이 심하게 떨렸다.“나 괜찮잖아. 5층일 뿐인데.”아람은 콧물을 흘렸다. 그러자 킁킁거리며 콧물을 신우의 블랙 셔츠에 문질렀다. “내가 널 모를 것 같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누가 말릴 수 있겠어? 5층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번 남섬에 갔을 때 생각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잖아!”신우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넥타이를 들고 마치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아람의 코를 풀도록 도와주었다. 신우에게 예쁨을 받을 여자는 아마 아람뿐일 것이다.“헛소리 좀 그만해!”아람은
유희는 아람의 넷째 오빠인 신우가 나타나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은 유희를 살아있는 저승사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신우를 만나자 순간 겁쟁이가 되었다. 게다가 아람의 친오빠이기에 건들 수가 없었다.“이 도련님, 죄송해요.”정연은 숨을 헐떡이며 유희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자책감이 가득 들었다. 유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함부로 하지 마세요! 구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어떻게 여자를 때리는 것 같은 품위 없는 짓을 해요?”“그래서? 내가 여기 서서 이 여자가 날 때려 죽게 내버려두어야 해?”신우는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내가 그렇게 비천해?”이 말은 유희를 어이없게 했다. 유희는 정연의 성격과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유희을 따른 한 정연의 눈에는 유희만 보일 것이다. 누가 유희를 건드리려고 하면 정연은 무자비하게 끝까지 죽여버릴 것이다.“하지만 네 말이 맞아. 난 여자를 때리지 않아.”신우는 소탈하게 정연의 손을 놓아주며 사악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예쁘니, 네가 여자라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네 손을 부러뜨렸을 테니까.”“나쁜 자식!”천성적으로 강인한 성격을 가진 정연은 이런 굴욕을 참을 수 없었다. 사납게 신우를 바라보며 주먹을 날려 다시 싸우려 했지만 유희는 단호하게 말렸다.“정연아, 함부로 하지 마. 이 사람은 구아람 씨 친오빠야!”정연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치웠다.‘친오빠?’ 이 방탕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야생 늑대처럼 거칠고 버릇이 없는 남자가 구아람 씨의 친오빠야? 구씨 가문의 도련님?’신우는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하는 정연을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뱉었다. 그러나 유희를 보는 눈빛은 엄청 차가웠다.“아람과 신경주가 여기에 있지?”...방은 너무 아늑했다. 아람은 경주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마음이 아파서 얼굴을 잡았다.“누가 감히 널 때려? 빨리 말해!”“널 찾으러 가는 길에 내가 넘어졌어.”경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경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아람아.”“농담이야, 겁먹은 거 좀 봐.”아람은 경주의 얼굴을 꼬집었다. 수척해진 얼굴은 잘 잡히지도 않아 아람의 가슴이 아파 났다.“너 살이 너무 빠졌어. 일부러 가슴 아프게 하는 거야?”경주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젯밤의 얼룩덜룩한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람과 손깍지를 끼고 잠시 침묵했다. 생각 끝에 경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아람의 입술을 덮치며 달콤하고 깊은 키스를 했다. 그동안의 아람의 억울함과 아픔은 경주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남은 인생 몸을 산산조각 내어 빚을 갚을 것이다....잠에서 깨어난 효정은 경주와 아람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 예쁘고 청순한 얼굴에는 설레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유희가 뒤에서 껴안았다.“우리 예쁜 와이프, 새언니와 둘째 오빠에게 둘만의 시간을 좀 주자. 둘이 힘들게 만나잖아.”“음, 근데 새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효정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대했다.“나는 안 보고 싶어?”유희는 효정을 자신과 마주 보고 돌려놓으며 억울한 표정으로 효정을 바라보았다.“남편이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어. 나는 안 보고 싶어?”“음, 여보는 매일 볼 수 있잖아.”효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희는 씁쓸하게 입을 삐죽 내밀며 속상해했다.‘큰일 났어, 큰일 났어. 난 아직 좋아서 너무 설레는데, 여보는 날 너무 편하게 생각해!’그러자 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큰 손으로 효정의 허리를 잡고 올라탔다. 사납게 효정의 입술에 키스하며 따뜻하게 혀를 얽혔다. 강력한 키스에 효정은 유희의 품에서 녹아내릴 듯했다. 한참 지난 후, 효정의 눈물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두 사람의 입술은 서서히 서로를 떠났다.“말 들어. 나중에 오빠와 새언니를 만나자, 응?”유희는 손끝으로 키스하여 촉촉해진 효정의 입술을 만지며 효정의 수줍어하는 모습과 열정적인 반응에 만족스러워했다.“그, 그래.”키스에 효정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이 나른해지며 얌전해졌다.“
그 순간, 아람의 발은 멍이 들었고 상처투성이었고 피와 마른 오물이 뒤섞여 있었다. 그것을 보자 경주의 가슴이 부서질 듯 아팠다.“아람아,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봐, 내가 도대체 너에게 무엇을 줬어?”경주는 눈을 감고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목구멍에서 억누르기 힘든 신음이 흘러나왔다. 핸드폰이 진동했다. 서 비서가 전화 왔다. 경주는 눈물을 닦고 창문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아저씨, 할아버지는 어때요?”“신 선생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저 구아람 씨를 걱정하셔서 늦게 주무셨어요. 도련님, 구아람 씨를 찾으셨어요? 신 선생은 잠들기 전에도 계속 물어보셨어요.”서 비서는 매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찾았어요. 할아버지가 깨어나시면 알려드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람이 곁에 계속 있을 거예요.”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몰랐다. “도련님, 죄송해요.”서 비서는 마음속 깊이 죄책감을 느끼며 씁쓸하게 말했다.“제 탓이에요. 구아람 씨가 유산한 사실을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예요.”“아저씨와 상관없어요. 오늘의 일은 모두 저 때문이에요.”경주는 침묵하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3년 전의 크리스마스에 경주는 프로젝트 점검을 위해 M 국에 출장 중이었다. 시차가 있어 교통사고가 났을 때 M 국은 낮이어서 전화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아저씨, 전에 아람이 저한테 전화했다고 하셨죠? 하지만 전 받지 못한 것 같아요.”경주는 순간 긴장되었다.“네, 구아람 씨가 바로 도련님께 연락했어요.”서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지금 신 선생도 괜찮으시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때 그룹에서 도련님의 지위가 불안정했어요. 수시로 출장을 다니셨고 매일 너무 바빠서 밥도 챙겨 드시지 못했어요. 일부러 전화를 안 받은 것도 아닐 거예요.”갑자기 경주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으며 어깨가 떨렸다. 기억이 났다. 그날 경주는 신씨 그룹 M국 지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김은주가 소
‘애정 도피.’경주는 아람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한없이 아팠다.“나도 아람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유희야, 난 그렇게 이기적일 수 없어. 아람의 가족은 나와는 달라. 난 아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지만, 아람이 나를 위해 가족에게 등을 돌린다면, 내 마음이 편하겠어? 가족들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곁에 있을 수도 없으면 아람이 정말 즐겁게 살고, 행복할 수 있겠어?”경주는 고통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쉰 목소리고 말을 이어갔다.“나는 이미 아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갔어. 심지어 아람을 망칠 뻔했어. 유희야, 더는 아람을 해칠 수 없어. 더는 아람을 잃게 할 수 없어. 절대 안 돼.”“이 모든 건 네 생각이야. 아람이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지 않아?”유희는 아람의 모습을 보자 짐작이 가서 눈썹을 찌푸렸다.“오늘 밤 밖에 비바람이 휘몰아쳤어. 아람은 너 찾으러 가겠다고 도망쳐서 엄청 많은 고생을 했을 거고 많이 힘들었을 거야. 물론 가족은 중요해. 하지만 지금 아림이는 너를 더 소중히 생각하고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해.”“하지만 네가 아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손을 놓아버리면, 오늘 밤보다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경주,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며 경주의 가슴을 내리쳤다. 경주는 아람이 아이를 언급하며 구해달라고 부탁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열이 나서 횡설수설한 것이지만 그것은 아람이 마음속에 억눌린 것이다. 해맑은 미소 속에 숨겨져 있고, 살짝만 건드려도 아픈 상처이다.‘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구아람. 도대체 어떻게 매일 증오스러운 나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나올 수 있어? 어떻게 여전히 나한테 잘해줄 수 있어?’절친인 유희 앞에서 경주는 마침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악의적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경주야, 뭐 하는 거야!”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손을 붙잡았다.“제발 남자답게 정신 차려! 자해가 소용 있다면 지금 당장
아람은 눈을 살짝 감고 땀에 젖은 경주의 손을 힘없이 잡았다.“병원에 가면 오빠들이 바로 찾아올 거야. 그럼 나를 다시 데려갈 거야. 경주야,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너와 함께 있고 싶어.”경주는 가슴이 아파서 울컥했다.“하지만 지금 열이 나고 있어. 너 이러다 쓰러질 수 있어.”“괜찮아, 약 먹으면 돼.”말을 마친 후 아람은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이른 아침, 별장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효정은 침대에서 푹 자고 있었다. 문 사이로 유희는 서재에 가지 않고 침실로 가서 서류를 처리했다. 이러면 일을 지체하지 않고 효정을 지켜줄 수 있기도 했다. 이제 유희는 이씨 그룹의 핵심에 들어가 바쁘게 지냈다. 이준상의 손에 있던 프로젝트도 유희에게로 돌렸다. 부귀하고 한가하던 유희는 순간 다사다망한 사람이 되었다. 예전에 경주가 힘들다고 할 때 유희는 이해하지 못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일들이 왜 피곤한지 몰랐다. 이제 유희는 아픈 이마를 잡으며 한숨을 쉬었다.‘경주를 이해해 주지 못해서 복수 당한 거야?’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잠시만 나와 보세요.”유희는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자 정연은 불안에 가득 찬 눈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도련님, 신 사장님이 오셨어요!”“누구? 경주? 이 시간에?”유희는 믿을 수 없어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뿐만 아니라 구아람 씨도 계세요!”유희는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아래층으로 뛰어내렸다. 거실에서 경주는 의식을 잃은 아람을 안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색이 창백한 경주는 자고 있는 아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경주야, 무슨 일이야!”유희는 깜짝 놀라 달려왔다. 아람이 의식을 잃은 채 경주의 품에 나른하게 안긴 모습을 보자 순간 긴장하여 가슴이 조여왔다.“아람이 왜 그래?”“유희야,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미안해.”경주는 얇은 입술을 어렵게 열었다. “아람을 어디로 데려가
경주의 부하들도 뒤늦게 도착했다. 모두 손전등을 들고 흩어져 수색을 시작했다. 경주는 빗속으로 돌진했다. 구두와 바짓가랑이는 모두 진흙투성이가 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걱정하며 부리나케 찾았다.“신 사장님, 천천히 가세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한무도 한발한발 힘겹게 따라가며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모님은 왜 이런 이상한 곳에 혼자 있는 거야!’...아람은 그 네 명의 변태를 처리해 버렸다. 아람한테 맞은 남자들은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러나 그 결과 아람은 마지막 힘을 다 써버렸다. 강한 의지력이 있어 쓰러지지 않은 것이다. 아람은 그 중 한 사람의 핸드폰을 뺏고 다시 빗속으로 달려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나아갔다. 그들이 화가 나서 따라올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아람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었다. 더 이상 위험에 맞설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람의 정신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다리는 부들부들 떨며 억지로 걸었고, 힘이 다 빠져 다리가 느껴지지 않았다.마침내 아람은 더 이상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어 중간 기슭의 낡은 정자에 쓰러졌다. 조금 진정이 된 후에야 경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경주가 아람을 찾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다. 아람은 무릎을 안고 웅크린 채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지만 손에는 여전히 핸드폰을 꼭 잡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아람은 3년 전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교통사고 때, 피는 줄줄 흘렸다. 아람은 의사의 팔을 잡아당기며 울면서 애원했다. ‘살려줘요.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아람아!”무아지경에 빠진 아람은 경주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대답할 힘이 없었다. 순간,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몸이 뜨거운 품에 감싸졌다. 훤칠하고 든든한 몸이 아람을 완전히 감쌌다. “경주야, 경주 맞아?”아람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반짝이는 눈빛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