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위엄 있고 고상하게 자란 신광구는 이렇게 맞고 굴욕을 당한 적이 없다. 그것도 아들 경주 앞에서였다. 체면을 잃고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이 양심 없는 놈!”신남준은 찻잔을 집어 들고 던지고 싶었지만 서 비서가 제때 말렸다.“신 선생, 진정하세요!”신광구는 이마의 상처를 가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를 악물었다.“친손자, 친아들의 편을 들지 않고 구만복 딸의 편을 들어요? 정말 늙으셨네요. 구만복과 구만복 딸이 우리 신씨 그룹을 계속 곤란하게 해요. 연회에서 J 그룹의 수천억 프로젝트까지 뺏었어요. KS만 아니었더라면 그 프로젝트는 우리 신씨 그룹의 것이에요!”신광구는 신남준에게 화를 낼 뿐만 아니라 경주에게까지 손짓했다.“그리고 너. 자기 그룹을 도와주지 않고 구씨 가문을 도와줘서 KS와 윌슨 부자가 협력하게 해? 네 큰형이 M 국에 있어. 건강도 안 좋은데도 가족을 도와주고 있어. 넌 여자 때문에 이익까지 포기해? 재단의 사장으로서 심각한 실책이야! 이번 실패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해!”경주의 눈빛은 우물 바닥에 떨어진 별처럼 차가웠고 목소리는 쉬었다.“이 책임만 있는 건 아니죠?”신광구는 깜짝 놀랐다.“뭐?”“사람들 앞에서 아버지가 마련한 정략결혼을 거절했어요.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잊으셨어요?”경주의 눈빛은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이소희와 약혼하지 않으면 신씨 그룹에서 꺼지라고 했잖아요. 이제 이씨 그룹이 궁지에 몰리고, 이소희가 아람이 제 아이를 유산한 사실을 폭로하고 사고 친 것을 보니, 피해가 될까 봐 결혼에 대해 모른 척하고 있으셨어요?”서 비서는 깜짝 놀라 식은땀을 흘렸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사모님이 유산한 일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소희는 어떻게 알았어?”“신경주, 너!”신광구는 경주의 폭로에 너무 화가 나서 뇌출혈에 걸릴 뻔했다.“결혼? 이씨 가문 그 계집애랑?”이 말을 듣자 신남준은 찻잔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신광구, 네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어? 그렇게
“유산으로 인해 구아람은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임신도 못 하는 여자를 경주에게 시집보낼 거예요? 경주는 우리 신씨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예요. 구아람과 결혼하면 누가 가업을 물려받아요? 효린과 효정에게 줄 거예요? 그들이 적합해요?”경주의 가슴은 다시 한번 찢어졌다.“어, 어떻게.”신남준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심장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구아람의 문제인데 왜 우리 신씨 가문까지 끌어들여요? 구아람이 운이 없고 복이 없는 탓이에요!”“그런 게 아니에요!”갑자기 서 비서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앞으로 뛰어나가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게 아니에요!”신씨 그룹의 세 남자는 깜짝 놀랐다. 서 비서는 신씨 가문에 30년 넘어 있었다. 항상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철저하고 올바르게 일을 처리한다. 이렇게 흥분한 적은 처음이다.“아저씨, 혹시 뭔가 알고 계세요?”경주는 예리하게 서 비서의 생각을 알아채고 눈시울을 붉히며 급히 물었다.“뭔가를 알고 있는 거죠!”서 비서는 눈을 감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쿵-순간 서 비서는 무릎을 꿇었다.“아저씨!”“서 비서!”신남준은 깜짝 놀라고 마음이 급해서 허벅지를 내리쳤다.“빨리 일어나. 말로 해. 뭐 하는 거야!”경주는 성큼성큼 다가가 서 비서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고집을 부리며 일어나지 않았다.“제 탓이에요. 제 잘못이에요. 이 사실을 진작에 말했어야 했어요. 말하면 구아람 씨와 도련님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거예요.”서 비서는 흐느끼며 말했다.“그 당시 구아람 씨가 유산할 때 제가 옆에 있었어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부들부들 떨었다.“네? 옆에 있었다고요?”“서 비서!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거기에 있었어?”신남준은 마음이 급하여 목이 탔다.“평소에 말 잘하더니, 지금은 왜 더듬는 거야. 빨리 말해!”“교통사고요, 그 교통사고 때문이에요!”‘사모님, 죄송해요. 더 이상 비밀을 지켜줄 수 없어요.’“교통, 사고?”경주는 문득 기억났다. 2년
경주는 가슴이 아파 옷깃을 꼭 잡았다. 마치 날카로운 칼이 심장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말은 들은 신광구도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구아람 씨가 어르신과 도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저한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어요. 당시 어르신께서도 부상을 당하셔서 자극을 받을까 봐 걱정되었어요.” “그리고 구아람 씨가 다시는 임신 못 하는 소식이 퍼지면, 앞으로 신씨 가문에서 발붙일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인생이 망할 것 같았어요.”“이거 때문에 비밀을 들었어? 왜 이리 멍청해. 소아도 그때 어렸어. 젊은 아이가 무엇을 알겠어!”신남준은 마음이 아파서 비서를 원망했다.“제 잘못이에요. 어르신, 도련님. 저에게 벌을 주세요. 무엇이든 받아드릴게요.”‘아람아, 왜 이렇게 멍청해!’서 비서가 말을 마친 순간 경주는 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별장에서 달려 나갔다. “도련님!”서 비서가 쫓으러 가려 하자 신남준이 불렀다.“됐어, 가게 해. 경주가 빚진 거야. 내도 소아에게 빚을 졌어. 이 늙은이가 다 갚지 못하니 경주가 남은 생에 다 갚게 해.”...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플래시는 소희의 창백한 얼굴에서 반짝였고 번개보다 더 눈부셨다. “이소희 씨, 사람들 앞에서 구아람 씨가 임신을 못 한다는 사실을 폭로했어요.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이 진단서는 의사에게 돈을 줘서 받은 거예요, 아니면 누가 사적으로 준 거예요?”“구아람 씨의 개인 정보를 폭로하는 건,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이 헤어지고, 자기가 시집가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수많은 기자가 경찰서 밖에서 마치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처럼 소희 앞에 모였다. 대포 카메라들이 소희를 향했다. 원래 비에 젖은 데다 비참하게 밀리고 머리에 악취도 났다. 그 모습은 엄청 비참했다.소희는 수갑을 차고 있었다. 하지만 재벌 신분을 생각하여 경찰은 소희의 두 손에 하얀 천으로 수갑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희는 굴욕을 느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소희는 당
오늘 밤 만월당은 등불이 환히 밝았다. 오늘은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다. 구만복은 유명한 컬렉터다. 그러나 오늘 밤 화나 나서 수십억의 가치가 있는 화병을 여러 개 깨버렸다. 세 사모님은 굳어진 표정으로 구만복의 앞에 서 있었다. 초연서는 당황하여 유민지의 손을 잡았다. 강소연의 마음도 두근거렸다.“너희들, 다 알고 있었네.”구만복은 부들부들 떨면서 화를 냈다.“다 알고 있었는데, 3년 동안 날 속였어. 3년 동안!”“만복아, 우리가 숨긴 건 네가 속상할까 봐 그랬어.”유민지는 애써 진정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건강도 계속 안 좋았잖아. 이런 자극을 받으면 큰일 날 거야.”“하, 하하. 하하하하.”구만복의 훤칠한 몸이 비틀거리며 세 사모님을 가리키며 웃었다.“나한테 잘 보이는 방법이, 아람이 신경주 그 자식과 결혼 생활을 3년 했다는 것을 숨기는 거야? 아람이 몸이 망가졌어. 그것마저 나한테 숨겨? 이게 날 위한 거야?”“만복아! 오해하지 마. 언니가 그런 뜻이 아니잖아!”초연서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유민지를 위해 해명했다. 그러자 구만복은 말을 끊었다.“허허, 역시 친엄마가 아니라서 진심으로 아람을 걱정해 주지 않아. 평소 내 앞에서 화기애애한 척하더니, 다 연기였지? 너희들의 배 속에서 낳은 아이가 아닌데, 어떻게 진심으로 아람을 아껴주겠어?”“구만복,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강소연은 눈을 부릅뜨고 초연서와 유민지 앞에 막아섰다. 유민지는 제때 강소연을 말렸다.“나도 너랑 20년 넘게 보냈어. 언니들은 나보다 더 오래전에 구씨 가문에 왔어. 정말 연기라고 해도 1, 2년은 할 수 있어. 누가 20년 넘게 연기를 하겠어? 아람이 임신을 못 하는데 우리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아? 그 당시 이 일을 알 때, 너보다 백 배 더 가슴이 아팠어!”말을 하며 강소연은 눈물을 흘렸다. 구만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 늘 강한 강소연은 거의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당시 구만복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아 죽을 뻔했을 때도 피만 흘리고
“아람이 나아질 거야. 무조건.”구윤은 억지로 참았다. 하지만 마지막 몇 글자를 말할 때 이미 울컥했다.“그럼 난 뭐 할 수 있어. 뭐 할 수 있어.”구진은 당황했다. 30년 살면서 이렇게 당황한 적이 없었다. 방에서 빙빙 돌며 중얼거렸다.“그래, 그럼 신경주를 죽여버리자!”구진은 말을 마치고 문밖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 구윤에게 잡혔다.“그만, 그만해!”허스키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찔렀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람이 뻣뻣하게 계단에 서 있었다. 청순하던 얼굴이 창백해지며 생기를 잃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3년이 지났어. 3년이나 지났어! 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왜 계속 언급하고 계속 말하는 거야!” 아람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소리를 질렀다.“여자는 꼭 아이를 낳아야 해? 나 구아람이 아이가 없으면 살 수 없어? 난 아이가 싫어. 아이를 싫어한다고! 난 아이를 갖고 싶은 적도 없어! 다시는 경주를 괴롭히지 마. 아이를 잃은 건 경주와 상관없어. 사고야!”“집사는? 기 비서는? 방에서 나오지 말게 하라고 했잖아!”구만복은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소리를 질렀다.“방으로 끌어가!”“성주로 돌아갈래, 경주를 만나러 갈래!”“꿈 깨! 내가 죽지 않은 한, 그 자식을 만날 생각도 하지 마!”계속 서로 장난만 치던 부녀가 처음으로 서로에게 화를 냈다. 아람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한참 멍해 있더니 갑자기 웃었다.“아빠, 정말 그렇게 무자비해? 아빠는 여러 명과 결혼했는데, 난 경주 하나만 갖고 싶은 것도 반대해?”“아람아.”구윤은 가슴이 아팠다. 지금의 아람이 정서가 불안정하다고 느꼈다.“어르신이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싶어?”이 말을 듣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세 사모님도 놀라서 입을 막았다.“아람아, 너, 너 막 나가지 마. 그 나쁜 자식 때문에 그럴 가치가 없어!”구진은 당황하여 막말을 했다.“허, 구아람, 누구를 놀리는 거야.”구만복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가슴은 이미 찢어질 것
아람의 방문이 잠기고 핸드폰까지 뺏겨 아무도 연락할 수 없었다. 이 일은 구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경동했다. 아람의 오빠들은 모두 아람의 곁에 있고 싶어 했다. 아니면 경주는 그들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격한 싸움 후 구만복의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구윤과 구진의 부축을 받고 방으로 돌아갔다.“너희 둘, 신경주 편을 들 거면 말도 하지 마, 꺼져!”구진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내가 왜 신경주 편을 들겠어? 내가 미쳤어?”구윤도 눈썹을 찌푸렸다.“저도 그럴 생각이 없어요.”“흥, 양심이 있네.”쿵-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어두운 밤이 번쩍거렸다. 구만복은 창밖을 내다보며 원망했다.“하느님, 왜 신경주가 벼락 맞게 하지 않아요!”구윤가 구진은 말문이 막혔다.“구 회장님!”기 비서는 재빨리 달려오며 땀을 뻘뻘 흘렸다.“구 회장님, 신 사장님이 오셨어요. 지금 문밖에 있어요!”구만복과 구윤, 그리고 구진도 깜짝 놀랐다....오늘 밤의 해문에는 성주보다 비가 더 크게 쏟아졌다. 경주는 문이 닫힌 만월당을 바라보았다. 거친 바람이 경주의 슈트에 들어가며 차가운 기운을 가져다주었다. 아람에게 수많은 전화를 했지만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경주는 마음이 씁쓸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후회했다.경주는 미친 듯이 아람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이 무너진 것 같았고 절망적이었다. ‘다시는 아람을 만날 수 없어?’경주는 멍하니 기다렸다. 온몸이 젖어 핸드폰의 배터리도 다 나갔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때, 폭우에 씻긴 공기에서 무거운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경주가 고개를 들자 깜짝 놀랐다. 눈썹 사이에 총구가 박혀있었다.“신경주, 우리 동생을 해친 사람은 죽어야 해.”눈앞에는 구씨 가문 도련님 백진이었다. 오른손으로 총을 들어 경주의 이마에 댔다. 군모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며 살기 있는 눈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아람은 우리의 공주야. 너 때문에, 널 만나서 인생이 망쳤어!”백진은 빗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뭐? 이혼? 왜?”신 회장이 말했다.“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헛소
아람의 방문이 잠기고 핸드폰까지 뺏겨 아무도 연락할 수 없었다. 이 일은 구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경동했다. 아람의 오빠들은 모두 아람의 곁에 있고 싶어 했다. 아니면 경주는 그들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격한 싸움 후 구만복의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구윤과 구진의 부축을 받고 방으로 돌아갔다.“너희 둘, 신경주 편을 들 거면 말도 하지 마, 꺼져!”구진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내가 왜 신경주 편을 들겠어? 내가 미쳤어?”구윤도 눈썹을 찌푸렸다.“저도 그럴 생각이 없어요.”“흥, 양심이 있네.”쿵-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어두운 밤이 번쩍거렸다. 구만복은 창밖을 내다보며 원망했다.“하느님, 왜 신경주가 벼락 맞게 하지 않아요!”구윤가 구진은 말문이 막혔다.“구 회장님!”기 비서는 재빨리 달려오며 땀을 뻘뻘 흘렸다.“구 회장님, 신 사장님이 오셨어요. 지금 문밖에 있어요!”구만복과 구윤, 그리고 구진도 깜짝 놀랐다....오늘 밤의 해문에는 성주보다 비가 더 크게 쏟아졌다. 경주는 문이 닫힌 만월당을 바라보았다. 거친 바람이 경주의 슈트에 들어가며 차가운 기운을 가져다주었다. 아람에게 수많은 전화를 했지만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경주는 마음이 씁쓸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후회했다.경주는 미친 듯이 아람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이 무너진 것 같았고 절망적이었다. ‘다시는 아람을 만날 수 없어?’경주는 멍하니 기다렸다. 온몸이 젖어 핸드폰의 배터리도 다 나갔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때, 폭우에 씻긴 공기에서 무거운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경주가 고개를 들자 깜짝 놀랐다. 눈썹 사이에 총구가 박혀있었다.“신경주, 우리 동생을 해친 사람은 죽어야 해.”눈앞에는 구씨 가문 도련님 백진이었다. 오른손으로 총을 들어 경주의 이마에 댔다. 군모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며 살기 있는 눈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아람은 우리의 공주야. 너 때문에, 널 만나서 인생이 망쳤어!”백진은 빗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람이 나아질 거야. 무조건.”구윤은 억지로 참았다. 하지만 마지막 몇 글자를 말할 때 이미 울컥했다.“그럼 난 뭐 할 수 있어. 뭐 할 수 있어.”구진은 당황했다. 30년 살면서 이렇게 당황한 적이 없었다. 방에서 빙빙 돌며 중얼거렸다.“그래, 그럼 신경주를 죽여버리자!”구진은 말을 마치고 문밖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 구윤에게 잡혔다.“그만, 그만해!”허스키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찔렀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람이 뻣뻣하게 계단에 서 있었다. 청순하던 얼굴이 창백해지며 생기를 잃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3년이 지났어. 3년이나 지났어! 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왜 계속 언급하고 계속 말하는 거야!” 아람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소리를 질렀다.“여자는 꼭 아이를 낳아야 해? 나 구아람이 아이가 없으면 살 수 없어? 난 아이가 싫어. 아이를 싫어한다고! 난 아이를 갖고 싶은 적도 없어! 다시는 경주를 괴롭히지 마. 아이를 잃은 건 경주와 상관없어. 사고야!”“집사는? 기 비서는? 방에서 나오지 말게 하라고 했잖아!”구만복은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소리를 질렀다.“방으로 끌어가!”“성주로 돌아갈래, 경주를 만나러 갈래!”“꿈 깨! 내가 죽지 않은 한, 그 자식을 만날 생각도 하지 마!”계속 서로 장난만 치던 부녀가 처음으로 서로에게 화를 냈다. 아람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한참 멍해 있더니 갑자기 웃었다.“아빠, 정말 그렇게 무자비해? 아빠는 여러 명과 결혼했는데, 난 경주 하나만 갖고 싶은 것도 반대해?”“아람아.”구윤은 가슴이 아팠다. 지금의 아람이 정서가 불안정하다고 느꼈다.“어르신이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싶어?”이 말을 듣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세 사모님도 놀라서 입을 막았다.“아람아, 너, 너 막 나가지 마. 그 나쁜 자식 때문에 그럴 가치가 없어!”구진은 당황하여 막말을 했다.“허, 구아람, 누구를 놀리는 거야.”구만복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가슴은 이미 찢어질 것
오늘 밤 만월당은 등불이 환히 밝았다. 오늘은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다. 구만복은 유명한 컬렉터다. 그러나 오늘 밤 화나 나서 수십억의 가치가 있는 화병을 여러 개 깨버렸다. 세 사모님은 굳어진 표정으로 구만복의 앞에 서 있었다. 초연서는 당황하여 유민지의 손을 잡았다. 강소연의 마음도 두근거렸다.“너희들, 다 알고 있었네.”구만복은 부들부들 떨면서 화를 냈다.“다 알고 있었는데, 3년 동안 날 속였어. 3년 동안!”“만복아, 우리가 숨긴 건 네가 속상할까 봐 그랬어.”유민지는 애써 진정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건강도 계속 안 좋았잖아. 이런 자극을 받으면 큰일 날 거야.”“하, 하하. 하하하하.”구만복의 훤칠한 몸이 비틀거리며 세 사모님을 가리키며 웃었다.“나한테 잘 보이는 방법이, 아람이 신경주 그 자식과 결혼 생활을 3년 했다는 것을 숨기는 거야? 아람이 몸이 망가졌어. 그것마저 나한테 숨겨? 이게 날 위한 거야?”“만복아! 오해하지 마. 언니가 그런 뜻이 아니잖아!”초연서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유민지를 위해 해명했다. 그러자 구만복은 말을 끊었다.“허허, 역시 친엄마가 아니라서 진심으로 아람을 걱정해 주지 않아. 평소 내 앞에서 화기애애한 척하더니, 다 연기였지? 너희들의 배 속에서 낳은 아이가 아닌데, 어떻게 진심으로 아람을 아껴주겠어?”“구만복,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강소연은 눈을 부릅뜨고 초연서와 유민지 앞에 막아섰다. 유민지는 제때 강소연을 말렸다.“나도 너랑 20년 넘게 보냈어. 언니들은 나보다 더 오래전에 구씨 가문에 왔어. 정말 연기라고 해도 1, 2년은 할 수 있어. 누가 20년 넘게 연기를 하겠어? 아람이 임신을 못 하는데 우리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아? 그 당시 이 일을 알 때, 너보다 백 배 더 가슴이 아팠어!”말을 하며 강소연은 눈물을 흘렸다. 구만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 늘 강한 강소연은 거의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당시 구만복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아 죽을 뻔했을 때도 피만 흘리고
경주는 가슴이 아파 옷깃을 꼭 잡았다. 마치 날카로운 칼이 심장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말은 들은 신광구도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구아람 씨가 어르신과 도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저한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어요. 당시 어르신께서도 부상을 당하셔서 자극을 받을까 봐 걱정되었어요.” “그리고 구아람 씨가 다시는 임신 못 하는 소식이 퍼지면, 앞으로 신씨 가문에서 발붙일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인생이 망할 것 같았어요.”“이거 때문에 비밀을 들었어? 왜 이리 멍청해. 소아도 그때 어렸어. 젊은 아이가 무엇을 알겠어!”신남준은 마음이 아파서 비서를 원망했다.“제 잘못이에요. 어르신, 도련님. 저에게 벌을 주세요. 무엇이든 받아드릴게요.”‘아람아, 왜 이렇게 멍청해!’서 비서가 말을 마친 순간 경주는 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별장에서 달려 나갔다. “도련님!”서 비서가 쫓으러 가려 하자 신남준이 불렀다.“됐어, 가게 해. 경주가 빚진 거야. 내도 소아에게 빚을 졌어. 이 늙은이가 다 갚지 못하니 경주가 남은 생에 다 갚게 해.”...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플래시는 소희의 창백한 얼굴에서 반짝였고 번개보다 더 눈부셨다. “이소희 씨, 사람들 앞에서 구아람 씨가 임신을 못 한다는 사실을 폭로했어요.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이 진단서는 의사에게 돈을 줘서 받은 거예요, 아니면 누가 사적으로 준 거예요?”“구아람 씨의 개인 정보를 폭로하는 건,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이 헤어지고, 자기가 시집가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수많은 기자가 경찰서 밖에서 마치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처럼 소희 앞에 모였다. 대포 카메라들이 소희를 향했다. 원래 비에 젖은 데다 비참하게 밀리고 머리에 악취도 났다. 그 모습은 엄청 비참했다.소희는 수갑을 차고 있었다. 하지만 재벌 신분을 생각하여 경찰은 소희의 두 손에 하얀 천으로 수갑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희는 굴욕을 느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소희는 당
“유산으로 인해 구아람은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임신도 못 하는 여자를 경주에게 시집보낼 거예요? 경주는 우리 신씨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예요. 구아람과 결혼하면 누가 가업을 물려받아요? 효린과 효정에게 줄 거예요? 그들이 적합해요?”경주의 가슴은 다시 한번 찢어졌다.“어, 어떻게.”신남준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심장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구아람의 문제인데 왜 우리 신씨 가문까지 끌어들여요? 구아람이 운이 없고 복이 없는 탓이에요!”“그런 게 아니에요!”갑자기 서 비서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앞으로 뛰어나가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게 아니에요!”신씨 그룹의 세 남자는 깜짝 놀랐다. 서 비서는 신씨 가문에 30년 넘어 있었다. 항상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철저하고 올바르게 일을 처리한다. 이렇게 흥분한 적은 처음이다.“아저씨, 혹시 뭔가 알고 계세요?”경주는 예리하게 서 비서의 생각을 알아채고 눈시울을 붉히며 급히 물었다.“뭔가를 알고 있는 거죠!”서 비서는 눈을 감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쿵-순간 서 비서는 무릎을 꿇었다.“아저씨!”“서 비서!”신남준은 깜짝 놀라고 마음이 급해서 허벅지를 내리쳤다.“빨리 일어나. 말로 해. 뭐 하는 거야!”경주는 성큼성큼 다가가 서 비서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고집을 부리며 일어나지 않았다.“제 탓이에요. 제 잘못이에요. 이 사실을 진작에 말했어야 했어요. 말하면 구아람 씨와 도련님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거예요.”서 비서는 흐느끼며 말했다.“그 당시 구아람 씨가 유산할 때 제가 옆에 있었어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부들부들 떨었다.“네? 옆에 있었다고요?”“서 비서!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거기에 있었어?”신남준은 마음이 급하여 목이 탔다.“평소에 말 잘하더니, 지금은 왜 더듬는 거야. 빨리 말해!”“교통사고요, 그 교통사고 때문이에요!”‘사모님, 죄송해요. 더 이상 비밀을 지켜줄 수 없어요.’“교통, 사고?”경주는 문득 기억났다. 2년
어렸을 때부터 위엄 있고 고상하게 자란 신광구는 이렇게 맞고 굴욕을 당한 적이 없다. 그것도 아들 경주 앞에서였다. 체면을 잃고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이 양심 없는 놈!”신남준은 찻잔을 집어 들고 던지고 싶었지만 서 비서가 제때 말렸다.“신 선생, 진정하세요!”신광구는 이마의 상처를 가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를 악물었다.“친손자, 친아들의 편을 들지 않고 구만복 딸의 편을 들어요? 정말 늙으셨네요. 구만복과 구만복 딸이 우리 신씨 그룹을 계속 곤란하게 해요. 연회에서 J 그룹의 수천억 프로젝트까지 뺏었어요. KS만 아니었더라면 그 프로젝트는 우리 신씨 그룹의 것이에요!”신광구는 신남준에게 화를 낼 뿐만 아니라 경주에게까지 손짓했다.“그리고 너. 자기 그룹을 도와주지 않고 구씨 가문을 도와줘서 KS와 윌슨 부자가 협력하게 해? 네 큰형이 M 국에 있어. 건강도 안 좋은데도 가족을 도와주고 있어. 넌 여자 때문에 이익까지 포기해? 재단의 사장으로서 심각한 실책이야! 이번 실패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해!”경주의 눈빛은 우물 바닥에 떨어진 별처럼 차가웠고 목소리는 쉬었다.“이 책임만 있는 건 아니죠?”신광구는 깜짝 놀랐다.“뭐?”“사람들 앞에서 아버지가 마련한 정략결혼을 거절했어요.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잊으셨어요?”경주의 눈빛은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이소희와 약혼하지 않으면 신씨 그룹에서 꺼지라고 했잖아요. 이제 이씨 그룹이 궁지에 몰리고, 이소희가 아람이 제 아이를 유산한 사실을 폭로하고 사고 친 것을 보니, 피해가 될까 봐 결혼에 대해 모른 척하고 있으셨어요?”서 비서는 깜짝 놀라 식은땀을 흘렸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사모님이 유산한 일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소희는 어떻게 알았어?”“신경주, 너!”신광구는 경주의 폭로에 너무 화가 나서 뇌출혈에 걸릴 뻔했다.“결혼? 이씨 가문 그 계집애랑?”이 말을 듣자 신남준은 찻잔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신광구, 네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어? 그렇게
‘그래서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두 달 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신 사장님!”한무는 비를 맞으며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걱정했다.“어르신이 사장님과 연락이 안 되셔서 서 비서가 저한테 연락했어요. 어르신께서 연회의 일을 알았어요. 지금 바로 말월교의 별장에 오시래요.”...소희가 윌슨 부자 연회에서 아람의 불임증을 폭로해서 소문이 자자했다. 보안 수준이 높았고 연회에 기자가 없었고, 참석자들은 구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압력을 받아 촬영하더라도 기자에게 줄 수 없고 사적으로 인터넷에 올릴 수도 없었다.만약 구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게 들키면 인생은 끝날 것이다. 참석한 게스트는 모두 집계되었고, 조사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불통한 벽은 없어 소식은 여전히 퍼져나갔다. 신남준은 집에서 소식을 접했다. 연회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알았고, 화가 나서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 서 비서는 겁에 질려 즉시 주치의를 집으로 불러 언제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소아야, 우리 소아야!”아람이 신씨 가문의 아이를 임신했었다는 소식을 듣자 신남준은 충격을 받고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바보야. 임신은 중요한 일인데 어떻게 조심하지도 않아. 아이를 잃은 건 괜찮지만, 몸이 망가지면 어떡해. 우리 소아가 불쌍해서 어떡해!”서 비서는 신남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당시 아람이 피를 흘리며 비밀을 지켜달라던 장면이 눈앞에 떠오르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서 비서는 잠시 생각을 하고 입을 열려고 하자 신광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신데, 너무 격동하지 마세요!”“어떻게 격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 우리 소아가 경주의 아이를 임신했어. 신씨 그룹의 핏줄이야! 살아있는 아이가 죽었는데, 어떻게 슬프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어?”신남준의 가슴이 아픈 순간 경주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할아버지.”“경주야, 소아는? 구만복이 데려갔어?”신남준은 간절히 물었다. 경주는 울컥하여 말이 나오지 않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도,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임신을 못 하는 사실에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며 하루하루를 보내면 행복도 천천히 사라질 것이다. ‘참 다사다난한 커플이네. 정말 어려운 문제야.’하지만 지운은 일이 더 악화될까 봐 구윤을 타일렀다.“윤아, 어쨌든 신 사장님은 아람과 네 생명의 은인이야. 목숨을 걸고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네가 어떻게 살아 돌아올 수 있겠어? 그럼 난 널 만나지도 못해. 넌 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거야. 아람도 마찬가지야!”구윤의 눈은 여전히 충혈되었다. 하지만 천천히 주먹을 풀었다.“신경주,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래서 널 봐줄게.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아람의 인생에도 나타나지 마. 네가 아람에게 준 상처들도 용서할게. 하지만 이건 안 돼.”말을 마치고 구윤은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 지운은 안색이 창백한 경주를 바라보고 구윤의 뒤를 따랐다.“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요. 마지막으로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줘요!”경주는 눈물을 흘렸다. 마치 아람이 경주에게 이혼하지 말자고 애원할 때와 같았다. 심지어 그때의 아람보다 더 비참했다.“정말, 정말 아람을 사랑해요. 제발 기회를 주세요.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세요. 제가 속죄하고 죗값을 치를게요!”“그래.”구윤은 차갑게 웃었다. 마치 희망을 주고 다시 희망을 없애는 듯 잔인했다.“우리 동생의 완벽한 몸을 돌려줘. 건강한 자국을 돌려줘. 그럼 반대하지 않을게.”...경주는 주차장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밀려오는 두통에 귀가 윙윙거렸다. 마치 수많은 벌레가 비아냥거리는 것 같았다.‘신경주, 꼴좋네, 정말 꼴 좋아. 넌 죽어도 싸!’“경주야!”유희는 경주의 뒤에서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경주는 마치 좀비처럼 빗속에 서 있었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져 몸이 휘청거렸다. 눈앞의 모습도 흔들렸다. 유희가 제때 와서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경주는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경주야, 버텨!”유희는 경주
“구 사장님.”경주의 목이 너무 쉬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신, 신경주!”구윤은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분노한 맹수처럼 제자리에 뻣뻣하게 서 있는 경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경주는 차가운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지만 피하지 않았다.‘때려, 난 맞아야 해. 구윤이 날 죽여도 원망하지 않아.’“윤아, 안 돼!”구윤의 주먹이 경주의 얼굴에 다가갈 때 지운이 제때 나타나 팔을 벌려 백허그를 했다.“놔.”구윤의 입술을 까졌고 마음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싫어!”지운은 부들부들 떨며 구윤의 허리를 꽉 잡으며 헐떡였다.“때려서 뭐 해? 때리면 아람이가 잃은 것을 찾을 수 있어?”“하지만, 이 자식은 죽어야 해!”구윤은 화가 나서 얼굴의 근육까지 떨렸다. 몸부림을 치며 겨우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왜 죽어버리지 않아? 우리 동생, 우리 동생이 이제 임신도 못해! 겨우 25살인데 엄마가 될 권리를 잃었어. 다 네 덕이야. 신경주, 차라리 죽어버려!”‘왜 죽어버리지 않아? 그래, 난 죽어야 해.’경주는 마치 영혼을 잃은 듯 얼굴이 창백했다. 지운은 경주의 낭패한 모습을 모았다. 경주의 검은 머리에서 물이 떨어졌고, 한 방울 한 방울이 창백한 얼굴로 흘러내렸다. 정교한 슈트도 모두 젖었고, 바지와 구두도 흙투성이였다. 구만복이 아람을 데려갈 때 밖에 마침 비가 왔다. 경주는 비를 맞으며 구씨 가문의 차를 쫓았지만 아람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제 탓이에요.”경주는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제 탓이에요. 제가 죄인이에요. 죄송해요.”“신경주, 아람이가 얼마나 아이를 좋아하는지 알아? 그 당시 너와 아이를 갖고 싶어 했어.”구윤과 같은 상남자마저 무너져버린 듯 눈물을 흘렸다.“네 와이프로 살던 그 3년 동안, 우리한테 수없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어. 심지어 유명무실한 결혼을 계속 떠올렸어. 네가 차갑게 대할 때 아람은 나한테 전화해서 몰래 울었어.”경주의 가슴은 경련이 난 듯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