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의 차가운 목소리에 흠칫하던 운전기사가 다급하게 차 시동을 걸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야? 내 사람들 아직도 저 안에 있어. 나 내릴 거야!”미간을 잔뜩 찌푸린 소은정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던 박수혁의 입가에 비웃음이 실렸다.“네 사람? 네가 위험할 때 네 사람들은 어디 있었지?”말문이 막힌 소은정이 박수혁을 노려 보았다.“세 피해자 유족들, 당신이 데리고 온 거야?”박수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오한진이 잔뜩 신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저희 대표님이 은정 대표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시겠죠? 또 S시로 오셨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회사 일까지 제쳐두시고 한달음에 이곳으로 달려오셨다니까요. 게다가 오는 내내 대표님의 이름까지 중얼거리시면서... 그 모습을 보니 제가 다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런 남자를 또 어디서 찾습니까?”점점 더 오버스러워지는 오한진의 설명에 박수혁의 눈은 레이저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소은정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렸다.더는 들어주기 힘들었는지 박수혁이 헛기침을 했다.“오 집사만 입 있는 거 아닙니다. 조용히 좀 가죠?”박수혁의 굳은 표정에 오한진은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젠장,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네, 조용히 하겠습니다. 대표님...”잔뜩 울상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오한진이 돌아섰다.잠깐의 적막이 감돌고 망설이던 소은정이 드디어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어쨌든 고마워.”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의 고개를 돌렸다. 완벽한 이목구비, 누가 봐도 설렘을 느낄 만한 얼굴인데 소은정에게는 모든 게 가식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고맙다는 말이면 다야?”하, 그럴 줄 알았지.“나한테 진 빚이 워낙 많잖아? 고맙다는 인사도 그냥 예의상 한 거였어.”차분한 소은정의 목소리에 박수혁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이게 다 박예리 그 계집애 때문에...다시 고개를 돌린 박수혁이 잠시 고민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이걸로 쌤쌤인 거다? 응?”왠지 비굴하기까지 한 박수혁의 말투에 오한진의 가슴
박수혁의 깊은 눈동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던 소은정은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거세게 박수혁의 손을 뿌리친 소은정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아냈다. 그 모습에 박수혁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풍성한 속눈썹이 눈동자에 실린 실망감을 가렸다.“사과로 모든 게 다 해결되는 줄 알아? 잘 생각해 봐. 우리가 만난 뒤로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그런 싸구려 사과가 먹힐 거라고 생각해?”소은정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박수혁의 심장을 찔러버렸다.뭐라고 말하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제대로 된 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은정에게 그는 사형수나 마찬가지, 무슨 말을 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차 안의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굳고... 한참을 망설이던 오한진이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그래, 대표님의 사랑을 위해 내가 희생하는 수밖에...“은정 대표님 그게...”입술을 깨물던 오한진이 말을 이어갔다.“사실... 인터넷에 전 대표님 루머글을 올린 거... 제 아이디어였습니다.”소은정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제가... 전동하 대표님을 오해했나 봅니다. 언젠가 우연히... 사람들이 전동하 대표의 흉을 보는 걸 엿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수혁 대표님도 은정 대표님이 상처를 받으실까 봐 팩트 체크없이 일을 진행하신 거고요. 그리고 그 뒤에 있었던 일은 정말 수혁 대표님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입니다. 아가씨와 회장님께서 작정하고 대표님을 속이신 거라...”차마 박수혁이 사설 탐정까지 고용해 전동하의 약점을 조사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모든 걸 자신이 뒤집어 쓰리고 한 오한진이었다..오한진의 해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전동하 대표가 오 집사님한테 뭐 잘못한 거 있나요?”“아니요...”말끝을 흐리던 전동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던 소은정이 좌석에 몸을 기댔다.“모르시나 본데 박수혁 대표의 루머는 전동하 대표보다 훨씬 더 많아요. 정말 파기 시작하면 손
어디로 가는 건지 왜 이러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더 이상 박수혁과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고개를 든 소은정이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훔쳐보는 오한진과 시선을 마주치고 오한진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뎌던 그때 소은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 집사님, 휴대폰 빌려주시면 이번 한번은 용서해 드릴게요.”따지고 보면 오한진이 노린 건 그녀가 아니라 전동하였다. 그녀의 복수는 이미 저번에 확실히 한 상태, 비록 전동하는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었지만 전동하 때문에 태한그룹과 척을 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소은정은 혼자가 아니라 뒤에 SC그룹 전체를 업고 있었으니까.휴대폰을 넘겨줘야 하나 오한진이 망설이던 그때 눈을 감고 있던 박수혁이 불쑥 입을 열었다.“주기만 해봐요?”그 모습에 소은정은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당신이 날 데리고 간 걸 정말 모를 것 같아? 어차피 곧 알게 될 거야.”그제야 박수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박수혁의 새카만 눈동자에 어둠이 드리웠다.“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싫어?”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건가 싶어 소은정은 헛웃음을 지었다.“입장 바꿔 생각해 봐. 당신이라면 좋을 것 같아?”잠깐 고민하던 박수혁이 대답했다.“응. 난 좋을 것 같은데?”하, 말이 통해야 대화를 하든가 하지.결국 소은정은 포기한 듯 좌석에 몸을 기대고 박수혁도 다시 눈을 감았다.차 안은 다시 적막에 잠기고 스무스한 드라이빙에 소은정은 점차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이대로 잠들면 안 된다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곧 소은정은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소은정의 안정적인 숨소리에 천천히 눈을 뜬 박수혁이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꼭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살짝 풀었음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걸 보면 정말 깊게 잠든 게 분명해 보였다.박수혁의 뜨거운 시선이 조용히 잠든 소은정의 얼굴을 훑고 또 훑었다. 싸우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전동하 그 자식한테 해주는 거 절반이라도 나한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옆에 있던 담요를 조심스럽게 덮어주던 박
전동하라는 이름에 오한진은 어색하게 기침을 내뱉고는 버튼을 눌러 커튼을 젖혔다. 창밖의 눈부신 햇살이 흘러들어왔다.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은 소은정은 그제야 잠들기 전 기억들이 머릿속에 몰려들기 시작했다.아, 나 지금 박수혁 차에 있었지.다시 고개를 든 소은정의 시야에 들어온 건 왠지 분노를 참는 것 같은 표정의 박수혁이었다. 소은정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는 박수혁의 시선을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차에서 내렸다.박수혁의 차를 막았던 차량들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물론 소씨 일가의 사람들이었다.차에 혼자 남은 박수혁은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오빠...”어색하게 웃는 소은정의 얼굴에 소은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리 얘기도 없이 S시로 간 것도 화가 나는데 박수혁에 차에 탄 뒤로 행방불명에 연락두절, SC그룹이 모든 인맥을 동원한 덕분에 고속도로 CCTV에서 박수혁의 차량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경로에 따르면 진작 서산시에 도착하고도 남은 시간인데 여기서 한가로이 드라이브나 하고 있다니. 화가 치밀 수밖에.“박 대표님, 아주 한가하신가 봐요? 인터넷에 업로드된 루머 때문에 꽤 시끄러울 텐데.”소은호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박수혁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소은호를 향해 피식 웃어 보였다.소씨 일가 4남매 중 소은호는 박수혁과 가장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라 왠지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를 존중해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가 소은정의 큰 오빠기 때문이었다.“어차피 일어난 일이잖아요?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형님께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박수혁의 입에서 나온 형님이란 소리에 소은호는 더 짜증이 치솟았다.“박 대표님, 정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 내 동생한테서 떨어져요. 박 대표가, 그리고 그쪽 집안이 그 동안 우리 은정이한테 준 상처로 부족합니까?”소은정은 이번 복수로 울분이 어느 정도 풀린 듯했지만 소은호는 아니었다. 만약 온전히 소은호에게 복수를 맡겼다면 아마... 박예
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우웩! 이건 무슨 멘트래!반면 소은호는 딱히 충격을 먹지 않은 듯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그리고 일부러 박수혁의 말을 살짝 곡해했다.“너더러 뚱뚱하대...”오빠의 말에 흠칫하던 소은정은 한참 뒤에야 고래고래 소리쳤다.“박수혁, 너!!!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그 동안 다리가 다쳤다는 핑계로 운동도 게을리 하고 몸에 좋다는 것만 먹어 살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분면 다들 나더러 살이 빠졌다고 말했단 말이야!박수혁 이 개자식!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한편, 소은호의 속삭임을 듣지 못한 박수혁은 왜 갑자기 소은정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런 노골적인 고백의 말을 건네는 게 그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소은정은 알까?소은호가 끌고온 차량들이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박수혁은 여전히 잔뜩 상처받은 얼굴로 덩그러니 도로 위에 서 있었다.훤칠한 박수혁의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모이고 오한진이 어색하게 기침을 내뱉었다.“대표님, 이제 그만 가시죠?”박수혁이 잔뜩 굳은 얼굴로 차에 탄 뒤에야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왜 화가 난 거지?”박수혁의 중얼거림에 오한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쩌면... 쭉 계속 참고 계셨을지도 모릅니다.”차에 탄 그 순간부터 욕설을 내뱉고 싶으셨을 거라고요!오한진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박수혁이 오한진을 노려보았다.그 포스에 눌린 오한진이 다시 꾸물거리며 핑계를 찾았다.“어쩌면... 대표님의 진심어린 고백에 감동을 받으셔서 그랬을지도 모르죠?”오한진의 말도 안 되는 분석에 박수혁이 오한진을 흘겨 보았다.“오 집사는 내가 바보 같아요?”차가운 박수혁의 목소리에 오한진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평소 그런 말씀은 잘 안 하시잖아요. 갑작스러워서 당황하셨을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평소에 표현 좀 많이 하세요. 전동하 대표한테 그런 면에서 선수를 빼앗기면 안 되죠!”전동하는 딱 봐도 친절하고
오한진의 말에 이한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그래, 내가 형을 너무 과대평가했네. 애초에 다른 그룹으로 옮길 생각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야.최근 박대한은 박수혁과의 전면전을 생각 중인지 자신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 옛 직원과 현재 회사에서 박수혁의 중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임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지금 태한그룹의 상황은 그야말로 폭풍우 직전의 고요함 그 자체였다.말단 직원들은 이런 권력 다툼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고 조금 직급이 있는 직원들은 지금 줄을 잘 타야 할 텐데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박대한의 움직임에도 박수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편인 이사들이 박수혁에게 조심하라 귀띔을 해줄 때도 보여준 모습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박수혁의 모습에 그를 따르는 임직원들을 속이 타들어갈 뿐이었다.박수혁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이미 공인받은 사실, 그는 태한그룹을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 시장으로 이끌었다.박대한을 비롯한 그 어떤 전 세대 임직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그리고 그를 따르는 직원들 모두 젊고 도전적인 정신을 가진 이들이었다. 하지만 박대한 쪽은 달랐다. 그때는 워낙 다들 어렵게 살던 때라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박대한과의 인맥 하나로 이사 자리를 따낸 사람들이 수두룩했다.이 상황에서 박대한이 다시 권력을 잡는다면 젊은 직원들에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 그렇게 여유만만인 박수혁과 달리 그의 편에 선 임직원들의 속은 점점 타들어만 갔다.한편, 소은정은 SNS에 깁스를 한 다리 사진을 업로드했다.“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많이 좋아졌어요.”워낙 괜찮냐고 연락이 오는 사람이 많아 SNS에 업로드한 듯 싶었다.역시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뒤적거리던 박수혁 역시 이 게시물을 발견하고 고민에 잠겼다.오 집사가 그랬지. 닭살스러운 말도 자주해야 적응할 거라고.고민을 마친 박수혁은 좋아요를 클릭함과 동시
박대한이 뒤에서 부리는 수작들이 박수혁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리고 박대한이 이 사실을 크게 키울 배포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이 매체에 알려진다면 태한그룹의 이미지와 위신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될 테니까...물론 일이 커지는 걸 바라지 않는 건 박수혁도 마찬가지였다.이한석의 설명을 듣던 오한진은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이대로 정말 회사를 빼앗기시는 건 아니겠지?“대표님, 저희도 뭔가 준비를 해둬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회장님은 대표님 할아버지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하실 수 있어요? 혹시 노망이라도 난 게 아니실지...”오한진의 입방정에 박수혁의 표정이 굳고 옆에 서 있던 이한석이 어색한 헛기침으로 오한진의 말을 끊어버렸다.“어쨌든 확실한 건 회장님께서 사퇴서에 사인을 하시기 전까지 회장님은 영원히 회장님이십니다.”이한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박수혁의 곁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배운 건 결론이 나기 전에는 모든 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니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순간의 업무적 실수로 박수혁이 쌓은 모든 것들을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한편 단순한 오한진은 재벌가의 혼란스러운 관계에 환멸이 느껴질 뿐이었다.휴, 대기업 대표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한참을 고민하던 박수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아직도 매일 사퇴서는 보내고 있지?”“네. 처음에는 화도 내시고 욕도 하셨는데 지금은 그냥 말없이 파일을 찢으실 뿐이랍니다. 꽤 차분해 보이신다는데요?”“하, 차분?”박수혁이 코웃음을 쳤다.그 늙은 여우 같은 영감탱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이한석이 뭔가 말을 이어가려던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대표님, 우혁 도련님께서 오셨답니다...”박우혁이 박수혁의 조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니 직원들도, 비서실 비서들도 감히 그의 앞을 막지 못할 게 분명, 역시나 이한석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박우혁이 대표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삼촌! 나 왔어
하지만 박수혁은 고개를 살짝 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침묵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조급해진 박우혁이 발을 동동 굴렀다.휴, 역시 삼촌이랑 나는 레벨 자체가 다르구나.잠시 망설이던 박우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증조할아버지께서 연락주셨어요. 형 자리에 날 앉히실 생각인 것 같던데요? 삼촌, 긴장 좀 하셔야겠는데요?”박우혁의 말에 이한석은 말없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오한진은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실에 입을 벌렸다.허,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나온다고?“그래서?”하지만 박수혁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침착한 표정이었다.“그리고...”말꼬리를 흐리던 박우혁이 박수혁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너희 아버지는 몸이 안 좋으시고... 할아버지의 욕망을 이루어 줄 꼭두각시로는 네가 딱이지. 그러니까 내가 걱정이 되겠어? 안 되겠어?”뭐야? 나 정도는 위협도 안 된다는 말이야?왠지 모욕을 당한 듯한 기분에 박우혁이 발끈했다.나도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할 수 있다고!“삼촌... 사... 사람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박수혁의 차가운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만약 정말 이 자리가 욕심나는 거면 지금이라도 할아버지 쪽 진영으로 옮겨. 일말의 기회라도 있을지 모르니까...”말은 그렇게 해도 박대한과 박수혁이 정말 싸웠을 때 박대한이 이길 확률은 0. 이 사실을 박우혁도 알고 있기에 직접 박수혁을 찾아온 것이었다.이때 멍청하게 박대한 쪽에 선다면 대표 자리는 커녕 괜히 박수혁의 눈밖에 나게 될 테니까.지금 박우혁이 이해가 안 가는 건 단 한 가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으실 분이 왜 이제 와서 권력 다툼을 일으키시는 걸까? 그리고 왜 굳이 나까지 끌어들이시려는 걸까? 내가 너무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나?설령 박대한이 패권 다툼에서 이기고 대표직에 앉는다 해도 그의 능력치로 1달도 지나지 않아 태한그룹을 말아먹을 게 분명했다.난 그렇게 큰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난 그릇이 그렇게 큰 사람이 아니라고!한숨을 푹 내쉰 박우혁이 대답했다.“아빠